취임 100일 맞는 李 대통령, '정치 복원' 위한 협치 본격 가동하나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11일 취임 100일을 맞는다. 이 대통령의 취임 이후 100일은 12·3 내란과 윤석열 탄핵·파면 등 극도의 혼란을 딛고 국정 정상화에 매진하는 시간이었다. 외교·통상에도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받는다. 앞으로는 정부조직 개편과 검찰개혁 추진, 그리고 이에 따른 극한 대치가 예상되는 야당과의 관계를 풀어야 한다. 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오는 8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 회동을 갖는다. 회동 의제는 특별히 정하지 않았으며, 정청래·장동혁 대표뿐 아니라 양당 대변인과 비서실장도 참석한다. 대통령실에서는 강훈식 비서실장과 우상호 정무수석이 배석한다. 오찬 회동 후에는 이 대통령이 장동혁 대표와 별도로 단독 회동을 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로서 윤석열 전 대통령과 단독 회동을 갖기까지는 2년이 걸렸는데, 장 대표는 100일도 안 걸리는 셈이다. 장 대표는 앞서 "여러 사람이 모여앉아서 식사하고 덕담을 나누는 그런 영수회담이라면 영수회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구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100일 전 여야 지도부 간 회동을 갖고, 야당 대표도 단독으로 만나는 이유는 '정치 복원' 때문이다. 100일 간 국정 정상화를 어느 정도 이뤄냈으니, 정치의 복원도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6월4일 오전 6시21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당선인 의결로 대통령 임기를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비상경제점검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지시했다. 해당 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6개월 간 공백 상태였던 정상외교 복원에도 시동을 걸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2일만에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다자외교 무대에 데뷔했다. 이 자리에서 일본·인도·캐나다·영국·멕시코 등 8개국 정상과 양자 회담을 갖고, 유럽연합(EU), 유엔 등 국제기구 수장들과 만나 '민주 한국이 돌아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내용이 담긴 2025년도 2차 추경안은 이 대통령 취임 한달 만인 7월4일 통과했다.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은 12·3 내란 이후 침체됐던 골목상권에 마중물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가장 우려했던 한미 관세 협상이 지난 7월31일 타결됐다. 미국의 강한 압박과 부족한 시간적 여유에도 15% 관세 부과라는 선은 지켜냈으며, 대미수출의 불확실성을 해소했다. 또 지난달 23~26일에는 일본과 미국을 연이어 방문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각각 정상회담을 가졌다. 일본과는 17년 만에 처음으로 정상회담 후 공동문서를 발표했다. 한미 정상회담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이재명 정부에 갖고 있는 '친중 정부'라는 인식을 불식시키고, 신뢰 관계를 확보했다. 이제 남은 것은 협치다. 이재명 정부의 과제인 검찰개혁 등이 담긴 정부조직법 개편안이 곧 국회에 상정된다. 현재 여야는 극한 대립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만남은 여러 의미를 갖는다. 당정이 검찰·언론개혁 등을 원만하게 이뤄내려면 야당의 반발을 줄일 필요가 있다. 현재 국회는 검찰개혁, 내란 척결 등 강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여당 대표, '윤어게인' 세력의 강력한 지지로 선출됐으며 이재명 정부와 맞서 싸우겠다는 야당 대표가 서로 맞서는 형국이다. 또 이 대통령으로서는 국민의힘이 12·3 내란에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내란특검의 수사로 밝힐 일이니, 결론이 정해지기 전까지는 야당을 포용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필요하다. 아울러 이번 회동은 여당 대표에게 퇴로를 열어줄 수 있다는 의미도 지닌다. 정청래 대표는 개혁을 강하게 주장하며 선출됐다. 당원들의 강한 열망으로 인해 섣불리 국민의힘에 손을 내밀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이 대통령이 먼저 협치를 당부하면, 당내 반발도 줄어들 수 있다는 해석이다. /서예진기자 syj@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