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감당 못해"…채무조정-개인파산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실직·폐업 등을 이유로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19 여파가 길어지면서 재기가능성 마져 꺾인 사람들이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는 것. 이 경우 자금을 빌려준 금융기관까지 부실이 이어질 수 있어 파산자나 한계가계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채무조정제도는 채무를 정산 상환하는 것이 어려운 취약계층 채무자를 대상으로 채무 부담을 줄이고, 경제적 자활을 돕기 위한 제도다. 채무조정제도에는 주로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속채무조정 ▲프리워크아웃 ▲개인워크아웃과 법원의 ▲개인회생 ▲개인파산이 있다. 신용회복위원회·법원 채무조정제도/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제도 이용 급증 13일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신복위에 신규로 신용회복을 신청한 인원은 9만 8005명이다. 전년 동기(9만540명) 대비 8.24% 증가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신복위에서 3개월 이상 연체해 개인워크아웃을 신청한 인원은 7만 5574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1~3개월 미만 단기 연체로 프리워크아웃을 신청한 사람은 1만7363명이었다. 연체 30일 이내에 채무조정을 할 수 있는 신속채무조정에는 5068명이 몰렸다. 신속채무조정은 은행, 카드사, 저축은행 등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렸다가 연체가 생긴 지 30일 이하 이거나 연체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는 사람이 신청할 수 있다. 특히 신속채무조정은 올해 1분기 1175명에서 2분기 1920명, 3분기 1973명으로 급증했다. 신속채무조정의 경우 실직, 휴직, 폐업, 질병 등 불가피한 이유로 상환능력이 감소해야 신청할 수 있는 점으로 비춰봤을 때 코로나19 장기화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재기 가능성마저 꺾이며 법원의 개인파산을 신청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는 것. 법원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 파산신청은 총 4만1257건으로 전년 동기(3만7954건) 대비 3303건 늘었다. 개인파산신청은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되던 5월 이후 5월 4031건, 6월 4894건, 7월 4897건으로 급증했다. 통계청 '한국의 사회동향 2020' 보면 지난 5월 일반 국민 중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임금이 줄었거나 일자리를 잃은 경우가 50%에 달했다. 법원의 개인회생과 개인파산은 안정적인 소득(중위소득 60%)유무에 따라 갈린다. 일자리가 없어 소득의 일부로 빚을 갚아나가는 회생 대신 단 한 번의 빚잔치로 끝내는 파산 신청이 많다는 설명이다. 개인파산 신청 현황/법원통계월보 ◆개인파산 직행시 은행 부실위험↑ 일각에선 이들의 채무조정이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금융기관은 대출만기 및 이자상환 유예조치 등으로 실제 부실 여신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금융기관이 사전적으로 부실을 예측해 충당금을 적립하고 있지만, 유예조치가 끝나는 시점에 경기회복이 더뎌 상황이 악화될 경우 부실위험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코로나19 이후 금융기관이 유예조치에 따라 만기연장한 금액은 총 115조4000억원이다. 시중은행이 77조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정책금융기관은 36조6000억원, 제2금융권 1조1000억원 순이다. 더구나 차주들이 신복위의 프리워크아웃 등을 이용하지 않고 개인파산으로 직행할 경우 은행의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신복위의 프리워크아웃이나 법원 개인회생의 경우 차주로부터 매달 일정금액을 변제금액으로 받을 수 있지만, 개인파산은 차주의 남아있는 채무를 0원으로 만들기 때문에 은행입장에선 모두 손실로 처리된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코로나19 위기를 넘기면 재기가 가능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득절벽으로 한계에 몰린 사람들에겐 당장은 실물 지원이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면서도 "정부가 파산자나 한계가계 구성원이 재기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유리기자 yul115@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