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쓴 맛보고도 보란듯이 재기에 나선 中企 '2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기술력과 집념만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고배를 마신 후 재기를 다지는 회사들이 여기에 있다. 누구는 믿는 도끼에 발등이 찍혔다. 누구는 남보다 빨랐다가 오히려 득보다 실이 컸다. 하지만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실패를 딛고 일어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두 회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술유출로 피해 입었던 나노픽시스, 이젠 원천 기술로 '글로벌 승부' 전북 전주에 본사를 두고 있는 나노픽시스. 2010년에 설립된 나노픽시스는 5년간의 끈질긴 연구개발 끝에 세계 최고 수준의 은나노와이어 기술을 개발했다. 2014년 말엔 '금속 나노와이어 및 이의 제조 방법'으로 특허청에 특허등록도 마쳤다. 은나노와이어는 단면 지름이 1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의 극미세선으로 터치패널용 필름, 화학감지용 센서, 2차 전지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쓰이는 첨단 신소재로 불린다. 그동안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필름을 만들기 위해선 인듐주석산화물(ITO)이 주로 쓰였다. 하지만 희토류인 ITO는 매장량이 한정돼 있어 대체재가 절실했다. 이런 가운데 신성처럼 떠오른 나노픽시스가 우수한 전도성을 갖고 있고 광학적 특성도 ITO 대비 뛰어난 은나노와이어 기술을 개발, 미국과 일본 등의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반열에 올라선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복병이 찾아왔다. 기술이사로 근무하던 임원이 핵심기술을 빼돌려 회사를 차리고 미국 기업과 합병까지 하면서 나노픽시스에 막대한 피해를 입힌 것. 나노픽시스는 관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그동안 정부지원금 등 100억원 가량을 투자했지만 순식간에 물거품이 될 상황에 직면했다. 이용상 대표(사진)는 "몇 년을 고생해 개발한 기술을 눈뜨고 미국계 회사로 빼앗기는 것 같아 그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기술유출사건을 인지한 경찰과 검찰이 나서 관련자를 구속하는 등 법적 조치를 취해 기사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됐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사건을 공모하고 실제 행동에 옮겼던 최모씨와 이모씨는 새로 세운 회사에 수 년간 나노픽시스의 합성기술개발일지, 은나노와이어 분산액 제조기술, 코팅액 관련 정보, 거래처 등 핵심정보를 유출시킨 것으로 경찰과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법원은 또 나노픽시스가 미국계 회사를 상대로 낸 생산 및 판매 금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기술 유출 관련한 내용이 업계에 알려지면서 거래처들로부터 제품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지난해까지 추락한 매출이 올해는 기술유출 이전 매출엔 못미치겠지만 꽤 성장할 것으로 보이고, 기술유출 상처가 완전히 아무는 내년엔 더 큰 매출이 기대된다"고 전했다. 나노픽시스는 서서히 본 궤도에 올라 2019년께면 24억원 가량의 매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어바웃웨어, 너무 앞선 기술로 사업 실패 뒤 재기 성공 세계 최초로 '3D 양발 키오스크 스캐너'를 개발한 올어바웃웨어는 시장을 너무 앞서나가 실패를 맛본 케이스다. 올어바웃웨어 박정훈 대표(사진)는 33세 때인 2009년 스타트업을 차렸다. 컴퓨터그래픽을 활용한 가상현실(VR)과 데이터 사업이 주 아이템이었다. 하지만 타깃으로 삼았던 가구업체들이 사업을 이해하지 못했다. 시기상조였다. 한 때 연 15억원 가량하던 매출은 곤두박질쳤고, 3년만에 수 억원의 빚을 지고 회사 문을 닫아야 했다. 박 대표는 어린 나이에 자존감을 잃고 자금난까지 겪으며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그러다 우연히 경남 통영 죽도에 있는 재기중소기업개발원에 발을 디뎠다. 그 후 한 달간 배고픔을 견디며 명상과 치유를 통해 재기를 다졌다. 섬에서 육지로 돌아온 그는 3D 스캔과 데이터 기술을 활용하는 지금의 올어바웃웨어를 창업했다. 그 때가 2015년 가을이다. 정부의 '재도전 성공 패키지' 사업에도 참여해 '3D 양발 키오스크 스캐너'를 개발, 우수 기업으로 선정되는 영광도 얻었다. 박 대표는 "기존 3D 스캐너는 데이터 측정 따로, 화면 따로 불편함이 많고 데이터 공유도 한계가 있었지만 우리가 개발한 기술은 3D 스캔을 활용해 인체 치수를 측정,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맞춤 신발, 수제화 주문제작, 안창 등 다양한 제품을 효과적으로 제조할 수 있도록 해 준다"면서 "특히 인체 관련 데이터가 쌓일 수록 응용범위는 무한정 넓어지고, 무엇보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오픈 정책을 펴 보다 저렴하게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한 예로 현재 올어바웃웨어가 계약을 맺은 에스콰이어 매장에서 고객이 발을 3D 키오스크 스캐너로 측정하면 향후 온라인으로 주문시에도 자신의 발치수나 형태에 꼭 맞는 신발을 구입할 수 있다. 이는 응용범위가 매우 넓어 인체 곳곳에 맞는 제품으로 무한 확장이 가능하다. 실제 올어바웃웨어는 앞서 론칭한 'FIND SHOES' 브랜드에 이어 의류(FIND CLOTHES), 장갑(FIND GLOBES), 모자(FIND HATS) 등의 브랜드도 추가로 선보일 계획이다. 박 대표는 "많은 고객들의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사업은 무궁무진하게 넓혀나갈 수 있다. 외부투자를 적극 유치해 관련 시스템 보급을 더욱 공격적으로 하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