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산업간 노동이동 경직성 심화…GDP 끌어내렸다
2010년 이후 산업간 노동이동 경직성이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저생산성 산업에서 고생산성 산업으로의 노동이동이 감소했다는 얘기다. 이는 산업 전반의 노동투입 효율을 낮추고 생산성을 저하시키면서 국내총생산(GDP)도 일부 잠식시켰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이 30일 발간한 조사통계월보 '산업간 노동이동 경직성의 거시경제적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이후 고생산성·저생산성 산업간 노동의 대체탄력성은 2000년대 평균 3.5에서 1.4로 낮아졌다. 2000년대 평균의 약 40% 수준으로 하락한 것이다.
대체탄력성은 산업간 노동의 대체성을 나타낸다. 직업탐색 비용, 산업간 이동 비용, 이직을 위한 직업능력개발비 등 직접적 비용과 이동에 따른 불확실성, 기회비용 등 관찰되지 않는 비용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대체탄력성이 떨어졌다는 것은 산업간 노동이동 제약이 더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경제의 산업간 노동생산성(임금) 격차는 지속적으로 확대됐다. 제조업,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노동생산성은 빠르게 향상된 반면 저부가가치 서비스업의 생산성 제고는 제한적이었다. 임금 격차는 커진 반면 고생산성 산업으로의 노동이동은 오히려 감소했다.
산업간 노동생산성 격차 확대에도 불구하고 제조업, 고부가가치 서비스업 등 고생산성 산업으로의 노동이동은 오히려 감소했다.
전통적 경제이론에 따르면 산업간 임금 격차는 저생산성 산업으로부터 고생산성 산업으로 노동력이 이동하면서 임금 격차가 해소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론과 달랐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 산업별 취업자수 비중은 제조업 16.9%, 금융·IT서비스 5.9%, 기타서비스 60%로 2010년(17.0%, 6.2%, 57.5%)과 크게 변하지 않았다.
반면 2017년 노동이동 비중은 제조업 19.4%, 금융·IT서비스업 4.6%, 기타서비스업 64.5%로 2010년 대비 제조업은 4.1%포인트, 금융·IT서비스는 1.1%포인트 감소했다. 기타서비스업은 9.7% 증가했다.
노동이동 경직성이 커지는 이유는 고생산성 산업에서의 자동화 등에 따른 일자리 대체 등으로 노동수요가 둔화되고, 기술습득비용 등 고생산성 산업으로의 노동이동 비용 상승으로 노동공급도 제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빠른 기술진보, 기술고도화로 전반적인 기슬습득비용이 상승한다"며 "정보화의 가속으로 직업탐색, 입사지원 과정의 비용은 줄어들었으나 고생산성 산업의 채용감소, 관련 전공의 신규 노동시장 진입자와의 구직경쟁 심화 등으로 실질적 구직 비용 부담은 증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성 고용률 상승, 맞벌이 가구 증가 등은 배우자의 지리적 이동을 제약할뿐더러 이동에 따른 기회비용도 상승시킨다"면서도 "노동수요 감소가 '고생산성 산업으로의 노동이동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산업간 임금 격차 확대' 현상은 설명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특히 노동이동의 경직성은 산업간 생산요소의 효율적 배분을 저해함으로써 경제 전체의 노동생산성 향상을 둔화시키고 성장잠재력을 잠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2002~2010년 대비 2011~2018년 평균 국내총생산은 실제 34.9% 증가했지만 노동이동 경직성이 없었다고 가정할 경우 37.8%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됐다. 국내총생산이 약 3%포인트 증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노동이동의 경직성 심화는 산업간 임금 격차를 확대시키고 노동 배분의 비효율을 야기한다"며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하락 시켜 결과적으로 해당 기간의 국내총생산을 잠식하는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 구조변화가 진전됨에 따라 노동이동 비용은 향후에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노동이동 제약 완화를 위한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구인·구직자간 기술 미스매치(skill mismatch)가 심화되는 점을 고려해 직무 중심의 능력개발 프로그램 확대 등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