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캐나다·뉴질랜드·태국·베트남·호주 등 연쇄 양자회담… 캐나다와는 비밀정보보호 협정 합의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을 계기로 캐나다·뉴질랜드·태국·베트남·호주 5개국과 연쇄 양자회담을 가졌다. 특히 캐나다와는 안보·국방 협력 파트너십'을 공식화하고 군사·국방 비밀정보보호 협정에 합의했다. 5개국과 양자회담을 가진 이 대통령은 이날 저녁 마지막으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처음으로 양자회담을 했다. 이 대통령의 첫 양자회담 일정은 한-캐나다 정상회담이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캐나다의 초대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한 바 있다. 이번 카니 총리의 공식 방한으로 5개월 만에 양국 정상이 상호 방문하게 됐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북 경주의 한 호텔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만나 "국제 질서가 매우 복잡하고 여러 가지 위기 요인이 있지만, 함께 협력해서 슬기롭게 이겨나가고 서로 도와가면서 함께 이겨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캐나다는 단순한 우방국을 넘어서서 동맹에 준하는 핵심 우방국"이라고 평가했다. 카니 총리는 "한국은 특히 캐나다에 있어 아주 중요한 파트너"라며 "오늘 이 자리는 저희가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효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역 관계도 중요하고, 국가 간 협력도 증대되고 있다. 문화적 차원의 교육도 더 증대되고 있기 때문에 아주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카니 총리는 정상회담에 이어 오찬을 갖고 안보·국방, 경제 안보, 에너지 공급망, AI, 핵심광물, 문화·인적교류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캐나다 해군은 현재 60조원 규모의 초대형 잠수함 사업을 발주한 상태다. 회담 이후 양국 정상은 '안보·국방 협력 파트너십'을 공식화하고 군사·국방 비밀정보보호 협정에 합의하는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날 양국은 '한0케나다 안보·국방 협력 파트너십' 수립을 공식화했다. 캐나다가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와 이 분야 파트너십을 맺고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후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주 국제미디어센터(IMC)에서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와 양자회담을 갖고 양국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데 합의했다. 격상 문서에는 양국 외교장관 회담을 연례 개최하고, 차관보급 전략대화 출범 등 고위급 교류를 활성화하며, 경제안보대화를 정례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우리나라가 의장국을 수임 중인 '핵심광물안보파트너십'(MSP)에 대한 뉴질랜드의 가입 의사 표명과 이중과세방지협정 개정, 양국 간 남극협의 출범, 재난관리 협력각서 체결, 과학기술 공동연수 등도 포함됐다. 앞선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럭슨 총리는 양국 간 경제적·인적 협력을 강화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중단·축소·폐기로 이어지는 비핵화 로드맵을 비롯한 우리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도 럭슨 총리의 공감과 지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6·25 전쟁 당시 뉴질랜드가 파병한 점, 그리고 FTA 이후 경제·문화·사회 분야 교류가 많아진 점을 언급하며 "총리님 방문을 계기로 대한민국과 뉴질랜드가 지금보다 한 단계 더 높은, 정말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고 의지하는 관계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럭슨 총리는 "양국은 서로에게 매우 중요한 국가이며 서로 공동의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며 "이미 수십년째 이렇게 하고 있지만, 오늘을 계기로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구축해 나감으로써 앞으로 더욱더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의 사후 브리핑에 따르면 비공개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뉴질랜드에 가서 꼭 낚시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럭슨 총리는 이에 대해 "앞서 당선 축하 총화를 할 때 낚시를 좋아한다는 이 대통령의 말이 인상적이었다"면서 "경주 APEC의 성공적인 개최를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이 세 번째로 만난 상대는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였다. 경주 APEC 정상회의장에서 열린 비공개 회담에서 아누틴 총리는 "한국 뷰티와 성형 의술, 관광·문화 등에 대한 태국 국민의 관심이 대단히 높다"면서 "나도 한국에 가는 김에 성형을 해볼까 했더니 '다시 태어나는 게 더 나을 듯 하다'는 답을 들었다"고 농담을 해 좌중에 웃음을 자아냈다고 강유정 대변인은 전했다. 이 대통령이 네 번째로 만난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에게 "베트남은 정말 서구 열강들의 무력 점거 시도를 정말 지난한 투쟁을 통해 막아낸 정말 위대한 국가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은 연평균 성장률이 7%에 가까울 정도로 압도적인 성장을 하고 있는 중인데, 대한민국도 베트남의 성장 발전에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새롭고 큰 협력 관계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끄엉 주석은 지난 8월 방한한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의 안부 인사를 전하며 APEC의 성공적 개최를 축하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양국이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 파트너로서 서로 잘 일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비공개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끄엉 주석에게 베트남의 뛰어난 치안 상황을 언급했다. 이에 끄엉 주석은 "베트남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의 수가 연간 460만명에 달한다"고 화답하며 양국 관계의 돈독함을 강조했다고 한다. 다섯 번째로 앤소니 알바니지 호주 총리와 양자회담을 가진 이 대통령은 알바니지 총리와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너무 자주 만나는 것 같다"며 농담을 건넸다. 이어 모두발언에서도 "우리 총리님은 너무 자주 봬서 아주 친한 이웃집 또는 가까운 친구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호주는 과거에도 많은 협력 관계를 맺어 왔지만 이 복잡해진 국제환경 속에서 앞으로도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할 부분이 많을 것"이라며 "이번 방문을 계기로 우리 총리님의 역할도 더욱 커질 텐데, 정말로 각별한 한-호 관계가 맺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알바니지 총리는 초대에 감사를 표하며 "(이 대통령이) '너무 자주 뵙는 것 아니냐'는 말씀을 주셨는데, 사실은 앞으로 더 자주 봬야 할 것 같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호주는 우방국으로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하고 있고, 앞으로는 경제적으로 양국 관계를 더 끈끈히 하고 싶다"고 밝혔다. 알바니지 총리는 오후에 포항 포스코 제철소를 다녀왔다면서 "포스코는 호주에 있어서 단일 기업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고객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포스코가 호주에서 수출한 금액이 180억달러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철강 분야에 협력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우리 기업들이 호주에서 리튬과 핵심광물, 희토류 분야에 큰 투자를 한다며 "이런 핵심광물들도 앞으로 세계에 있어서 전 세계 경제의 동력으로 작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호주는 대한민국과 함께 설 것"이라며 "특히 북한의 침공과 위협에 맞서 함께 하겠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의 사후 브리핑에 따르면 비공개 회담에서 알바니지 총리는 "지금껏 한국 정상이 호주 의회에서 연설한 적이 없다"면서 이 대통령이 호주를 방문해 의회 연설을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