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Bic Camera와 Yodobashi Camera
출장이나 여행으로 도쿄에 가서 전철을 타고 이동하다 보면 주요 역 근처에 붉은색 큰 글씨로 적혀있는 'Bic Camera(ビックカメラ)', 'Yodobashi Camera(ヨドバシカメラ)'라는 간판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 두 곳 모두 이름에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어 카메라 전문 판매점인가?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그곳을 찾아가 보면 카메라 판매점치고는 규모가 너무 큰 것에 놀라게 된다. 왜냐하면, 전철역 바로 옆에 아주 큰 건물을 전체로 매장으로 사용하거나, 주변에 있는 몇 개의 건물을 매장으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각층별 안내도를 확인해 보면 카메라만 파는 것이 아니라 종합 백화점에 가까운 곳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주쿠 서쪽 역 앞에 있는 Bic Camera의 매장 안내도를 보면, 지하 1층에는 냉장고, 세탁기, 주방용품, 심지어 화장품까지 팔고 있으며, 1층에는 카메라, 게임기, 완구 등, 2층에는 PC, 생활 가전과 잡화, 3층에는 음향기기, TV, 4층은 면세 잡화 등을 판매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두 회사의 이름에 왜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꼬리를 물게 된다. 최근에 여행을 다니면서 카메라를 따로 챙겨가는 사람이 많이 줄어들었다. 물론 사진 촬영에 진심인 사람들은 값비싼 장비를 챙기기도 하지만, 대부분 일반인은 스마트폰 하나면 충분하다. 스마트폰으로 찍는 사진도 우리의 추억을 남기기에는 충분한 수준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960년대에는 그렇지 않았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수동 카메라가 필요했고 당시 도쿄의 요도바시(淀橋) 지역(현재의 신주쿠 주변)에서 카메라와 렌즈, 필름을 판매하는 카메라 판매점이 문을 열었다. 그것이 바로 Yodobashi Camera의 시작이었다. 1960년대 일본 경제는 고도 성장기에 접어들며 카메라와 오디오와 같은 고가 장비의 수요가 급증했고, Yodobashi Camera는 이러한 시장 환경 속에서 전문점을 상징하는 브랜드로 정착하게 되었다. 1970년대 일본 경제 호황으로 인해 일본인들의 세계 여행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당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본인들에게 필수품이 있었는데 바로 '카메라'다.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고가의 카메라는 아니더라도 사용하기 편리한 카메라가 필요했다. 이러한 수요에 맞추어 일본의 카메라 기업들도 다양한 상품을 공급하면서 캐논, 니콘, 미놀타 등의 기업이 성장했고 일본의 카메라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제패하기도 했다. 1970년대 후반, 이케부쿠로에서 대규모 카메라 할인 매장이 등장했는데 그것이 바로 Bic Camera의 시작이다. 카메라를 할인 판매하는 커다란 매장이라는 뜻이다. 19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와 함께 카메라, 오디오 등 고가의 장비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사람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해외여행 또한 이전에 비해서 많이 줄어들었다. 즉, 카메라 수요가 많이 줄어들게 된 것이다. Bic Camera와 Yodobashi Camera는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우선 카메라 중심의 판매 제품 범위를 PC, 게임기, 가전, 생활용품 등으로 확대했다. 즉, 카메라 전문점에서 종합 가전 판매점으로 진화한 것이다. 게다가 대량 판매 시스템 구축으로 회전율을 높여 판매 가격을 낮춤으로써 극도로 얼어붙은 소비심리 속에서도 안정적인 고객 유입과 매출 성장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었다. 지금은 종합 백화점 형태로 변모했지만, 두 회사가 '카메라'라는 이름을 지키는 이유는 단순한 상호의 문제가 아니라 과거 카메라 '전문점'에서 쌓아온 이미지와 신뢰성을 이어가기 위함일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