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먼저vs협상부터'…朴대통령 "속이 타 들어가는 심정"(종합)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기약없는 입법 지연으로 기업들이 2008년 대규모 금융 위기 수준의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여야가 한치의 물러섬 없는 힘겨루기에 몰두하고 있다. 상대편이 먼저 포기할 때까지 끝을 향해 달리는 이른바 '치킨게임'에 돌입한 여야는 '법안+선거구획정' 연계냐, 분리냐를 두고 제2라운드에 돌입했다. 네탓 공방에 나선 여야의 뒷짐지기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혁·경제활성화가 무기한 표류하고 있다. ◆불신 팽배한 여의도…등 돌린 여야 2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핵심 법안 통과 후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구 획정이 우선돼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여당은 선거구 획정을 먼저 통과시키면 더민주가 쟁점법안을 모른 척 할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더민주는 여당이 선거구획정을 빌미로 쟁점 법안을 계속 연계할 것이라는 불신을 갖고 있다. 게다가 더민주가 지난달 29일 여야가 합의한 본회의를 파기하면서 협상 전망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법안 논의는 차치하고 여야가 "사과먼저, 협상부터"를 놓고 갈등을 벌이는 까닭이다. 새누리당은 협상을 전면 거부한 채 직권상정에 사활을 걸고, 더민주는 원론적인 주장만하는 데다 정의장까지 여야 합의가 전제돼야 직권상정을 할 수 있다고 고집하면서 여의도가 꼬일대로 꼬인 형국이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민주가 아무리 좋은 공약을 내놔도 합의를 파기하고 적반하장식 태도로 신뢰를 저버린다면 어떤 국민도 더민주의 공약을 믿지 않을 것"이라며 "(총선) 공약을 발표하기 전에 합의 파기에 대한 대국민 사과부터 하는 게 순리"라고 본회의 합의을 깬 야당을 정면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경제 살리기에 동의하는 모양새가 되면 반정부 세력에 밉보여 총선에서 불리해질까봐 29일 본회의를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게 더민주"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더민주 이종걸 원내대표는 "선거법을 먼저 처리하고 합의한 (법안)내용을 동시에 같이 처리하자고 (새누리당에) 간곡히 호소한다"며 "이것은 선후의 사항도 선악의 사항도 아니고 국회의 의무로, 선거법을 처리하자는 주장을 마치 민생을 뒷전으로 미루자는 주장으로 왜곡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전날 유일호 경제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조속한 경제입법을 촉구한 것과 관련해서도 "'기승전국회', '기승전법(法)'의 논리가 반복되고 있다"며 "야당 탓을 하기 전에 기존의 법률로 제대로 일 좀 해보시라"고 정부를 겨냥하기도 했다. ◆朴대통령, 법안 지연 상황 '강력 성토' 박근혜 대통령은 이 같은 국회 모습에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갈 지경"이라면서 "일하고 싶다는 청년들의 간절한 절규와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진 부모세대들의 눈물,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애가 타는 업계의 한숨이 매일 귓가에 커다랗게 울려 퍼지고 있다"고 정치권을 향해 강력 성토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21분에 걸친 모두 발언을 통해 원샷법과 노동법,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 국회에 계류된 18개 법안의 내용과 필요성을 일일이 나열하며 조속한 처리를 재차 촉구했다. 이 같은 성토는 최근 수출 등의 각종 경제지표가 고꾸라지는 등 경제위기에 대한 경고등이 강하게 울려퍼지는 가운데 경제 체질 변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 국회의 법안 처리를 재촉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박 대통령은 정부가 핵심적으로 추진한 30개 경제활성화법안 가운데 아직 처리되지 않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언급, "보건의료의 공공성을 훼손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한 사실인데도 근거 없는 이유로 법안 처리를 지연시키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지난해 말에 일몰로 효력을 상실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처리가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경고했다. 박 대통령은 "과거 IMF 위기 때 경험했듯이 제 때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수많은 중소 협력업체와 소중한 일자리가 사라지고 말 것"이라며 "금융기관의 부실이 늘어나고 지역경제, 나아가 국가경제 전반에 커다란 충격은 물론 그 대가를 국민 모두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어려운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도록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4대 개혁의 완수를 통해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도약시키는 교두보를 마련하는데 쉼 없이 뛰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