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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팽의 일본 이야기] SONY의 변신은 무죄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 중 SONY는 많은 사람에게 왠지 낯설지가 않은 이름이다. SONY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 1946년 동경의 한 백화점 건물 안 전자제품 상점으로 시작되었다. 기존의 일본 재벌이 아닌 신생기업으로 일본 최초의 테이프 레코더를 생산하였고, 1955년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생산해 일본 시장에서 인기를 얻은 후 미국에 판매를 시작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SONY의 미국 진출을 계기로 일본의 전기 전자제품 생산 기업이 활기를 얻기 시작하였다. 일본 경제 발전에 큰 역할을 한 기업이라 일본에서 유명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흥미로운 사실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SONY의 이미지가 세대별로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먼저 SONY가 유명해진 것은 트랜지스터 라디오 덕분인데, 그보다 더욱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된 것은 1969년 등장한 ''Walkman' 때문이다. 당시로서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의 등장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고 개인 오디오 시장에 혁신을 가져왔다. 반도체 기술을 이용한 SONY의 전자제품은 혁신의 상징이었고 1980년대 CD 플레이어를 비롯하여 디지털카메라 등 음향과 영상 등 미디어 부문에 있어서 세계 모든 기업이 SONY를 모방할 정도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따라서 그 시절을 기억하는 세대에게 SONY는 전자제품 특히, 오디오 기기를 잘 만드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1970년대 후반부터 일본에서는 게임산업이 발달하기 시작하여 1980년대 중반에는 닌텐도의 패미컴이 가정용 게임기의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음향과 영상 부문에서 기술력을 축적한 SONY는 게임기 시장에서 혁신의 바람을 몰고 왔다. 뛰어난 그래픽과 우수한 음향효과는 게임 마니아들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했고 SONY 그룹의 핵심 축으로 게임사업이 자리 잡게 된다. 1994년 처음으로 판매되기 시작한 게임 콘솔인 PlayStation은 계속해서 발전하며 시리즈로 판매되었고 지금은 PlayStation5가 주력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 게임을 조금이라도 즐기는 세대에게 SONY는 게임 콘솔과 우수한 그래픽의 게임을 만드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SONY는 음향과 미디어 사업을 강화하면서 직접 미국의 음반사인 CBS Recoards(1988)와 영화사인 Columbia Pictures Entertainment (1989)를 인수했다. 음향기기 제조뿐만 아니라 직접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고 배포하기 시작한 것이다. 전자기기 등 하드웨어를 생산하던 기업이 콘텐츠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최근 한국 애니메이션 한 편이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하였다. 바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다. 이 애니메이션의 제작사가 SONY다. 일명 케데몬은 어린이들에게도 매우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이 아이들은 이전의 SONY를 모르기에 SONY를 영화 제작사 혹은 배급사로 알고 있다. 더욱 놀라운 SONY의 변신은 이러한 음향, 영화 등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반도체와 전기차 등 새로운 산업에도 도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니의 이미지센서는 디지털카메라 제조 시설에 축적되어 현재 세계 제일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2022년에는 Honda와 공동으로 전기차 생산 기업인 Sony Honda Mobility Inc.를 설립했다. 이제 다음 세대에게 SONY는 전기자동차 회사로 알려질지도 모르겠다. 결국 SONY의 변신은 시대마다 변해온 일본 산업의 축소판이며, 일본 기업이 여전히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상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

2025-11-04 16:38:42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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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갱년기 증상 완화에 좋은 ‘작약’

남들이 보기에는 가벼워 보일지 몰라도 당사자에게는 갱년기 증상이 무척 괴로울 수도 있다. 그래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가족이나 지인 때문에 상처를 받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불덩이 같은 게 가슴에 들어앉고 수시로 화가 치솟아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진다. 심각하면 매사 짜증이 폭발하고 우울증이 오기도 한다. 이러한 갱년기 증상에 좋은 약재가 바로 ‘작약’이다. 5월이 되면 작약은 화려한 꽃을 피운다. 붉은 꽃을 피우면 적작약, 하얀 꽃을 피우면 백작약이라고 한다. 작약에는 파에오니플로린, 파에놀 등 작약과 식물에서 추출되는 천연 화합물이 함유돼 있는데 항산화, 항염 작용을 하고 진정 및 진통 효과가 있다. 갱년기가 되면 열이 오르는 증상과 함께 안면 홍조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혈액순환에 좋은 작약이 혈류를 개선하면서 이러한 증상을 완화시킨다. 또한 수족 냉증, 생리통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그 어느 때보다 실내, 실외 가릴 것 없이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은 시대인데 무리를 했다가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다. 심한 근육 경련이 나기도 하는데 한의학에서는 근육 경련을 일시적인 혈(血)의 부족으로 진단한다. 쥐가 나 본 사람은 알겠지만 생각보다 고통이 심하다. 이러한 근육 경련이 자주 나는 사람들에게는 작약감초탕이 처방된다. 물 1리터에 작약 6g, 감초 6g을 넣고 30분 정도 약불에서 끓여주면 완성된다. 기력 회복을 위한 처방으로는 대표적으로 쌍화탕이 있는데 작약은 쌍화탕의 주재료이기도 하다. 날이 갑자기 추워지면서 감기 환자 역시 늘고 있는데, 몸살감기에 걸려 떨어진 체력을 회복하는 데에도 쌍화탕이 좋다. 쌍화탕은 정식으로 처방을 받아야 하지만 실생활에서 가볍게 만들고 음용할 수 있는 쌍화차를 만들어 마셔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물 1리터에 백작약 10g 그리고 숙지황, 황기, 당귀, 천궁, 생강, 대추를 각각 4g 넣고, 계피와 감초를 3g씩 더하여 40분 정도 달이면 순하고 은은한 단맛의 쌍화차가 만들어진다.

2025-11-04 05:00:15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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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김장철 붉은 고추가루의 배신

고추가루의 붉은색에는 캡산틴(Capsanthin)과 캡소루빈(Capsorubin)이라는 천연 항산화 물질이 들어있다. 이들 천연 색소는 세포의 노화를 늦추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매운맛은 캡사이신(capsaicin) 분자에서 발현한다. 매운맛을 느끼는 개인의 감각 차이는 캡사이신과 TRPV1 유전자와 분자결합 수용체의 기능적 변이, TRPV1 유전자의 신경전달계 반응성, 체내 대사, 장내 미생물군과 대사체의 상호작용, 고추의 품종, 메운맛에 대한 지속적인 노출과 훈련, 조리법에 따른 성분 변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혀 표면의 미세구조와 점막 보호인자 등도 감각의 차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김장철이 가까워지면 매년 반복되는 가짜 고춧가루 사건이 골칫거리로 등장한다. 최근 춘천지방법원의 사건 판결문에서 한국인의 식탁을 위협하는 가짜 고추가루 사건이 발생했다. 30대 업자가 중국산 고춧가루를 국산으로 둔갑시켜 무려 13억 원어치를 팔아넘긴 이야기다. 이 업자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2년 동안 닭갈비와 소스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팔아 왔는데, 포장지에는 당당하게 '국내산' 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사실은 중국산 고춧가루가 다량 섞여 있었다. 법정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벌금 2천만 원이라는 비교적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 사건을 맡은 판사는 "원산지 허위 표시는 건전한 유통 질서를 저해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이며, "단순한 상술이 아니라, 우리 식탁에 대한 배신" 이라고 지적했다. 김장철을 앞두고, 우리 민족의 DNA에 새겨진 붉은 맛을 지켜야 할 때, 이러한 '가짜 고춧가루'의 배신은 우리의 식탁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가짜 고춧가루의 수법 또한 다양하고 지능화되고 있다. 중국산 건고추나 다대기 혼합 양념을 건조하여 국내산 고춧가루로 둔갑시킨 후 원산지 표시를 '국산'으로 허위 기재하거나, 다대기 형태의 혼합양념을 건조한 후 고춧가루 제품으로 둔갑시켜 학교급식이나 식자재 납품업체 등을 통해 유통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에 원산지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혼동을 초래하도록 표시를 한 경우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거나 표시방법을 위반한 경우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등이 적용되고 상습적으로 위반하거나 재범인 경우에는 가중처벌이 적용된다. 과징금 제도가 도입되어, 허위표시 위반금액의 5배 이내의 과징금이 부과되기도 한다. 하지만 원산지 표시 위반자에 대한 처벌이 경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제도 운영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 과태료 부과만으로는 위반 억제 효과가 떨어질 수 있으므로 원산지 인증제도 및 이력관리 시스템 도입이 바람직하다. 직구로 수입하거나 배달음식 등 유통망이 복잡하거나 온라인 판매 상품은 원산지 허위 표시에대한 추적체계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우리 식탁에서 고춧가루를 빼고 나면 남아 있을 음식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고춧가루는 김치, 떡볶이, 비빔밥, 찌개 등 한국 음식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고춧가루는 한국 음식의 맛과 색깔을 정의하는 핵심 요소이므로 원산지 속임수는 한국 식문화의 '혼'을 훼손하는 결과를 불러온다. 붉은 고춧가루 한 스푼에는 단순히 매운맛 이상의 우리 농부들의 땀과 한국 음식의 혼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가짜 고춧가루 유통은 농민들의 정직한 노력과 한국음식에 내재된 정신적 가치를 위협하는 악덕 행위로 간주되어야 한다. 한국 식문화의 '영혼'이 담긴 고춧가루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가짜 고춧가루로부터 진품을 가려 낼 수 있는 혜안을 가져야 한다. 가짜 고춧가루를 가려내는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색깔을 확인하자. 국내산 고춧가루는 선명한 주홍빛을 띤다. 반면 중국산은 탁하고 어두운 적갈색에 가깝다. 지능적이고 불법적인 방법으로 식용색소를 첨가하면 구분이 어려울 수도 있지만, 자연광 아래에서 자세히 보면 차이를 알수 있다. 향을 맡아 보자. 국내산은 고추 특유의 구수하고 깊은 향이 난다. 중국산은 향이 약하거나 이질적인 냄새가 섞여 있을 수 있으니 코를 가까이 대고 깊이 들이마셔 보기 바란다. 후각은 생각보다 정직하다. 입자를 관찰하자. 국내산 고춧가루는 입자가 균일하고 곱다. 중국산은 굵기가 불균일하거나 이물질이 섞여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면 질감의 차이가 느껴질 것이다. 가격을 의심하자. 만약 터무니 없이 싼 가격에 '국내산'이라 표기되어 있다면 일단 의심해야 한다. '싼게 비지떡'이란 우리 속담을 기억하자. /연윤열 푸드테크 칼럼니스트

2025-11-03 15:00:55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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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희변호사의 도산법 바로알기]기간 경과 후 회생채권 신고, 무조건 부적법 아니다

회생절차에 참여하고자 하는 채권자는 법원이 부여하는 신고기간 안에 자신이 가진 채권의 내용을 법원에 신고해야 하고, 신고되지 않아 회생채권자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권리는 회생계획이 인가됨과 동시에 그대로 실권된다. 다수의 권리를 일괄적으로 신속하게 확정해야 하는 회생절차의 특성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회생절차의 특성 때문에 회생채권자들은 회생절차 내에서 주어지는 신고 기간이나 권리 행사의 시점을 반드시 잘 챙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가진 채권을 회생절차에서 회수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신고기간이 경과된 후 이뤄진 회생채권 신고는 모두 부적법 한 것일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회생채권자가 스스로 책임을 질 수 없는 사유로 인해 신고기간 안에 신고를 하지 못한 때에는 그 사유가 끝난 후 1개월 이내에 신고를 진행했다면 회생채권 신고의 효력을 인정한다. 채무자가 고의 또는 중과실로 해당 채권자를 채권자목록에서 누락해, 채권자가 회생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상실한 때와 같은 경우다. 신고기간이 경과된 후에 발생한 채권은 어떨까? 채무자회생법 제153조 제1항에서는 신고기간이 경과된 이후에 생긴 회생채권은 그 권리가 발생한 후 1개월 이내에 신고할 것을 정하고 있다. 그리고 두 경우 모두 조문에 의하면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끝나거나, 회생계획안의 서면결의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있었다면 채권신고를 진행할 수 없다. 채권자들이 채무자의 회생, 파산 진행 여부를 면밀히 신경 쓸 필요가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미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가 종료되고 회생계획안의 서면결의에 대한 법원의 결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권리 구제의 가능성은 열려 있다. 대법원은 사건의 구체적 타당성을 살펴 회생채권자를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라면 회생채권 신고의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본래 채무자회생법이 신고기간을 둔 취지는 관리인 기타 이해관계인에게 조사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것일 뿐이고, 회생절차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지 않는 한 채권을 실권시키는 것이 가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가급적 그 책임질 수 없는 사유를 넓게 해석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A 건설사의 회생절차가 시작되기 이전에 진행된 공사에서 회생계획안이 확정된 이후에서야 하자가 발생했다면, 채권자에게 그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이나 구상금채권의 발생을 미리 예견해 채권을 신고하고 회생절차에 참가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 회생절차에서 선임된 채무자의 관리인이 채권자와의 계약을 해제함에 따라 손해배상채권이 발생했는데, 관리인의 계약해제 통지 등이 적시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에도 그 신고 지연의 책임이 채권자에게 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이미 회생법원이 위와 같은 경우에 놓인 채권자의 신고를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특별조사기일을 열어 채권에 대한 조사절차까지 마친 경우에는 채무자가 신고의 적법 여부를 다투는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고도 본다. 이처럼 신고기간을 경과했다고 해서 모든 채권이 무조건 실권되는 것은 아니다. 경과하게 된 사유에 따라 충분히 법원에 채권신고의 효력을 주장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 역시 채권을 신고할 수 없었던 사유가 종료된 때, 즉 회생절차에 채권을 신고할 수 있게 된 때로부터 1개월 이내에 신고가 이뤄져야 함을 유념해야 한다.

2025-11-02 11:27:18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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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大記者의 西村브리핑] 사다리 걷어차기 부동산 정책은 필패

영국 케임브리지대 장하준 교수는 유명한 저서 '사다리 걷어차기'에서 가진 자들의 위선을 고발했다. 네트워크 밖에서 이미 무지막지한 경쟁률을 뚫고 어렵사리 신분 상승의 사다리에 오르면, 기득권들이 이를 걷어찬다. 공정함은 기대하기 어렵다. 운동장은 기울어져 있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상한을 6억원으로 묶는 '6·27' 대책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를 통해 공공 주도의 주택 공급을 늘리는 '9·7' 대책에도 부동산 가격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자 정부는 10월15일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강력 규제와 함께 무차별 대출 규제, 실거주가 아니면 집을 살 수 없도록 하는 고강도 정책을 내놨다. 정부는 이번 10·15 대책 초반만 해도 폭등의 열기를 식히고 시장의 과도한 위험을 예방하기 위한 일종의 서킷브레이커(circuit breaker)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공급없이 수요만 억제하면서 당장 거주지 이동이 시급한 실수요자 거래마저 불가능하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일시적 2주택자는 세금 폭탄, 무주택자에게는 아예 집을 포기하게 하는 등 선량한 피해자들이 속출하는 부작용이 더 도드라지고 있는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경제부처와 금융당국 핵심 인사들이 고가 부동산을 통해 자산 이익을 누리면서도 정작 대출 규제와 갭투기 억제의 대상에서 스스로를 비껴간 사실이 밝혀지면서 정책의 공정성과 신뢰를 스스로 흔들었다는 점이다. '나는 강남 살지만 여러분은 강남 올 생각 말라'는 식의 사다리 걷어차기란 비난이 뒤따르고 있다. 지금은 경질된 이상경 국토부 1차관은 30억원대 고가 아파트를 전세 낀 갭투자로 구입한 뒤 국민에게는 "집값이 떨어지면 사라"고 해 국민들을 화나게 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 역시 2013년 재건축을 앞두고 있던 서울 개포동 주공 1단지 아파트를 전세를 끼고 대출을 받아 8억5000만원에 매입한 뒤 실거주하지 않고 있다가 2020년 조합원 자격으로 38평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현재 이 아파트 시세는 40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서울 서초구에 47평 아파트 두채를 보유한 것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지자 "한채는 자녀에게 양도하겠다"고 밝혔다가 여론이 부정적으로 흐르자 최근 시세보다 조금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급하게 처분했다. 10·15 대책 이후 민심의 흐름이 심상치 않자 정부·여당은 이런 저런 추가 조치들을 쏟아내고 있다. 강화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40% 규제를 대환 대출에 적용해 서민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부랴부랴 기존 70%로 한발 물러섰다. 그뿐이 아니다. 전세 퇴거 자금 대출 혼선, 비주택 LTV 규제 정정 등 대책 발표 후 '땜질 처방'만 반복했다. 사실 부동산 정책은 답은 뻔한데 맞추기가 어렵다. 공급과 수요가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그야말로 안하는 것만도 못한 결과가 나오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특히 28번의 크고 작은 정책을 쏟아낸 문재인 정부의 어설픈 부동산 정책 때문에 시장의 신뢰성은 물론 정권마저 잃어버리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지금의 논란은 투기성 자산 보유를 통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게 한 제도적 허점과 불공정한 규제 구조의 결과라 할 수 있다.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시간을 갖고 규제보다는 공급을 우선으로 하는 정책과 함께 세제 정상화, 공직윤리 강화 등이 조화를 이루는 종합적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 때다.

2025-10-30 07:00:15 이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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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범 입시 토크] 2028 대입 합격 로드맵 : 혼돈의 고1, 선택과목은 이렇게

2028학년도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과 학부모에게 과목 선택은 이제 단순한 교육과정 이수가 아닌 입시의 핵심 전략이다. 고교학점제가 전면 시행되면서 학생들은 필수 학점 외에 90학점을 일반 선택, 진로 선택, 융합 선택 과목으로 채워야 하는 중대한 책임을 지게 됐다. 주요 대학들은 학과별 권장 이수 과목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으며, 수시뿐 아니라 정시에서도 교과 이수 여부를 반영하는 추세다. 단순히 높은 등급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전공 학습의 위계성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 필수적이며, 이는 곧 대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진학 희망 대학별 권장 과목 확인은 기본이다. 전공 적합성 확보를 위한 일반·진로 선택 과목의 충실한 이수는 대학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자연계열 학생은 특히 수학·과학에서 위계성을 확보해야 한다. 미적분Ⅱ는 공학 및 자연과학 전공의 기초로, 주요 대학들이 사실상 필수로 권장하고 있다. 기하도 공학계열 지원 시 수학적 깊이를 위해 이수하는 것이 유리하다. 실제 서울대, 고려대, 중앙대 등은 미적분Ⅱ와 기하를 명시적 권장 과목으로 제시하고 있다. 과학은 전공 따라 심화 이수가 필수다. 의예과·약학과 등 메디컬 계열은 미적분Ⅱ 이수와 함께 물리·화학의 일반 선택 과목 이수가 필요하며, 공학계열은 역학 중심 물리, 생명계열은 세포·물질대사 관련 생명과학 과목을 중심으로 선택해야 한다. 컴퓨터·전자전기 계열은 인공지능 수학, 기술·정보 교과 등을 통해 전문성을 학생부에 나타내야 한다. 인문·사회계열은 선택 자유가 큰 만큼, 전공 연계성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상경·사회과학 계열은 데이터 분석 능력을 증명할 수 있도록 확률과 통계, 실용 통계 등 수학 활용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진로 선택에서 과학 이수는 필수는 아니나, 경제 수학, 수학 과제 탐구 등을 활용해 이과생과의 경쟁 부담을 줄이고 수학적 역량을 보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탐구 심화를 위해서는 사회 문제 탐구, 윤리 문제 탐구, 인공지능(AI) 윤리, 기후 변화 등 복합 이슈를 다룬 융합 선택 과목을 통해 전공과의 연결성을 보여 주는 활동이 중요하다. 이는 절대평가 과목의 성취와 학업 과정의 질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이자, 융합 사고력을 증명하는 수단이다. 국어·영어 진로 선택 과목 이수도 기초 소양 확보를 위해 빠질 수 없다. 학점 미달 시 보충지도 등의 유연성이 있지만, 이는 최후의 안전망일 뿐 전략이 될 수 없다. 대학들은 개설 과목을 이수하지 않은 경우 불이익을 공식화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정규 이수를 통한 성취가 최우선이다. 학교에 개설되지 않은 과목은 교육청의 공동 교육과정을 통해 이수할 수 있다. 이 과목들은 석차 등급 없이 절대평가로 처리되므로, 성적 부담 없이 세특 중심의 탐구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 특히 사회·과학 융합 선택 과목은 부족한 전문 과목을 보완하거나 흥미 분야를 확장하는 전략적 기회다. 결국, 고1 학생은 일반·진로 선택으로 필수 역량을 확보하고, 융합 선택으로 탐구 심화를 증명해야 한다. 과목 선택 실패는 곧 대입 실패로 이어진다. 치밀한 로드맵만이 불확실한 입시 환경을 돌파하는 길이다.

2025-10-29 09:40:09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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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철의 쉬운 경제] 아시타비(我是他非) 불로소득 병폐

한국경제를 둘러싼 피로증후군은 다양한 요인에서 비롯되었겠지만 '인면수심 내로남불'과 맞물린 '후안무치 불로소득' 병폐도 하나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불로소득(unearned income)이란 아무런 노력이나 대가 없이 남들이 힘들여 일궈낸 재화를 거저 챙기는 행위다. 기회비용을 내지 않고 제 배를 불리면서 숙주의 생명을 위협하는 기생충의 짓거리다. 누군가가 옳지 못한 방법으로 특별이익을 취하면 다른 누군가는 그 이상의 손해에다 회복하기 어려운 심리적 상처까지 입을 수 있다. 어쩐 일인지 몰라도 우리 사회에서는 특정인보다 불특정 다수에게 무차별 해를 끼치는 범죄에 대한 죄의식이 가볍고 벌도 가볍게 받는 경향이 보인다. 내부정보를 빼돌려 부도 위험이 큰 기업 주식을 남몰래 팔아 배를 채우면, 영문 모르고 그 주식을 사들인 애꿎은 투자자들에게는 무슨 죄가 있을까? 불특정다수인을 골탕 먹이는 내부자거래에 대한 처벌을 가볍게 흐지부지해 버리기에 그런 파렴치한 범죄가 그치지 않는 게 아닐까? 사회 여기저기서 존재하는 불로소득이 창궐하면 할수록 공정과 정의는 헛구호로 변하여 그렇고 그런 막장 사회로 타락한다. 특권층일수록 죄의식보다는 그때그때만 적당히 모면하면 된다는 기회주의 의식에 사로잡혀가는 모습이 보인다. 남의 흠집을 찾아내 침소봉대하면서 제 잘못은 남의 밭에 묻어 버리려는 어느 인사는 불로소득을 챙겨가면서 인간으로서 기본자세가 급격하게 무너졌다. 공돈을 자주 먹다가 그리되었는지 몰라도, 뭣이든 남의 탓으로 돌려 주위를 피곤하게 하였다. "가랑잎이 솔잎 더러 바스락거리지 말라"고 핀잔하듯이 남을 막무가내 비난하면서 자신은 뉘우칠 줄 모르는 내로남불 안하무인이 되었다. "나는 무조건 옳고, 너는 하여간 틀리다"는 아시타비(我是他非) 뻔뻔함에 물들어 검은돈을 쌓아 올리면서 돈의 주인이 아니라 돈의 노예로 변해갔다. 영어의 몸이 되었다가는 더 심한 돈독이 들어 "뇌물은 감옥에 갈 위험을 부담해야 하므로 공짜가 아니다"고 헛소리를 지껄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겠지만, 후진사회에서 부가가치 창출에 이바지하지 않으면서 거저 챙기는 불로소득의 뿌리는 넓고 깊다. 불로소득이 창궐할수록,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하기보다 편법과 농간을 부리려는 기생충이 판치는 사회의 활력은 어쩔 수 없이 쪼그라들기 마련이다. 불로소득의 근원은 그대로 놔둔 채로, 누군가에게는 관용을 베풀고 다른 누군가는 사정없이 꾸짖으면 죄를 짓고도 억울하다는 억하심정이 떠돌게 된다. 부지불식간에 저항감이 자라나고 자신도 모르는 불만이 싹터 사회적 갈등과 대립 같은 사회 고질병은 고치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게 아닐까?

2025-10-28 16:38:38 최규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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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왜 예술을 하는가

미술이든 음악이든 마찬가지다. 예술을 한다고 해서 큰 부를 얻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사회적 위상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자식에겐 결코 물려주고 싶지 않은 직업이라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은 왜 예술을 하는가. 동기는 다양하다. 어떤 이는 시대의 모순과 부조리를 온몸으로 체험하고, 그것을 작품으로 환원해 사회적 담론을 촉발한다. 전쟁, 불평등, 환경 파괴와 같은 거대한 문제 앞에서 침묵할 수 없다는 사명감 혹은 책임감이 그들을 움직인다. 이때의 예술은 개인의 가치관을 사회에 드러냄과 동시에 공동체적 성찰을 불러일으키는 가장 강력한 매체다. 또 다른 이들에게 예술은 생존의 수단이다. 내면의 혼돈과 고통을 감내하게 해주는 방법이자, 말로는 다할 수 없는 상처와 트라우마를 색채와 형태, 소리와 몸짓으로 치환하여 치유하는 길이다. 그것은 정신적 위기나 경제적 곤란 속에서 자신을 구원해주는 유일한 밧줄이라 해도 무방하다. 때로는 특별한 이유조차 없다. 어떤 예술가는 그저 '좋아서' 시작한 일이 어느새 삶의 전부가 되었다고 한다. 숭고한 결단이 아니라, 창작 행위가 선사하는 원초적 즐거움과 충족감에 이끌려 운명처럼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이도 있다. 개인적 생각으론 이러한 '우연성'조차 필연의 다른 이름이다. 이 밖에도 순수한 미학적 탐구 자체를 동기로 하거나 다른 무엇과의 연결에 대한 열망 또한 예술을 하는 이유가 된다. 형식과 내용의 완전한 조화, 색채의 순수성, 구성의 절대적 균형, 아름다움의 본질적 구현, 소통을 추구하는 이들에게 작품은 하나의 미적 우주이자, 현실 너머의 차원을 엿보게 하는 창이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인 이유는 인간 내면 깊숙이 자리한 창조적 충동과 무언가를 해석하려는 욕망이다. 이는 세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정립하려는 본능적 에너지이며, 감각과 사유를 형상화하여 타자와 공유하려는 인간 본성과 직결된다. 예술은 바로 그 욕망이 구체화된 결과이자 존재를 드러내며 세계를 새롭게 열어젖히는 행위다. 중요한 것은, 그 시작이 어디서 비롯되었든 '나는 왜 예술을 하는가'라는 자문이 예술가의 후속 선택을 관통하는 일관된 원리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방향, 주제의식, 매체, 발표 공간 등 모든 것이 이 질문 위에서 다시 질서화된다. 미술계 내에서의 관계망 역시 동일한 질문으로부터 생성된다. 명확한 동기를 지닌 예술가는 실험기를 거치며 작품의 내적 논리를 구축하고 미학적 지향을 견고히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거장들이 대체로 그러하다. 이들의 작품은 한결같은 문제의식과 탐구의 궤적을 보여주며, 흔들리지 않는 예술적 독자성을 갖고 있다. 반대로 동기가 희미한 경우에는 방향을 잃고 외부의 유행이나 시장의 요구에 쉽게 흔들린다. 자기만의 미적 언어를 정립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작은 파동에도 좌절하거나 포기할 위험이 있다. 예술가는 창작의 경험을 축적하며 변화하고 성장한다. 예술가와 그를 둘러싼 환경은 끊임없이 바뀌고 시대적 맥락과 개인적 상황, 태도도 달라진다. 그럴 때일수록 '나는 왜 예술을 하는가'라는 자문은 반복적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어쩌다보니 예술가로써의 삶을 살고 있다 해도 매한가지다. 이 자문을 통해 예술가는 끊임없이 정체성을 재정의하고 갱신한다. 초기의 열정이 성숙한 사명감으로 발전하기도 하고, 사적 동기가 사회적 책임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때로는 전혀 다른 창작의 지향점을 발견하는 것도 사실이다. 분명한 건 '나는 왜 예술을 하는가'라는 자문은 예술가의 독립성과 주체성을 확립하는 근본적 토대이자, 의미 있는 작품 창조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물음이 살아있을 때 비로소 예술은 개인의 영역에서 집단의 기억과 감각 속으로 스며들 수 있다. 예술이 세계를 바꾸는 방식은 거창한 선언이 아니라, 어쩌면 이 질문의 끈질긴 지속에 있는지도 모른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10-28 11:04:16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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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몸을 가볍게 하는 ‘우엉’

우엉은 국화과에 속한 두해살이풀이다. 우엉은 그 단단한 뿌리를 식용으로 사용하는데 되도록이면 껍질을 벗기지 않고, 수염뿌리나 혹이 없는 것을 구매해야 한다. 우엉은 몸에 열이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식재료이다. 찬 성질을 가지고 있어 열을 다스리고, 특히 신경을 많이 쓰고 과로로 머리에 열이 오르고 두통이 있는 경우, 피부에 열이 몰려 트러블이 발생하는 경우에 도움이 된다. 과도한 열을 식혀주고 통증과 염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구황작물인 감자와 비슷한 비율의 3대 영양소를 지닌 우엉은 식이섬유가 감자보다 더욱 풍부하다. 그 식이섬유에는 이눌린 성분이 포함돼 있는데 소화와 배변 활동을 돕고 장 건강을 개선한다. 온갖 먹거리가 풍성하게 식탁을 채우는 요즘에는 쉬이 살이 찌기 쉬운데 칼로리는 100g당 70kcal로 낮은 편이고 유익한 식이섬유가 풍부한 우엉은 체중 관리에 좋은 식재료이다. 몸에 좋다는 식물 뿌리들의 공통점 중 하나로 사포닌 함유를 들 수 있다. 주로 인삼, 더덕 등에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엉에도 사포닌이 들어있다. 항산화 작용과 면역력 강화, 피로 회복으로 인기가 높은 사포닌 성분 또한 우엉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우엉이라고 하면 대표적인 음식으로 조림을 꼽는데, 건강을 생각한다면 조리는 과정에서 과도하게 당 성분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는 우엉을 차로 즐겨도 좋다. 우엉차를 만들 때는 우엉의 껍질을 벗기지 말고, 수세미로 살살 흙만 닦아내어 준다. 이후 우엉을 바싹 건조한 후, 중불로 3분 정도 덖은 후에 사용하면 된다. 잘 덖지 않을 경우 나중에 푸른 물이 우러나올 수 있으므로 씹었을 때 바삭거리는 느낌이 들 때까지 덖어준다. 그런 다음 덖은 우엉 15g을 물 1리터에 넣어 끓여서 마시면 된다. 이때 너무 오래 끓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잘 덖은 우엉의 경우 끓이지 않고 뜨거운 물에 몇 개 넣어 우려 마셔도 충분하다.

2025-10-28 05:00:29 메트로신문 기자
[안상미 기자의 현장클릭] 부동산과 국민의 눈높이

"배우자가 실거주를 위해 아파트를 구입했으나 국민 여러분의 눈높이에는 한참 못 미쳤다는 점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갭투자'(전세 끼고 집 매수) 논란으로 이제는 사임한 이상경 국토교통부 전 차관의 사과 발언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도 알려졌던 이다. 사과 발언을 해석해 보면 이렇다. 투기도 아닌 실거주 목적이라 원래는 문제가 없다. 다만 공직자에 대해 높아진 국민의 눈높이에는 부족할 수도 있으며, 이 점을 받아들이겠다. 사과를 접한 많은 이들은 의구심부터 들었다. 과연 '국민의 눈높이'가 높은가. 공직자라고 일반 국민 대비 특히 높은 잣대를 들이댔는가. 지난 23일 이 전 차관의 대(對)국민 사과문이 국토부 유튜브 계정을 통해 공개되자 여론이 더 악화된 이유다. "시장이 안정화돼 집값이 떨어지면 그때 사면 된다"고 했던 발언만큼이나 공감대가 전혀 형성되지 못했다. 눈높이가 높았던 것은 오히려 이 전 차관이었다. 이 전 차관이 주도한 10·15 대책은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을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전까지 전례가 없던 초강력 규제다. 실거주 의무를 부여해 갭투자를 차단하는게 핵심인데 이 전 차관 처럼 매매를 결정한 주체가 본인이 아니라는 해명도 통하지 않고, 실거주 목적인데 피치못할 사정이 있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너무나도 높은 정부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해 허둥대는 것은 오히려 국민이다. 사임도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 집값이 떨어질 것이라 확신한다면 지금이라도 판교 아파트를 파는 것이 상식적이다. 실제로는 아파트를 지키고 직을 버렸다. 또 다시 '국민의 눈높이'가 거론됐다. 이번엔 이재명 정부 들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수장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를 '갭투자' 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개인 이억원에게 질의하는 게 아니라 공직자 이억원에게 질의하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굉장히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국민들 눈높이에 비춰보면 마음 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는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2013년 재건축을 앞두고 있던 서울 개포동 주공 1단지 노후 아파트를 8억 5000만원에 매입했다. 국민의 눈높이가 아니라 현재 정부가 제시한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친다. 해외 파견 때문이라지만 실거주가 아니다. 당장 실거주가 아니라면 투기다. 귀국 후 실거주가 필요한 시점에 샀어야 맞다. 이젠 주택매매를 하며 전세를 놓기도, 대출을 받기도 지금은 모두 쉽지 않다. 일반 국민이라면 "평생 1가구 1주택으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말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터. 잠잠하던 대통령실이 10·15대책에 대해 부동산 폭등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잠잠하던 수도권 집값이 들썩인 것은 '갭투자' 투기꾼 때문이 아니라 대책없는 공급 절벽 때문이었음을 아직도 보지 않고 있다. 국민의 눈높이는 여기에 있다.

2025-10-27 16:30:53 안상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