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5%대, 10개월 만 깨졌다…원자재 상승 "불안 요인 남아"
2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대로 떨어졌다. 5%대 고물가가 이어져 온지 10개월 만이다. 전기와 가스, 수도 등 공공요금 인상에도 농축산물 가격, 석유류 등 휘발유 가격 상승세가 크게 꺾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는 가정 하에 향후 물가는 이 같은 둔화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 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0.38(2020=100)로 1년 전보다 4.8% 올랐다. 상승 폭만 보면 지난해 8월(5.7%), 9월(5.6%), 10월(5.7%), 11월(5.0%), 12월(5.0%), 올해 1월(5.2%)까지 5%대 물가가 유지되다 2월 들어 4%대로 하락했다. 열 달만에 물가 상승률이 5%대를 밑돌았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등 먹거리 물가가 1.1% 상승에 그치며 물가 하락세를 견인했다. 농산물 가격은 1.3% 오르는데 그쳤다. 풋고추(34.2%), 양파(33.9%), 파(29.7%), 오이(27.4%) 등 채소류는 올랐지만, 토마토(-14.8%)와 딸기(-7.8%), 사과(-6.9%) 등 과일류와 쌀(-8.1%) 등은 내려갔다. 특히, 축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2.0% 하락했다. 국산 쇠고기(-6.1%), 수입 쇠고기(-5.2%) 등이 내린 영향이다. 최근 대형마트 등 축산물 할인 행사가 진행되면서 2019년 9월(-0.7%) 이후 3년 5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는 게 통계청 설명이다. 기름값 인하도 물가 하락세에 영향을 줬다. 석유류 가격은 전년대비 1.1% 하락했다. 2021년 2월(-6.3%) 이후 2년 만에 내려갔다. 휘발유(-7.6%), 자동차용 LPG(-5.6%) 등이 내렸고, 경유(4.8%), 등유(27.2%) 등이 올랐다. 반면,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1년 전보다 28.4% 상승했다. 전기료(29.5%), 도시가스(36.2%), 지역 난방비(34.0%) 등의 인상으로 2010년 1월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식 등 개인 서비스 물가는 전년대비 5.7% 올랐다. 생선회(7.8%) 등 외식 물가가 7.5%, 외식 외 서비스 물가가 0.7% 각각 상승했다. 전세(1.6%), 월세(0.6%) 등이 오르면서 집세도 1.1% 상승했다.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5.5% 상승했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신선식품지수는 전년보다 3.6% 올랐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최근 외식 등을 포함한 개인 서비스 상승률이 소폭 둔화됐다"면서도 "중국 경제 활동 재개로 국제 원자재 상승 움직임이 있어 물가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는 이작 물가 불안 요인이 남아있지만 특별한 외부 충격이 없다면 향후 물가는 둔화 흐름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소비자물가동향 발표 후 "2월 소비자물가가 10개월 만에 4%에 진입하는 등 잠시 주춤하던 물가 둔화 흐름이 재개되는 모습"이라며 "다만, 물가 수준이 높아 민생 부담이 큰 만큼, 물가 둔화세가 가속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추 부총리는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 기조 하에 최대한 안정적으로 관리해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며 "주요 먹거리 가격 안정을 위해 정부도 식품 원재료 관세 인하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업계에서도 인상 요인을 최대한 흡수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