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과 8000원 사이…너무 먼 2020년 최저임금 勞 vs 使 '꿈'
복귀 사용자측, 올해 대비 4.2% 삭감 주장해 1만원 주장 노측과 2000원 격차…줄다리기 기업 부담능력 감안등 제도개선도 도마 올라
노사 접점 못찾을 땐 예년처럼 공익위원 손에 '1만원과 8000원 사이.' 2020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최저임금위원회 논의가 궤도에 오른 가운데 경영계를 대표하는 사용자위원과 노동계를 대표하는 근로자위원이 8000원과 1만원을 각각 주장하고 나서 최종 합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사용자위원은 최근의 경제상황과 지난 2년간의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들어 올해 최저임금(시간당) 8350원보다 4.2%를 낮춰 제시했다. 반면 근로자위원은 일찍부터 1만원을 고수하고 나섰다. 이는 올해 대비 19.8% 올리자는 것으로 지난해(16.4%)와 올해(10.9%) 인상률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하반기경제정책방향에서 '하반기 집중관리 10대 과제'로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포함시켜 노동계의 추가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기업의 부담능력 등을 최저임금 산정시 감안해야한다며 그동안 경영계가 꾸준히 주장했던 내용을 정부가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내년 최저임금에 대한 노·사의 제시액 격차가 2000원으로 극심한데다, 결정구조 개편 등을 놓고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최저임금 문제가 또다시 대한민국을 두 갈래로 나눠놓고 있는 모양새다. 4일 최저임금위원회 등에 따르면 위원회는 전날에 이어 이날 새벽까지 제8~9차 전원회의를 개최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오는 9일 오후에 다시 전원회의를 열어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 논의키로 했다. 그러면서 박준식 최저임금위원장은 9일 10차 전원회의 전까지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측에 각각 수정안을 제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위원회는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으로 각각 구성됐다. 공익위원은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해 주로 학계가, 사용자위원은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이, 근로자위원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등이 각각 포함돼 있다. 지난달 26일 열린 5차 전원회의에서 퇴장했다 전날 8차 전원회의에 복귀한 사용자위원이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깎아야한다면서 제시한 근거는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속도 및 높은 수준 ▲높은 최저임금 미만율과 영향률 ▲실물경제 부진 심화 ▲중소·영세기업과 소상공인 어려움 가중 ▲취약계층 고용 부진 지속 등이다. 경영계의 최저임금 삭감 요구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처음이다. 근로자위원측은 발끈하고 나섰다. 근로자위원 일동은 이날 별도로 낸 성명서에서 "사용자위원들이 제시한 삭감안은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부정하고 저소득, 비정규 노동자들을 우롱한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삭감안을 제시한 사용자위원들은 '저소득 노동자의 보호'라는 최저임금의 제도적 가치와 헌법적 가치를 부정한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 제도 개선도 강력하게 요구했다. 사용자위원 일동은 "30여 년간 유지돼온 최저임금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한다"면서 "업종, 규모, 지역에 따라 경영환경, 물가 수준 등이 다양해진 점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구분적용해야한다"고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에 대해 3~4일 열린 8~9차 전원회의 중 별도로 운영위원회를 열어 관련 내용을 논의했지만 양측이 제출한 안건을 검토하는 수준을 넘지 못했다. 이에 대해서도 근로자위원측은 "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사용자위원들은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흔드는 발상을 즉각 멈추고 시대정신에 맞는 상식선의 최저임금안을 들고 협상장에 나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경영계가 주장했던 내용을 일부 받아들여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 등을 하반기 경제정책의 주요 과제로 삼았다. 기재부는 앞서 발표한 정책 방향에서 "2020년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함께 경제·고용 영향·부담 능력, 시장 수용성 등이 종합 고려돼 합리적 수준에서 결정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대통령직속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이날 개최한 '최저임금, 국민에게 듣는다' 토론회에서 나온 최저임금 인식 조사 결과 자료에 따르면 내년 최저임금에 대해 임금근로자들은 '인상'을, 자영업자 등은 '동결' 의견이 많았다. 임금근로자의 경우 37%가 '동결'에 찬성한 가운데 인상의 경우 '1~5% 미만' 31%, '5~10% 미만' 18%, '10% 이상' 13%로 각각 집계됐다. 반면 자영업자들은 61%가 '동결'을 주장했고, 인상 땐 '1~5% 미만' 20%, '5~10% 미만' 8%, '10% 이상' 8%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