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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용수의 돌직구] 트럼프 상호관세 초읽기… 파급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는 2일(미국 현지시간)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품목별 부과율도 함께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까지 지난달 12일 알루미늄과 철강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한데 이어 이달 3일 자동차 관세, 5월 3일 이전 자동차부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가별 상호관세 부과 예고로 전 세계가 트럼프의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세계 8위 수준의 대미 무역흑자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관세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의 경우 대미 수출 품목 1위로 전체 수출 영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정도일지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트럼프의 관세 발언이 오락가락하며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만, 3월 우리 수출은 트럼프 관세 전쟁의 간접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대중국 수출이 1위 품목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줄면서 크게 감소한 반면, 대미국 수출은 소폭 증가하는 추세가 이어지며, 우리나라 기준 수출국 1위 자리가 미국으로 고착화될 우려도 제기된다. 대미국 수출 의존도가 커지며 트럼프 관세 효과가 증폭될 수 있다. 트럼프 관세가 현실화되기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할 경우 미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외신에 따르면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아시아경제연구소는 트럼프 관세에 따른 영향을 분석한 결과, 2027년 GDP가 2.5%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같은해 세계 GDP가 0.6% 하락하는 것과 비교하면 4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가 겨냥하는 중국의 경우는 트럼프발 관세 영향을 직접 받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중국의 올해 1,2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2.3% 증가한 5399억달러로 시장 예상치인 5.0%를 밑돌며, 전월 대비 큰 폭의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 품목별로 철강, 정제유, 신발 등 수출이 감소했다. 주요 교역국별로는 미국, 일본, 홍콩, 대만, EU 등으로의 수출은 증가한 반면, 한국으로의 수출은 감소했다. 중국은 그러나 트럼프 관세 부과에 대응해 멕시코와 캐나다 등 우회 수출을 통해 대응하며 선전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에 우리의 경우 장기적으로 중국이나 미국 중심의 수출을 다변화해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이 제기된다. 양자, 다자 무역체계를 구축하는게 현실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한·일·중 경제통상장관이 만나 세계무역기구(WTO)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고, 한일중FTA 협상 가속화를 위한 논의를 추진키로 한 건 의미가 크다. 한일중FTA는 직접적으로 미국 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미국에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한일중FTA는 아시아 지역 내 공급망을 재편성할 가능성이 크고, 미국 기업들의 공급망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이 관세 부과 등 무역 통상 정책을 추진하는데 추가적인 고려 요소가 될 수 있다. 특히 한일중FTA 협상 가속화 논의는 실현 가능성과 별개로, 트럼프 관세에 대응하는 카드로 유의미한 수단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일중FTA 협상이 실제 타결될지와 관계없이, 각국별 다양한 의미가 있다"며 "글로벌 통상 환경이 변화하는 시기에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여러 옵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25-04-01 16:48:24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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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지능과 윤리

요즘 인공지능(AI), 뇌과학, 두뇌 계발 프로그램까지 '지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시험을 잘 보는 능력,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이고, 성공의 열쇠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질문이 자꾸 떠오른다. 지능과 윤리는 어떤 관계가 없을까? 더 똑똑한 사람이 더 '착한' 사람일까?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도스도예프스키의 소설 '죄와 벌'의 주인공 라스콜니코프는 매우 지적인 인물이다. 전도유망한 대학생이고, 세상의 구조나 인간의 본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며 "위대한 인물은 일반적인 도덕을 넘어설 수 있다"는 자신의 이론을 시험하기 위해, 탐욕스러운 노파를 살해한다. 그의 생각엔, 한 명의 무가치한 그리고 악한 생명을 없애고 많은 사람을 돕는다면, 그건 정당한 '계산'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살인을 저지른 뒤, 그는 점점 양심의 가책과 고통에 시달린다. 이성은 "논리적으로 정당하다"고 말하지만, 감정과 도덕은 끊임없이 그를 괴롭히고 결국 그는 스스로 죄를 고백하고 벌을 받는 길을 택한다. 윤리적으로 볼 때, 라스콜니코프는 지능이 뛰어나지만 어쩌면 '윤리적 공감'이 결여된 인물이다. 그가 옳고 그름을 머리로만 판단했고, 타인의 고통을 '숫자'처럼 계산했다고 볼 수 있다. 그가 몰랐던 것은 자신에게 이성만이 아닌 양심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진짜 윤리는 머리가 아니라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일까? 윤리적 문제들에 정답이 있다는 것 자체가 계산적인 사고가 아닐까? 심리학에서는 인간의 윤리성을 정량화하려고 많은 노력을 하지만 어쩌면 계속 실패하는 이유가 필자의 생각에는 몸무게를 재려고 자를 들고 있는 것 같은 아이러니로 느껴진다. 지능(intelligence)은 보통 문제 해결 능력, 추론, 암기력, 언어 능력 같은 인지적 능력을 말한다. 반면 윤리(ethics)는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의 규칙을 존중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다. 이 둘은 겉으로 보기엔 관계가 있어 보이지만, 실제로는 별개의 영역일 수 있다. 실제로 심리학 연구들에 따르면, 지능이 높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더 능하다고 한다.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서도 "전체를 위해 어쩔 수 없었다"거나 "이게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선택"이라며 논리를 내세워 자신의 이익을 합리화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똑똑한 머리가 반드시 바른 선택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윤리적인 판단에도 높은 사고 능력은 필요하다. 타인의 입장을 상상하는 공감 능력, 장기적인 결과를 고려하는 통찰력, 규칙의 의미를 이해하는 논리성 등은 전부 일종의 '사회적 지능'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능력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 아닐까? 즉 윤리란 윤리적 의사선택일 수 있지않을까? 도덕률처럼 상황 별로 정해진 답이 없는 즉 답을 찾아가는 모호함을 유지하면서 윤리적으로 계속 고민하는 그 자체가 아닐까? 오늘날 AI가 인간처럼 문제를 해결하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시대다. 기술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지만, 우리는 그 똑똑함이 인간다운 가치를 향하고 있는지 계속 질문해야 한다.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이라도, 그것이 사람을 해치거나 인간의 존엄을 무시한다면 윤리적이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생각에 한국은 나라 전체가 오디션에 중독된 사회이다. 1등이 모든 것을 갖고 인정받는 나라로 어려서부터 훈련된다. 승자 독식과 양육 강식의 철학이 은연중에 우리 내면에 자리 잡고 있으며 어려서 부터 장미반과 들꽃반까지 성적에 따라 성적의 계급이 정해진다. 그리고 거기에 대칭되어 지원할 수 있는 대학 순위가 정해진다. 어쩌면 이자체가 파쇼가 아닐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은 많이 하면서,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 "남을 배려해야 한다"는 말은 그냥 성적이라는 오디션 대회에서 남을 이기기 위한 슬로건 정도로 여기지 않는가? 지능은 속도이고, 윤리는 방향일 수 있다. 빠르게 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로 가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속도와 방향이 함께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지혜로운 존재'가 되고 윤리적인 존재가 된다고 생각한다. 결국 우리가 키워야 할 것은 '똑똑한 두뇌'가 아니라 '좋은 머리와 따뜻한 마음을 함께 가진 인간'이 아닐까? 인공 지능을 개척한 천재 중 한명이 튜닝이다. AI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 설 수 있는지 혹은 인간 지능에 해당하는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아주 천재적인 방법 중 하나로 제안한 방식이 튜닝 테스트이다. 즉, 어떠한 인간적인 단서 없이 대화-보통 글이다-만으로 상대가 로봇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테스트를 통과하면 그 대상을 인간성이 있는 것으로 보자라는 다소 기능적인 방법이다. 이제 이러한 테스트를 통과하는 AI의 시대로 들어갔다고 한다. 그때 통과한 AI가 인간인지 여부보다 인간 중에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서 아이러니를 느낀다. 그러면서 어쩌면 이제 다른 측면에서 기계적인 작업뿐만이 아니라 AI에게 인간이 윤리를 배우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궁금하다. 그래서 필자는 글을 마치면서 이 질문의 답을 챗 GPT에게 물어볼까 한다.

2025-03-31 11:17:40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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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일해백리, 100가지 이로움을 가진 '마늘'

마늘은 거의 모든 한식 요리에 양념으로 들어가며, 따로 반찬으로도 만들어 먹는다. 한식이 건강에 좋다고들 하는데 마늘도 한몫을 한다. 게다가 일해백리(一害百利)라는 말도 있다. 독한 냄새를 제외하면 100가지 이로움이 있다 하여 마늘을 그렇게 부른다고 한다. 그 정도로 마늘은 몸에 좋은 음식이다. 한국인만 강조하다 보니 다른 나라에서는 인기가 없나 싶지만 중앙아시아 지역이 원산인 마늘은 이미 고대 이집트와 그리스 때부터 재배되어 왔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건설하던 노동자들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마늘이 제공되었으며,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병사들이 체력을 유지하기 위해 마늘을 섭취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듯 동서양을 막론하고 정력 보강 식품으로도 마늘은 유명하다. 그렇다면 어떤 성분이 마늘을 건강식품으로 만들었을까? 첫 번째는 알리신(Allicin)이다. 알리신은 마늘에 존재하는 활성 화합물로, 마늘의 강한 향과 다양한 건강 효능의 주요 원천이다. 기본적으로 항산화 작용을 하며 강력한 항균 효과가 있다. 몸에 안 좋은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혈관을 건강하게 유지시키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그냥 마늘도 좋지만 3, 4월에 제철을 맞이하는 '풋마늘'도 빼놓을 수 없다. 풋마늘은 아직 덜 자란 마늘을 일컫는다. 마늘통이 굵어지기 전에 수확하여 잎과 줄기 전체를 식용으로 사용한다. 풋마늘은 흡사 대파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미네랄, 비타민, 식이섬유 등 각종 영양소 면에서는 대파보다 월등한 함량을 자랑한다. 무침이나 겉절이로 만들어 먹어도 좋지만 풋마늘을 아삭하게, 오래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는 풋마늘의 대로 만든 장아찌가 있다. 봄나물인 달래와 함께 담그면 풍미가 더욱 좋아진다. 곧 봄이 지나 여름이 다가올 무렵이면 마늘의 꽃줄기인 마늘종도 식탁을 풍성하게 한다. 마늘이나 풋마늘보다 식이섬유가 많이 들어있으며 무엇보다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C의 함량이 높다.

2025-03-31 05:44:20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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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신탁업자도 재건축사업시 위탁자 가능

도시정비법상 재건축사업이나 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가 조합인 경우, 조합과 토지등소유자 사이에 조합원 지위에 관해 종종 분쟁이 발생한다. 토지등소유자는 조합을 상대로 공법상의 당사자소송에 의해 조합원 자격의 확인을 구할 수 있다(대법원 1996. 2. 15. 선고 94다31235 전원합의체 판결 등). 도시정비법은 재개발사업 또는 재건축사업의 방법에 관해 조합이 시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제25조 제2항). 실제로 조합이 사업시행자로서 해당 정비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재개발사업 및 재건축사업 실무에서의 통상적인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도시정비법은 이러한 조합 시행방식에 대한 예외 중 하나로 신탁업자 등의 '지정개발자'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해 정비사업을 시행하는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제27조 제1항). 이처럼 도시정비법상 사업시행자가 신탁업자인 경우에는 사업시행을 위한 조합이 설립되지 않으므로, 조합원의 지위가 예정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도시정비법은 사업시행자가 신탁업자인 경우에는 위탁자가 조합원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제39조 제1항). 따라서 위탁자 지위에 관해 분쟁이 발생하면 토지등소유자는 신탁업자를 상대로 마찬가지로 공법상 당사자소송에 의하여 '조합원' 개념에 대응되는 '위탁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 그런데 토지등소유자가 아직 신탁업자와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한 신탁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이전하지 않은 경우에도 마찬가지일까? 이 경우에도 토지등소유자는 '위탁자'의 지위에 관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신탁업자를 상대로 위탁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을까? 최근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대법원 2025. 2. 20. 선고 2024두52427 판결). 대법원은 "신탁계약을 체결하지 않거나 소유권이전등기를 이전하지 않은 경우에도, 토지등소유자가 위탁자 지위의 확인을 구하는 소를 제기할 수 있다"고 봤다. 도시정비법 제2조 제9호는 신탁업자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경우 '토지등소유자가 정비사업을 목적으로 신탁업자에게 신탁한 토지 또는 건축물에 대하여는 위탁자를 토지등소유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소송에서 피고가 된 신탁업자는 이를 근거로 토지등소유자가 토지 또는 건축물을 신탁업자에게 실제로 신탁하지 않은 이상 그 토지등소유자를 '위탁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탁자의 지위가 반드시 신탁업자와 신탁계약을 체결했다거나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토지등소유자로 제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도시정비법 제39조 제1항은 재건축사업 또는 재개발사업의 사업시행자가 신탁업자인 경우 위탁자는 토지등소유자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도시정비법 제2조 제9호의 의미는 "신탁업자가 사업시행자로 지정되어 토지등소유자가 토지 또는 건축물에 관해 수탁자 앞으로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게 되면 대내외적으로 소유권이 수탁자에게 완전히 이전되므로(대법원 2002. 4. 12. 선고 2000다70460 판결), 신탁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위탁자가 도시정비법상 토지등소유자의 지위를 갖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규정으로 해석될 뿐"이라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위 사건의 원심 역시 동일한 판단했다.

2025-03-30 09:08:13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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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77>한우에 쿠보타…돼지갈비엔 生사케

<277>日 사케와 육류의 마리아주 화사한 향이 코를 사로잡는다. 자몽같은 감귤류에 열대과일 중에서도 단맛이 감미로운 멜론같은 분위기다. 솜사탕같은 가벼운 달콤함도 느껴진다. 입 안에서는 잘 연마된 구슬이 굴러간 듯 매끈하다. 산미는 튀지 않고 감칠맛, 단맛과 균형감이 좋다. 어느 아로마 좋은 품종의 화이트 와인이냐 하겠지만 일본 사케 '닷사이 39'다. 이번 칼럼은 옆길로 샛다. 와인이 아니라 일본 사케다. 사실 사케는 와인과 닮았다. 재료만 포도와 쌀로 다를 뿐 둘 다 증류하지 않은 양조주다. 알코올 도수 10%대에 식사하면서 마실 일이 많다. 원재료에 대한 고집과 기후의 영향, 양조자의 노력, 음식과의 마리아주를 신경쓰는 것도 같다. 엔간히 마셔볼 때까진 도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점도 비슷하다. 종류도 다양하지만 레이블을 보고도 알기가 힘들다. 그러니 사케도 기반 다지기 작업이 조금은 필요하다. 사케는 원료나 쌀을 얼마나 깎아냈는지 정미율에 따라 다른 명칭이 붙는다. 먼저 '준마이'다. 주정을 섞지 않고 쌀의 발효만으로 만든 사케다. 다음 정미율을 60% 이하면 '긴죠', 50% 이하면 '다이긴죠'라고 한다. 떠올려 보면 한 번씩 사케를 마실때 들었던 준마이다이긴죠가 특정 술 이름이 아니라 특성을 설명해준 명칭이었다. 마리아주 난이도로 보면 사케는 쉬운 편이다. 와인의 경우 서로의 맛을 해쳐서 꼭 피해야할 음식이 간혹 있지만 사케는 더 어울리거나 덜 어울리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크게 배척되는 음식이 없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사케를 생선회랑만 마셨던게 오히려 의아할 정도다. 니혼슈코리아가 '사케, 불의 요리를 만나다'를 주제로 정통 사케와 육류를 페어링하는 행사를 가졌다. 사케라면 이자카야에서만 찾고, 생선회와만 어울릴 것이란 고정관념을 깨보려는 시도다. 양병일 니혼슈코리아 이사는 "사케를 마신다면 생선회나 초밥만 생각하는데 고기와도 잘 어울린다"며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닷사이 39는 과실감과 은은한 단맛이 신선한 육회와 잘 어울린다. 준마이다이긴죠로 39는 쌀을 39%만 남기고 깎아냈다는 의미다. 입 안에서 그토록 매끈하게 느껴졌던 이유다. 닷사이 39가 컬러사진이라면 '코시노칸바이 아마네'는 수묵화같은 사케다. 여백의 미, 음식으로 치면 평양냉면 스타일이니 본격 구운 고기보다는 슴슴한 수육을 곁들이면 좋다. 한우 생등심과는 '쿠보타 만주'다. 와인에서 '와인은 몰라도 몬테스는 안다'가 있다면 사케의 세계에선 '사케는 몰라도 쿠보타는 안다'로 바꿔 말할 수 있다. 원조 프리미엄 사케로 국내 인지도가 절대적이다. 깊은 감칠맛에 목 넘김은 부드럽다. 김정한 니혼슈코리아 부장은 "쿠보타 만주는 다른 사케들에 비해 좀 더 볼륨감과 깊이가 있어서 등심의 기름기와 육즙을 누르지도 밀지도 않고 같이 동반해 나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국제 공인 사케 전문가인 키키자케시(SSI)와 함께 사케와 관련해서는 최고의 자격으로 통하는 사카쇼(酒匠)를 가지고 있다. 생맥주가 있듯 사케도 가열처리를 하지 않은 생(生)사케(나마자케)가 있다. 본연의 맛을 추구하는 만큼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블랙잭 극가라구치'는 여과를 하지 않아 미세한 쌀가루가 보이는 생사케다. 가라구치는 드라이한 맛을 뜻하는데 '극'이니 기름기 많은 차돌을 먹고 입안을 깔끔히 정리해주기 좋다. '쿠로에몬 야마하이준마이 아카이와오마치 나마'도 생사케다. 다른 사케와 비교하면 감칠맛은 극대화됐고, 특유의 산미도 뚜렷하다. 복합적이고 무게감이 있어 양념 고기는 물론 쭈꾸미 볶음같은 매운 음식과도 어울린다. 마지막 타자는 '쿠보타 센주'와 만두다. 접근성에서나 가격면에서나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접해봤을 사케다. 은은하며 가벼운 맛으로 만두와 잘 어울린다. 무특징이 특징이라고 꼽을 사케인 만큼 어떤 음식과도 편하게 마실 수 있다.

2025-03-27 15:23:51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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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밸류업의 불편한 진실과 과제

금융위원회와 블룸버그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한국이 1.04로서 신흥시장평균치 1.58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중국 1.50, 일본 1.40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2023년 말 PBR이 1 미만인 기업 수는 코스피가 526개이고, 코스닥이 533개가 된다. PBR이 1보다 낮다는 건 기업의 시장가치가 장부가치에도 미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이를 근거로 학계나 업계에서는 우리 자본시장이 저평가됐다는 목소리를 낸다. 저평가란 표현은 우리 시장의 본질 가치가 원래 높은데, 시장이 일시적으로 이를 반영하지 못해 현재의 주가 수준이 낮을 때 사용한다. 2024년 우리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3만6624달러로 일본을 앞서고 있다. 그러나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를 보면, 우리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9.4달러로 일본의 53.2달러, OECD 평균 64.7달러엔 훨씬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3년 우리의 총요소생산성(TFP)증가율은 선진국들보다도 낮은 1%를 밑도는 수준이다. 이는 우리 경제의 생산성이 하락하면서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국은행의 2023년 기업경영분석자료를 보면, 이자보상비율이 1.0 미만으로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기업 수 비중은 42.3%로 꽤 높다. 영업이익률도 3.5%로, 2009년 동일 통계방식을 적용한 이후 가장 낮다. 이쯤 되면 자본시장의 PBR이 낮아지는 건 당연하지 않을까? 우리 경제의 저생산성과 기업의 낮은 수익성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모습처럼 보인다. 우리 자본시장은 저평가 상태인가. 아니면 본질 가치가 하락한 것인가. 이에 대한 답변은 향후 우리의 저생산성과 저수익성 구조가 고착될 것인지 아니면 디지털 혁신으로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지로 판가름이 될 것이다. 정부는 혁신경제의 달성을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는듯 하다. 정부는 우리 자본시장이 저평가라는 진단 하에 작년부터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크게 주주환원 확대와 일반주주 권익제고로 압축된다. 먼저, 주주환원확대 정책으로는 배당증액, 자사주 소각 등이 포함된 자본환원률의 제고와 이를 이행한 기업에 대한 법인세 공제 혜택 부여, 배당에 대한 분리과세 허용 등의 세제지원 조치가 논의되고 있다. 다음으로, 정부의 일반주주 권익제고 정책으로는 지배구조개선 목적하에 이사회 역할과 책임을 강화하고 적절 정보의 공개를 확대하는 것과 같이 상장기업이 준수해야 할 행동원칙으로 기업 거버넌스를 도입하거나, 적극적인 상법개정, 전자주주총회 허용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상장기업의 협의와 합의 도출이 요구되나 상장기업 지배 대주주에게는 밸류업의 유인이 별로 없다. 지배 대주주는 주주환원에 의한 기업가치 제고보다는 안정적 경영지배권을 확보하거나 주주에게 환원할 자금으로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계열사 지분율을 확대하는 데에 관심이 더 높다. 특히, 지배 대주주에겐 밸류업 정책으로 그간의 참호구축 효과가 약해지고, 자본환원 시 배당금에 대한 종합과세 부담, 그리고 주가 상승 시 높은 양도세는 물론 상속 및 증여세 부담 등도 커진다. 무엇보다 지배 대주주의 이해 상충을 견제할 장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정보가 부족한 개인투자자에게 밸류업 기대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필자는 밸류업 추진에서 꼭 필요한 정책으로 자본시장의 정보흐름을 원활하게 해 시장 본연의 다중감시 체계가 작동하고 시장의 기업에 대한 선별능력이 제고되길 바란다. 이를 위한 방법의 하나로 상장기업이 재무정보뿐만 아니라 전략, 지배구조변화 등과 같은 비재무정보를 최소 연 1회 이상 IR 형태로 공시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상장회사 대신에 증권사가 해당 기업에 대한 분석보고서를 작성해 공개하는 것이다. 어느 형태가 되든 해당 보고서에 대한 재정지원은 거래소나 금투협회 등이 부담하고 해당 보고서를 민간기관(예, 일본의 경우 애널리스트협회)이 평가하는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다. 시장에 제공되는 정보가 확대될 경우 시장의 유동성이 증가하고 효율적인 가격발견이 촉진된다. 2025년 1월 현재 코스피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기업 수는 각각 848개, 1782개인데, 이 중에서 200~300개 기업에 대해서만 분석보고서가 작성되는 현실이다. 분석보고서가 없는 기업은 기업탐방을 가장한 주가조작 세력의 시세조정 대상이 되곤 한다. 이러고서도 우리 자본시장의 밸류업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

2025-03-27 08:10:53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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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상속세 개편, 본질에 우선해야

[차상근의 관망과 훈수] 상속세 개편, 본질에 충실해야 '이혼하면 세금 없고 사별하면 세금 있다.' 공정성 논란이 많은 상속세 제도의 맹점중 하나이다. '부부는 일심동체'란 전통적 대명제 속에서 살아 왔는데 혼인이 파탄나서 헤어지면 세금 한 푼 안내고 동고동락하며 해로하다가 사별하면 세금을 물리는 나라. 누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을 것이다. 상속세는 번번이 국정감사 등에서 개편 필요성이 거론됐는데 부의 세습, 부자감세, 세수감소 등의 논란 속에서 유야무야돼 왔다. 그런데 이번에 대통령 탄핵 심판과 조기대선 무드 속에서 핫이슈가 됐다. 세정당국이 나서서 기존의 유산세를 상속인이 실제 물려받은 자산에 대해 과세하는 유산취득세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 상속세 개편안을 내놓았다. 표계산에 능숙한 정치권에서는 한발 더 나가 배우자에 대한 상속세 폐지까지 공약처럼 전면에 세웠다. 사망하면서 유족들에게 유의미한 자산을 남겨 상속세 신고자가 된 피상속인은 2023년 기준 국세청 통계로 1만9944명이다. 그 해 사망자수 대비 6.8%에 불과하다. 이들 피상속자가 상속세로 납부한 금액은 전체 세수의 2.5%선인 8조5000억원이다. 실질적으로 의미있는 규모의 상속세를 낸 사람은 신고자 숫자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이런데도 상속세에 대한 불만은 상속규모의 대소를 불문하고 날이 갈수록 첨예해지고 있다. 현 상속세 개편의 주된 배경은 배우자 상속세 같은 불공정 부분만 아니라 자산가격 상승 등으로 대상자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요국 대비 높은 세율도 기업이나 가계 경제의 연속성을 흔드는 통에 불만을 사고 있다. 신고납세자수는 2000년 1400명에서 최근 2만여명으로 급증했다. 이미 20년전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같은 기간동안 4만8000여명에서 15만여명으로 늘었다. 사망자 대비 4.2%에서 9.6%까지 치솟았다. 일본의 상황을 볼때 우리는 더 빨리 상속세 납세자가 증가할 것이다. 대상자는 급증하는데 합리적이지 못한 세제로 인해 정부에 대한 불만은 시간이 흐를수록 커질 것이 자명하다. 국세청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82%가 상속세 개편안을 찬성하고 유산취득세로의 전환도 71%가 원했다. 더 이상 방향성을 다툴 계제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시기가 묘하다. 75년전, 한국전쟁이 터졌던 1950년에 입법한 상속세를 그동안 성역처럼 모시며 수호자를 자처해온 세정당국이 기존의 틀을 아예 뜯어고쳐 상속인의 부담을 크게 덜 수 있게 하는 발상을 한 배경이 좀 궁금하다. 탄핵국면-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 통상질서 재편 등으로 나라가 극도로 혼란한 판이다. 이 상황에서 불쑥 유산취득세 도입까지 제시했다. 여야 정치권이야 한계치로 치닫는 주요 유권자 불만을 고려했을 것이다. 나아가 앞으로 계속 진행될 빅매치(대선 등)에 활용할 중요한 선거 자산을 챙긴다는 측면도 봤으리라. 여당인 국민의 힘측이 이번 기회에 배우자 상속세는 폐지하자고 제안했고 민주당도 이재명대표가 나서 호응하는 분위기다. 국민연금 개편이나 여타 민생법안이 쉽게 성안되지 않던 상황에 여야가 상속세 개편에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다행이나 좀 의아하다. 그 내용을 고민하고 잘 지켜봐야 할 것같다. 우선 세수감소를 메울 수 있는 적절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는 상속세 개편으로 세수가 약 2조원 줄어들 것으로 봤다. 2023년 56조4000억원,지난해 30조8000억원의 세수결손 상황은 저성장 고착화 등으로 쉽게 반전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마당에 일방적 감세정책이 추가로 남발한다면 나라곳간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배우자 상속세 폐지도 부자감세의 편법적 수단으로 쓰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본처럼 법정상속분에만 적용하는 방안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선거표를 의식한 졸속 제도 개편이 이어져 그 부작용이 가장 걷기 쉬운 월급쟁이들 소득세로 메꾸는 사태로 연결될 지 자못 우려스럽다.

2025-03-26 15:17:48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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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거짓말이야! 거짓말이야!

지도층 인사들이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불신 풍조가 슬그머니 다가왔다가 어느 순간에 사회 전방위로 휘몰아쳐 공동체 가치관을 엉망진창 부서트린다. 거짓말이 횡행하는 불확실한 사회에서 믿을 것은 당장의 힘뿐이어서 벼슬아치들은 백성들의 삶이 어떻게 되든 아랑곳하지 않고 실력자 눈에 들려고 갖은 아양을 떨어 그들의 우두머리를 한층 더 타락시킨다. 그런 자들일수록 위기가 닥칠 때는 충성의 가면을 곧장 내던지고 그들 주인에게 대든다. 조선시대 연산군의 채홍사 노릇을 하며 갖은 아부를 다 했던 임사홍은 연산이 실각하자마자 하늘보다 높이 모시던 임금의 얼굴에 침을 뱉었다. 최근 똥별들이 왔다 갔다 하는 모양새를 보면서, 떠 오르는 부끄러운 역사다. 1994년인가 북핵 문제가 고조되어 한반도에 전쟁 그림자가 어른거릴 때, 북한이 도발하려면 먼저 중국의 승인이 필요하다는 WSJ 분석 기사를 읽고 어떤 자리에서 기사 그대로를 전한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 있었던 "거짓말 좀 한다."고 알려진 인사가 얼마 후 다른 자리에서 "모처 수뇌부에게서 들은 정보라며 중국의 승인 없이는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한다"며 자신의 인맥을 부풀렸다. 눈알이 180도로 왔다 갔다 하면서도 거들먹거리다 주위 사람들이 묘한 미소를 지어도, 눈치채지 못하는 꼬락서니를 보였다. 누가 그 같은 무리를 신뢰하겠는가? 사실상 거짓말인 아부는 급할 때는 아무에게나 빌붙다가 상황이 변하여 얻을 것이 없다고 판단되면 헌신짝 내치듯 하며 눈을 치켜뜬다. 그 거짓말 명수는 상당한 시간이 흐른 후 옴짝달싹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자, 손을 잡으며 평생을 함께 가자"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하였다. 뒤에서 욕하던 그의 다짐이 거짓이라고 짐작하면서도 그냥 도와줬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기르던 개에게 발뒤꿈치 물린다."는 속담을 실감하게 되었다. 거짓말쟁이는 결국 배신의 늪을 허우적거리기 마련이다. 필요할 때는 꼬리를 감추는 비루먹은 개가 되었다가도 상황이 바뀌면 언제 봤냐는 듯이 짖어대는 똥강아지 행색을 감추지 못한다. 같은 거짓말이라도 주변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인사일수록 거짓말이 사회에 미치는 폐해도 그만큼 늘어난다. 이들의 거짓말은 혼자만 망가지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사회를 더불어 함정에 빠트릴 위험이 있다. 언젠가는 눈치 10단이라고 알려진 유명 인사가 말하기를 "우리 어머니는 나에게 정직하게 살라고 했다"고 천연덕스럽게 말해서 사람들의 헛웃음을 자아낸 일이 있었다. 그 새빨간 거짓말은 그 자신뿐만이 아니라 낳아주신 어머님까지 욕되게 만든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거짓말을 자주 하다 보면 판단력이 흐려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장면이다. 거짓말이 구르는 눈덩이처럼 순식간에 불어나는 까닭은 양심을 마비시키는 거짓말은 거짓말을 새끼 치며 계속하여 거짓말을 만들기 때문이다. 청소년 시기에 장난삼아 하는 뻥도 습관이 되면 큰일 난다. 사실, 인간의 뇌는 좋은 기억만 저장하기에도 벅찬데, 거짓말을 하려면 불필요한 기억을 저장해야 하니 손해가 막심하다.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선과 악을 구분하지 못하다가 결국에는 천사가 아닌 악마의 친구가 될 수 있다. 악마가 되거나 악마의 친구가 되거나 다 똑같이 두려운 뒤끝이 기다린다. 사회 지도층이 되려는 청소년들은 무엇보다 거짓말로부터 독립하는 길을 가야 한다.

2025-03-26 11:32:44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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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예술의 한계

오스트리아 빈에서 결성된 빈 분리파(Vienna Secession)는 1897년 4월,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비엔나공방으로 잘 알려진 콜로만 모저(Koloman Moser), 요제프 호프만(Josef Hoffmann) 등의 예술가들에 의해 창설되었다. 기존의 전통적인 예술 아카데미와 역사주의 양식에서 벗어나 보다 현대적이고 개성적인 종합예술을 추구했던 그룹이면서 개혁운동이다. 빈 분리파하면 가장 먼저 클림트와 에곤 실레(Egon Schiele), 코코슈카(Oskar Kokoschka), 카를 모저(Karl Moser) 등을 떠올리지만, 멤버 중에는 프란츠 세들라체크(Franz Sedlacek)도 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실종되어 사망 처리된 인물로, 유럽 미술에서 독창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20세기 초반 활동한 작가다.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그림을 주로 그렸다. 세들라체크는 1891년 현재의 폴란드 브로츠와프(Wroclaw, 당시 독일제국)에서 태어났으며 건축과 화학을 전공했다. 그림은 독학으로 배웠다. 1912년 린츠에서 열린 전시회에 처음으로 작품을 선보였고, 인상주의와 표현주의적 요소를 결합한 화풍의 안톤 루츠(Anton Lutz), 세밀한 연필 드로잉으로 이름을 떨친 클레멘스 브로쉬(Klemens Brosch) 등과 함께 린츠 기반의 예술 협회를 창립하며 본격적으로 예술 활동을 벌였다. 빈 분리파 정회원이 된 것은 1927년으로, 이후 정기적으로 전시회에 참여했다. 감정적 표현을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차갑게 현실을 묘사했던 신즉물주의의 대표작가로 꼽히는 그는 흑백의 어둡고 기이하면서도 환상적인 이미지로 유명한 알프레드 쿠빈(Alfred Kubin)과, 에로틱하고 그로테스크한 작품을 남긴 벨기에 작가 펠리시앙 요제프 빅토르 롭스(Felicien Joseph Victor Rops)와 비슷한 예술적 감수성과 어두운 환상성을 공유한다. 세들라체크는 이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만의 조형문법을 만들었다. 특히 르네상스와 초현실주의, 마술적 리얼리즘의 흔적이 뒤섞여 있다는 점에선 히에로니무스 보스(Hieronymus Bosch)나 조르조 데 키리코(Giorgio de Chirico), 피터르 브뢰헬(Pieter Brueghel de Oude)과 같은 선배 작가들의 영향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은 그의 그림 속 초자연적이거나 상징적인 풍경, 수수께끼 같은 장면 등에서 잘 드러난다. 그의 작품은 다양한 양식을 차용하고 있으나, 억압적인 시대에 대한 회의와 심리적 불안 등을 기괴한 화면으로 표현했다는 사실은 동일하다. 사회비판적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도망자(The Fugitive)>(1928), <황혼의 노래(Song in the twilight)>(1931), <나무 위의 유령들(Ghosts on a Tree)>(1933) 등이 그 예이다. 그 중 인상적인 작업은 <나무 위의 유령들>이다. 이 작품은 달빛 비추는 밤하늘을 배경으로 기이한 형상들이 황량한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두건을 쓴 듯, 독수리를 닮은 해골얼굴의 새 23마리가 나뭇가지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구성이다. 잎사귀 하나 없는 나뭇가지는 죽음과 황폐함을 의미한다. 유령 같은 존재들은 불길함의 기호요, 알 수 없는 세계 및 인간의 필멸을 암시하는 장치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사이, 사회적 공포와 정치적 혼란이 팽배했던 시기에 그는 이와 유사한 주제를 자주 작품 속에 녹여냈고, <나무 위의 유령들>도 그 연장으로 볼 수 있다. <나무 위의 유령들>처럼 예술은 현실을 반영한다. 물론 건조한 감정과 무기력함이 팽배한 동시대를 투영한 작품들은 많다. 세들라체크 외에도 적지 않은 예술가들이 저마다의 언어로 악몽 같은 오늘을 그린다. 다만 예술의 속도는 현실의 고통과 암울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현실은 언제나 예술의 그것보다 참혹하고, 새로운 비극은 늘 예술을 앞선다. 이는 예술의 존재이유이자 한계다.■ 홍경한(미술평론가)

2025-03-25 11:08:57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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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오의 신비한 심리사전] 현실은 동굴의 시뮬레이션?

플라톤이 쓴 '국가'에 등장하는 철학 우화로 '동굴' 이야기가 있다. 동굴 속에 갇힌 사람들은 어두운 벽에 비친 그림자만을 보고 그것을 현실 혹은 실재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볼 수 없고, 그림자만이 자신이 아는 전부라 생각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어떤 것 이상을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인데 우연히 혹은 뭔가에 끌려 한 사람이 동굴 밖으로 나가 진짜 세상과 태양을 보는 경험을 한다. 그리고 그는 '메트릭스'의 네오처럼 실재하는 현실 속 자신이 경험한 진리를 동굴 안 사람들에게 전하려 한다. 하지만 독자들도 알고 있듯이 동굴 속의 죄수들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거부한다. 플라톤은 동굴 속의 죄수들에게 실재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하나씩 현실에 적응하기 위한 과정을 이야기 한다. 플라톤은 이것을 철학적 훈련 혹은 이성적인 사고라고 말했던 듯 하다. 플라톤이 말한 동굴은 실재가 아닌 허상의 그림자이다. 그리고 실재인 혹은 현실인 그림자가 현재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거꾸로 돌려보면 진짜는-플라톤은 이를 '이데아'라고 했다- 다른 곳에 있고 우리 인간이 경험하는 것은 그것의 허상인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플라톤은 현실의 허망한 그림자를 벗어나 이데아의 세계로 가자고 한 듯 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의 거울 대칭처럼 현대의 과학 기술이 이제 진짜 허상의 세계로 인간을 이끌고 있다. 현실 자체를 가상으로 시뮬레이션 하거나 혹은 현실에 가상을 입히거나 아예 다른 현실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 하여 만드는 기술을 합쳐서 XR라고 한다. 보통 XR는 완전히 새로운 가상의 세계를 구성하는 가상현실(VR), 현실 위에 가상의 이미지를 덧붙이는 증강현실(AR), 증강 현실에서 가상의 존재나 사물이 현실에 실재하는 어떤 것과 기계적 물리적으로 상호작용하는 혼합현실(MR)까지 모두 포함하는 용어로 정의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을 시뮬레이션하여 전자로 구성되는 혹은 정보로 구성되는 메타 우주를 인간이 만들고 이곳으로 인간이 이주하는 초현실적인 이야기가 실재 지금 세계에서 실행되고 있다. 위의 플라톤의 동굴 이야기를 비교해 보면 기원 전 한 철학자가 말한 철학적 담론 혹은 생각이 현대에서 실재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불완전한 것은 현실이며 이 불만족스럽고 뭔가 무너져 가는-엔트로피라고도 한다- 이 우주를 벗어나 영원한 그리고 완전히 자유롭게 원하는 데로 모든 것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무한진리의 세계인 이데아가 가상현실이라는 기술로 바뀌어 그곳으로 인간이 떠난다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 가상현실은 전자와 정보로 구성된 거울에 비춰진 평면의 세계이며 경험되지만 존재하지 않는 허구이면서 경험으로 실재하는 그런 수학의 허수 같은 공간, 플라톤이 말한 동굴인 듯한 완벽한 진리를 가지는 이데아의 세계인 것이다. 플라톤의 욕망이 이제 실재로 2000년이란 시간을 건너 실현되는 것인가? 인간은 항상 경계에서 무경계로 옮겨 가면서 자신이 가진 진리가 해체되는 경험을 했다고 한다. 그 첫 번째는 우주의 중심인 지구가 그냥 태양계의 4번째 행성이 되면서 중심에서 쫒겨나 우주와 지구의 경계가 사라진 것, 두 번째는 하나님의 피조물로써의 인간과 영혼 없는 다른 동물들과의 경계를 사라지게한 진화론이라는 해체, 세 번째는 내 행동의 중심이 나라고 알고 있었으나 나라는 존재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는 그래서 무의식이라는 혹은 다른 주체라고 말한 프로이트의 무의식 그리고 나머지는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인간의 지성과 지능 만큼은 만물의 영장임을 그래서 정신적으로는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지능으로 유일하다는 생각이 스스로가 만들어 낸 인형인 로봇과 인공지능으로 인해 해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또 같은 맥락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현실은 확실한지 모르나 적어도 하나는 아니라는 것이 뇌과학과 시뮬레이션 과학으로 인해 실재에 대한 우리의 진리가 해체되는 시기를 지내고 있다. 플라톤의 동굴도 이제 시뮬레이션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장자의 호접몽이란 이야기는 독자는 잘 알 것이다. 하지만 중학교 때 읽었던 고전인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이야기를 필자는 더 좋아한다. 왜냐하면, 미인 선녀들이 나와서도 있지만 소설 속 주인공 성진이 현실인 다리에서 만난 팔선녀에 대한 욕망 때문에 부귀영화의 삶을 사는 꿈을 꾼다는 이야기 속 현실이 필자에겐 마치 아침마다 거울에 비춰 진 필자의 얼굴은 실재가 아니라 가상이며 진짜 현실은 거울을 보는 필자라는 믿음을 되돌려 실재는 거울 평면에 있는 가짜인 모습이 사실은 실재 나이며 실재라고 믿는 거울에 비춰지는 필자는 오히려 가짜인 듯한 느낌 때문이 아닐까? /진성오 세종사이버대학교 교수

2025-03-24 15:10:58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