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코앞…역대 한국영화 개막작 살펴보니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코앞…역대 한국영화 개막작 살펴보니 전 세계가 주목하는 국제적인 영화제 '부산국제영화제'가 올해로 22회를 맞았다. 드디어 내일 개막을 앞둔 가운데 영화제의 문을 여는 개막작은 초미의 관심작이 아닐 수 없다. 올해 개막작인 '유리정원'은 영화제를 통틀어 8번째 한국영화 개막작이다. 첫 한국영화 개막작이었던 '박하사탕'을 시작으로 예술성과 화제성을 모두 겸비한 한국영화 개막작을 정리해봤다.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들의 공통점은 그 해 가장 주목할만한 한국영화라는 것. 1996년 영화제가 시작된 이래로 개막작은 작품성과 화제성을 고루 겸비한 작품들로 선정돼왔다. 22편의 작품들 중 역대 한국영화 개막작은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4회)을 시작으로 배창호 감독의 '흑수선'(6회), 김기덕 감독의 '해안선'(7회), 김대승 감독의 '가을로'(11회), 장진 감독의 '굿모닝 프레지던트'(14회), 송일곤 감독의 '오직 그대만'(16회), 장률 감독의 '춘몽'(21회), 그리고 올해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까지 총 8편이다. ◆박하사탕 영화 '박하사탕'은 5.18 사건을 피해자의 입장과 시선이 아니라 국가시스템과 부당한 명령에 의해 으스러진 가해자의 입장으로 바라본 작품. 시간 역순으로 흘러가는 시퀀스 배치로 인해 왜 지금 그 인물이 망가져버렸는지, 1980년 그때 당시의 공포를 섬세하게 짚어나간다. 가장 잘 알려진 장면은 기찻길 철로 위, 다가오는 기차 앞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를 외치는 영호의 절규. 영화는 주인공에게 어떤 사연이 있었는지 과거로의 여행을 시작한다. 영화 속 배우 설경구와 문소리의 폭발적인 연기력이 빛을 발한다. 작품은 대종상 영화제 최우수 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 여우조연상, 신인남우상 총 5개 부문을 수상하고, 칸영화제 감독 주간 선정을 받는 등 국내외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았다. ◆흑수선 80년대 한국 영화계를 이끈 배창호 감독의 액션 스릴러로 이미연, 안성기, 이정재, 정준호 등 화려한 캐스팅과 한국전쟁이 남긴 액션과 역사적 사실을 절묘하게 다룬 선 굵은 연출이 호평을 받았다. 정체 모를 노인의 시신(양달수)이 한강 위로 떠오르고, 사건을 파헤치는 오형사(이정재)는 퍼즐조각같은 단서들을 짜맞추면서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한 마디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6,25 전쟁의 비극이 드러나는 형식이다. ◆해안선 김기덕 감독의 영화에 배우 장동건이 출연한다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해안선'은 군사보호구역 내에서 발생한 사건을 소재로 인간의 광기와 사회의 허위의식을 고발하는 내용을 그렸다. 줄거리는 이렇다. 남들 노는 시간에 홀로 훈련에 열중하며 간첩을 잡겠다는 각오에 찬 강상병(장동건). 어느 날 밤 군사경계지역 안에서 술이 취한 채 위험한 정사를 벌이던 두 남녀가 강상병의 야시경에 잡히고, 강상병은 총을 쏘아대기 시작한다. 간첩을 죽인 상으로 포상 휴가까지 받게 되지만, 민간인을 죽였다는 사실을 깨달은 강상병은 점점 난폭한 행동을 하다가 마침내 정신적인 장애를 앓게 된다. ◆가을로 로맨스 멜로 장르를 표방한 '가을로'의 모티브는 삼풍백화점 참사다. '사랑의 상실'이라는 보편적인 슬픔의 공감대가 현실의 비극을 품으면서 동시대성을 지닌 차별화된 로맨스 멜로를 빚어내 호평을 받았다. 영화는 백화점 붕괴로 목숨을 잃은 '민주'라는 공통분모를 가슴에 품고, 서로를 치유하며 새로운 희망을 쌓아가는 현우와 세진의 인연을 담아내는 데 주력한다. 여전히 그날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을 생존자들, 한순간에 혈육을 잃어 버린 유가족들의 슬픔을 오롯이 증언한다. ◆굿모닝 프레지던트 장진 감독의 코미디 '굿모닝 프레지던트'는 세 명의 대통령의 에피소드를 모은 옴니버스식 영화로 현실의 정치를 풍자하기보다는 '인간적인 대통령'의 상을 보여주는 일종의 판타지다. 배우 장동건의 코믹한 연기 변신과 장진 감독의 한층 밝은 유머, 우리사회의 불만을 영화적 판타지로 승화했다는 점 등이 관객을 극장으로 걸음하게 했다. ◆오직 그대만 이 작품은 마음의 문을 굳게 닫고 살아가던 전직 복서 철민(소지섭)과 서서히 시력을 잃어가는 텔레마케터 정화(한효주)의 러브 스토리를 그렸다. 소지섭은 복서로 변신해 거친 남성미를 보여주었고, 한효주는 스크린을 통해 첫 멜로 연기를 펼쳐 당시 관심을 끌어모았다. '오직 그대만'은 맥스무비에서 벌인 사전 예매 이벤트에서 예매를 오픈한 지 14분만에 전 좌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춘몽 배우 한예리와 양익준, 윤종빈, 박정범 세 명의 감독이 출연한 흑백영화 '춘몽'은 작은 술집을 운영하면서 전신마비 아버지를 둔 젊은 여자와 주변의 세 남자 이야기를 그렸다. 한 여자를 가운데 두고 벌어지는 너무 다른 세 남자의 독특한 사랑 방식이 관심을 모았다. ◆유리정원 영화 '유리정원'은 베스트셀러 소설에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 그리고 슬픈 비밀을 그린 작품이다. 칸,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수상한 신수원 감독의 신작이자 문근영 배우의 스크린 복귀작으로 많은 관심을 모았고 이에 온라인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영화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독보적인 소재와 치밀한 전개와 더불어 감성적인 화면과 공감 가는 메시지로 색다른 미스터리 드라마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예정이다. 이에 부산국제영화제 기간 동안, 연출을 맡은 신수원 감독과 문근영, 김태훈, 서태화, 박지수, 임정운 등 출연배우들이 부산을 찾아 관객들을 만난다. 이들 감독과 배우는 12일 저녁 영화의 전당에서 열리는 개막식과 13일 오후 3시 30분 하늘연극장 상영 후 GV행사, 15일 오후 3시 해운대 오픈토크 무대에 참석해 영화를 기다리고 있는 많은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는 10월 25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