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당신의 퇴직연금은 안녕하십니까] 유치경쟁 치열…법안은 제자리
2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을 선점하려는 은행, 증권 등 금융사의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정부가 오는 2022년부터는 모든 기업의 퇴직연금 제도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퇴직연금 시장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그러나 퇴직연금 수익률은 1%대에 그치는 등 바닥을 치고 있다. 정부는 낮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개선하기 위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등을 추진 중이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퇴직연금 시장 200조…고객 잡아라 1일 정치,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개정을 통해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추진하고, 중소·영세기업에는 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지난 2017년 기준 50.2%에 불과한 퇴직연금 가입률을 높이고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을 대폭 늘리겠다는 것이 정부가 내놓은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의 골자다. 또 2022년부터는 모든 기업의 퇴직연금 제도 가입이 의무화된다. 정부의 이 같은 제도 개선으로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 말 190조원 수준을 기록했고, 지난해 상반기에는 200조원을 돌파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강자는 은행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금융권역별 퇴직연금 적립 비중은 은행사가 50.6%, 생명보험사가 22.7%, 증권사가 19.4%, 손해보험사가 6.1%, 근로복지공단이 1.1%로 은행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퇴직연금 운용관리 수수료를 내리면서 기존 고객을 잡고 신규 고객을 유치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 저조한 수익률 대신 수수료를 낮춰 고객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반대로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기 전 고객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자산관리 역량을 발휘해 높은 수익률과 분리과세, 세액공제 등 세제 혜택을 앞세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실제로 2018년 실적배당형 비중은 금융투자가 18.7%로, 은행(9.4%), 생명보험(5.2%), 손해보험(1.2%) 등을 크게 앞선다. ◆ 겉도는 퇴직연금 법안…자동 폐기 위기 정부가 퇴직연금 수익률 개선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시행되지 못하고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국회가 연일 파행을 거듭하면서 퇴직연금 법안 통과가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사업장 내 노사·전문가로 구성된 별도의 기금운용위원회(수탁법인 이사회)를 설립해 퇴직연금을 관리하도록 한 제도다. 매년 성과를 평가하고 같은 업종 내 사업장끼리 연합하면 연금기금처럼 '큰손'이 되는 만큼 운용사 간 수익률 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는 게 도입 취지다. 은행이나 보험, 증권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가 아닌 전문 위탁기관과 계약을 맺는 구조다. 외부 투자전문 기업 또는 기관 등 운용 위탁사에 퇴직연금 투자를 맡기면서도 노동자가 직접 연금 관리와 운용에 직접 개입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이 제도가 시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법안은 정부 입법으로 지난해 4월 발의됐으나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은 지난해 20대 마지막 정기국회에서도 제대로 논의조차되지 못했다. 만약 올해 2월 임시국회 때까지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면 해당 법안은 내년 5월 20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자동 폐기된다. 200조원 규모의 퇴직연금 시장이 표류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병욱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퇴직연금의 존재 이유인 근로자의 노후소득보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등의 도입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퇴직연금 사업을 추진하는 금융기관의 선제적 투자와 역량강화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