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 최대 실적 남기고 떠난다
사상 최대 실적을 눈앞에 두고도 신한라이프를 이끌던 이영종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다. 통합 법인 안정화와 'TOP2 도약'을 내걸고 생명보험업계 판도를 흔든 성과에도, 신한금융은 '성과의 질'과 '새로운 리더십'을 이유로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 5일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임기 만료를 앞둔 4개 자회사 가운데 신한라이프와 신한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를 교체하기로 했다. 신한라이프 신임 사장 후보로는 천상영 신한금융지주 그룹재무부문 담당 부사장이 이름을 올렸다. 진옥동 회장은 이날 자경위에서 "조직관리와 인재 육성 책임자로서 CEO의 역할, 절대적 이익이 아닌 성과의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직의 새로운 변화와 함께 현재 추진 중인 내부 혁신을 완수하겠다는 의도다. 숫자만 놓고 보면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의 성과는 분명하다. 신한라이프의 최근 3년간 순이익은 2022년 4494억원, 2023년 4724억원, 2024년 5284억원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14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늘어 이미 지난해 연간 실적에 근접했다. 이 같은 실적을 바탕으로 신한라이프는 업계 '빅3' 구도를 흔드는 존재로 부상했다. 이영종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TOP2를 향한 질주, 밸류업 투게더(Value-Up Together)!'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2위권 도약을 공식화했다. '고객 편의성 제고,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영업 경쟁력 혁신, 지속 성장을 위한 투자 성과 확대'라는 세 축을 내세우고, 내부적으로는 생보사 간 순위 경쟁에 불을 지폈다. 실적의 바탕에는 포트폴리오 전환과 체질 개선 전략이 있었다. 신한라이프는 저축성 상품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IFRS17(보험 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보험계약마진(CSM)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동시에 금리 변동성이 커진 환경에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3분기 누적 투자손익을 전년 대비 약 50% 가까이 끌어 올리는 등 수익 구조를 다변화했다. 영업 전략도 공격적이었다. 이 사장은 영업전략회의를 통해 설계사(FC)와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을 축으로 한 영업 경쟁력 혁신을 주문했다. GA 조직을 별도 본부로 격상하고 지원 기능을 정비해 생산성과 질을 동시에 관리하는 방향으로 채널 운영 방식을 바꿨다. 이런 맥락에서 천상영 후보의 발탁은 '성장 이후의 선택'이란 해석이 따른다. 1969년생인 천 후보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 신한은행에 입행해 지점장, 신한카드 글로벌사업본부장, 신한금융지주 경영관리·원신한지원 본부장 등을 거친 재무·전략통이다. 2020년대 들어선 지주 그룹재무부문 담당 부사장(CFO)으로서 자본정책과 사업 포트폴리오 관리 전반을 맡아왔다. 지난해부터는 신한라이프 이사회에도 참여해 회사 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해온 인물로 꼽힌다. 진옥동 2기 체제가 천 후보에게 부여한 과제는 뚜렷하다. 단기 실적과 외형 성장을 이영종 체제가 어느 정도 만들어 놓은 만큼, 앞으로는 자본 효율성, 위험 기반 수익 구조, 디지털·헬스케어 등 신사업에서의 질적 성과를 끌어올려 '비은행 1등 계열사'로서 입지를 굳히라는 주문에 가깝다. 자경위는 "새 리더십을 통해 질적 성장을 추구할 시점"이라며 "천 후보가 재무·경영관리 분야 전문성을 살려 신한라이프를 더 탄탄한 회사로 업그레이드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주형기자 gh471@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