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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기업에도 찬사를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기업에도 찬사를 "한편으로 보면 이 나라 산업화를 이끈 공도 있는 것 아닌가. 민주적으로 집권해 인권탄압, 위헌적 장기집권 안하고 나라 부유하게 했으면 모두가 칭송하지 않았겠나."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에 가서 '당신의 묘소에 침을 뱉던 제가 당신의 묘소에 꽃을 바칩니다'라고 참회했다." 21대 대통령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가 대구경북지역에서 유세중 박 전대통령에 대한 소회를 밝힌 내용이다. 선거철을 맞아 후보들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다시 눈길을 끈다. 이 후보는 과오를 짚으면서도 진보진영에서는 두드러질 만큼 그의 공적을 부각했다. 김 후보는 과거엔 멸시했지만 이후 그를 존경하게 됐음을 '참회'란 말로 표시했다. 보수정당 정치인들이야 그를 극찬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런데 군부독재에 맞서 고초를 겪으며 민주화의 주역이 됐던 정당의 후보들도 이제는 물흐르듯이 그를 산업화, 경제개발, 빈곤탈피의 대부로 받드는 미사여구를 날린다. 경제개발과 민주화를 동시에 이룬 전세계 유일의 나라라는 자부심을 갖게 만든 토대의 하나여서 받아들이는 유권자들도 거의 수긍한다. 한국이 선진국에 진입하고 G10의 위상을 갖춘 지금쯤 냉철하게 짚어볼 것이 있다. 개발연대의 정치지도자에 대한 현실적 평가도 좋지만 이제는 산업화와 경제성장의 실질적 주역인 기업에 대한 평가도 좀 더 냉정하게 바뀌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과거 민주화 과정이나 이념, 체제 논쟁 시대나 그 잔상 속에 살던 때보다 지금은 훨씬 더 경제가 중요한 시절이 됐다. 오래전 민주주의 체제를 갖춘 서구나 미국처럼 우리도 선거 승패의 가르마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동시에 나라 경제의 큰 축인 대중소 기업, 그리고 기업 활동을 견인해온 근로자의 역할은 그 무엇보다 커졌다. 이 때문에 친기업적 공약은 아니더라도 기업들이 불합리한 규제의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경영활동을 하고 시장을 선도하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도록 실질적 공약을 하고 실천하는 후보를 유권자들은 바란다. 그래야 고무된 기업들이 사업보국 신념 아래 더 나은 창의성과 혁신으로 글로벌 전쟁터에서 승기를 잡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또 근로자들은 소속된 기업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데 있어 자부심을 가질 것이다. 우리 기업들이 아직도 성장 만능주의, 지배주주의 유아독존식 경영에 전적으로 빠져 있다고 보는 사람들은 이제 많지 않다. 오히려 세계 속에서 한국의 위상을 더 높이는 역할에 자긍심을 갖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다. 기업경영에 있어 실수나 잘못이 없을 수는 없다. 그 잘못을 빌미로 그동안의 공을 모두 날려 보낼 듯이 공박하지는 말아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에 대한 현실적 평가처럼 말이다. 오너가 기업 전체였던 시대도 저물어가고 있다. 잘못된 부분은 응당한 대가를 치르게 하면 된다. 사회적 이해관계가 첨예한 분야에서 기업이나 약자의 입장을 더 대변할 것도 없다.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의 성장과정에서 봤듯이 급변하는 환경에 놀라우리만치 잘 적응하며 성장해왔다. 한국경제 성장의 토대가 돼온 글로벌 경제환경은 국수주의 심화와 보호무역 전쟁 소용돌이 속에서 절망적으로 바뀌고 있다. 1% 대 나아가 마이너스 성장 상황이 낯설지 않을 만큼 성장판은 닫혀가고 있다. 이제는 기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도록 공정 인프라를 구축하고 물심양면 지지를 보내는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고 권력자가 기업인들을 불러 시장통에 데려 다니고 경제외교 한답시고 끌고 다니는 식의 행태도 지양돼야 할 것이다. 대한상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올해 국민의 기업 호감도가 56.3점으로 기준선인 50점을 3년 연속 넘었다. 2003년 첫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기업문화 개선과 윤리경영 실천, 지역사회 공헌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주요 위정자들이 기업의 역할에 한 번 더 찬사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2025-05-28 16:42:00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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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준의 부동산수첩] 지분형 주택금융은 성공할 수 있을까

한국의 통화정책에 있어 큰 걸림돌은 가계부채다. 정책대출을 늘려도 그 돈이 모두 부동산으로 쏠린다. 금융기관에 부동산 부문 신용잔액(부동산을 담보로 빌려준 돈 중 아직 회수되지 않은 금액)은 현재 약 2000조원 정도이고, 전체 민간 신용의 절반가량은 부동산 부채이다. 또 경기침체로 대출규모가 축소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만은 줄어들지 않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주주들이 주식을 사서 주가를 올려놓아도 사업이 아닌 부동산에 돈을 쓰니 자기자본수익률(ROE)은 제자리다. 투자의 타당성보다는 부동산으로서 화폐가치 하락을 상쇄하려는 것이다. 대선을 앞둔 시점, 방향성을 가늠키 어려울 때에 늘 그렇듯 서울 집값은 상승하고 있다. 진보가 정권을 잡으면 보유세가 오르지만 그 대부분이 임차인에게 전가되고, 돈을 풀면 통화가치 하락으로 명목가격이 오를테니 지금은 팔 이유가 없다. 보수가 정권을 잡으면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고, 거래를 늘려서 투자심리를 자극할테니 지금 팔지 않는다. 집 없는 서민들은 집 사기가 점점 어렵다. 규제지역인 서울에서 대출로 집을 살 때 보통 LTV가 40%라면 평균 아파트 가격인 13억중 8억은은 있어야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위원회는 지분형 주택금융을 제안했다. 집을 사는 것을 막을 수 없으니 차라리 부족한 돈은 대출이 아닌 주택금융공사가 일부 지분을 갖는 형태로 투자하자는 것이 '지분형 주택금융'의 요지다. 가령, 무주택자가 자기자본 10%만 있으면 주택금융공사가 50%의 지분을 갖고 나머지 40%를 대출받아서 집을 사는 방식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차주가 아닌 지분권자이니 이자가 아닌 지분에 대한 소액의 사용료만 받는다. 이 정책의 가장 큰 특징은 집값이 향후 하락할 때이다. 이 때는 주택금융공사의 지분 50%를 후순위로 배치해서 그 손실을 먼저 떠안는 것이 우선의 초안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정책은 여러 면에서 리스크가 있다. 첫째, 양극화를 가속할 우려다. 주택금융공사도 결국 손실의 위험이 큰 지방에는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 만약 정부가 이를 방지하기 위해 행정수도 등 지방의 공공개발에 연계하는 식으로 투자지역을 강제 또는 유도한다면 이는 정부가 나서서 투기를 부추기는 모양이 된다. 둘째, 집주인(실거주자)이 공공지분에 대한 사용료를 연체한다면 결국 지분경매로 이어진다. 그러나 어느 응찰자가 반쪽짜리 지분을 갖기 위해 그 값을 온전히 써내겠는가. 이는 은행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은행은 '회수 불확실성'을 금리에 반영하는 본능적 존재이기에 금리를 높이거나 대출 자체를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만일 이를 막기 위해 공공이 일괄매입하는 등 별도 제도를 둔다고 해도 이는 곧 공공부문의 손실로 대신한다는 뜻이다. 셋째는 매각 의사결정의 왜곡 문제가 있다. 결국 그 집을 파는 것은 10%만 투자한 집주인의 의사에 달려있다. 하락시장에서는 10%를 깎든 50%까지 깎든 후순위 지분권자인 공공이 고스란히 손해를 볼 뿐, 집주인은 손해가 없다. 게다가 집주인이 집을 반값에 파는 대신, 공공지분 없이 온전한 집을 헐값에 사는 매수인으로부터 차액의 일부를 현금으로 받는 탈법적 보상거래가 있을수도 있다. 만일 이를 위해 주택금융공사가 공동 의결권이나 매각승인제도를 둔다면, 그렇게도 호가를 안 내리던 집주인들의 담합을 오히려 공공이 대신하는 셈이다. 오르면 내 이득은 반쪽, 떨어져도 손해는 없다면 무주택자들은 어디로 움직이게 될까. 스스로 가격을 정하는 시장경제의 자정기능은 한걸음씩 늦는 듯 보여도 강력하다. 그 기능을 발휘하도록 집값안정을 막는 규제를 줄이거나, 돈이 부동산에서 스스로 빠져나오도록 다른 금융투자환경을 개선하는 것. 이를 능가하는 묘안이 될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이수준 로이에아시아 컨설턴트 대표

2025-05-26 11:44:28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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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근육통, 관절통 다스리는 '오가피'

많은 이들이 건강관리라고 하면 암과 같은 중대 질병이나 고혈압, 당뇨와 같은 성인병 예방을 우선적으로 떠올린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보면 뼈 건강 역시 주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노령 인구는 계속 많아지는데 뼈 건강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편이다. 뼈 건강은 나중이 아닌, 지금부터 시작해야 늦지 않는다. 여기에 더하여 코로나19 시대를 기점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과 관련 활동이 많아지는 상황도 주시해야 한다. 등산, 사이클, 헬스, 요가, 단체 스포츠 등 운동 관련 야외 활동이 많아지고 있는데 무리를 하거나 사고나 나서 뼈를 다치는 젊은 층 또한 크게 늘고 있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고, 뼈 건강에 좋다는 음식을 챙겨 먹는 게 우선순위이겠지만 '가시오가피'처럼 뼈에 좋은 본초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오가피나무(오갈피나무)는 두릅나뭇과의 낙엽 활엽 관목의 일종으로 2미터 정도까지 자란다. 인삼 또한 두릅나뭇과 여러해살이풀인데 오가피는 제2의 인삼이라고 불릴 만큼 몸에 좋은 본초로 오래전부터 주목을 받아 왔다. 실제로 얼핏 보면 외형이 인삼과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다. 『본초강목』에서는 오가피를 두고 "한 줌의 오가피는 한 수레에 실린 금옥보다 낫다."고 했으며, 오가피를 먹으면 장수한다고 하였다. 이도록 몸에 좋다는 오가피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난다. 그중에서도 가시가 난 가시오가피는 약효가 좋다고 알려져 있으며, 백두대간을 따라 600m 이상의 고지대에 주로 서식한다. 열매는 물론, 줄기와 뿌리 모두 약재로 활용하며 특히 뿌리의 경우 인삼처럼 사포닌 성분이 풍부하다. 오가피는 뼈와 근육 강화에 좋고, 허리가 자주 아플 때 먹으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오가피의 열매는 신경통을 일으키는 풍사를 쫓는 효능이 있다 하여 추풍사라고도 한다. 요즘과 같은 봄철에는 오가피의 순으로 나물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또한 오가피를 차로 달여 마시면 근육통, 관절통에 효과가 있으며 간 건강에도 좋다.

2025-05-26 05:36:14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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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재건축에서 ‘동일세대’ 판단기준, 주거와 생계 같이 해야

갑과 을은 부부로 주택재개발사업 정비구역 내에 주택을 공유하고 있었고, 조합원 분양신청기간에 1건의 조합원 분양신청을 했다. 갑은 단독으로 세대를 구성해 세대주로 등재돼 있었고, 을은 시아버지를 세대주로 하는 세대의 세대원으로 등재되어 있었다. 이처럼 부부가 별개의 주민등록표상에 등재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은 1개의 주택에 대한 조합원 분양신청을 할 수 밖에 없다. 도시정비법이 동일한 세대별 주민등록표상에 등재돼 있지 않더라도 부부의 경우 1세대로 보고 있고, 1세대에게는 1주택을 공급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 제2호, 제76조 제1항 제6호). 한편, 갑의 동생이자 을의 시동생인 병도 동일한 사업 정비구역 내에 별도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에 조합원 분양신청기간에 병도 단독으로 1건의 분양신청을 했다. 그러나 조합은 갑, 을, 병에게 통틀어 1개의 주택만을 분양하는 내용으로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해 인가를 받았다. 관리처분계획 기준일 당시, 주민등록상 갑은 단독으로 세대를 구성해 세대주로서 등재돼 있었고, 을과 병은 을의 시아버지를 세대주로 하는 세대의 세대원으로 함께 등재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을은 미국에 살고 있었고, 병은 대한민국에 살고 있었다. 이에 조합은 갑, 을, 병이 모두 1세대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이에 갑, 을, 병은 이러한 관리처분계획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을과 병은 실제로 함께 거주하지 않았으므로, 1세대라고 볼 수 없어 병에게도 별도로 1개의 주택을 분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수원고등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수원고등법원 2022. 6. 24. 선고 2021누13083 판결). 경기도 도시정비 조례 제26조 제2항 제2호가 '배우자와 동일한 세대를 이루고 있는 세대원'을 1세대로 보고 있다. 따라서 수원고등법원은 시동생 병이 '배우자와 동일한 세대를 이루고 있는 세대원'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배우자와 동일한 세대를 이루고 있는 세대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주민등록표 등 공부에 의하여 형식적'으로 결정돼야 하는 것이지, 실제로 함께 거주하였는지 여부로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갑, 을, 병의 손을 들어주었다(대법원 2025. 3. 27. 선고 2022두50410 판결). 을과 병은 1세대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갑, 을에게 1개, 병에게 별도의 1개의 주택을 분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수원고등법원과 달리, '1세대'에 해당하려면, "실제로 주거와 생계를 같이하여야만 한다"고 본 것이다. 을, 병이 주민등록표에 형식적으로 함께 세대원으로 등재돼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 주거와 생계를 같이하지 않기 때문에, '1세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그 이유로 '세대'의 사전적 의미는 '현실적으로 주거 및 생계를 같이 하는 사람'이라는 점을 들었다. 또한 도시정비법의 1세대1주택 원칙은 정비사업에서 투기를 억제해 사업성 저하를 방지하기 위함인데, 실질적으로 1세대 여부를 판단한다고 해서 위 취지를 해하는 바가 전혀 없다는 점도 들었다. 대법원은 조합이 1차적으로 주민등록표를 기준으로 1세대인지를 확정한 후 조합원의 이의제기, 자료 제출 등을 통해 실질적인 주거여부를 조사 및 확인하는 방식을 취한다면 신속한 사업진행에 대한 지장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았다. /이현진기자 lhj@metroseoul.co.kr

2025-05-25 09:31:50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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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83>이젠 나파밸리 아닌 파소로블스…'아메리칸 드림' 다우빈야드

<283>美 다우빈야드(DAOU Vineyards) 다들 미쳤다고 했다. 이런 산과 땅을 샀다가는 돈만 다 날릴 것이라고 했다. 다니엘 다우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파소 로블스에 와이너리를 세우겠다고 했을 때다. 그간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형 조르주 다우마저 말렸다. 나파밸리도, 소노마도 아닌 파소 로블스라니. 당시만 해도 파소 로블스는 프랑스 남부 론 품종으로 와인을 생산하긴 했지만 품질은 그닥 좋지 않았고, 그나마도 다니엘이 사겠다고 점찍은 곳은 와이너리가 전무했던 지역이었다. 설립 20년도 채 되지 않아 무려 1조원에 팔린 다우빈야드(DAOU Vineyards·이하 다우)의 '아메리칸 드림'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했다. 넵 루키치 다우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다우는 파소 로블스를 프리미엄 카베르네 소비뇽의 차세대 중심지로 끌어올렸다"며 "숨겨진 보석같은 다우의 포도밭 뿐만 아니라 파소 로블스 지역에서 예외없는 품질의 와인을 만들겠다는 비전을 실현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우는 다니엘과 조르주 다우 형제가 2007년 세운 와이너리다. 미국 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포르투갈 등 장장 8년간 전 세계 와인산지를 물색한 끝에 정착한 곳이 파소 로블스다. 먼저 파소 로블스가 어디인지 봐야 한다. 캘리포니아에서 샌프란시코와 로스앤젤레스 중간쯤이다. 다니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토양이다. 파소 로블스 안에서도 아델라이다 디스트릭트 AVA에 위치한 다우 마운틴은 캘리포니아 다른 지역과 달리 석회질과 점토가 주를 이뤘다. 보르도에서도 우아하고 숙성잠재력이 좋은 와인을 만들어내는 쌩테밀리옹과 같다. 다니엘이 당시 파소 로블스에서 모두 반대했던 카베르네 소비뇽 등 보르도 품종을 심었던 것도 그래서다. 넵 대표는 "나파밸리 대부분의 와이너리들이 좋은 와인을 만들어내는 요소로 기후가 80%, 토양을 20%로 본다면 다우는 반대로 토양이 80%로 더 중요하게 본다"며 "그래야 타닌과 산도, 당도, 미네랄 등이 양조하면서 조정한 균형이 아니라 처음부터 완벽히 균형미를 갖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파밸리와 비슷한 기후 속에서 좋은 땅을 만난 카베르네 소비뇽은 그야말로 잘 자랐다. 다우 디스커버리 카베르네 소비뇽은 내놓자마자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카베르네 소비뇽의 자리에 올랐다. 과실과 산미가 잘 균형을 이뤘고, 타닌은 벨벳같았다. 플래그십 와인인 '소울 오브 어 라이언'이 평론가들로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은 가운데 카베르네 소비뇽 100%로 만든 고가의 '패트리모니'는 나파밸리 컬트 와인을 넘어서는 것으로 평가됐다. 다우 이전에 60% 이상이 론 품종을 재배했던 파소 로블스는 이제 50% 이상이 카베르네 소비뇽을 키운다. 다우가 파소 로블스의 역사를 바꿔놓은 셈이다. 사실 진짜 아메리칸 드림은 따로 있다. 레바논 출신인 다우 형제가 내전 속에서 살아남아 프랑스와 미국에 건너간 것부터 맨 손으로 병원 시스템 IT 관련 스타트업을 만들어 미국 증시에 상장해 소위 대박을 터트린 것까지 모든 여정이 그랬다. 그래서 다우 와인에는 다우 형제는 물론 그들의 가족이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소울 오브 어 라이언'은 다우 형제가 아버지에게 헌정하는 와인이다. 사자가 힘들때나 기쁠때나 용기있게 으르렁거릴 수 있는 영혼을 가져야 한다. 아버지가 직접 선택한 자서전의 제목을 그대로 와인명으로 썼다. '소울 오브 어 라이언'은 넵 대표를 다우로 합류하게 만든 와인이기도 하다. 다우 형제를 처음 만난 자리에서 마신 이 한 잔은 다우의 가능성을 확신하게 했다. 보디가드 시리즈는 다우형제가 어머니에게 헌정하는 와인이다.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자식의 보디가드겠지만 내전을 겪은 다우형제에게는 더 각별했다. 집 앞에 떨어진 폭탄으로 혼수상태까지 빠졌던 아들들을 살려낸 어머니였다. 넵 대표는 '보디가드 샤도네이'의 레이블에 이런 스토리를 담았다. 우아하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슬픔과 우려를 담고 있는 여성이다. '패트리모니 카베르네 소비뇽'은 다우의 정점을 찍은 와인이다. 다우 내에서도 "패트리모니 이상의 와인은 만들 수 없다"고 하는 와인이다. 최상급 포도만 손으로 수확하고, 줄기를 제거해 선별기를 거쳐 페놀 함량이 일정 수준 이상인 포도만 탱크에 담는다. 페놀 수치가 높으면 와인의 구조감과 복합미가 좋다.

2025-05-22 15:49:3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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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금융사 감독과 개입 사이

최근 금융감독원이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콜옵션 행사)에 제동을 걸어 논란이다. 금감원은 자본 적정성 유지와 금융시장 안정성 등을 명분으로 롯데손보의 상환 계획을 무산시켰다. 하지만 업계에선 감독권 남용이자 금융사의 경영 자율성 침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감원은 금융사와 시장에 대한 감시자다. 기업경영에 간섭할 수 없다. 이번 사태는 감독기관이 '선택적 개입'을 통해 시장 원리에 딴지를 건다는 인식을 주기에 충분했다. 후순위채는 보험사의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을 보완하기 위해 활용되는 방법 가운데 하나다. 발행 당시 계약서에 명시된 '콜옵션'은 일정 시점 이후 발행사가 원리금을 상환할 수 있는 권리다. 시장 신뢰를 전제로 작동하는 메커니즘이다. 롯데손보는 자본 여력과 재무 구조 개선 등을 근거로 콜옵션 행사를 진행했지만, 금감원은 제동을 걸었다. 킥스 비율이 당국의 기준인 150%를 웃도는 수준임에도 '향후 건전성 우려'를 들어 상환 불가 방침을 통보한 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 지점이다. 금융당국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근거로 기업의 합법적인 계약 이행을 가로막는 것이 과연 정당한가. 롯데손보는 지난 2월 신규 후순위채 발행을 통해 콜옵션 상환 재원 확보를 계획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수요예측이 완료된 이후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고 발행은 무산됐다. 롯데손보의 콜옵션 행사 관련 계획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고 금감원은 이를 핑계로 외부에 공개한 것도 의아하다. 시장의 안정과 투자자 불안을 고려했다면 금융사 임원이나 최고경영자를 불러 주의를 주거나 컨설팅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자본시장 전체에 '콜옵션 불이행 가능성'이란 부정적 신호를 보내 투자자들의 불안을 키웠다. 후순위채는 고위험 상품이지만 발행사의 콜옵션 신뢰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은 일정 수준의 예측 가능성을 전제로 투자한다. 금감원이 개입해 콜옵션 행사를 차단한다면, 이는 곧 향후 후순위채 발행 자체에 대한 투자자 불신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금감원이 동일한 문제에 대해 다른 잣대를 적용한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과거 일부 대형 보험사의 후순위채 조기상환은 무리 없이 승인된 반면, 롯데손보의 경우에는 유독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제동을 걸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작년 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무저해지보험(일정 기간 동안 보험계약자가 해지할 수 없거나 해지 시 환급금이 거의 없는 보험상품) 관련 회계모형 논란이다. 금융당국은 예외모형과 원칙모형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고 안내했지만 사실상 원칙모형을 권고하는 분위기였다. 대부분의 보험사가 원칙모형을 따랐지만 롯데손보는 예외모형을 택했다. 이때부터 롯데손보는 '미운털'이 박혔다. 보험사 간 형평성 문제와 감독의 일관성 부족은 시장의 혼란을 키운다. 이번 콜옵션 행사 제동 사태는 금융당국의 전반적인 '보험사 규제 강화 기조' 속에서 이뤄졌다. 자본확충 수단을 억제하면서도, 지급여력 비율은 높게 유지하라는 식이다. 중소형 보험사의 영업환경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감독기관은 시장 원리를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 또 기업의 재무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순리다. 금융시장은 예측 가능성을 요구한다. 감독기관은 법적 근거와 명확한 기준에 기반한 조치를 통해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전 차단'이나 '불허 통보' 방식은 1차원적이다. 롯데손보의 후순위채 조기상환 제동은 단지 하나의 사례가 아니다. 향후 보험사 전반의 자본정책과 시장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통제의 권위보다 시장의 신뢰를 생각해야 한다. /금융부장 bluesky3@metroseoul.co.kr

2025-05-22 07:20:49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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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청맹과니'] 오른 손이 한일

2층에서 떨어진 사람과 10층에서 떨어진 사람 중에 누가 더 크게 다치겠는가? 당연히 10층에서 떨어진 사람이 더 크게 다친다. 이것은 당연한 물리 법칙이다. 그런데 사람 사는 인생에서도 이 법칙은 똑같은 적용된다. 큰 부자일수록 가난해지면 더 고통 받게 되고, 선량하다고 믿었던 사람의 비리가 밝혀지면 대중은 더 크게 분노하게 된다. 높은 곳일수록 떨어질 때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탈무드에서는 '바닥에 엎드려 있으면 넘어질 일이 없다. 마찬가지로 너무 높이 오르지 않으면, 높은 곳에서 떨어질 일도 없다.'고 했다.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발단은 금년 초에 백대표가 빽햄의 할인율을 부풀려 보이게 하는 유튜브 방송을 하면서 시작되었다. 이어서 빽햄의 돼지고기 함량이 도마에 오르고, 과일맥주의 함량 논란, 지역축제의 위생관리 논란, 원산지 표기 논란 등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2019년의 '못난이 감자'사건을 돌이켜 보자. 당시 감자 값이 폭락해서 농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런 고통스런 상황에서도 못난이 감자는 상품성이 없어서 버려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었다. 방송에 출연한 백대표는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렸고, 정부회장은 '제값 받고 팔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고 화답했다. 이 사연이 알려지자, 소비자들은 기쁜 마음으로 마트를 찾았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가슴 따뜻한 사람들이 많았고, 30톤 물량의 못난이 감자는 단 이틀 만에 다 팔렸다. 이 사건은 '우리 사회는 얼마든지 위기에 빠진 이웃을 도울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백대표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금까지 대중들은 백대표를 선한 사람으로 인식했다. 못난이 감자사건이나, 골목식당에서 자신의 노우하우를 전수해 주는 모습은 분명 선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백대표가 할인율을 부풀려 보이게 하려는 모습을 보인 순간, 선한 이미지는 위선적인 이미지로 바뀌었다. 그리고 선한 이미지가 컸던 만큼, 실망과 분노도 컸다. 너무 높은 곳에서 콘크리트 바닥으로 떨어진 셈이다. 백대표가 여러 차례 사과를 했지만, 비난의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는다. 백대표는 3개월만 기다려 달라고 한다. 그러나 과연 대중의 분노를 3개월만에 가라앉히는 것이 가능할까?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더본코리아가 백종원 대표의 선한 이미지에 많이 의존한 브랜드라는 것을 생각하면, 해결방법은 한 가지 뿐이다.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선행을 차곡차곡 쌓는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떠들썩하게 선행을 광고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한 행동은 다시 10층으로 올라가는 꼴 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1년이 되든, 2년이 되든, 10층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바닥에서 꾸준히 선행을 쌓고, 이런 선한 영향력이 조금씩 대중들의 마음을 녹여나갈 때, 이 문제는 해결될 것이다. 성경 말씀에 '오른 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이 있다. 이 말은 위선적인 선행을 하지 말라는 뜻이다. 어쩌면 이 말 속에는 '선행을 여기저기 알려서, 10층까지 올라가려고 하는 것은 지극히 위험하다.'는 것을 경고하는 가르침이 숨어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른손이 한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는 것은 스스로를 지키는 방어수단인 것이다. 김준형 칼럼니스트(우리마음병원장)

2025-05-21 11:01:09 구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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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소외된 문화예술 공약

제21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의 분야별 공약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대선 공약은 향후 5년간 대한민국의 국가 운영을 결정짓는 청사진이라는 점에서 그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하다. 경제, 외교, 국방, 산업, 정치 등 그 어느 것도 소홀 할 수 없다. 국가 정체성을 규정짓는 문화예술 또한 의미 있게 다뤄져야 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번 대선에선 문화예술과 관련된 약속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일례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공약에서 문화예술 관련 내용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정당 홈페이지에 게재된 '10대 공약'과 선거관리위원회가 배포한 선거공보엔 기업하기 좋은 나라, 과학기술이 우대받는 나라를 비롯하여 일자리 창출, AI·에너지 3대 강국 도약 등 다양한 약속이 나열되어 있지만, 문화예술 비전이나 계획은 명시적이지 않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대통령'(이준석), '진보 대통령'(권영국)을 표방하면서도 언제나 새롭고 진보적인 문화예술은 배제시키고 있다. 문화예술 분야를 상대적으로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이는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다. 역시 정당 홈페이지와 선거공보에 등록된 자료를 살펴보면, 이 후보는 1.33% 수준의 문화예산을 대폭 늘린다는 것과 K-콘텐츠 문화수출 50조 원 달성, OTT 등 K-플랫폼 육성, 예술인 창작비 지원, 창작공간 확충, 콘텐츠 기술개발(R&D)과 같은 문화예술 생태계 조성 및 인프라 구축을 위한 여러 구상을 제시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특히 문화예술 인재 양성과 지원제도 확대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전문 조직 설립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예술 창작과 연구, 교육, 유통 등 각 단계별 맞춤형 지원체계를 명료히 하고 문화예술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염두에 둔 조치로 풀이된다. 추구 가치의 현실 구현의 일환인 셈이다. 물론 이 후보의 공약도 섬세하다고 보긴 어렵다. 미술만 해도 그렇다. '표현의 자유'와 같은 기본 권리는 여러 창구를 통해 확인되지만 국립근대미술관 건립,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복지)청' 승격, 문화다양성위원회 설립,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제 폐지, 예술인금고 설치, 독립기획자와 비평가에 대한 현실적인 창작 대가 기준 마련 등, 예술(미술)인들이 시급하다 여기는 것들은 아직 비가시적이다. 다만 전국민 생애주기별 인문학 교육 활성화처럼 문화기본권에 대한 이 후보의 철학적 고민을 엿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문화예술은 한 사회의 본질이면서 구성원들의 삶과 역사를 담는 그릇이다. 국민의 가치관 형성과 세대 간 연대, 통합을 가능케 하는 매개요,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을 뛰어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며 미래 성장 동력이기도 하다. 더구나 문화예술은 다원화된 현대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해소하고 통합을 이끌어내는 강력한 언어다. 이뿐 아니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국력이 군사력과 경제력을 축으로 했다면, 오늘날의 사회에선 이미지와 이야기와 같은 매력 자본이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이른바 문화예술 기반의 '소프트 파워'가 외교력의 핵심인 것이다. 이와 같은 사실을 고려할 때,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에 문화예술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국민 삶의 질, 경제 생태계, 국가 브랜드, 다음 세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하고도 유일한 분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제로써의 문화예술은 고사하고 다짐마저 누락된 대선은 정치적 수단에만 의존하는 서사 부재의 정치현실을 드러낼 뿐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05-20 10:56:43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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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방황하지 않는자 길 잃을 것이리라

필자가 오래 전 정신병동에 출근한 첫날, 병동을 둘러 보던 중 한 입원한 할머님 환자 한 분이 필자에게 노쇠한 목소리로 질문을 하셨다. "젊은이 여기 화장실이 어디있어요?" 그래서 아주 친절하게 할머님을 화장실까지 안내해 드렸다. 열심히 근무해야 하는 의무감 이전에 노인을 공경하는 기본적인 예의 때문에도 책임감을 가지고 모셔다 드렸다. 그리고 이렇게 할머님께 화장실을 안내 해주는 일을 거의 1년 반 반복해서 모셔다 드려야 했다. 젊을 때는 잘 몰랐고 또 공감하지 못했던 질문이 다시 자연스럽게 머리 속에 떠오로는 때가 있다. 할머님이 치매에 걸려 반복하던 이 말은 단순히 공간적인 위치만을 물었던 건 아니지 않을까? 그 할머니는 자신이 있는 곳이 잠시 머무는 병원이라는 공간인 것으로 알고 있었을까? 나에게 물었던 화장실의 위치는 사실 '젊은이,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아니였을까. 우리는 길에서만 길을 잃지는 않는다. 집을 나온 청소년, 자신이 누군가로 부터 버림 받았다고 느끼는 사람, 자신의 진로와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누군가, 확실하게 자신을 사랑할 것이라고 말했던 사람으로부터 배신당한 사람들, 그들은 모두 길을 잃은 사람들이다. 또 어디로 갈지 모르고 어떻게 할지 모르고 그래서 자신이 길 잃은 고아 같다고 표현하는 말은 단순한 비유나 은유가 아니라 실재 장소에서 길을 잃은 것이다. 신경과학적으로 길을 찾는 능력은 단순한 방향 감각이 아니다. 해마(hippocampus)는 공간적 기억을 담당하는 중요한 뇌 구조로, 우리가 '인지 지도(cognitive map)'를 만드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저하되면 단순히 길을 못 찾는 게 아니다. 길을 잃는다는 것은 그래서 자신의 정체성, 기억, 감정의 안정성까지 잃어버리는 것이다. 알츠하이머병 초기 증상이 방향 감각의 상실에서 시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흥미로운 건, 우리가 GPS에 의존하면 할수록 이 뇌 기능을 덜 쓰게 된다는 점이다. 마이클 본드라는 심리학자는 "지도 없이 세상을 누비던 우리의 탐험 본능이 퇴화되고 있다"고 경고한다. 낯선 길을 걸을 때, 뇌는 끊임없이 환경과 자신 사이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그러나 우리가 더 이상 직접 길을 찾지 않게 되면, 뇌도 더 이상 탐험하지 않는다. 이건 단지 공간적인 문제 만이 아닌 것이다. 우리는 물리적 길을 잃지 않아도 정신적으로는 더 자주 방황할 수 있다. SNS 속 타인의 삶은 잘 정비된 내비게이션 경로처럼 보이지만, 정작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다. 정해진 스펙, 직장, 관계의 루트, 해야만 할 일들, 정해진 코스를 강박적으로 따라가며 '방황하지 않도록' 노력한 결과,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길을 잃는다. 마치 매일 같은 길을 가는 버스 운전기사가 목적지를 잊은 채 운전대를 잡고 있는 듯한 기분으로 말이다. 인간은 "길을 찾는 존재"일 뿐 아니라 "길을 잃을 수 있는 존재"이다. 방황하는 능력은 우리 뇌에 본능적으로 새겨진 것이다. 자연스럽게 자라는 아이들은 처음에는 직진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샛길을 탐색하고, 돌아가고, 멈추고, 다시 걷는다. 그것이 그들의 뇌가 성장하는 방식이다. 현대 사회는 이 방황을 일찍 금지한다. 놀이터 대신 학원, 골목 대신 실내, 고민 대신 정답과 정해진 코스. 우리는 방황하지 않도록 철저히 훈련받는다. 그러나 방황하지 않고 도착한 목적지에는 '나'라는 존재가 없다. 우리가 정신적으로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오히려 때로는 길을 잃고 방황해야 한다. 그것이 새로운 길을 만들고, 이 공간과 장소에서 자신을 확장하는 방법이다. 명확한 경로는 우리를 아이러니하게도 길을 잃게 만든다. 그래서 방황이란 '살아있는' 사람들의 증거다. 우리 조상들처럼 밤에 별을 보고 낮선 곳으로 여행하던 그 탐험가가 여전히 내 안에 있다는 뜻이고, 그탐험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내가 여기 있니?" 그 물음에 답하려면, 우리는 스스로 길을 잃는 연습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2025-05-19 14:17:04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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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세계 인기 1위 채소 '토마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채소는 무엇일까? 아마 '토마토'를 꼽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듯하다. 아마도 한식에서는 토마토를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유럽과 북미를 중심으로 세계인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채소는 토마토다. 그리고 그 높은 인기만큼이나 영양적인 면에서도 토마토는 1등이다. 토마토는 체중 관리, 각종 암과 고혈압 등의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로 인기가 높은 지중해식 식단의 주요 재료이다. 실제로 지중해 연안의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등에서는 무척 많은 양의 토마토를 소비하고 있다. 고혈압 환자들을 위한 DASH(Dietary Approaches to Stop Hypertension) 식단에도 토마토는 잘 어울린다. 질병관리청은 "저염식과 함께 채소와 생선을 더 많이 섭취하고 지방을 적게 섭취하는 대쉬 식단은 혈압을 낮추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소개한다. 칼륨을 비롯한 각종 필수 미네랄과 식이섬유가 풍부하면서도 당과 나트륨은 극히 적은 토마토는 혈관 건강에 더없이 좋은 식재료이다. 토마토에 함유된, 몸에 좋은 성분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리코펜을 꼽을 수 있다. 리코펜은 주로 토마토, 수박, 자몽과 같은 붉은 색을 띠는 과일과 채소에 많이 들어 있는 색소의 일종으로 강력한 항산화 효능을 가지고 있다. 또한 유방암, 폐암 등을 예방하고 심혈관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준다. 리코펜 외에도 토마토에 함유된 퀘르세틴, 플로레틴과 같은 플라보노이드 성분들 역시 항산화, 항암 작용을 한다. 특히 방울토마토는 크기가 커다란 토마토들에 비해 퀘르세틴 성분이 월등하게 많이 들어있다. 리코펜은 지용성 성분이므로 기름과 함께 섭취할 때 흡수율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토마토를 올리브 오일과 함께 요리하면 리코펜 흡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래서 생으로 먹기보다는 요리로 즐기면 좀 더 건강상의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단백질 보충 차원에서 달걀과 함께 볶음 요리로 만든다면 토마토를 더욱 맛있고 건강하게 즐길 수 있다.

2025-05-19 05:36:16 최규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