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결산 금융 지도]④위기 때 더 빛난 금융CEO의 경영철학
"모두가 두려워할 때가 탐욕을 부려야 하며, 모두 탐욕을 부릴 때 공포를 느껴야 할 순간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식시장이 초토화 되었을 때 주식시장에 뛰어든 워렌 버핏은 이 같이 말했다. 금융위기로 일시적 부침을 겪을 수 있지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제회복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철학은 비단 투자에만 허용되지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저금리, 저성장 등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최고경영자(CEO)의 금융철학에 따라 미래 경쟁력도 달라질 수 있다. 올해 금융지주사 CEO는 비금융분야를 중심으로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 분주한 1년을 보냈다. ◆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금융생태계 구축" 신한금융은 보험과 카드계열사의 순이익이 크게 증가하면서 리딩뱅크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저성장 추세에도 신한생명은 모바일 간편 서비스로 고객편의성을 높인 점이, 신한카드는 결제플랫폼을 통해 소비와 자산관리, 맞춤 혜택을 제공한 점이 실적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실적은 조용병 회장의 금융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앞서 조 회장 상생의 선순환을 위해 금융이 필요하다며,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금융생태계 구축을 주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의 쏠(Sol)앱에는 금융업무 외에도 라이프·플랫폼 메뉴를 구성해 클래스, 여행, 야구, 부동산, 의료비 등 금융 외 비금융분야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올해 조 회장은 '룬샷 (LoonShot) 조직'을 가동해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사비 바칼의 저서 명칭인 룬샷은 '미친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꾼다는 의미다. 룬샷조직은 본부장금 추진단장과 실무자를 포함해 총 30명으로 구성된다. 기존 금융플랫폼을 뛰어 넘는 다양한 사업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를 하나로 연결시켜 네트워크 효과를 창출해 나가겠다는 포석이다. 신한금융의 올해 3분기 디지털 채널 영업수익은 3426억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연간 3688억원을 기록했던 디지털 채널 영업수익은 올 3분기 누적 9044억원으로 증가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 "ESG경영 주력"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금융이 직원·주주·고객에서 더 나아가 사회와 환경까지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 회장이 추진하는 ESG 경영은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ment)의 약자로, 다소 포괄적인 경영개념이다. 탈(脫) 석탄 경영, 남녀평등 직장문화, 사회공헌, 금융소비자 보호, 지배구조 개선 등 광범위한 내용이 포함된다. 이를 위해 KB금융은 'ESG위원회'를 신설해 그룹차원의 ESG 경영을 추진 중이다. ESG위원회는윤 회장을 포함한 사내이사 2인과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다. 지난 8월에는 2030년까지 그룹의 탄소배출량을 2017년 대비 25% 감축하고 ESG상품 투자·대출을 20조원에서 50조원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KB그린웨이(Green Way) 2030'을 발표했다. 9월에는 기후변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KB금융의 모든 계열사가 참여하는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아울러 KB금융은 KB스타터스를 통해 ESG와 디지털 라이프 분야 등의 스타트업 육성도 확대하고 있다. 하반기 KB스타터스는 21개 기업을 선정하고 입주공간과 회계·법률·특허 등 다양한 분야의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 육성된 기업은 지난 9월기준 총 111개사로 KB금융과의 누적 업무제휴 건수는 146건, 누적 투자액은 395억원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한국판 뉴딜·기업지원 확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모두의 행복을 위해 금융이 필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기업이 경제주체인 동시에 시민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인 만큼 금융지원을 통해 함께 성장하고 행복해져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하나금융은 사회적 금융실현을 위해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부의 한국판 뉴딜에 적극적이다. 우선 디지털 뉴딜을 위해 인프라 구축사업에 집중 투자하고, 친환경 산업과 저탄소·분산형 에너지 확산을 위한 사업에 투자한다. 이를 위해 하나금융은 지난 6월 두산그룹과 업무협약을 맺고 풍력, 수소 연료에너지 등 그린에너지 산업에 금융지원을 약속했다. 비은행 부분의 지원을 강화해 그린뉴딜과 관련한 대규모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하나대체투자와 하나벤처스를 통해 시중의 유동자금이 생산과 혁신에 투자될 수 있도록 시장조성자 역할을 한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비대면 서비스 강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금융이 소비자에게 더 편리하고 안전하게 제공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현실적으로 필요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된 지난 3월 이후 인터넷 무역금융 실행, 모바일 전세·신용대출 서비스 등 비대면 상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인터넷 무역금융 실행 서비스는 금융권 최초로 인터넷뱅킹에서 고객이 직접 무역금융 대출을 실행할 수 있는 상품이다. 영업점을 거치지 않고 실시간으로 대출이 진행된다. 모바일 전세 대출인 '우리WON전세대출'은 모바일로 한도조회와 최대 2억2000만원 이내의 임차보증금 8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핀테크 기업을 직접 인수하거나 타 업종과 적극적인 디지털 협업을 추진하는 등 과감한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을 통해 외부 협력도 강화했다. ICT 기업과 연계한 인공지능(AI) 전문가 양성 과정에 직원을 파견하는 등 내부 역량 강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