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8년 만의 진화, 푸조 3008이 보여준 완성의 미학… 예쁘고 잘 달린다
추석 연휴 11일 동안 푸조의 '올 뉴 3008 하이브리드'를 시승했다. 도심 주행, 장거리 고속도로, 비포장도로까지 다양하게 달리며 느낀 건 단 하나였다. "푸조가 드디어 사고 쳤구나." 푸조는 늘 디자인에 강했지만 문제는 주행감이었다. "멋은 있는데 답답하다"는 말이 꼬리표처럼 붙었다. 하지만 8년 만에 완전 변경된 '올 뉴 3008 하이브리드'는 확실히 달라졌다. 외관은 세련되고, 내부는 감각적이며, 주행은 경쾌하다. 11일 동안의 시승은 그 변화가 일회성이 아님을 증명했다. 첫날 푸조 3008을 처음 마주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건 '균형감'이었다. 408 크로스오버에서 이어받은 패스트백 라인과 사자 발톱형 헤드램프가 만들어내는 인상은 날렵하면서도 품격 있다. 헤드램프 아래 길게 뻗은 주간주행등(DRL)은 마치 날카로운 눈매처럼 살아 있다. 특히 후면의 변화가 인상적이다. 기존의 통통한 뒷모습은 탄탄하게 정리됐고 사자 엠블럼 대신 '3008'만 새겨 넣은 모습은 럭셔리스포츠카를 연상케 했다. 주차장에서 시동을 걸지 않고 바라보기만 해도 '차 예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문을 열면 다시 한 번 놀라게 된다. 운전석 앞을 가득 채운 21인치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는 푸조가 많은 고심을 했구나라는 느낌을 준다. 테두리는 날카롭고, 시인성은 우수하다. 송풍구가 디스플레이와 일체감 있게 이어져 있어 운전석을 감싸는 느낌을 준다. 이번 모델에서 가장 반가웠던 건 옵션이다. 통풍시트, 오토홀드, 전동식 트렁크까지 모두 기본 탑재됐다. 또한 마사지기능까지 장착되어 있어 장시간 운전 중에도 등과 허리 통증이 없었다. 기어 노브가 스티어링 휠 옆으로 옮겨간 것도 인상적이다. 손을 살짝 뻗기만 하면 닿는 위치라 직관적이다. 2열은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패스트백 루프라인을 감안하면 헤드룸과 레그룸은 꽤 여유롭다. 뒷유리 상단 '고양이 귀' 구조 덕에 180CM 성인 남성도 머리가 닿지 않는다. 다만 리클라이닝이 불가능한 점은 장거리 이동 시 다소 아쉬웠다. 본격적으로 주행에 나서면 푸조가 그동안 비판받았던 부분을 얼마나 신경 썼는지 느껴진다. 1.2ℓ 퓨어테크 가솔린 엔진과 48V 스마트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조합은 생각보다 매끄럽다. 시동을 걸면 거의 모든 구간에서 전기 모드로 출발한다. 시내 주행 시간의 절반 이상을 엔진이 꺼진 상태로 달릴 수 있을 정도다. 신호대기 중 소음이 거의 없고, 출발 반응도 빨라졌다. 이전 푸조 특유의 '답답한 반박자 늦은 가속'은 사라졌다.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전기모터가 부드럽게 엔진을 깨워낸다. 합산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28.7kg·m는 수치상 평범하지만 체감은 다르다. 중저속 구간에서는 충분히 경쾌하고, 고속도로에서도 안정적이다. 특히 코너링이 훌륭하다. 빠르게 돌아나가도 차체가 쏠리지 않는다. 프랑스차 특유의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하체 세팅이 돋보인다. 브레이크 반응도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기본으로 회생제동이 설정되어 있어 초반에 약간 급하게 멈추는 느낌을 받았지만 금세 적응됐다. 특히 정체 구간과 고소주행에서 감속이 매끄러워 안정감을 받았다. 복합연비는 공인 기준 14.6km/ℓ 지만 실제 11일간 약 900km를 주행하며 기록한 수치는 평균 15.2km/ℓ였다. 시내와 고속도로에서 스포츠 모드로 가속 테스트도 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도 연비는 만족했다. 푸조 3008은 단순히 외모만 바꾼 차가 아니다. 디자인, 주행, 효율성, 편의사양까지 전면적인 변화를 이뤘다. 프랑스 특유의 감성은 그대로 살리되, 한국 소비자가 원하는 실용성과 합리성을 적극 반영했다. 가격은 알뤼르 트림 4490만원, GT 트림 4990만원으로 8년 전과 동일하다. 전동화 기술과 고급 사양을 모두 얹고도 동결된 가격이다. 11일간의 시승을 마치며 느낀 건 단순했다. 푸조는 이제 더 이상 "디자인은 좋은데 주행은 아쉽다"는 브랜드가 아니다. 이제는 "예쁘기까지 한 차, 잘 달리는 푸조"로 불러도 될 듯하다. 프랑스 감성과 실용주의가 제대로 섞인, 오랜만에 반가운 수입 하이브리드 SUV다. /이승용기자 lsy2665@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