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상법 개정안 통과되면 외국계 헤지펀드 '먹튀' 우려 커진다.
감사위원 분리선임,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이 담긴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외국계 헤지펀드가 10대 기업 상당수의 감사위원과 이사 자리를 장악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주요 기업에 이들 헤지펀드가 불순한 의도를 갖고 접근할 경우 시세차익을 실현한 뒤 '먹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14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상법 개정안이 통과돼 감사위원 분리 선임제도가 도입되면 헤지펀드 등 외국계 투자기관이 연합할 경우 공기업과 금융기관을 제외한 매출액 상위 10위 기업 중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기아차, SK이노베이션, 현대모비스 등 6곳의 감사위원을 모두 선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도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감사위원은 기업당 3~5명 수준이다. 상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삼성전자 등은 총수와 임원 등 내부자, 전략적 투자자, 연기금 등 국내 기관 투자자의 의결권을 모두 합해도 외국 투자자의 의결권 지분에 미치지 못한다. 삼성전자의 경우 내부자, 전략적 투자자, 국내기관 등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29.7%다. 하지만 감사위원 분리선임제가 적용되면 비중은 17.5%로 떨어진다. 반면 외국 투자자 의결권 지분은 도입 전후 상관없이 28.7%다. SK 역시 이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관련 지분이 56.2%에서 15.6%로 뚝 떨어지게 된다. 한화, 롯데쇼핑도 사라지게되는 의결권 지분이 40% 이상이다. 의결권 제한 규정에 따라 지분의 30% 이상을 손해보는 곳이 10대 기업 가운데 6곳에 이른다. 반면 외국기관 투자자의 경우 6곳은 의결권 변동이 없고 나머지 네 곳의 의결권의 변동 폭도 2%에 미치지 않을 정도로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 김윤경 부연구위원은 "감사위원 선출 등에서 의결권 대결이 이뤄지면 대주주 등 국내 투자자들은 3% 의결권 제한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집중투표제 역시 외국계 투자기관의 이사회 진출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특정 후보에게 표(의결권)를 몰아줄 수 있는 제도다. 한경연은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10대 기업 가운데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등 4곳에서는 외국 기관이 연합할 경우 이들이 선호하는 이사가 무조건 한 명(감사위원 제외) 선임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경연 신석훈 기업연구실장은 "최근 헤지펀드들은 대상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소지분만 확보하고 자기 사람 한두명을 이사회에 진출시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헤지펀드들은 이를 통해 회사의 주요 자산이나 사업을 매각하도록 해 주가를 끌어올려 차익을 취하는 전략을 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