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취학 철회' 제대로 매듭 지어야…장관 사퇴로 무마해서는 안 돼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전날 사퇴에도 교육계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의 전면 철회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사실상 중단'이라는 입장을 표했다. 교육계는 박 부총리의 재임 기간 동안 논의된 정책들에 대한 갈무리와 조속한 후속 조치를 요구하는 입장이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만 5세 취학 학제 개편안에 대해 한 사람의 사퇴로 매듭지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가 책임을 통감하고 교육 현안의 처리 지연을 막기 위해 후속 조치를 하루빨리 실행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박 부총리의 사퇴 직후 "만5세 초등 입학, 외고 폐지 등 현장이 공감하지 않는 정책은 공론화 등으로 불필요한 갈등을 유발할 게 아니라 즉시 철회해야 한다"며 "정부는 교육 갈등과 공백을 초래한데 대해 무겁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밝혔다. 교육 현실을 무시한 현장과 소통·공감 없는 정책, 교원을 소외시키고 개혁 대상으로 여기는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으며 거센 반발과 갈등만 초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권정윤 성신여대 유아교육과 교수 겸 한국 4년제 유아교사 양성대학 교수협의회 회장도 "만 5세의 초등학교 조기 취학은 학부모들에게 있어서 부담 경감이 아니라 가중화"라며 "이번 학제 개편안은 오로지 경제 논리에만 맞춰 아이들의 즐거운 삶과 정상적인 성장을 희생시키는 정책"이라고 강조했다. 박 부총리의 이번 자진 사퇴는 만 5세 취학 내용이 담긴 학제 개편안, 외국어고 폐지 등으로 교육계의 불신을 샀던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풀이되면서 사실상 경질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은 9일 "박 부총리의 자진 사퇴는 사실상 경질이라는 것이 대다수 언론의 분석"이라며 "참으로 불행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나아가 자진 사퇴 형식 자체를 지적하는 의견도 나온다. 정의당 이동영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의 관점에서 모든 문제를 다시 점검하고 잘 살피겠다'고 말했다면, 자진사퇴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단호하게 경질했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박 부 총리의 낙마는 김인철 전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임명 전 스스로 물러난 데 이어 두 번째 사례다. 교육계는 34일 만에 교육 수장을 잃고 다시 혼란에 빠졌다.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더 늦기 전에 인사 참사의 원인 제공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며 "박 부총리 한 사람으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면 국민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낙마는 반도체학과, 학부 증원, 교육교부금 개편 등 굵직한 이슈들을 묻히게 한 만큼 교육계 현장에 불거진 불신을 만회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장 차관은 9일 국회 교육위원회 교육부 업무보고에 참석해 "'만 5세 초등입학' 정책을 계속 고집하거나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이 자리에서 폐기한다는 말을 하긴 어렵지만,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학제 개편안이 중단된 모양새지만 현장에서는 '철회 시사'가 아닌 '즉시 철회'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교육계는 반도체학과 학부생 증원, 교육교부금 개편과 같이 시급하게 처리해야 되는 현안들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해결되지 못하고 발만 구르는 실정이다. 또 새학기를 앞두고 방역·행정 업무 등 교육 수장의 부재로 인한 공백도 우려된다. 교총은 "곧 다가올 새 학기 코로나19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며 "분명한 방역지침 마련과 조기 학교 안내, 교사가 교육에 전념하도록 정부 차원의 방역인력 확보·지원, 실효성 없는 방역 업무 및 행정 폐지 등 학교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신하은기자 godhe@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