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조직개편 박차…핵심은 '디지털강화·소비자보호'
금융권이 연말 인사와 함께 전방위적 조직개편에 나서 눈길을 끈다. 몇 년 전부터 대대적으로 추진해오던 디지털 역량 강화에 더해 금융소비자보호 영역이 새롭게 강조된 점이 눈에 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시중은행들은 디지털 기반 고객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조직을 재편하고 있다. 우선 KB국민은행은 기존 IT인력을 현업 업무에 전진 배치해 유기적인 협업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IT그룹장 및 디지털그룹장을 각각 부행장급으로 격상시켜 조직에 힘을 실었다. 상품에 대한 전문성도 강화한다. 국민은행은 고도화된 고객맞춤형 상품의 출시 및 관리를 위해 '비대면 상품·서비스 기획 개발 운영 기능'을 디지털금융그룹에서 각 상품그룹 (개인고객그룹, 중소기업고객그룹)으로 일원화했다. 우리은행은 '은행 안에 은행(Bank in Bank, BIB)'체제를 통해 디지털금융그룹을 별도 조직으로 운영한다. 디지털 금융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도록 조직의 역량을 키우겠다는 복안이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우리은행의 디지털금융그룹은 예산과 인력 운영, 상품 개발 등에 있어 독립적인 권한을 갖게 된다. 디지털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핀테크 기업과 오픈 API 기반의 전략적 제휴 등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KEB하나은행은 고객에게 최적화된 디지털 기반 금융 포트폴리오 및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투자상품서비스(Investment Product Service, IPS) 본부를 신설한다. 본부는 하나금융경영연구소·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하나금융융합기술원과 협력해 데이터 기반의 고도화된 하우스 뷰(House-view)를 도출하고, 자산배분위원회와 금융상품위원회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예정이다. 주요 카드사 중에서는 신한카드가 먼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신한카드는 신용카드 중심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벗어나,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미래형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이번 개편안에 담았다. 이를 위해 신한카드는 온·오프라인을 망라한 소비생활을 연결하는 '페이먼트 플랫폼'·최적의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멀티 파이낸스'·데이터와 디지털을 연결한 수익창출과 연구개발(R&D)을 담당하는 '라이프 인포메이션' 그룹 등 회사 비전의 3대 사업라인 중심으로 사업 그룹을 재편하고, 혁신금융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마케팅 랩(LAB)을 신설했다. 금융소비자 보호영역의 강화도 이번 조직개편에서 새롭게 떠오른 중심 과제다. 하나은행은 기존 겸직 체제로 운영되던 소비자보호그룹 그룹장과 손님행복본부 본부장을 독립 배치해 금융소비자보호를 한층 강화했다. 또한 이번에 신설된 투자상품서비스본부 아래 투자전략부 및 손님투자분석센터를 두어 리스크관리의 독립성을 확보했다. 하나은행은 이를 통해 상품에 대한 사전·사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은행 역시 내년 초 단행될 조직개편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가 중요하게 다뤄질 전망이다. 지난 23일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및 우리은행장이 전국 영업본부장 회의를 통해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배상에 최선을 다할 것을 주문한 만큼, 향후 조직 개편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이 적극적으로 고려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카드 또한 금융소비자 보호 및 사회적 공헌(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ESG) 등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전담 조직을 신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오픈뱅킹 등으로 영업 경쟁이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 금융산업에서, 중장기적으로 고객의 만족을 최대화할 수 있을 미래형 사업 포트폴리오를 추진하기 위해 적극적인 조직개편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