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치승 교수의 경제읽기] 진정한 사회적 통합의 해결방법은 무엇일까?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가 지난 1월 발표한 공공갈등 의식조사 결과에서, 2024년 한국의 사회갈등수준은 10점 만점에 8.1점으로 해당 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이념(진보와 보수), 빈부(부자와 가난한 자), 노사(경영자와 노동자), 노동시장(정규직과 비정규직), 세대(젊은 사람과 나이가 든 사람), 지역(호남과 영남, 수도권과 비수도권), 젠더(남자와 여자) 갈등은 시간을 더해가면서 완화보다는 되려 악화가 되는 듯하다. 또한, 동 조사 결과에서 14개 갈등집단 중 이념, 즉 진보세력과 보수세력 간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1.3%로서 빈부(75.6%), 노사(74.6%), 노동시장 구조(71.6%), 세대(69.2%), 어느 것보다 높다. 사실 진보와 보수의 분류기준이 사회적 관점이라 한다면, 좌파와 우파는 정치적 또는 경제적 관점이라 볼 수 있다. 진보와 보수 의미가 국가마다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각각 좌파, 우파로 혼용되어 사용된다. 좌파와 우파란 말은 1789년 프랑스 혁명에서 유래한다. 당시 의회에 모인 사람 중 질서유지를 원하는 쪽은 우측, 그리고 변화를 원하는 편은 좌측에 앉았는데, 여기서 이런 말이 불리게 되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갈등 중에서 필자가 주목하는 건 이념 갈등이다. 그 이유 중 첫째는 이념 갈등이 앞서 객관적 수치로도 제시되고 있듯이, 매우 심각함에 있다. 둘째는 이념 갈등이 다른 사회갈등과 상호작용을 하는 특성에 있다. 사람마다 지닌 가치관, 관념, 의식, 소득, 자산, 거주지역 등의 차이에 의해 발생하는 사회갈등이 음양의 원리처럼 조화를 이룬다면 사회발전엔 긍정적 역할을 한다. 그런데 우리 사회갈등은 조정되지 못하면서 결국엔 진보와 보수의 극한대립으로 표출되는 듯하다. 무엇보다, 작년 12월 탄핵국면 이후 진보와 보수세력 간 이념 갈등은 남남갈등으로 더욱 불거져 국론분열과 대립을 심화시키고 있다. 가까이 지난 6.3 대선 결과를 보자. 여느 선거가 그랬듯이, 이번 21대 대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진보를 표방하는 민주당과 보수를 대변하는 국민의힘에 대한 정당지지도는 한마디로 우리 사회의 갈등을 그대로 재연한 듯 하다. 먼저, 지역별 정당지지도를 보면, 호남, 광주, 세종, 수도권에서 민주당이 우세하지만, 영남권(부산, 대구, 울산, 경북, 경남)에선 국힘이 우세하게 나타난다. 한마디로 동과 서가 양분되는 모습이다. 다음으로, 성별 정당지지도를 보면, 2030세대 남성이 국힘을, 그리고 2030세대 여성은 민주당을 지지하고 있다. 그다음으로, 세대별 정당지지도는 젊은층(MZ세대), 중장년(40~59)에선 민주당 지지도가 높지만, 노년층(특히 70대)의 경우 국힘 지지도가 높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대선후보별 정당 득표율에서 민주당이 49.2%, 국힘이 41.15%, 개혁신당이 8.3%로서 어느 정당 후보도 과반수(50%)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다. 결선투표제도를 채택한 국가라면 후보 당선의 정당성과 사표방지 등을 위해 1위와 2위 후보를 대상으로 재선거를 치른다. 그렇지 못한 우리나라 경우엔 후보정당 지지자들 간 승복 대신에 반목과 갈등이 선거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우리의 선거제도가 국민을 통합해 내는 과정이 아니라 국민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건 아닐까?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의 다른 조사 내용을 더 살펴보자. 우리 사회갈등의 책임이 어디가 높은가에 대해 국회라는 응답이 88.7%로 11개 기관 중 제일 높게 나왔고, 다음이 언론 87.9%, 정부 83.5% 순으로 책임 수준을 보여준다. 더욱이, 이들 국회와 언론은 갈등 해소를 위한 노력이 각각 15.2%, 10%로서 시민단체(21.4%), 정부(18.3%), 종교계(17.7%)보다 부족하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정치의 역할이 실종되어 있다. 여·야 정치인들은 배타적 진영의식에 빠져 있고, 역으로 남남갈등을 부추기는 듯하다. 우리의 사회갈등을 완화하고 국민통합을 달성하는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국민 의사가 제대로 대표·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정치제도와 헌정 제도의 개혁이라고 생각된다. 득표율과 의석수를 괴리시키지 않고 대화와 타협을 이끄는 중선거구제 채택, 한 표라도 더 많은 승자가 독식하지 않도록 프랑스식 결선투표제와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 중간평가와 책임정치를 가능케 하는 4년 중임으로의 대통령 임기 개헌 등이 그것이다. 한국 사회갈등에 책임이 큰 국회, 언론, 정부는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선거법과 헌법개정에 적극 나서야 한다. 다행히 지난 9월 16일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연임과 결선투표가 국정과제 1호로 채택됐다. 그런데 아쉽게도 선거제 등의 정치제도에 대한 개혁은 빠져 있다. 이에 적지 않은 국민으로부터 개헌 제시의 진정성이 의심을 받고 있다. 이는 사회적 통합이 개헌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국민 인식이 아닐까? /원광대 경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