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찾는 소비자에 가격 경쟁력 앞세운 PB가전 ' 고공행진'
1~2인 가구의 증가와 고물가 장기화로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자체브랜드(Private Brand·PB)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에 가전업계에서도 소형 가전뿐만 아니라 대형 가전까지 다양한 PB 제품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닐슨아이큐(NIQ)를 통해 오프라인 소매점 약 6500곳의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2023년 3분기까지 약 1년간 국내 PB 상품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1.8%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소비재 시장이 1.9% 성장한 것에 비하면 약 6배 높은 수치다. PB 상품은 유통업체가 제조사와 공동으로 기획·개발해서 자사 점포에만 출시해 판매하는 '자체 브랜드'상품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제조 상품은 제조 업체에서 상품을 기획 및 생산하면 중간 업체를 거쳐 최종 유통사로 상품을 납품하게 되는 구조다. PB 상품은 중간 과정의 마케팅·유통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으므로 소비자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될 수 있다. 가전양판업체 롯데하이마트는 2016년 자체 브랜드인'하이메이드'를 론칭한 이후, 소형 가전부터 냉장고·TV·세탁기 등 수요가 높은 대형 가전까지 제품군을 꾸준히 확대해 왔다. 특히 지난 5월 출시한 20만 원대 냉장고 '싱글 원'은 출시 2주 만에 초도 물량 3000대가 완판되는 등 PB 가전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현재 하이메이드는 약 80개 품목, 500여 종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매출은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약 5년간 연평균 20%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에서 하이메이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1%대에서 지난해 11월 말 기준 4%로 증가했다. 최근에는 비교적 고가인 PB 대형 가전의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1∼6월 롯데하이마트의 세부 카테고리별 판매량 순위에 따르면, 벽걸이 에어컨(6평 이하), LED TV(32인치 이하), 세탁기(12㎏ 이하) 부문에서 하이메이드 제품이 '톱5'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과거에도 PB 상품이 잘 팔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번처럼 에어컨·TV·세탁기 등 대표적인 대형 PB 가전이 동시에 판매량 상위에 오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PB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진행 중"이라면서 "앞으로 PB 시리즈를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마트는 2016년 자체브랜드 '일렉트로맨'을 출시한 이후, 3년이 채 되지 않아 20만 대 이상의 판매 실적을 달성했다. 현재도 와인 냉장고, 선풍기, 에어프라이어, 스마트TV 등 다양한 대소형 가전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성 가전보다 3~40% 저렴한 QLED 스마트 TV(65인치)가 1만 대 넘게 판매됐으며, 2~30만원대 TV 제품들도 준수한 판매 실적을 거두며 매출을 견인했다. 특히 일렉트로맨 선풍기는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부터 5만대 물량 중 75% 이상이 판매됐다. 전자레인지와 에어프라이어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60%, 100% 증가하며 판매량 호조를 보였다. 또 다른 가전양판업체인 전자랜드도 지난 2008년 자체 브랜드인 '아낙'을 론칭하고 안마의자부터 TV, 선풍기, 서큘레이터, 커피메이커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출시했다. 현재는 지난 2020년 무선 청소기를 출시한 이후 신제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PB 제품보다 오프라인 매장을 리뉴얼하거나 신사업 발굴에 더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PB 사업을 중단한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혜민기자 hyem@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