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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오 변호사의 콘텐츠(Content) 법률 산책] 인터넷 시대에 특히 조심해야 할 ‘통매음’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SNS, 인터넷 커뮤니티, 메신저앱, 문자, 이메일, 게임 내 채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매체를 통한 소통의 경우, 사람을 직접 마주하고 대화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평상시보다 거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익명성에 기대어 모욕적이거나 폭력적인 표현, 성희롱 등에 해당하는 표현까지도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에는 '통매음'이라는 용어를 인터넷에서 종종 볼 수 있다. '통매음'을 문제로 고소를 하거나 고소를 당하는 케이스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다. '통매음'의 정확한 이름은 '통신매체음란죄'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약칭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해당 범죄가 바로 통신매체음란죄이다. 인터넷상에서는 해당 범죄를 '통매음'이라고 짧게 줄여 부르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통신매체음란죄는 법 조문에서도 확인되는 것처럼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등의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했을 때 성립하는 범죄이다. 실무에서는 주로 세번째 요건 충족 여부가 문제된다. 그런데 대법원은 최근 '상대방에게 도달' 요건과 관련하해 중요한 기준이 되는 판결을 선고했다(대법원 2025도986 사건). 해당 사안은 피고인이 트위터에서 피해자와 논쟁을 벌이다가 피해자가 자신의 계정을 차단하자 성적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굳이 인용하지는 않는다)을 게시하면서 트위터의 맨션(mention) 기능을 활용해 '@' 표시 뒤에 피해자의 계정을 명시한 사안이었다(위와 같이 특정 계정을 멘션하면 원칙적으로는 해당 계정주에게 알림이 간다). 해당 사안에서 피해자는 피고인의 계정을 차단해 알림이 가지는 않았지만, 다른 계정으로 피고인의 계정을 확인했다가 위 게시글을 보게 되었고 피고인을 통신매체음란죄로 고소했다. 그리고 해당 사안의 항소심은 "피해자의 차단에 따라 성적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이 피해자에게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보아 피고인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통신매체음란죄의 구성요건인 '상대방에게 도달'에는 '상대방이 실제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글 등을 직접 접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는 것'까지 포함된다고 전제한 후, 해당 사안에서 피해자가 문제된 계정을 검색하면 손쉽게 해당 게시글을 볼 수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로 피해자가 나중에 별도의 검색 행위로 해당 게시글을 확인한 것은 범죄 성립 이후의 사정에 불과하다고 보아 피고인의 유죄를 인정하는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즉, 대법원은 차단 기능의 사용 등으로 해당 게시글이 직접 피해자에게 전송되거나 하지 않았더라도, 피해자가 객관적으로 이를 인식할 수 있는 상태에 두었다면(SNS 등을 통해 피해자를 특정하여 언제든 볼 수 있도록 게시하는 경우 등) 이를 통신매체음란죄에서 말하는 '상대방에게 도달' 요건이 충족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명확히 한 것이다. 이는 통신매체음란죄의 적용범위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인터넷상에서의 발언 등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한 주의가 요구된다.

2025-09-28 10:28:06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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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의 확대, 스테이블 코인

"네팔에서는 은행을 이용하기 어렵거든요. 그래도 공항에 가면 돈을 바꿔주는 사람이 있어요. 괜찮아요." 인도가는 비행기 안 옆에 앉아있던 네팔인은 등을 돌리고 5만원짜리 뭉퉁이 돈을 세기 시작했다. 1, 2, 3, 4…50. 250만원을 다 센 네팔인은 다시 돈을 반으로 접어 주머니에 넣더니 이내 통장을 꺼냈다. '생활비' 250만원이 인출된 통장내역에 작은 글씨로 꾹꾹 눌러쓴 네팔인은 "한국어를 아느냐"고 묻는 기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11년간의 한국생활. 그는 네팔의 동쪽에서 지내다 이제는 카트만두에 집을 짓고,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 비행기를 탔다고 했다. 그는 당장 생활비로 현금이 필요해 돈을 인출했다. 나머지 돈은 송금(한국→네팔)하는데 시간이 걸려 급한돈만 가져온 것이다. 그는 "송금이 오래 걸릴 때도 있는데, 그건 동쪽에 살 때 더 그랬다며 아무래 카트만두에 살게되면 시간이 줄어 들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또 현금은 공항에 가면 (루피로) 바꿔주는 사람들이 있다며 괜찮다고 했다. 최근 CBDC와 스테이블 코인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안정적인(Stable) 코인(Coin)'이라는 이름 그대로 가치 변동성이 거의 없는 디지털 화폐다. 다른 무엇보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스테이블 코인의 목적은 바우처도 투자목적도 아닌 금융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확대돼야 한다. 정부는 지난 8월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위한 규제 체계 마련을 국정운영 계획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께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와 인가 요건 등을 담은 2단계 가상자산법이 발표될 예정이다. 15년전 우리는 돈을 송금하려면 은행을 방문하거나 자동입출금기(ATM)로, PC를 통해 온라인으론 돈을 송금해야 했다. 지금은 모바일로 지문만 인증하면 모든 송금이 가능하고 수수료도 무료다. 국내에 있는 외국인 근로자가 스테이블 코인이 공식화되고, 활용되길 기대하고 있다. 빨리 스테이블 코인의 활용성이 확대돼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가족들이 월급날의 기쁨을 함께 누리길. 네팔 사람들도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은 금융을 맛보길 기대한다.

2025-09-28 09:15:19 나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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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다가

사회적동물인 인간은 누군가를 믿고 의지하는 동시에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본능을 가지고 있다. 마음을 열고 믿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무시하지 못할 행운이다. 친구에게는 무엇인가 베풀 때는 생색내지 말고, 받을 때는 당당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도와주면서 상처를 주지 말아야 하고, 어차피 받을 것이면 당당하게 받아야 떳떳하게 갚을 수 있다. 어려울 때, 지나치게 굽실거리면 상황이 바뀌면 고마워하기보다 거들먹거리기 일쑤다. 채근담에 "군자는 남이 나에게 덕을 베풀면 절대 잊지 않고, 남에게 덕을 베풀 때는 뽐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마천은 사기(史記)에서 위료의 말을 통하여 "진시황은 어려울 때는 남에게 쉽게 겸손을 떨지만, 뜻을 얻으면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잡아먹을 사람이라며 "그가 천하를 호령하게 되면 천하는 모두 그의 노예가 될 것이니 사귀지 말라"고 했다. 수백 년 동안 갖은 간난신고를 이겨내고 중국을 통일한 거대한 진 제국이 불과 몇십 년을 지탱하지 못하고 무너진 까닭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라 하지만 참 어려울 때 정성을 다해 도와준 친구에게 처음에는 고마워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얕잡아 보기도 한다. 자신의 "지저분한 모습"을 많이 봤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기 때문인지? 아니면 이용 가치가 없어졌다는 뜻인지? 모른다. 중국 동진 때 촉 땅을 평정한 장군 환온(桓溫)의 위세가 높아지자 이를 경계한 황제 간문제(簡文帝)는 학식과 재능을 겸비한 은호(殷浩)를 중용하여 견제하려 했다. 어릴 적 죽마를 타고 놀던 환온과 은호는 이때부터 서로 시기하고 맞서는 앙숙이 되었다. 그러다 중원정복에 나선 은호가 패하고 돌아오자, 환온이 앞장서 은호를 사지로 내몰아 죽게 한 다음 이렇게 말했다. "내가 타다가 버린 죽마를 주어서 타던 그놈은 나에게 고개를 숙여야만 했다." 얼마 후 간문제는 환온의 세력 확장을 두려워하여 역적으로 몰아 처형하였다. 뛰어난 인재들이 뜻을 모았으면 큰일을 성취하였을 것인데, 서로 으르렁거리다 나라도 시끄럽게 하고 자신들도 돌아오지 못할 길을 갔다. 자신을 알아줄 친구를 뒤늦게 만나는 불행 아닌 행운도 있다. 완전하지 못한 인간이 평소에는 현실 세계를 무시하지 못하고 요모조모 이해타산을 따질 수도 있고, 밑지는 장사를 싫어하고 거부할 수도 있다. 그러다가도 이 세상 하찮은 명리(名利)를 뿌리치고 순수한 정신세계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짐승들과 달리 오직 '생각하는 갈대'인 인간만이 누리는 귀하디귀한 보배다. 살다 보면 상황에 따라 손해를 볼 때도 이익을 볼 때도 있음을 마음에 새겨야 가능한 일이다. 정신세계가 고결하지 않은데, 어떻게 손에 잡히지 않는 명예를 위하여 눈앞의 권세와 재물을 외면하겠는가? 오늘날 세상은 친구도 적도 구분하기 어려운 혼돈의 세계로 변하고 있다. 환온과 은호의 예에서 보듯, 힘센 인물들도 서로 마음의 문을 열지 못하면 빛나는 찬란한 금자탑을 쌓기는커녕 욕설이나 힘껏 퍼붓다가 시정잡배 이름을 남기고 사라질 뿐이다. 그러나 탐욕에 포위된 풍진세상에서도 고결한 가치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있기에 세상은 살만하고 인류는 발전해 나가는지 모른다.

2025-09-25 15:32:23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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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99>가장 미국적인 카베르네 소비뇽…실버 오크

<299>미국 캘리포니아 '실버 오크' '아메리칸 오크 vs 프렌치 오크.' 오크 숙성은 와인의 맛을 해석하는 열쇠 중 하나다. 와인의 깊이와 다양한 풍미가 바로 오크 숙성을 통해 나온다. 대결 구도로 잡아봤지만 사실 어느 오크가 더 낫다는 우열 가리기가 아니다. 어떤 종류의 오크든 포도품종 혹은 와인의 스타일에 맞게 누가 더 잘 썼느냐의 문제다. 미국에서도 프랑스 와인을 따라잡겠다며 프렌치 오크를 무분별하게 쓰던 시절 미국 오크를 고집했던 곳이 있다. 캘리포니아 햇살을 받은 힘 있는 까베르네 소비뇽은 미국 오크가 매력을 배가시켜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가장 미국적인 까베르네 소비뇽 와인, 실버 오크다. 미국 캘리포니아 와이너리 실버 오크의 최고재무책인자(CRO)인 팀 던컨은 최근 한국을 방문해 "실버 오크의 철학은 오직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에 집중해 미국산 오크 배럴만을 사용해 숙성하며, 음식 친화적인 장기 숙성용 와인을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버 오크는 팀의 아버지인 레이먼드 투미 던컨과 와인메이커 저스틴 메이어가 1972년 공동으로 세운 와이너리다. 2001년부터는 던컨 가문이 경영권을 완전히 갖게 됐다. 현재는 2대인 데이비드 던컨이 회장직을, 팀이 CRO를 맡아 가족 경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실버 오크는 오크통 제작소인 A&K 쿠퍼리지에서 자체 오크통을 제작해 쓰고 있다. 팀은 "실버 오크는 미주리산 미국 오크 제작소를 보유한 첫 와이너리"라며 "캘리포니아 까베르네 소비뇽은 미국 오크의 독특한 향과 풍요로운 맛이 더해졌을 때 가장 미국적인 울림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실버 오크는 가장 미국적인 와인으로 인기를 끌면서 1972년 첫 빈티지는 한 병에 6달러에 팔렸지만 1981년엔 12달러로 가격이 두 배가 뛰었다. 물론 이제는 현지에서도 1980년대의 열 배는 넘게 줘야 살 수 있다. '실버 오크 알렉산더 밸리 까베르네 소비뇽'은 실버 오크를 대표하는 스타일이라고 보면 된다. 와인은 오픈과 함께 바닐라향이 한가득 올라오며, 이내 블루베리 등 진한 과실향과 다크 초콜릿, 향신료 뉘앙스가 이어진다. 입에서는 버터 풍미보다는 타닌의 구조감과 좋은 산미가 균형감을 잘 맞춘다. 팀은 "오크를 사용하는데 있어 섬세함과 균형을 추구한다"며 "알렉산더 밸리 포도는 특성에 맞게 50%의 새 오크를 사용하며, 나파 밸리에서 재배한 포도의 경우 새 오크의 비중을 더 높여 개성을 살린다"고 설명했다. 투미 셀라는 실버 오크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보면 된다. 실버 오크는 까베르네 소비뇽 품종과 미국 오크만을 고집하는 만큼 다른 품종으로 만드는 와인은 투미라는 이름이 붙는다. 투미는 레이몬드의 미들네임이자 할머니의 성이다. , '투미 소비뇽 블랑'은 라임 등 시트러스로 시작해 노란 열대과일까지 과실향이 풍성한데 쌉쌀하게 느낄 정도로 산도도 좋다. 나파 카운티와 소노마 카운티에서 키운 포도를 절반씩 섞어 복합미가 인상적이다. 한국은 물론 아시아 음식과 잘 어울릴 와인이다. '투미 피노 누아'는 미국 오크가 아닌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한다. 섬세한 피노 누아 품종에는 프렌치 오크가 더 잘 맞는다는 판단에서다. 잘 익은 과실향에 향신료와 약간의 흙내음이 느껴지며, 여운이 길게 이어진다. 한식 중 고르라면 육회다. 익히지 않은 한우의 철분이 피노 누아의 미네랄과 잘 어울린다. '타임리스 나파밸리'는 아들들이 레이 던컨에게 바치는 헌사 와인이다. 소다 캐년 랜치 포도밭에서만 생산된 포도로 만드는 싱글빈야드 와인으로 2017년에 첫 선을 보였으며, 지금까지 6개 빈티지만 나왔다. 싱글빈야드지만 6개의 마이크로 빈야드로 구성되어 있어 메를로와 까베르네 소비뇽을 중심으로 여러 품종을 블랜딩 한다. 비율은 매번 달라질 수 있다. 2018 빈티지는 메를로와 까베르네 소비뇽의 비중이 각각 41%, 37%며, 까베르네 프랑과 쁘띠 베르도도 들어갔다. 과실과 꽃 향이 복합적이며, 신선한 산도와 우아한 타닌 질감이 잘 어우러진다.

2025-09-25 11:51:3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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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진정한 사회적 통합의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지난 1월 발표한 공공갈등 의식조사 결과에서, 2024년 한국의 사회갈등수준은 10점 만점에 8.1점으로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념(진보와 보수), 빈부(부자와 가난한 자), 노사(경영자와 노동자), 노동시장(정규직과 비정규직), 세대(젊은 사람과 나이가 든 사람), 지역(호남과 영남, 수도권과 비수도권), 젠더(남자와 여자) 갈등은 시간을 더해가면서 완화보다는 되려 악화가 되는 듯하다. 또한, 동 조사 결과에서 14개 갈등집단 중 이념, 즉 진보세력과 보수세력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1.3%로서 빈부(75.6%), 노사(74.6%), 노동시장 구조(71.6%), 세대(69.2%), 어느 것보다 높다. 사실 진보와 보수의 분류기준이 사회적 관점이라 한다면, 좌파와 우파는 정치적 또는 경제적 관점이라 볼 수 있다. 진보와 보수 의미가 국가마다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각각 좌파, 우파로 혼용되어 사용된다. 좌파와 우파란 말은 1789년 프랑스 혁명에서 유래한다. 당시 의회에 모인 사람 중 질서유지를 원하는 쪽은 우측, 그리고 변화를 원하는 편은 좌측에 앉았는데, 여기서 이런 말이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갈등 중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건 이념 갈등이다. 그 이유 중 첫째는 이념 갈등이 앞서 객관적 수치로도 제시되고 있듯이, 매우 심각함에 있다. 둘째는 이념 갈등이 다른 사회갈등과 상호작용을 하는 특성에 있다. 사람마다 지닌 가치관, 관념, 의식, 소득, 자산, 거주지역 등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사회갈등이 음양의 원리처럼 조화를 이룬다면 사회발전엔 긍정적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갈등은 조정되지 못하면서 결국엔 진보와 보수의 극한대립으로 표출되는 듯하다. 무엇보다, 작년 12월 탄핵국면 이후 진보와 보수세력 간 이념 갈등은 남남갈등으로 더욱 불거져 국론분열과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가까이 지난 6.3 대선 결과를 보자. 여느 선거가 그랬듯이, 이번 21대 대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과 보수를 대변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지지도는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그대로 재연한 듯 하다. 먼저, 지역별 정당지지도를 보면, 호남, 광주, 세종,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우세하지만, 영남권(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에선 국힘이 우세하게 나타난다. 한마디로 동과 서가 양분되는 모습이다. 다음으로, 성별 정당지지도를 보면, 2030세대 남성이 국힘을, 그리고 2030세대 여성은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세대별 정당지지도는 젊은층(MZ세대), 중장년(40~59)에선 민주당 지지도가 높지만, 노년층(특히 70대)의 경우 국힘 지지도가 높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대선후보별 정당 득표율에서 민주당이 49.2%, 국힘이 41.15%, 개혁신당이 8.3%로서 어느 정당 후보도 과반수(50%)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결선투표제도를 채택한 국가라면 후보 당선의 정당성과 사표방지 등을 위해 1위와 2위 후보를 대상으로 재선거를 치른다. 그렇지 못한 우리나라 경우엔 후보정당 지지자들 간 승복 대신에 반목과 갈등이 선거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우리의 선거제도가 국민을 통합해 내는 과정이 아니라 국민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건 아닐까?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의 다른 조사 내용을 더 살펴보자. 우리 사회갈등의 책임이 어디가 높은가에 대해 국회라는 응답이 88.7%로 11개 기관 중 제일 높게 나왔고, 다음이 언론 87.9%, 정부 83.5% 순으로 책임 수준을 보여준다. 더욱이, 이들 국회와 언론은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이 각각 15.2%, 10%로서 시민단체(21.4%), 정부(18.3%), 종교계(17.7%)보다 부족하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치의 역할이 실종되어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배타적 진영의식에 빠져 있고, 역으로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듯하다. 우리의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국민통합을 달성하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국민 의사가 제대로 대표·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제도와 헌정 제도의 개혁이라고 생각된다. 득표율과 의석수를 괴리시키지 않고 대화와 타협을 이끄는 중선거구제 채택, 한 표라도 더 많은 승자가 독식하지 않도록 프랑스식 결선투표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 중간평가와 책임정치를 가능케 하는 4년 중임으로의 대통령 임기 개헌 등이 그것이다. 한국 사회갈등에 책임이 큰 국회, 언론, 정부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선거법과 헌법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다행히 지난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연임과 결선투표가 국정과제 1호로 채택됐다. 그런데 아쉽게도 선거제 등의 정치제도에 대한 개혁은 빠져 있다. 이에 적지 않은 국민으로부터 개헌 제시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고 있다. 이는 사회적 통합이 개헌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국민 인식이 아닐까?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5-09-25 10:16:01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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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문턱 높은’ 장애인 예술활동증명

2012년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이 출범했다. 예술인의 권익 보호와 안정적인 창작 환경 조성, 예술 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제도적 안전망을 마련하기 위해 설립됐다. 덕분에 예술인의 사회적 지위를 제도적으로 인정받게 되었고, 복지 시스템 속으로 편입할 수도 있게 되었다. 재단 출범과 함께 예술활동증명 제도가 시행되었다. 예술인 복지사업 참여를 위한 기본 절차로, 공공재원 투입 대상을 명확히 함으로써 정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됐다. 미술, 문학, 음악 등 15개 예술 분야에서 창작·실연·기술지원 및 기획의 형태로 활동하는 '직업 예술인'이 대상이다. 예술활동증명은 필요성 및 실효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각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예술인 요건에도 예술활동증명 완료 자격을 적용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지원 사업뿐만 아니라 행복주택 입주 시, 어린이집 입소 맞벌이 부부 확인 필요 시 등의 인정 자료로도 사용된다. 예술활동증명 분야별 기준은 저마다 다르다. 공통적으론 최근 3년 내지는 5년 동안의 공개 발표된 일반예술활동 또는 신진예술인으로써 최근 2년간의 활동을 증명하면 된다. 신진은 해당되지 않으나 1년간 120만 원 이상 또는 5년간 6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입증할 수 있다면 '예술활동 수입'으로도 신청 가능하다. 9월 현재 음악 다음으로 많은 증명현황을 나타내고 있는 미술 분야의 경우 예술활동증명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최근 5년간 5회 이상의 단체전 참가 실적 혹은 1회 이상의 개인전 경력이 필요하다. 신진예술가는 최근 2년 동안 1회 이상 미술·사진·건축 작품을 관련 매체에 발표하거나 전시한 실적 등이 요구된다. 다만, 단순히 정량적 기준만을 적용하진 않는다. 각 분야마다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설치되어 있고 이들은 예술가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예술활동의 지속성과 직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여기엔 전문 전시공간에서의 전시 여부, 활동이력 등도 포함된다. 이는 취미 활동과 직업적 예술 활동을 구분하기 위한 것으로, 다소 엄격해 보이지만 예술을 업(業)으로 하는 한 그리 높은 허들은 아니다. '예술성'은 고려사항이 아니라는 점도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소이다. 문제는 장애예술인의 경우다. 그들은 물리적·경제적 제약, 사회적 편견, 제도적 지원 부족 등 삼중의 어려움 속에서 작업을 잇고 있다. 관심을 갖고 들여다보면 비장애 예술인에 비해 창작 공간 확보, 네트워크 교류 측면에서 또한 접근성이 매우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술만 해도 장애예술인은 예술 활동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구조와 환경은 물론 전시 기회나 작품 판매를 통한 수입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하다. 방귀희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의 최근 인터뷰 발언에서처럼 "전시회에 불러준다거나, 같이 하자고 한다거나 그런 게 없기"에 비장애 예술인마냥 일정 기간 내 전문전시공간에서 다수의 전시를 개최하기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아직까진 예술활동증명에 있어 장애예술인을 위한 기준이나 절차는 없다. 비장애 예술인과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고 지원 서류와 활동 증빙 방식 또한 비장애 예술인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때문에 현행 예술활동증명은 장애예술인에겐 과도한 장벽이자, 역차별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예술활동증명이 예술인으로서의 동등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도록, 장애예술인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한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장애 유형에 따른 맞춤형 지원 논의를 비롯한 장애 당사자의 입장과 현실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고, 장애예술인의 환경을 이해하는 심의위원들이 선임되어야 한다. 동등해 보이는 기준이 오히려 차별을 낳는 지금, 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예술활동증명은 장애예술인의 창작권을 보장하기는커녕 '장애물'로 남을 것이다. ■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09-23 10:36:54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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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건강을 위한 히든카드, 들기름

우리에게 익숙한 참기름이 우리 식탁의 단골 손님이라면, 들기름은 나물을 무칠 때나 고작 한두방울 떨어 뜨릴 정도로 그리 친숙하지 않았던 조미용 식용 유지였다. 이런 들기름이 최근에 와서 '들기름 신드롬'이라고 할 정도로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슈퍼푸드'로 화려하게 재발견되고 있다. 현대인의 밥상은 편리함이라는 유혹만큼 '건강한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 과거 수렵시대와 달리 현대인은 초가공식품과 육류 섭취가 늘어 나면서 우리 몸에 필수적인 오메가-6 지방산과 오메가-3 지방산의 균형이 무너져 오메가-6 섭취는 무려 20배나 늘어 났다고 한다. 이러한 불균형은 각종 만성질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때 마침 우리식탁에 구세주처럼 등장한 것이 바로 들기름이다. 들기름은 오메가-3와 오메가-6의 균형을 맞춰주는 이상적이고 건강한 조미용 식용유다. 단순히 오메가-3가 많이 함유되었다 정도가 아니라 들기름은 전체 지방산중에서 오메가-3 지방산(알파-리놀렌산, ALA)이 등푸른 생선보다 훨씬 많은 무려 60% 이상 함유하고 있어서 수치로 비교하면 식물성 오메가-3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이미 가까운 일본에서는 영양제처럼 복용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아마씨유와 함께 슈퍼오일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들기름은 이미 글로벌 건강 트렌드의 중심에 와 있다. 들기름의 핵심성분인 오메가-3는 혈관건강을 개선하고 우리몸의 염증을 잠재우는 염증완화 효능을 갖고 있다. 혈액순환 개선에 도움을 주는 EPA와 두뇌활동을 촉진하는 DHA로 체내에서 전환되기도 한다. 오메가-3는 뇌기능 활성화에도 필수적인 역할과 함께 항산화, 항염증, 항암작용을 하는 로즈마리산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놀랍게도 들기름은 불면증 완화 효과까지 있는 것으로 보고되었다. 연구에 따르면 들기름을 섭취한 실험쥐는 수면시간이 연장되고 일 주기 리듬이 정상화되었다고 한다. 들깨의 진정 및 최면효과는 우울증 완화와 기순환 촉진 메커니즘과도 연결되어 있다. 밤마다 잠 못드는 현대인에게 들기름이 자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들기름에도 약점이 있다. 들기름은 열에 약해 고온에서 조리시 쉽게 산화되어 해로운 물질로 변할수 있다. 따라서 나물무침, 샐러드드레싱, 비빔밥등에 생으로 활용하기를 권장한다. 산패문제를 보완하기위한 방법으로 들기름과 참기름을 8:2 비율로 섞어서 보관하면 오랫동안 신선하게 사용 할 수 있다. 참기름은 참깨에 함유된 천연 항산화 성분인 리그난(세사민·세사몰린 ·세사몰)과 알파 토코페롤(비타민E)등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생리활성물질의 함량 측면에서 들기름은 압착 올리브유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다. 섭취량은 하루에 3g정도(½스푼) 정도가 적당하다. 과도한 섭취는 소화불량이나 설사를 유발할 수 있다. 참기름의 고소한 맛과 들기름의 독특한 맛의 조합으로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전통 식문화의 우수성을 재발견하고 과학으로 검증된 K-슈퍼푸드를 즐겨보자. 초가공식품 대신 신선한 재료를 찾아서 '자발적불편'을 감수하고 오늘 저녁 갓지은 따끈한 밥 한공기 위에 신선한 들기름 한 스푼을 뿌려보자. 구수한 들기름 향이 당신의 건강을 변화시키는 작은 혁명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연윤열 식품기술사,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사)미래안보산업전략연구원 식량안보연구센터장

2025-09-22 15:45:48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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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사립문을 닫고 먹는 가을 채소 '아욱'

그 어느 나라보다 먹거리가 풍부한 중국에서 무려 '채소의 왕'이라 불렸던 채소가 있다. 바로 '아욱'이다. 맛도 좋고 훨씬 다양하게 요리에 활용되는 채소들이 제법 있지만 아욱에 담긴 영양 성분들을 확인하고 나면 채소의 왕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욱은 오래전부터 식용은 물론 약용으로도 사용돼 왔다. 특히 아욱의 씨는 동규자(冬葵子)라 하여 소변을 시원하게 볼 수 있게 하고(이뇨), 위와 대장에 좋은 작용을 한다. 현대의 영양학적 관점에서도 아욱은 손에 꼽힐 만큼 다양하고 풍부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아욱은 비타민의 보고다. 특히 비타민 A와 비타민 C가 가득 들어있다. 지용성 비타민인 비타민 A의 경우 체내의 생리적 작용에 필수적인 영양소로, 면역력을 유지하고 눈 건강에 긍정적 영향 미치는 것은 물론 항산화 작용을 한다. 그토록 중요한 영양소이지만 한국인들이 대체로 부족하게 섭취하는 영양소로도 알려져 있다. 영양제로도 보충할 수 있겠으나 비타민 A의 경우 과잉 섭취할 시 독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아욱과 같이 비타민 A가 풍부하게 들어 있는 식재료를 평소 자주 섭취하는 게 좋다. 비타민 C 역시 영양제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영양소 중 하나다. 정상적인 생리 작용과 면역력 유지, 항산화 등의 효과가 있어 필히 신경 써야 할 영양소인데, 아욱은 채소류 중에서도 높은 비타민 C 함량을 자랑한다. 이 밖에도 아욱에는 비타민 K, 엽산을 비롯한 비타민 B군이 골고루 들어있다.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필수 미네랄도 풍부한데 비타민 A와 마찬가지로 한국인들이 늘 부족하게 섭취하는 칼슘이 특히 풍부하다. 이쯤 되면 천연 종합 영양제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만큼 몸에 좋은 아욱은, 채소의 왕이 맞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옛 속담에 "가을 아욱국은 사립문을 닫고 먹는다."라고 했다. 선조들이 이미 그 가치를 알아본 아욱을 이번 가을에는 더 많은 이들이 즐기며 건강 관리를 하기를 기대해 본다.

2025-09-22 05:00:0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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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희 변호사의 손에 잡히는 法] 실명법 전 명의신탁, 사후 등기 무효

한국 사회에서 '명의신탁'은 오랫동안 관행처럼 존재해왔다. 가족 간의 신뢰, 지인 간의 편의, 혹은 세금 회피와 규제 우회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며, 겉으로는 타인의 명의로 등기되었지만 실질적인 권리는 다른 사람이 갖는 구조였다. 이중적인 소유 구조는 오랜 시간 묵인되어 왔지만, 1995년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이하 '부동산실명법')이 시행되면서 법적으로 금지되었고, 이후 법원은 명의신탁에 대해 점점 더 엄격한 태도를 보여왔다. 최근 대법원은 "명의신탁약정이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체결되었더라도, 등기가 시행 이후에 이루어진 경우에는 부동산실명법의 유예조항이 적용되지 않으며, 곧바로 명의신탁 무효 규정이 적용된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다시금 법원의 일관된 입장을 확인시켰다. 이번 사건은 원고와 원고의 동생 사이에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명의신탁약정이 있었고, 원고가 해당 부동산을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부터 점유하고 있었던 사안이었다. 그러나 법원은 등기가 시행 이후에 이루어진 이상, 부동산실명법 제11조·제12조의 유예조항이 아닌 부칙 제2조에 따라 곧바로 제3조·제4조의 명의신탁 무효 규정이 적용된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이 사건의 명의신탁 약정 역시 무효가 되고, 따라서 명의신탁자인 원고는 부동산의 소유자 겸 매도인인 피고가 명의신탁약정을 알았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대외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고, 매매계약의 당사자도 될 수 없어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또한 법원은 명의신탁자가 부동산실명법 시행 전에 점유를 개시했더라도, 부동산실명법 시행일부터는 명의신탁자인 원고도 명의신탁이 무효임을 알고 있다고 보아야 함으로 부동산실명법 시행일 이후부터는 그 점유가 타주점유로 전환된다고 보았다. 즉, 명의신탁자가 새로운 권원에 의하여 다시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신탁자의 점유는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지며 이에 따라 명의신탁자는 점유취득시효를 통한 소유권 취득 역시 주장할 수 없다. 이번 판결은 명의신탁에 대한 법원의 일관된 태도를 재확인한 것이다. 부동산 거래의 투명성과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등기 명의와 실질 권리자가 일치하는 실명등기 원칙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동업관계나 두터운 신뢰를 이유로 명의신탁이 계속 이뤄지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명의신탁을 통해 부동산을 취득하려는 시도는 법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명의신탁은 결국 분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일단 법적 분쟁이 시작되면 법은 누가 실질적인 권리자인지를 묻지 않는다. 오직 등기부에 누구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는지 만을 판단할 뿐이다. 명의신탁이라는 관행이 아무리 오래되었고, 당사자 간의 신뢰가 아무리 두텁다고 하더라도, 법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법은 형식을 중시하며, 그 형식은 곧 사회적 질서와 책임의 기반이다. 실명등기 원칙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지켜야 할 법적 기준이다.

2025-09-21 11:06:51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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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98>이탈리아 최고의 화이트 와인…알프스와 지중해가 빚은 '알토 아디제'

<298>伊 '알토아디제 와인 서밋 2025'를 가다 [볼차노(이탈리아)=안상미 기자] 늦여름 일주일 가까이 이어진 비가 멎자 와이너리들이 올해 첫 포도 수확에 나섰다. 포도나무 사이로 가파른 비탈길에는 농부와 가족 정도로 보이는 소수의 인원이 손수확을 하고 있고, 와이너리로 이어진 도로는 수확한 포도를 실은 트랙터가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작지만, 가장 다양하고 독특한 와인 산지로 꼽히는 알토 아디제의 풍경이다 이탈리아 최북단인 알토 아디제. 알프스 산맥이 병풍처럼 지역을 둘러싸고 좌우로 뻗어있고, 산 정상쪽으로는 쌓인 눈도 보이지만 포도밭이 펼쳐진 알토 알디제에는 9월임에도 햇살이 한여름만큼 따가웠다. 포도가 잘 익기 이보다 좋을 순 없겠다고 생각한 순간, 오후 2시 마치 알람을 맞춰놓은 것처럼 시원한 바람이 다소 강하게 불어오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가르다 호수에서 불어오는 바람이다. 그야말로 최고의 화이트 와인을 만들기 천혜의 환경이다. 지난 4일부터 사흘간 이탈리아 북부 알토 아디제 자치주의 주도인 볼차노에서 '알토 아디제 와인 서밋 2025'가 열렸다. 이번 와인 서밋에는 전 세계 11개국에서 80여명 안팎의 와인 전문가들이 모였다. 와인업계에서는 최고의 자격으로 여기는 마스터 오브 와인(MW)도 5명나 참석했다.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초청됐다. ◆ "작지만 강하다"…다양성의 힘 안드레아스 코플러(Andreas Kofler) 알토 아디제 와인 협회장은 '와인 서밋 2025'의 개막을 알리며 "2500년의 역사를 지닌 알토 아디제 와인은 지난 1970년 알토 아디제 DOC(이탈리아 와인 등급 가운데 상위)로 원산지 표시를 인정받은데 이어 현재는 전체 와인의 96%가 DOC일 정도로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 산지가 됐다"며 "최근에는 원산지 표시를 좀 더 세분화해 추가 지리적 단위인 86개의 UGA를 와인 레이블에 표시하는 등 와인 품질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토 알디제 와인의 특징을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다양성이다. 와인을 말하기에 앞서 경험해본 이 땅 자체가 그렇다. 스위스, 오스트리아와 국경이 접해 사람도, 언어도, 역사도 다양하다. 볼차노 시내든, 산악 지역까지 올라가든 이탈리아어와 독일어가 같이 표기되어 있다. 지명도 두 가지로 불린다. 알토 아디제 이면서 티롤의 남쪽을 뜻하는 독일어 쥐트티롤(Sudtirol)이다. 레스토랑에서도 웨이터가 이탈리아어로 물어오지만 손님은 아무렇지 않게 독일어로 주문하고 서로가 알아듣는다. 알토 아디제에서 재배하는 포도 품종은 무려 20여 개에 달한다. 주력 품종으로 추려봐도 화이트 품종이 피노 그리지오와 샤도네이, 게부르츠트라미너, 피노 블랑, 소비뇽 블랑 등 5개, 레드 품종이 스키아바와 피노누아, 라그레인 품종 등 3가지다. 그래도 다양성의 원천은 역시 테루아다. 수년만 전을 거슬러 올라가 아프리카판과 유라시아판의 충돌로 알프스 산맥이 생겨나면서 붉은 화산암을 비롯해 와인에 짭졸한 미네랄을 주는 석영과 운모, 석회암까지 곳곳마다 다양한 토양이 자리하고 있다. 여기에 해발 200미터부터 1000미터까지 다양한 고도가 경우의 수를 기하급수적으로 늘렸다. ◆ '칸티나'…협동조합 와이너리의 힘 알토 아디제 와이너리는 운영 형태도 다양하다. 12개의 협동조합 와이너리가 전체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으며, 32개의 사유지 와이너리가 25%를 담당한다. 나머지는 독립 와인생산자다. 알토 아디제 와인 이름에서 '칸티나'가 보인다면 협동조합 와이너리를 뜻한다고 보면 된다.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는 와이너리가 많다고 해도 대량으로 마구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소속된 가족 단위의 재배자들은 좋은 품질의 포도를 위해, 와이너리는 좋은 와인을 양조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칸티나 테를라노(Cantina Terlano) 관계자는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이 50년 이상으로 원래도 소출량이 많지 않지만 집중력 있는 와인을 위해 그나마도 포도송이의 절반을 잘라 버린다"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최고의 와인을 가리는 '감베로 로쏘'에서 올해 최고의 화이트 와인으로 선정된 '그란 라포아 소비뇽 리제르바'를 만든 칸티나 콜테렌치오(Cantina Coltrenzio) 역시 협동조합 와이너리다. 300여개의 농가가 참여하고 있다. ◆ 경계도, 한계도 없다…그랜드 테이스팅 알토 아디제 와인 서밋의 마지막 피날레는 그랜드 테이스팅이 장식했다. 무려 365종에 달하는 와인이 선보였다. 알토 아디제 와인은 경계도, 한계도 없음을 강조하듯 화이트 와인은 물론 레드 와인과 스파클링 와인, 로제 와인, 스위트 와인까지 총망라했다. 화이트 와인으로는 게뷔르츠트라미너와 피노 비앙코, 소비뇽 블랑 등 대표 품종을 비롯해 그리너 벨트리너, 케르너, 소비니어 그리 등도 리스트에 올랐다. 레드 와인은 토착품종인 스키아바를 비롯해 라그레인, 피노누아, 메를로 등 많은 와인이 출품됐다. 알토 아디제가 워낙 화이트 와인으로 이름이 났지만 레드 와인 생산비중도 35%로 낮지 않다. 특히 아직 병입되기 전 상태인 배럴 샘플부터 각 품종마다 올드 빈티지까지 준비돼 알토 아디제 와인 생산자들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일반적인 그랜드 테이스팅이 와인 부스가 마련되고, 참석자가 시음잔을 들고 다니며 관심있는 와인을 맛보는 것과 달리 알토 아디제 와인 협회는 원하는 와인의 번호를 6개씩 적어내면 소믈리에가 서비스 해주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참석자가 원한다면 한 품종에서 6종의 다른 생산자의 와인이나 6개의 다른 빈티지 와인을 비교해 볼 수 있고, 또는 한 생산자가 만든 6가지 다른 품종의 와인 비교 시음할 수 있다.

2025-09-18 15:14:25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