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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300>윌리엄 페브르…테루아를 담은 샤블리의 '골든'

<300>佛 샤블리 '윌리엄 페브르' 진정한 가치는 자신의 내면에 있다. 사람이든 와인이든 마찬가지다. 와인마다 그렇게 테루아를 강조하는 이유다. 특히 프랑스 화이트 와인의 명산지 샤블리가 그렇다. 포도밭을 그랑 크뤼 등급으로 지정하는 기준 자체가 토양이다. 불과 몇 발자국 차이로 크랑 크뤼와 프리미에 크뤼가 나뉘기도 한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골든'을 노래하며 내면의 빛나는 본질을 깨닫듯이 샤블리의 도멘 윌리엄 페브르에게 와인 양조는 테루아의 가치를 발견하고 받아들이는 여정이다. 도멘 바롱 드 로칠드(DBR) 피에르-안투안 발랑 아시아 태평양 매니저(사진)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윌리엄 페브르의 철학은 샤블리의 정통성과 탁월함, 순수성, 그리고 테루아에 대한 존중"이라고 강조했다. 윌리엄 페브르는 작년 DBR 라피트 가문에 합류했다. 윌리엄 페브르 자체로는 300년의 역사를 지닌 곳이다. 와인을 맛보기에 앞서 먼저 샤블리가 어떤 곳인지 보자. 지리적으로는 부르고뉴에서 가장 북쪽이다. 와인 이름에 우리로는 발음하기도, 기억하기도 어려운 지역이나 마을명이 많아 그렇지 사실 샤블리 와인은 쉽다. 포도품종 단 하나, 샤도네이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 전부다. 다른 화이트 와인으로는 대체 불가한 샤블리의 매력은 순수한 미네랄감이다. 한 때 바다였던, 그래서 굴 등 해양 화석을 품은 토양 덕분이다. 무려 1억5000만 년의 시간을 담은 테루아다. 윌리엄 페브르는 샤블리 와이너리 가운데 가장 많은 78㏊의 포도밭을 가지고 있다. 특히 7개 그랑 크뤼 포도밭(끌리마) 중 5곳에 포도밭이 있다. 피에르는 "샤블리 그랑 크뤼의 15%를 차지하는 주요 생산자로 포도나무의 평균 수령이 30~60년인 올드 바인 위주"라며 "소출량은 많지 않지만 그만큼 응축되고 복합적인 아로마를 지닌 와인을 만들수 있다"고 설명했다. 테루아를 강조했으니 같은 그랑 크뤼, 같은 프리미에 크뤼라도 포도밭에 따라 어떻게 다른지 집중해 본다. 레 끌로는 샤블리 그랑 크뤼의 상징과도 같은 포도밭이다. 면적도 가장 넓다. 가파른 경사와 석회질과 점토가 깊은 토양이 와인에 힘을 실어준다. '샤블리 그랑 크뤼 레 끌로 2022'는 맑은 황금빛에 자몽, 레몬 등 시트러스와 백도같은 핵과일, 흰 꽃과 오렌지 껍질, 부싯돌의 아로마가 복합적이다. 입안에서는 과실미는 응축됐고, 좋은 질감과 선명한 산도, 짭쫄한 미네랄이 그랑 크뤼 와인의 전형이다. 피에르는 "샤블리 그랑 크뤼의 경우 2-3년 후부터 시음 적기에 들어서지만 15년 안팎이 최고 절정이 될 것"이라며 "너무 차갑게 마시기 보다는 적당한 온도로 즐기는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레 프뢰즈는 그랑 크뤼 포도밭 가운데 가장 우아함을 가진 곳이다. '샤블리 그랑 크뤼 레 프뢰즈 2020'는 과실에 꽃향, 농축된 미네랄과 미묘한 부싯돌 아로마가 어우러진다. 입 안에서는 매끄러운 질감과 둥글면서 존재감 있는 산도가 확실이 세련되고 우아하다. 테니스 선수로 비교하자면 라파엘 나달과 로저 페더러다. 샤블리 그랑 크뤼 레 끌로가 힘을 가진 나달, 샤블리 그랑 크뤼 레 프뢰즈가 정교하고 우아한 페더러다. 푸르숌은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이지만 그랑 크뤼인 레 프뢰즈와 바로 맞닿아 있다. 베이비 그랑 크뤼의 모습을 기대해봐도 좋단 얘기다.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푸르숌 2020'은 과실미는 신선하면서 햇살을 충분히 받은만큼 풍성한 질감과 구조감이 인상적이다. 기본 샤블리급과 비교하면 미네랄감은 더 좋아졌고, 여운도 길다. 해산물이나 굴과 잘 어울린다. 보로랑은 푸르숌 포도밭에 속해 있지만 좀 더 작은 구획인 단일 파셀이다. 레 프뢰즈와 붙어있고, 방향도 좀 더 남쪽을 바라보고 있어 거의 그랑 크뤼와 같은 조건이다. '샤블리 프리미에 크뤼 보로랑 2020'은 풍부한 과실미와 뚜렷한 미네랄감, 우아한 질감과 집중력있는 모습이 확실히 그랑 크뤼에 한 발 다가간 모습이다.

2025-10-16 13:52:49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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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의 세상 이야기] 유네스코 문화유산 24절기의 변화

[전형일의 세상 이야기] 유네스코 문화유산 24절기의 변화 24절기(節氣)가 변하고 있다. 현재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양력(陽曆)은 1582년 교황 그레고리오 13세가 기존 '율리우스력'을 보완해 만든 '그레고리력'이다. 또 1월 1일이 새해 첫날이 된 것은 프랑스 샤를 9세가 1564년에 선포한 이후이다. 만우절 탄생 배경처럼 이는 비과학적이고 자연 현상과도 무관하며 극적인 사연도 없다. 이에 비해 동아시아에서는 오래전부터 달(月)을 중심으로 한 역법(曆法)인 음력(陰曆)을 사용했다. 그래서 달력이다. 음력은 달의 모양만 보고도 날짜를 대략 알 수 있어 역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유용했다. 변화하는 달의 모양에 따라 인간을 포함한 생물들의 생체 활동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성들의 생리 현상인 월경(月經)도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적 현상'에서 유래했다. 특히 달은 지구에 가까워, 그 위치에 따라 바닷물의 조수간만이 생긴다. 따라서 달의 주기에 따른 '물 때'를 잘 맞추는 것이 어업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했다. 하지만 음력은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 어려워 농경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문제가 있었다. 계절은 지구의 자전축이 23.5도 기운 채 태양의 주위를 공전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지구에서 볼 때 1년에 걸쳐서 태양이 하늘을 이동하는 경로를 황도(黃道)라고 한다. 당시 사람들은 지구에서 관찰한 태양의 연간 이동 경로를 15도마다 구분을 했다. 즉 360도를 15도마다 나눈 것이 24절기다. 천문학 기준점은 춘분(春分)이다. 입춘(立春), 동지(冬至) 등은 매년 2월 4일과 12일 22일로 윤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정해져 있다. 이는 24절기가 철저하게 태양을 중심으로 한 양력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음력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태음태양력(太陰太陽歷)이 완성됐다. 바람, 비, 눈, 더위, 추위 같은 짧은 시간의 상태를 날씨라고 한다면, 수십 년 이상의 긴 주기를 두고 변화한 것을 기후라고 한다. 절기는 계절 변화의 규칙을 반영하고 기후를 예측하는 것이지 일기예보는 아니다. 음력과 절기가 합해진 태음태양력은 천문학적이고 과학적이며 자연 흐름에 가장 적합한 역법이다. 이 때문에 24절기는 2016년 유네스코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24절기는 고대 중국 진한(秦漢) 시기에 이미 실용화됐으며 우리나라에는 고려 충렬왕 17년(1291년)에 도입됐다. 그러나 발상지가 화북 지방이라 우리나라 기후와 맞지 않는 단점이 있다. 그럼에도 '입춘 추위는 꿔다 해도 한다'는 속담 등이나 농기구 점검, 밭농사 준비, 작물 모종 키우기 등 체감 날씨나 농사에는 역시 24절기가 사용됐다. 이렇게 오랜 세월 우리에게 익숙한 24절기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최근 100년간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섭씨 1.5도 상승했다. 여름이 길어지면서 처서(處暑)에도 열대야 현상이 나타난다. 해발 900m가 넘는 고원 지대인 강원도 태백에도 폭염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한다. 망고와 바나나 같은 아열대 과일이 자라고 남부 지방에서 재배되던 사과는 수도권까지 북상했다. 교과서의 식생과 수산물 지도를 새로 써야 할 상황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날씨는 인류의 모든 것을 지배한다"고 했다. 기후는 개인의 건강이나 정서뿐 아니라 농업, 경제 등 사회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친다. 전쟁의 원인이기도 했다. '호모 클리마투스(Homo-Climatus)'는 처음 지구상에 출현한 이래 기후변화에 적응하면서 생존해 온 인간을 말한다. 전 세계적으로 온난화에 따른 이상 날씨가 동시에 발생하는 '복합 재해'가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이제는 인류가 새로운 기후 환경에 적응하고 대비해야 하는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덧붙여 사주(四柱)는 입춘을 기준으로 '띠'가 정해지는 등 24절기에 따라 팔자(八字)가 정해진다. 그런데 기후가 변하면 그 특성이 달라져 난감해진다.

2025-10-15 14:20:57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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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천천히 익어가는 시간의 힘

2025년 기준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는 31명이다. 반면 한국은 평화상과 문학상 단 두 명이다. 과학상으로 한정하면 스코어는 더욱 벌어진다. 일본은 1949년부터 생리의학상, 물리학상, 화학상 등 모든 분야에서 고루 메달을 땄다. 올해만 '노벨 2관왕'을 기록했다. 한국은 여전히 '0명'이다. 후보로조차 언급되지 않는다. 이 격차를 연구 인프라의 문제로만 설명하긴 어렵다. 나라에 돈도 있고 인재도 있다. 지원금 예산도 일본과 비슷하다. 그럼에도 항상 옆 나라를 부러워하는 처지다. 왜일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연구의 시간'을 우리 사회가 견디지 못한다는데 있다. 기초과학 분야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일본의 연구 환경은 한 과학자가 20년, 30년에 걸쳐 하나의 주제를 파고들 수 있도록 설계된다. 오사카나 교토대학의 연구소들은 장기적 자율연구를 보장하며, 성과보다는 지속성을 중시한다. 시간은 단절되지 않고, 축적은 곧 공동의 유산이다. 이것이 노벨상의 토대가 되었음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의 연구 시스템은 다르다. 대부분의 과제가 단기로 제한되고, 평가와 보고서, 실적 중심의 체계가 지배한다. '깊이'에 앞서 '속도'가 우선되다보니 끊임없이 새로운 과제 공모에 응해야 한다. 반복적 갱신의 일상화다. 그런데 이러한 구조는 과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의 미술창작레지던시 제도에서도 똑같은 논리가 작동한다. 과학계처럼 이곳도 상시적 갱신의 습관화가 고착되어 있다. 레지던시는 예술가에게 일정 기간 창작 공간과 지원금을 제공하는 제도다. 기초예술 증진과 장기적 창작 역량의 강화를 목적으로 한다. 재능 있는 예술가들을 선발해 다양한 실험 및 교류를 지원하여 거목으로 자라도록 돕는 것이 존재의 이유다. 그러나 이들의 다수는 공모, 심사, 입주, 결과발표 전시를 잇는 단기형 '순환 이벤트' 공간이기 일쑤다. 정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 레지던시도 매한가지다. 예술가들은 짧으면 3개월에서 6개월, 기껏해야 1년 남짓 체류할 수 있다. 그 기간 동안 결과 전시와 보고라는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야 한다. '행정의 일정표' 속에서 즉각적인 완결에 연연해야 하고, 입주 작가 결과전이 종료되면 모든 것이 원점으로 돌아간다. 즉, '리셋(reset)' 된다. 과학에서 노벨상이 기초연구의 결실이라면, 예술에서도 기초예술의 개념은 필수적이다. 여기서의 기초예술이란 드로잉 연습이나 조형요소와 원리 따위를 배우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어떤 결말을 전제하지 않은 탐구, 당장의 완성보다 연구의 시간을 통한 '과정의 사유'를 중시하는 창작을 뜻한다. 레지던시는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어쩌면 그것이 본질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예술정책은 이 개념을 제도화하는데 무관심했다. 예술가의 시간을 과정의 사유로 채울 수 있게 하려면 최소한 3년 이상의 다년형 체류 프로그램이 요구될 뿐더러, 과정 중심의 평가와 입주 이후의 후속 연구 지원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나아가 실패의 기록이나 기억의 연결까지 미학적 자산으로 삼도록 장려해야 맞다. 현실은 판이하다. 연구의 시간을 '기한의 시간'으로 밀어내는 것도 모자라 일부 공공 레지던시에선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역 경제 활성화나 도시재생, 관광의 도구로 소비한다. 몇몇 지자체는 아예 문화센터가 되길 바란다. 대민 서비스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사고에 기반 한 '시민 향유'가 명분이다. 한국이 과학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전혀 없는 이유나 한국의 레지던시가 세계적 예술 플랫폼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 또는 레지던시를 통한 글로벌 아티스트들이 배출되지 못하는 배경엔 '시간의 가치'에 소홀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정의 사유에 인색하고 장기간에 걸친 연구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도 같다. 이제는 기초과학이든 문화예술이든 천천히 익어가는 시간의 힘을 믿어야할 때다. 지난 76년간 일본이 그러했듯 말이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10-14 09:31:23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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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항산화 성분 풍부한 맛있는 채소 ‘파프리카’

통계를 살펴보니 지난 10여 년간 한국인의 채소, 과일 섭취량이 꾸준하게 줄어들었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400g 이상의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라고 권장하는데, 실제로 이 기준에 충족하는 한국인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한다.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종류의 채소와 과일을 구매할 수 있음에도 여전히 섭취량은 부족한 것이다. 대신 건강에 안 좋은 패스트푸드, 가공식품의 소비량은 점점 늘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조금 맛이 없으면 어떤가? 건강에 그렇게 좋다는데. 심지어 어떤 채소류는 맛도 좋고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바로 ‘파프리카’다. 채소의 가장 큰 이점은 바로 항산화 효능이다. 다양한 항산화 성분이 노화를 늦추고 염증을 완화하고 암을 예방한다. 대표적인 성분으로 플라보노이드를 꼽을 수 있는데 파프리카에도 이들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아피게닌, 루테인, 퀘르세틴과 같은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대표적이다. 다른 채소류와 달리 파프리카는 색상이 다양하다. 적색, 노란색, 주황색 등 색상은 물론 맛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 기호에 맞춰 고르면 된다. 마트에서 쉽게 볼 수 없지만 사실 덜 익은 녹색 파프리카에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가장 많다. 하지만 아쉬워하지 않아도 된다. 잘 익은 적색, 노란색, 주황색 파프리카도 그에 못지않으므로 다양하게 섭취하면 된다. 파프리카는 비타민 C의 함유량이 최상위권에 속한다. 비타민 C는 영양제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성분 중 하나다. 비타민 C는 우리 인체가 정상적인 생리 작용을 하는 데 꼭 필요한 영양소다. 또한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면역력 강화에도 긍정적인 작용을 한다. 또한 칼륨을 비롯한 필수 미네랄 또한 풍부하다. 이런 비타민과 미네랄은 약보다는 식품으로 섭취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좋은 만큼 파프리카는 천혜의 영양제라 할 만하다. 파프리카는 생으로 먹어도 익혀 먹어도 맛이 좋다. 아직까지도 채소가 맛없다는 편견 때문에 멀리하고 있다면 우선 파프리카와 먼저 친해지고 볼 일이다.

2025-10-14 05:00:29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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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송편의 역설

대한민국의 최대 명절은 추석이다.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은 단연 송편이다. 쌀을 도정하고 분쇄한 후 쌀가루로 반죽하고 속을 채우고 찌는 그 과정 속에서 우리의 음식 문화와 가족의 따듯한 정을 이어왔다. 하지만 올해 추석은 좀 달랐다. 송편 한 알 값이 지난해 대비 20% 이상 치솟았다는 소식에 주부들의 한숨이 깊어진다. 쌀값 폭등이 밥상 물가를 흔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 창고에 쌀이 넘쳐 난다는 아이러니가 우리 식탁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이 '풍요의 역설'은 단순히 쌀값의 변동이 아니라, 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이 초래한 시장의 왜곡에서 비롯됐다고 하니 더욱 기가 막힐 노릇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의하면 정부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과도한 매입(총 62만톤)으로 재고를 정부 창고에 '잠그는' 비축 착시 효과를 낳아 시장 유통량을 줄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민간 재고가 부족해져 가격이 급등했다고 한다. 올해 8월, 정부가 비축 쌀 5만5000톤(추가 3만톤)을 '대출' 형태로 시장에 풀었으나 사업자들이 이를 '공급 부족 신호'로 해석해 기존 재고를 더 쌓아두었고 이는 유통 감소와 가격 상승이라는 악순환을 초래했다고 보도했다. 쌀의 시장격리와 비축정책은 원래 농가소득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착한(?) 의도에서 출발했다. 매년 과잉 생산된 쌀을 정부가 사들여 창고에 쌓아두는 방식으로 가격하락을 막는 것이다. 올해도 26만톤 이상의 쌀을 격리 매입하며 총 비축량이 80만 톤을 웃돌게 됐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이 시장 유통량을 인위적으로 줄여 가격을 끌어 올린다는 점이다. 정부가 쌀을 '잠그면' 민간 유통업체들은 재고 부족을 우려해 확증 편향적 착시 현상으로 더 쌓아 두려 하고 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가격이 폭등하는 악순환을 낳는다. 추석 송편처럼 쌀 소비가 집중되는 시기에는 이러한 왜곡현상이 더 뼈아프게 느껴진다. 송편 한 봉지(20㎏) 가격이 6만원을 넘어서며, 김밥집이나 떡집 소상공인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시장 메커니즘을 망가뜨린 전형적인 사례다. 농업경제학회와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같은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오래전부터 지적해왔다. 그들은 장기적으로 쌀의 재배 면적을 감축하고 소비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KREI의 연구에 따르면 벼의 재배면적 감축과 쌀 소비량의 확대가 식량정책의 기본 기조가 돼야 한다고 하였다. 인구 감소와 서구화된 식단이 대세인 만큼 단순하게 쌀의 소비를 장려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쌀의 소비패턴이 줄어드는 거대한 흐름앞에서 과잉 생산을 억제하지 않으면 '풍요 속 빈곤'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재배면적을 8만 헥타르 이상 줄이고, 논타작물(콩, 밀 등) 전환을 지원하는 동시에 쌀 소비를 늘릴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서 주목할 대안이 바로 '가루쌀'의 확대 정책이다. 가루쌀은 쌀을 분쇄해서 밀가루처럼 사용하는 방법으로 빵, 면, 스낵 등 다양한 가공식품에 활용할 수 있다. 정부가 2022년부터 가루쌀 재배를 장려하며 면적을 1만 헥타르 이상으로 늘렸지만, 최근 소비 부진을 이유로 감축을 검토 중이라고 하는데 이는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오히려 가루쌀의 산업화를 통해 쌀 소비를 촉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예를 들어, 가루쌀을 이용한 송편 반죽이나 제과 제품을 개발하면 추석 같은 명절 음식도 현대적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홍보 확대, 제품화지원, R&D 투자로 가루쌀 수요를 끌어 올리면 과잉 재고를 소진하고 가격 안정을 이룰 수 있다. 추석 송편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우리 농업과 식문화의 상징이다. 정부 정책이 시장을 왜곡해서 송편 값이 오르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정부의 과도한 개입은 자칫 역효과를 낼 수 있으니, 시장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대한민국 식량안보의 상징적인 사례로 농민의 소득 보호와 소비자 부담 완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한국의 비축 쌀 정책은 식량안보를 위한 국가적 전략으로, 쌀의 과잉 생산을 관리하고 가격 안정을 도모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정부는 보다 정밀한 공급 정책 수립을 통해서 정부의 단기 개입을 피하고 장기적인 정책을 바탕으로 보호주의에서 벗어나 재배 감축과 소비 촉진 정책을 전향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가루쌀 같은 대안이 쌀 산업을 살릴수 있는 현실적인 돌파구가 될 것이다. 올해 추석 비싸게 빚은 송편을 보며 우리 밥상의 미래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연윤열 미래식량안보산업전략연구원 식량안보연구센터장

2025-10-13 17:20:34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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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 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 상속재산파산 시 고인의 퇴직급여, 가족들이 받을 수 있나?

자산을 초과해 빚을 지고 있다가 사망한 고인의 가족들은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택하게 된다. 한정승인을 택한 상속인은 고인의 재산범위 내에서 고인의 채권자들에게 빚을 변제할 책임을 진다. 채권자들이 다수이거나, 고인의 재산내역이 복잡한 경우 또는 처분이 쉽지 않은 경우에는 상속재산파산을 신청해 법원 관리 아래 파산관재인으로 하여금 대신 고인의 재산을 처분해 채권자들에게 배분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다. 채무자회생법은 '압류할 수 없는 재산은 파산재단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정하고 있다. 파산재단이란 쉽게 말하면 채권자들에게 배분해야 하는 채무자의 재산을 뜻하는데, 압류할 수 없는 재산은 원칙적으로 채권자들에게 배분해야 하는 재산이 아니라는 뜻이다. 압류금지재산은 보통 법에서 채무자 및 그 친족의 생활필수품, 생계비, 식료품, 부양료, 급여나 퇴직금채권의 1/2 등과 같이 채무자 및 그 가족들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로 정하고 있다. 아무리 파산해야 하는 환경에 처한 채무자일지라도 법에서 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재산만큼은 소유할 수 있고, 파산채권자들 역시 이를 배분해달라고 요구할 수 없다. 그렇다면 고인이 가지고 있던 퇴직연금 채권은 어떨까?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퇴직연금채권 또한 급여와 같은 성질을 가지므로 압류금지재산에 포함되고,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파산재단에 속하지 않으니까 채권자들이 퇴직연금채권을 배분해달라고 요구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아니다. 법원은 '상속재산파산'의 채무자는 '고인'이 아니라 '상속재산' 그 자체인 것으로 보고 있다. 관념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상속재산파산절차는 '채무초과 상태인 상속재산 자체'를 엄격한 절차에서 공평하게 청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절차이기 때문에 채무자가 개인인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인인 채무자가 파산절차를 진행할 때 적용하는 채무자회생법의 규정들이 상속재산파산절차에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고, '압류할 수 없는 재산은 파산재단에 속하지 아니한다'고 정한 규정도 상속재산파산절차에서는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그럼 상속재산파산 시 고인의 퇴직연금채권은 채권자들이 무조건적으로 전부 분배해가면 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다. 법원은 위와 같은 규정 자체가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의 최소한의 생계를 보장하려는 사회적, 정책적 요청에 근거한 압류금지재산의 취지가 참작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퇴직연금채권은 기본적으로 경제적 수입을 통해 가족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는 기초가 되도록 하려는 사회적, 정책적 고려 하에 압류금지재산으로 분류된 것이므로, 이런 취지를 고려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파산재단에 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고인이 채무초과 상태에 있었고 상속재산파산절차에 접어들었다 하더라도 퇴직연금채권에 대해서는 채권자들이 파산절차에서 배분해줄 것을 요구할 수 없고, 고인의 상속인은 퇴직연금채권에 대한 권리를 그대로 행사할 수 있다. 물론 이런 결과가 채권자들 기타 이해관계인들에게 현저히 불합리하거나 부당한 결과를 발생시킨다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달리 판단될 여지도 있다. 다만 법원이 상속재산파산절차에서는 '압류할 수 없는 재산은 파산재단에 속하지 아니한다'는 채무자회생법 규정의 적용을 부정하고 있으므로, 압류금지재산 중 어떤 항목들이 파산재단에 포함되거나 포함되지 않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전문가들에 의한 검토가 필요할 수 있다.

2025-10-12 13:37:18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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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잠 못 드는 밤 꼭 필요한 ‘대추’

어느덧 추석이다. 벌써 올해의 3/4을 보냈다. 아쉬움이 적지 않지만 추석이라는 두 글자에 왜인지 마음이 풍족해진다. 제철을 맞아 차례 상에 오르는 과실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한다. 그중에서도 ‘대추’는 특별하다. 시골집 어디를 가나 한 그루는 꼭 마당 안에 두었던 대추나무. 무엇이 그렇게 중했기에 대추나무를 아끼고, 중요한 제사에 대추를 올렸을까? 또 다른 가을 제철 과실 밤은 율(栗), 그리고 대추는 조(棗)라 했다. 한가위 차례 상을 보면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을 한다. 어쩜 그렇게 건강에 좋은 과실만 올렸을까. 하지만 선조만의 지혜가 아니다. 현대인들의 건강에도 도움이 되는 게 바로 대추다. 특히 불면증으로 고생한다면 더욱 그렇다. 보통 대추는 허약한 체질을 가진 이들에게 쓰는 본초다. 마음이 허하여 잠을 쉬이 이루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갖은 걱정거리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심지어 새벽이 될 때까지 잠에 못 드는 이들도 있다. 이럴 때 대추는 효능을 발휘한다. 또한 잠을 못 자서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면 학업이나 업무에도 지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경우 커피는 줄이고 대추차를 마시면 한결 잠자리에 들기가 쉬워진다. 잠이 부족하면 기억력이 떨어진다. 일상적인 활동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이 오래 유지되면 치매의 가능성 또한 높아진다. 그렇다면 대추를 더욱 가까이해야 한다. 대추에는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도 다른 과일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풍부하다. 물론 대추를 다른 과실처럼 직접 먹어도 좋지만, 차로 마셔도 훌륭하다. 곧 다가올 환절기와 겨울철을 대비해서 대추고를 만들어 틈틈이 따뜻한 물에 타 마셔도 좋다. 다만 체질 또한 체크해야 한다. 평소 자주 긴장하고, 불안이 심하거나 불면증이 있고, 위장이 약하고 마른 체형을 가진 경우 대추는 제대로 효능을 발휘한다. 하지만 몸이 뚱뚱하고 열이 많거나 성격이 느긋한 편이라면 잘 맞지 않을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담 후 이용하는 게 좋다.

2025-10-07 05:00:2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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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의 세상 이야기] 제사와 차례 그리고 성묘의 차이

제사(祭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사시대부터 이어진 인간의 보편적인 신앙이자 풍습이다. 그 대상은 토템을 포함한 천지의 신과 조상들이었다. 따라서 제사는 유가(儒家)로부터 비롯된 것도 전유물도 아니다. 그럼에도 제사는 유가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사람을 다스리는 도(道)에서 예(禮)가 필요하다. 예에는 오경(五經)이 있는데, 제사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예기') 유(儒)의 어원 자체가 '사람(人)이 비(雨)를 구하는(需) 것'으로 이는 무당을 뜻한다. 이들은 주나라부터 왕실 족보를 체계화하고 제례를 관장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 현재 제사는 크게 기제사(忌祭祀)와 차례(茶禮), 그리고 흔히 성묘(省墓)라 부르는 묘제(墓祭) 등 세 가지가 있다. 이는 모두 조상을 추모한다는 의미는 같으나 그 기원과 형식에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우선 일반적인 제사인 기제사는 해마다 조상님이 돌아가신 날 특정한 분을 기리는 의례다. 시간은 돌아가신 날 가장 이른 시간(子時, 23시 30분∼01시 30분)에 지내는 것이 전통적 관행이다. 형식도 길고 복잡하다. 제사의 '제(祭)'는 고기 육(肉)과 보일 시(示)가 결합한 글자로, 사육제(謝肉祭)가 변형됐다고 할 정도로 고기는 물론 밥과 국, 생선과 전, 과일 등 많은 음식이 올라간다. 이처럼 제사 음식이 푸짐한 것은 많은 참석자들의 식사까지 해결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차례는 술을 금지하는 불교의 영향으로 특정한 사람이 아닌 특정한 날(설, 추석) 오전에 조상님께 드리는 집안의 통합 의례다. 음식도 명절의 특식인 떡국이나 송편을 올리고 제철 과일과 채소 위주의 소제(菜祭)로 검소하다. 과정도 제사는 술을 세 번 올리고 반드시 축문(祝文)을 읽는 삼헌독축(三獻讀祝)이나 차례는 축문 없이 술을 사용해도 한 번만 올리는 등 간소하다. 유교에는 명절 제사가 없다. 따라서 차례는 후손이 모여 조상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명절을 보내는 것이 목적이다. 성묘는 순전히 토속신앙에서 출발했다. 유가는 신주(神主)라 불리는 위패(位牌)에 제사를 지내고 불교는 화장을 권하기 때문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가야 사람들은 수로왕릉 옆에 사당을 짓고 일 년에 네 차례 제사를 지냈다. 이것이 지금까지 설날, 한식, 단오, 추석의 묘제로 이어지고 있다. 성묘는 중국에도 없는 풍속으로 주자도 집안에 조상의 사당인 가묘(家廟)의 제례는 자세히 규정했으나 무덤의 제례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다. 조선시대 우리 조상은 무덤에 대한 애착이 남달랐다. 당시 전체 송사(訟事)에서 묘지 소송(山訟)이 무려 80%를 차지 했다고 한다. 유교권 국가 중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이다. 하지만 당시 유학자들도 묘제의 간소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퇴계 이황은 '묘제가 예법에 없다'고 했고, 율곡 이이도 '일 년에 네 차례 묘제는 너무 많다'고 했다. 심지어 성호 이익은 성묘는 '일년에 두 차례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성묘 제사는 현재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기본적으로 조상을 잘 모시기 위함이지만, 무덤을 잘 쓰면 후손이 복을 받는다는 풍수지리학의 영향으로 기복신앙과 연결이 된다. 퇴계도 "예법에 없어도 풍습에 따라 성묘하고 제사 지내는 건 좋지만, 복을 바라는 마음이 있으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명분은 조상 공경이지만 속내는 다른 것에 대한 지적이다. 이처럼 우리 제례도 모든 문화처럼 관습에 유교, 불교 최근에는 서양 종교까지 혼합되면서 발전해 왔다. 예법에 '시대 흐름에 적합한 예'라는 '시례'(時禮)'가 있다. 제례도 근본정신은 기억하되 시대와 세대에 맞는 변화가 필요하다. 생사(生死) 중 생일은 1년에 한 번 하는데 제사는 1년에 몇 번이나 지낸다. 요즘은 생일잔치도 꼭 그날 아니고 여러 명 합동으로도 한다.

2025-09-30 10:00:14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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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지난 여름의 유혹, 복숭아의 달콤하고도 아찔한 비밀

찌는 듯한 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 지금, 올 여름 우리의 입을 즐겁게 했던 달콤한 과일, 복숭아의 탐스러운 모양과 향긋한 과즙을 떠오르게 한다. 과일의 여왕이라 불리는 복숭아지만 알레르기 때문에 두려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많은 분들이 식품 알레르기를 단순히 '특이 체질' 정도로 생각하지만, 그 본질은 우리 몸의 방어 시스템인 면역체계의 과민반응이다. 알레르기는 대부분의 사람에게는 무해하지만 특정 식품에 포함된 단백질 성분(항원)을 우리 몸이 위험한 침입자로 오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은 위장한 '가짜 적'에 대응하기 위해 면역글로불린 E(IgE)이라는 특별한 항체를 대량 생산한다. 이 항체는 비만세포나 호염기구(basophil) 같은 특정 면역세포 표면에 결합하여 일종의 '대기 상태'에 들어간다. 그 후 동일한 식품 항원이 다시 체내로 들어오면, 이 항원들이 세포 표면의 IgE와 결합하면서 면역세포를 자극한다. 이러한 자극은 히스타민을 비롯한 여러 화학물질을 방출시켜서 두드러기, 호흡곤란, 복통 등 다양한 알레르기 증상을 촉발시킨다. 식품에서 기인하는 알레르기는 식품 불내증이나 식중독과는 전혀 다른 면역반응에 의한 현상이다. 예를 들어 우유만 마시면 배가 아픈 경우라면 반드시 우유 알레르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유당불내증'이라는 식품 불내증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식품 알레르기는 앞서 설명한 면역 시스템의 반응으로, 아주 미량의 원인 물질만으로도 전신에 심각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고 식품 불내증은 유당분해 효소(락타아제) 결핍처럼 특정 성분을 분해하지 못해 복통이나 설사 등 소화기관에 불편함을 일으키는 문제로 면역계와는 관련이 없으며,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도 드물다. 또한, 구토나 설사 같은 위장관 증상 때문에 세균성 식중독과 혼동되기도 한다. 하지만 둘은 근본적으로 다른 현상이다. 식품 알레르기는 식품 자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단백질에 대한 특정 개인의 면역 반응이므로 위생상태와 무관하며, 원인식품을 섭취할 때마다 반복적으로 증상이 나타난다. 세균성 식중독은 식품의 생산, 유통과정에서 오염된 세균이나 그 독소가 원인으로 작용하며, 해당 식품을 섭취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증상을 겪을 수 있다. 이러한 차이를 명확히 이해하는 것이 건강관리의 첫걸음이 된다. 대한민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알레르기 유발 가능성이 높은 18종의 식품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이러한 식품들은 우리식탁에 매우 흔하게 오르내리는 것들이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달걀(난류)은 흰자(난백)와 노른자(난황) 모두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 있으며, 빵, 과자, 마요네즈, 어묵 등 수많은 가공식품에 알부민과 오보글로불린 등의 이름으로 숨어있을 수 있다. 우유는 영유아기에 가장 흔한 알레르기 원인 중 하나로 치즈나 요구르트뿐만 아니라 초콜릿, 빵 등에도 카제인과 유청 등의 형태로 포함된다. 콩(대두)은 된장, 간장, 두부, 콩기름 등 한식의 기본 재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다만, 간장이나 대두유는 발효 및 정제 과정에서 단백질이 대부분 분해되어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밀은 빵, 국수, 과자 등 주식과 간식에 함유되어 있고 글루텐이라는 단백질이 주요 항원으로 작용한다. 땅콩 및 호두와 같은 견과류는 소량만으로도 '아나필락시스'라는 치명적인 전신 반응을 일으킬 수 있어 가장 위험한 알레르겐 중 하나로 꼽힌다. 한 종류의 견과류에 알레르기가 있다면 다른 견과류에도 교차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있어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 게, 새우 등의 갑각류 및 고등어, 오징어, 조개류 등의 어패류는 '트로포미오신'이라는 근육 단백질이 주된 알레르겐이다. 성인이 되어 갑자기 발생하는 알레르기의 흔한 원인이기도 하다. 돼지고기, 쇠고기, 닭고기등의 육류는 상대적으로 드물지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 특정 육류를 제한하면 철분 결핍이 올 수 있으므로 대체 식품을 통한 영양 균형이 중요하다. 복숭아나 토마토 같은 특정 과일에 함유된 단백질이 구강 점막에 닿아 입술 부종이나 가려움증을 유발하는 '구강 알레르기 증후군'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는 복숭아 속에 함유된 특정 단백질의 구조가 꽃가루 단백질과 매우 유사하여,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복숭아 단백질을 꽃가루로 착각해 발생하는 교차 반응의 일종이다. 이 외에도 메밀과 식품의 변질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보존제, 갈변억제, 항산화제, 표백제등으로 사용하는 식품첨가물로서 아황산염 등이 주요 관리대상으로 지정되어 있다. 아황산염은 체내에서 불활성화되므로 일반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과다 섭취하거나 아황산에 민감한 사람은 천식 발작, 두통, 복통, 메스꺼움, 두드러기, 위점막 자극, 호흡곤란등 과민반응을 경계해야한다. 특히 아황산 성분은 와인을 장기간 숙성하는 과정에서 유해한 미생물과 잡균의 번식을 억제할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와인 애호가들은 와인 뮈슬레(muselet)를 개봉하기 전에 표시사항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식품 알레르기는 단순히 음식을 가려서 섭취하는 불편함을 넘어 때로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으로 돌변할 수 있다. 본인의 알레르기 원인식품을 정확히 진단받아 회피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유일하고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자 치료법이다. 가공식품 구매 시에는 반드시 원재료명 및 알레르기 유발물질 표시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하다. 달콤한 여름의 추억을 선사하는 복숭아, 그 이면에 숨겨진 면역학적 비밀을 이해함으로서 나와 내 가족의 건강을 지키기 바란다. /연윤열 (사)식품기술사협회 이사

2025-09-29 16:00:56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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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땅콩버터의 유행과 함께 각광받는 건강 식품 '땅콩'

작년부터 '땅콩'이 인기를 끌었다. 몇몇 연예인들이 땅콩버터를 향해 애정을 드러내면서 대중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특히 사과와 함께 먹는 방식이 각광을 받았는데 아삭하고 새콤달콤한 사과와, 풍미가 풍부하다 못해 화려한 땅콩버터의 조합이 인기를 끌었다. 땅콩은 흔히 견과류로 분류되곤 하는데, 엄밀히 말해서는 그 이름처럼 '콩'의 일종이다. 땅콩의 장점은 견과류로 보든, 콩류로 보든 영양소 면에서는 뒤질 게 없다는 점이다. 3대 영양소가 골고루 들어있으며 따로 기름으로 짜서 쓸 만큼 지방 함량이 높긴 하지만, 몸에 좋은 불포화지방산이 가득하다. 나이를 먹을수록 체중관리가 힘들어진다. 체중이 늘면 심혈관질환, 당뇨 등 성인병 관리에도 비상이 걸린다. 땅콩에 들어있는 불포화지방은 이러한 걱정을 잠재워준다. 땅콩은 혈당지수(GI)가 낮을뿐더러 풍부한 단백질과 지방질이 포만감을 오래 유지시켜 준다. 또한 혈중 콜레스테롤을 개선시키고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땅콩의 돋보이는 점은 비타민과 미네랄 함량에서도 찾을 수 있다. 말린 땅콩 100g에는 1일 권장량을 상회하는 비타민 E가 들어있다.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 E는 세포 손상을 방지하고 피부 건강에 좋다. 또한 비타민 B군은 물론 몰리브덴, 구리, 철, 아연, 인, 망간, 칼륨과 같은 필수 미네랄이 함량이 높다. 아몬드 등 슈퍼푸드라 불리는 다른 견과류와 비교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다만 땅콩버터로 먹을 때는 주의해야 한다. 풍미를 높이기 위해 설탕이나 소금, 기타첨가물이 들어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땅콩버터의 유행과 함께 100% 땅콩으로 만들어진 제품들이 제법 시중에 많으니 되도록 성분표를 살펴보고 구매하는 게 좋다. 집에서 직접 만들어 볼 수도 있다. 땅콩은 가급적 껍질이 있는 햇땅콩을 10분 정도 볶은 후, 약간의 소금과 함께 블렌더로 갈아주면 된다. 다만 이렇게 만든 경우 냉장 보관을 하고 되도록 2, 3주 이내에 먹는 것을 권장한다.

2025-09-29 05:00:08 메트로신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