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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용의 벤처나라] 구독 예찬

간 밤에 푹 잤다. 쿠쿠에서 렌털한 침대에서 눈을 떴다. 삼성전자 AI 구독클럽에서 선택한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한 잔 마셨다. 화장실로 이동해 코웨이 비데를 이용한다. 매일 구독하는 경제 신문이 오늘도 현관 앞에 배달 왔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일종의 대중교통 구독 서비스인 기후동행카드를 개찰구에서 찍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퇴근 후에는 월 이용권을 구입한 구민체육센터에서 운동한다. 집으로 돌아오면 리쏘 안마의자에서 오늘 하루 동안 쌓인 피로를 풀면서 넷플릭스 시리즈를 본다. 물론, 안마의자도 렌털 프로그램으로 이용 중이다. 이번 주말에는 롯데렌터카 G카 정기구독 서비스로 가까운 교외로 드라이브를 다녀올 생각이다. 요즘 필자의 일상을 한 번 풀어봤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독자의 하루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글을 써보니 평소에는 크게 못 느꼈지만 구독경제가 생활 곳곳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었다. 참고로 필자는 구독경제 예찬론자다. 구독·렌털 서비스를 이용하면 대표적으로 두 가지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우선, 초기 비용 부담이 없다. 만약 위에서 언급한 침대, 냉장고, 비데, 자동차 등을 구독이 아니라 구매를 했다면 비용 부담이 상당히 커서 품목의 절반 이상은 경험 조차 못했을 거다. 적은 비용으로 최신 편의 기능을 이용해 삶의 질이 높아지고, 이는 직장에서 경제 활동을 하는 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구독·렌털 서비스의 두 번째 장점은 정기적인 케어 프로그램으로 시간이 지나도 서비스 품질이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점이다. 사용이 아닌 소유, 즉 구매를 선택 했다면 제품 관리는 소비자의 몫이다. 하지만 구독·렌털 서비스는 계약 기간 동안 제품 관리까지 해준다. 이런 장점들 때문에 최근에는 개인을 넘어 소상공인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는 구독·경제 시장도 커지고 있다. 프랜차이즈 식당 렌털창업이 대표적이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프랜차이즈 음식점 한 곳을 낸다는 건 큰 모험이다. 매장 임대료 외에도 인테리어와 주방 설비, 디지털 사이니지, 판매시점 관리시스템(POS), 보안장비 등 매장 운영에 필요한 집기류 구입 등 비용이 한 두 푼 들어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한 번에 큰 비용이 소요되는 구매 대신 구독·렌털로 전환하면 가맹점주가 일단 영업을 시작하고 돈을 벌면서 조금씩 비용을 낼 수 있다. 가맹본사 입장에서도 창업 문턱이 확 낮아져 신규 가맹점주 모집이 수월하다. 가맹점주와 가맹본사 서로에게 윈윈이다. 소유에서 사용으로, 구매에서 구독으로 소비 트렌드는 변하고 있다. 항상 큰 흐름의 변화 속에는 성공의 기회가 숨어 있다. 예비 벤처·스타트업 창업가들이여, 프랜차이즈 렌털창업처럼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사업 아이템을 꼭 찾으시길 바란다.

2025-09-17 16:11:30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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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덕의 냉정과 열정사이] 금융당국 개편안 논란

최근 정부가 내놓은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이 논란이다. 금융위원회(공무원조직)와 금융감독원(공적 민간조직) 내부도 어수선하다. 금융당국 개편안은 금융정책 기능을 재정경제부로 옮기고, 금융감독 기능만 '금감위원회(현 금융위원회)'에 남는다. 금감위 아래에 금감원과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둔다. 금감원 내에 있던 소비자보호처를 '금소원'으로 분리해 금감원, 금소원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는 '효율성 강화'와 '전문성 제고'를 내세웠다. 하지만 금융감독의 독립성과 소비자보호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감독의 일관성과 전문성을 해치고, 관료의 통제에 힘을 실어줬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금감위와 금감원 간 권한 조정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금감위가 정책을, 금감원이 금융회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담당한다는 원칙은 오래전부터 해오던 일이다. 하지만 이번 개편은 그 경계가 모호하다. 정책 설계 기관인 금감위가 사실상 금융감독 가이드라인까지 주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뒀다. 금감원의 독립성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금융감독 시스템이 정부와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시장 안정과 공공성이란 원칙을 지키기 어렵다. 결국 금융회사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장기적인 투자와 혁신이 요원해진다. 또 조직 슬림화를 강조했지만 실제로는 현장 대응력이 떨어질 우려도 있다. 디지털 금융, 가상자산, 핀테크 등 새 분야는 보다 세분화된 감독국이 필요하다. 그런데 관련 부서가 통폐합되거나 상위 부처의 통제 아래 묶이면서 혁신을 뒷받침하기보다 리스크 감지 능력마저 약화될 수 있다. 일부 핵심 기능이 금감위로 집중되자, 금감원 내부에서는 '정책 보조기관'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자조 섞인 반응이 나온다. 금감원의 감독 기능 본연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비자 보호다. 대형 금융사고와 불완전판매 사태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금감원내 소비자보호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개편안은 금융소비자보호처를 떼어내 금소원을 만든다. 건전성 검사와 소비자보호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인데 소비자보호 조직이 떨어져 나가면 정보 공유 등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시장에선 금융민원이 돈과 얽힐 경우 결국 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어 금소원의 역할이 제한적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금소원의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보다 법무법인으로 달려간다는 것이다. 금감위가 금감원의 제재 권한을 축소하고, 제재심의위원회와 분쟁조정위원회를 이관하려는 움직임도 논란이다. 금감원이 경징계만 담당하는 '이빨 빠진 호랑이'로 전락하는 꼴이다. 또 금감원을 공공기관으로 지정할 경우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게돼 경영·재정평가를 주기적으로 받아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내는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특수민간조직의 경영평가를 정부가 하는 꼴이다. 금융회사는 재정경제부와 금감위, 금감원, 금소원 등 '4명의 시어머니'를 모셔야 한다고 입이 나왔다. 조직개편은 명확한 철학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감독 독립성 확보, 소비자보호 강화, 신흥 금융환경 대응이란 큰 방향이 우선 제시돼야 한다. 그 위에 조직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 이번 개편은 권한 다툼과 정치적 계산 속에서 탄생한 '불완전한 타협안'으로 비춰진다. 정부가 이제라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과연 금융시장의 안정과 국민 신뢰 제고에 기여할 수 있는가를.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변호인이었던 이찬진 원장이 이번 조직개편안에 대해 답해야 한다. '앙꼬 빠진 찐빵' 상태가 될 금감원의 수장으로서. /bluesky3@metroseoul.co.kr

2025-09-17 07:00:16 박승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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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범 입시토크] 수행평가의 민낯: 사고력 킬러인가, 입시의 덫인가?

수행평가는 학생의 사고력과 탐구력, 학습 참여를 평가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지금 교실의 현실은 밤샘 과제에 시달리는 학생, 채점 지옥에 허덕이는 교사이다. 교육부가 2학기부터 '수업 시간 내 수행평가, 과제형 금지'를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지만,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교육의 본질은 훼손될 위험이 크다. 깊이 있는 사고와 비판적 글쓰기 역량이 중요한 시대에 수행평가가 형식적인 기록에 머문다면 교육의 방향은 더욱 흔들릴 것이다. ◆수행평가 부담의 근본 원인: 입시와 연결된 구조적 문제 학생 부담의 근본 원인은 평가 자체가 아니라 구조에 있다. 수행평가 점수는 학생부 세특과 연결되고, 세특은 다시 대학 입시의 중요한 변별 자료로 사용된다. 전국 중등교사노조 설문에서도 교사 열 명 중 여섯 명 가까이가 수행평가 횟수와 난이도 조정을 원했지만 현실은 다르다. 각 교육청은 수행평가 반영 비율을 일률적으로 제시하고, 교사는 최소한의 평가 횟수를 맞춰야 한다. 결국 수행평가는 수업의 일부가 아니라 '입시용 도구'로 변질된다. 절반 이상의 교사가 수행평가가 세특 기록용 형식에 불과하다고 응답한 것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증명하는 것이다. ◆고교학점제, 학생과 교사를 삼중고에 빠트리다 올해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는 부담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선택 과목이 늘어나면서 수행평가 횟수도 증가했고, 세특 기록이 학기 단위로 확대되면서 교사의 기록 부담은 두 배가 됐다. 학생들은 수능 준비, 내신 학원, 수행평가, 생기부 활동까지 삼중고, 사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수행평가는 사고력 평가가 아니라, 생기부 한 줄을 채우기 위한 기록 생산 수단으로 전락했다. 고교학점제에 맞춰 학생들이 불필요한 평가에 시달리지 않도록 과목별 수행평가 횟수 상한을 도입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은 단순히 '수업 시간 내 수행평가' 원칙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것이다. ◆공정성 역설: 수행평가가 오히려 교육 격차를 심화시킨다 '교내 평가'원칙은 학교 간 격차를 키우고 있다. 사교육으로 이미 심화된 지식과 훈련을 받은 특목고 학생들은 손쉽게 고품질의 결과물을 만든다. 반면, 기초 학습 역량이 부족한 학생들은 주어진 시간 내에 깊이 있는 내용을 담아내기 어려워 탐구 기회를 잃게 되고, 학생부 기록은 획일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평가는 준비된 배경 지식과 속도에 의존하게 되며, 대학은 다시 학교 서열과 배경을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교육부가 목표로 한 '공정성 강화'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역효과를 낳는 것이다. 핵심은 평가 방식이 아니라 평가 구조이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평가 결과가 대학 입시 변별 자료로 직접 사용되지 않도록 지침을 개정해 학생과 교사가 입시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또한, 교사 재량권을 확대해 과목별 평가 횟수, 난이도, 과제 유형을 교사 자율에 맡겨 실질적인 평가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아울러, 단순 점수 경쟁이 아닌 학생의 성장을 진정성 있게 담아내는 '질적 평가'로 세특 기록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교육부의 현행 대책은 겉보기에는 학생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지만, 오히려 교육 격차를 심화시키고 평가 본연의 목적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 수행평가는 학생이 스스로 탐구하고 사고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본질이다. 이를 회복하려면 단순 규제보다 평가 결과가 입시에 지나치게 연계되지 않도록 구조를 조정하고, 교사의 자율성을 보장하며, 세특 기록 방식을 성장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감하고 근본적인 구조 개편이 필수적이다.

2025-09-16 10:00:46 신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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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윤열의 푸드톡톡] 카레의 황금빛 마법, 강황

카레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색깔이 진한 노란빛이다. 식욕을 자극하는 이 황금색은 단순한 색소가 아니라, 수천 년의 지혜와 현대 과학이 동시에 주목하는 건강의 상징이다. 그 중심에는 바로 강황이라는 향신료가 있다. 강황은 초본식물 쿠르쿠마 롱가(Curcuma longa)의 뿌리줄기를 말린 것이다. 쿠르쿠마(curcuma)는 '노란색'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에서 나왔다. 선사시대에 인도에서 짙은 노란색 색소를 얻기 위해 처음 재배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강황은 인도에서 오랫동안 혼례와 장례식에서 피부, 의류, 음식물에 물감을 들일 목적으로 사용되었다. 강황은 생강과에 속하는 뿌리 식물로 인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약초로 사용되어 왔다. 강황의 주된 색소인 커큐민(Curcumin)은 생리활성 물질로 탁월한 항산화 효과가 있다. 강황 뿌리의 약 3%를 차지하는 이 성분은 항염증과 항산화 작용이 뛰어나서 관절염이나 만성 염증을 완화하는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심장 건강, 기억력 향상, 면역력 강화, 심지어 우울증 개선과 노화 지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커큐민은 염증 유발물질인 사이토카인을 억제하고 면역세포인 T세포와 B세포를 조절해 감염퇴치에도 기여한다. 커큐민이 항우울제만큼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인도에서는 생선과 음식을 요리하기 전에 먼저 강황가루를 뿌린다. 커큐민의 색깔은 pH에 민감해서 산성 조건에서는 노란색을 띠는 반면, 알칼리 조건에서는 주홍색으로 변한다. 강황은 쓴맛과 더불어 매운맛과 약간의 흙 냄새가 나는데 이는 테르펜 종류인 투메론과 진지베렌에서 기인한다. 투메론은 뇌세포의 재생을 돕고 신경기능 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어 뇌졸중이나 알츠하이머병 같은 질환예방에도 잠재적인 가능성을 나타낸다. 커큐민은 뇌의 신경영양인자(BDNF)의 수치를 높여 기억력과 학습능력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커큐민의 낮은 체내 흡수율을 최대로 높이기 위해서는 한 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커큐민은 물에 잘 녹지 않고 체내에 흡수 되더라도 빠르게 대사되어 배출되기 때문에 단순히 카레에 강황을 많이 넣는다고 해서 그 효능을 충분히 얻기는 어렵다. 독자들에게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몇 가지 비법을 공개한다. 첫째, 커큐민은 지용성이기 때문에 기름과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아진다. 코코넛 밀크나 올리브유를 활용한 요리에 강황을 넣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우유에 강황을 넣은 '골든 라떼'가 건강 음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방을 제거한 탈지유나 저지방우유는 효과가 적다. 따뜻한 물에 꿀과 함께 타서 마시는 강황차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 필자가 미국 건강식품기업 재직 시절, 일본마트에서는 남성용 강황 음료와 여성용 강황음료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었다. 둘째, 강황의 '단짝 친구'는 바로 검은 후추다. 후추 속 피페린이라는 성분은 커큐민이 장벽을 통과해 혈류로 흡수되도록 돕고, 분해 속도를 늦춰준다. 커큐민 2g과 피페린 20㎎을 함께 섭취하면 커큐민의 흡수율이 무려 2000%까지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셋째, 강황은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 닭고기 요리, 스크램블 에그, 수프, 양념장, 소스 등 어디에든 잘 어울리며 맛과 건강을 동시에 챙길 수 있다. 특히 따뜻한 음식에 넣으면 향이 더욱 살아나고, 흡수율도 높아진다. 물론 강황도 너무 많이 섭취하면 과유불급이 된다. 임산부는 약효 수준의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고, 철분 흡수를 방해할 수 있으므로 빈혈이 있는 사람은 과다 섭취를 삼가야 한다. 또한 담즙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담낭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전문가와 상담 후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혈액 희석제나 당뇨약, 위산 억제제를 복용 중인 사람 역시 강황 섭취 전 의사의 조언을 듣는 것이 안전하다. 카레의 노란색은 건강을 향한 자연의 메시지이며, 식탁 위에서 만나는 천연 치유제라고 할 수 있다. 강황은 우리 몸을 염증과 손상으로부터 보호하고, 노화를 늦추며, 기분까지 좋게 만들어 주는 황금빛 향신료이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 강황 한 스푼으로 독자들의 식탁에 건강한 이야기를 더해보면 좋을 듯 하다. /연윤열 식품기술사, (사)인천푸드테크협회 사무총장, (사)미래안보산업전략연구원 식량안보연구센터장

2025-09-15 15:21:32 윤휘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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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형의 본초 테라피] 염증을 다스려 호흡기를 안정시키는 '창이자'

계절의 변화에 몸이 상하기 쉬운 환절기가 되면 걱정이 많아지는 사람들이 있다. 기침과 재채기로 사람을 괴롭히는 비염과 축농증 때문이다. 이때 좋은 효과를 내는 본초가 몇몇 있는데 '창이자(蒼耳子)'도 그중 하나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자(子)라는 단어가 끝에 붙은 것을 보아 창이자 역시 어떠한 식물의 씨앗임을 알 수 있다. 그 식물은 바로 도꼬마리로, 국화과의 일종인 도꼬마리는 사실 외래종이다. 외래종이기에 핍박을 받기도 하지만 그 씨앗인 창이자에 담긴 효능은 충분히 사랑을 받을 만하다. 다만 창이자는 독성이 있기 때문에 임의로 복용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전문가와 상의하에 안전한 법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창이자의 가장 큰 효능은 염증을 다스리는 데 있다. 그래서 호흡기 증상을 유발하는 염증이나, 피부 트러블 완화에 효과적이다. 예전에는 피부에 심한 염증이 나거나 상처가 생기면 '고약'을 그 부위에 붙이곤 했다. 부기를 가라앉히고 고름을 제거하여 새살을 돋게 하기 위해서였다. 바로 이 고약을 만드는 재료 중 하나가 창이자였다. 여성들의 경우 화장 때문에 원치 않는 피부 트러블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화장을 할 때는 공을 들여서 하다가 지울 때는 소홀히 하는 바람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럴 때에도 창이자가 도움이 된다. 예민한 피부를 진정하고 트러블을 완화해서 피부를 깨끗하게 다스릴 수 있게 돕는다. 또한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시달리는 신체 부위를 꼽으라고 하면 간이 아닐까. 바쁘다는 핑계로, 어쩔 수 없이 격무와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간에 무리가 가지 않을 수 없다. 해독 작용을 하는 간이 힘들어지면 근육과 눈에 바로 영향이 간다. 즉, 간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단순히 피로가 잘 풀리지 않는 데서 끝나지 않고 눈이나 근육에도 이상이 생긴다. 딱히 이상이 없는데 눈이 침침해지나 충혈이 되고, 근육이 약해지기도 한다. 이러한 경우에 창이자가 간 기능을 회복해 관련 증상들을 다스려준다.

2025-09-15 05:00:28 메트로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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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윤 변호사의 부동산 세상]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서는 약관이 아니다

부동산 신탁회사가 진행하는 공매절차에서 예상치 못한 법적 분쟁이 발생했다. 갑 회사가 부동산을 낙찰받아 매매계약을 체결했으나, 계약 후 처분금지가처분 결정으로 인해 잔금 지급에 차질이 생기자 신탁회사가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몰취한 사안이다. 부동산 신탁회사의 공매절차에서 갑 회사는 부동산을 낙찰받아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그런데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의 내용에 '매매계약 이후 발생하는 처분금지가처분은 매수인의 책임으로 처리·해결해야 한다'는 특약이 포함돼 있었다. 매매계약 체결 이후 부동산에 대한 처분금지가처분결정이 있었고, 이에 갑 회사는 신탁회사에게 잔금 지급기일을 연장하고 가등기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신탁회사는 공매공고문과 매매계약을 근거로 해, 갑 회사의 잔금 미지급을 이유로, 매매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을 몰취했다. 그러자 갑 회사는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은 약관규제법상의 '약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신탁회사의 위 해제가 부적법하다고 다퉜다. 그러나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갑 회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서울고등법원 2020. 7. 2. 선고 2019나2043550 판결, 대법원 2020. 11. 26. 선고 2020다253379 판결). 약관규제법 제2조 제1호에 따르면, 약관이란 '그 명칭이나 형태 또는 범위와 상관없이 계약의 한쪽 당사자가 여러 명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일정한 형식으로 미리 마련한 계약 내용'을 말한다.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 위 특약사항은 해당 신탁회사의 모든 공매 공고문에 일률적으로 규정된 것이 아니었다. 개별 공매 목적물의 특성을 고려해 목적물에 따라 상이하게 규정됐던 것으로 대법원은 이러한 점 등을 근거로 이 사건에서 위 특약사항의 경우 약관규제법의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설령 동일한 내용의 공고문과 매매계약서가 반복 활용됐다고 하더라도, 이는 해당 부동산에 한정해 공매절차에서 낙찰자를 정해 그와 일회적인 매매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반복적으로 제시된 것에 불과하고, 신탁회사가 "다수의 상대방과 동종의 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할 목적으로 마련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약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갑 회사는 계약금이 민법 제398조 제4항에 의해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주장했다. 계약금 전액 몰취를 인정하는 것은 경제적 약자의 지위에 있는 갑 회사에게 부당한 압박을 가해 공정성을 잃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었다. 서울고등법원과 대법원은 매매대금이 480억원으로 계약금도 48억원이라는 거액이고, 처분금지가처분이 갑 회사의 잔금 대출에 영향을 끼친 점 등을 근거로 48억원의 계약금 중 40%를 감액했다. 이 판결은 공매절차의 특수성을 인정해 공매 공고문과 매매계약서가 약관규제법상 약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명확히 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유사한 공매절차에서는 이러한 법원의 판단 기준이 중요한 참고자료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5-09-14 08:29:57 이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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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호의 시선] 새 T커머스를 기다리며

'한 개일까, 두 개일까.' 중소기업·소상공인 업계와 관련 TV홈쇼핑사들이 그동안 염원했던 데이터 홈쇼핑(T커머스) 채널 신규 승인이 점점 무르익고 있는 분위기다.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빠르면 10월께 '홈쇼핑 경쟁력 강화 방안' 발표를 예고하면서 여기에 T커머스 신규 채널 승인 내용을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T커머스는 10개 채널이 있다. TV홈쇼핑을 함께 송출하고 있는 겸업 사업자가 5개, T커머스만하는 단독 사업자가 5개다. 7개 TV홈쇼핑 가운데 홈앤쇼핑과 공영홈쇼핑만 T커머스가 없다. 두 곳은 정부가 T커머스 채널을 추가로 승인해주기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특히 홈앤쇼핑이 매우 적극적이었다. 홈앤쇼핑의 지분 32.83%를 갖고 있는 대주주인 중소기업중앙회는 간담회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T커머스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역설해왔다. 중기중앙회장을 네번째하고 있는 김기문 회장은 직전 선거에서 '중소기업 전용 T커머스 채널'을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중기중앙회는 또 지난 대선에서 '중소상공인 특화 T커머스 채널 신설'을 주요 정책과제로 각 후보자들에게 제시한 바 있다. 다만 그 사이 타이틀이 '중소기업 전용'에서 '중소상공인 특화'로 바뀌었을 뿐이다. 티메프 사태로 신뢰성 있는 유통채널이 더 필요하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C커머스의 공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위해선 토종 판매 채널을 다각화해야한다는게 중소기업계의 설득 논리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공공기관인 공영홈쇼핑도 내심 T커머스를 기다려왔다. 그동안의 행보는 홈앤쇼핑보다 덜했지만 '중소·벤처·소상공인의 유통혁신파트너'라는 비전에 걸맞게 이들 제품을 100% 판매하고 있어 명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공적 성격이 강한 공영홈쇼핑의 경우 대기업이 대부분 보유하고 있는 여타 T커머스 채널에 비해 차별성과 정책적 목적이 분명해보인다는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TV홈쇼핑과 T커머스를 동시에 하고 있는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CJ오쇼핑, GS홈쇼핑, NS홈쇼핑 모두 대기업이다. 이재명 정부도 대선 과정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 판로 확대를 위한 전용 T커머스 채널 신설 추진'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내달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홈쇼핑 경쟁력 강화 방안에는 적어도 1개 이상의 T커머스를 추가하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기존 사업자들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다며 신규 승인이 못마땅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유통은 무한경쟁시대를 맞고 있다. 지금은 홈쇼핑끼리, 또는 T커머스끼리 경쟁할 일만도 아니다. 판로를 놓고 더 이상 기울어진 운동장도 안된다. 소상공인, 중소기업에게는 좁디 좁은 판로를 어떻게든 더 여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할 일도 바로 그것이다. 일부에선 T커머스 신규 채널 승인 과정에서 소상공인 상품 의무 편성 비율 설정 문제도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분명한 것은 신설 T커머스는 적어도 소상공인, 중소기업에게는 문턱이 전혀 없어야한다는 것이다.

2025-09-11 16:18:27 김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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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와이 와인]<297>샴페인의 전통과 혁신을 한 병에…빌까르 살몽

<297>샴페인 빌까르 살몽 전통만 중시하면 자칫 고루해질 수 있고, 새로운 것만 찾다보면 본질에서 어긋나기 쉽다. 와인의 세계도 예외가 아니다. 수세대를 거쳐 유서깊은 곳이라고 해서 접해보면 명성이 전부인 곳이 있는가 하면, 떠오르는 신예라고 해서 마셔보면 개성이 테루아를 가리기 쉽상이다. 1818년에 설립됐으니 200년이 넘었는데 새롭다. 블랑 드 블랑은 좋은 교과서다 싶게 우아함과 청명함이 있고, 다른 샴페인 하우스에선 구색 맞추기인 로제가 이런 로제를 마셔본 적이 있을까 싶게 인상깊다. 무려 7세대를 거치면서도 혁명에 가까운 혁신을 거듭한 덕이다. 프랑스의 샴페인 하우스 빌까르 살몽이다. 빌까르 살몽에서 아시아 세일즈를 담당하는 티보 카솔리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빌까르 살몽은 오너 패밀리와 전문가 등 8명으로 구성된 테이스팅 위원회에서 양조에 대한 모든 결정을 내린다"며 "700개가 넘는 스틸 와인을 모두 시음할 정도로 위원회가 자주 모이고 의견을 취합해 양조 방향을 정하다보니 소비자 뿐만 아니라 소믈리에 등 전문가도 빌까르 살몽의 품질에 대해서는 신뢰가 깊다"고 강조했다. 빌까르 살몽의 출발점은 니콜라 프랑소아 빌까르와 엘리자베스 살몽의 러브스토리다. 니콜라는 파리에서 와인 상인이었고, 살몽 가문은 포도밭을 가지고 있었다. 살몽의 동생이 와인메이커였으니 샴페인 하우스를 시작하기에 완벽한 조합이었다. 2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가족 소유, 가족 경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빌까르 살몽은 약 300㏊ 규모의 포도밭에서 생산한 포도로 샴페인을 만든다. 이 가운데 100㏊는 직접 가지고 있으며, 100㏊는 장기 계약을 통해 빌까르 살몽이 직접 포도 재배를 관리한다. 나머지 100㏊는 좋은 포도를 골라 사들인다. 포도밭은 샹파뉴의 꼬뜨 데 블랑에서 랭스까지 다양한 위치에 있지만 거리로 따지면 와이너리로부터 30㎞를 넘지 않는다. 수확철에 보통 많이 덥다보니 이동거리가 길어지면 산도나 신선도에 영향 많이 받을 수 있어서다. 티보는 "살몽은 아로마와 신선함, 숙성 잠재력의 바탕이 되는 좋은 산도를 얻기 위해 샴페인 하우스 가운데 가장 먼저 수확을 하는 곳"이라며 "40곳이 넘는 크뤼에서 재배된 포도로 다양성을 확보하고 균형점을 찾지만 아무리 좋은 포도밭있다고 해도 멀리 떨어진 곳은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빌까르 살몽 스타일이 궁금하다면 시작은 '샴페인 빌까르 살몽 르 블랑 드 블랑'이다. 그랑 크뤼 밭에서 재배된 최상급의 샤도네이로만 만들었다. 저온 안정화로 과실 아로마와 미네랄은 잘 표현됐고, 좋은 산도가 그대로 살아있다. 저온 안정화는 5세대인 장이 고안한 방식으로 13도의 낮은 온도에서 천천히 발효토록 한다. 보통 이 온도에서는 발효가 일어나지 않지만 가능한 효모를 찾아내 적용했다. 여기에 긴 숙성기간이 더해졌다. 샹파뉴 관련 규정상 논 빈티지는 15개월 이상만 숙성하면 되지만 르 블랑 드 블랑은 무려 5년을 묵혔다. 다른 샴페인 하우스로 치면 빈티지 샴페인급이다. '샴페인 빌까르 살몽 르 리저브'는 빌까르 살몽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플래그십 와인이다. 논 빈티지 샴페인을 '르' 시리즈로 재탄생시키면서 숙성 기간과 리저브 와인 비중을 확 늘렸다. 2006년 이후 15개 빈티지의 리저브 와인의 비중이 70%를 웃돌며, 숙성 기간은 50개월에 달한다. 풍미가 있다보니 식전은 물론 다양한 음식과 같이 마시기 좋다. 티보는 "원래 논 빈티지에는 브뤼 등을 표시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대부분의 와인이 엑스트라 브뤼의 당도라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신 새로운 품질과 혁신을 적용해 '르' 시리즈로 리브랜딩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샴페인 빌까르 살몽 르 수 부아'의 특징은 체리 우드 레이블에 힌트가 있다. 배럴 양조다. 오크 숙성으로 산화 풍미를 끌어내지만 다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평균 15년된 배럴을 사용한다. 르 수 부아는 좋은 산도로 집중력이 있으면서 배럴 양조로 질감이 풍부하다. 과실미와 아로마도 충분히 느껴진다. 산화 풍미로 소스 요리나 붉은 육류와도 잘 어울릴 샴페인이다. '샴페인 빌까르 살몽 르 로제'는 빌까르 살몽을 대표하는 와인 중 하나다. 로제 와인처럼 보이지만 일반적인 로제 와인 같지 않게 만들라는 특명에서 탄생했다. 레드 와인을 섞는 블랜딩 방식으로 만들어 마시면 깔끔하고 우아한 샴페인으로 들어와서 레드 와인의 여운을 남긴다.

2025-09-11 13:58:48 안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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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일의 세상 이야기] 좌(左) 정은이 우(右) 푸틴보다 높은 이유

침팬지는 몸짓 신호 외에 새로운 생각을 표현하는 문장은 만들지 못한다. 인간처럼 구문 처리에 사용하는 특수한 뇌 구조가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구문 처리는 뇌의 좌반구 회로가 담당한다. 그래서 인간의 90%가 오른손잡이가 됐다. 이에 따라 인류 대부분이 자연스럽게 오른쪽 중심의 문화가 보편화됐다. 반대로 왼손잡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차별을 정당화하며 뿌리 깊은 편견으로 발전해 왔다. 서양 중세 시대에 왼손잡이들은 결혼 상대자로 부적합했다. 심지어 마녀로 몰려 화형을 당하기도 했다. 이슬람이나 힌두교에서 식사는 오른손으로 하고, 뒷일은 왼손으로 처리하는 것도 오른쪽 우위 개념이다. 서아시아에서는 왼손으로 음식을 건네줘서도 안 된다. 그만큼 왼손은 불결하고 불손하다고 생각한다. 라틴어를 비롯해 유럽 언어의 원류인 고대 인류-유럽어에는 아예 '왼쪽'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 ('왼손잡이가 만든 역사') 영어로 오른쪽 'Right'는 '정의' 또는 '권리'라는 뜻도 포함된다. 서양식 교육을 도입한 우리도 오른손은 '바른 손'으로 배워 왔다. 더구나 타고 난 왼손잡이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에게 오른손 사용을 강요받고 자랐다. 이 같은 현실에서 중국만이 유일무이하게 '왼쪽 존중' 관념을 갖고 있다. 한자에서 대등한 개념은 선행하는 글자가 대부분 우선한다. 천지(天地), 일월(日月), 남녀(男女) 등에서와 같이 앞 글자 뜻이 먼저이다. 좌우(左右)도 마찬가지다. 특히 고대 중국에서는 오른쪽 우위 개념을 아예 오랑캐 문화로 여겼다. 예기(禮記)에는 공자가 "...내가 오른손을 위로 하는 것은 내 누님의 상(喪)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기록돼 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군자는 평소에는 왼쪽을 귀하게 여기지만 병기를 쓸 때는 오른쪽을 귀하게 여긴다. 병장기란 상서롭지 못한 것이므로 길사에는 좌를 내세우고, 흉사에는 우를 내세우게 된다"고 말했다. 중국 창조의 신(神)인 반고(盤古)도 "...왼쪽 눈은 태양으로, 오른쪽 눈은 달로 변했다"고 설명한다. 이는 '왼쪽'을 높이는 개념이 오래전에 형성됐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왕조에서도 임금은 남쪽을 바라보면서 왼쪽에는 문관, 오른쪽은 무관을 자리하게 했다. 자리 배치를 통해 중문경무(重文輕武)를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좌의정이 우의정보다 높은 것도 이런 이유이다. '왼쪽 우선'은 조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최근까지 이어진 병호시비(屛虎是非)다. 이는 1620년 퇴계 이황을 모신 여강서원(호계서원으로 개칭)에 제자인 서애 류성룡과 학봉 김성일 중 누구 위패를 좌배향(左配享)에 둘 것이냐를 두고 시작된 분쟁이다. '屛'은 풍산 류씨의 병산서원, '虎'는 의성 김씨의 호계서원이다. 즉 서애와 학봉 중 퇴계 제자로서의 서열을 정리하는 두 가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안동 지역 유림도 갈라졌다. 이 논란은 2013년 퇴계 좌측에 서애, 우측에 학봉 위패를 모시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종료됐다. 하지만 이후 예안향교 측이 호계서원이 복원된 위치와 서원에 퇴계 위패를 모시는 것 등에 불만을 제기하면서 퇴계 후손들이 퇴계 선생 위패를 모시고 나왔다. 유교에서는 서원에 위패가 없으면 제사 기능이 사라지게 된다. 결국 좌측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400년 싸움이 허망하게 됐다. 중국은 역사와 전통에 강한 자부심을 보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관습에 얽매여 있다. 일례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 시작은 정확히 8월 8일 오후 8시 8분 8초로 예정돼 있었다. 중국어로 8이 돈을 번다는 뜻의 발재(發財)와 비슷해서 8을 길한 숫자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에서 지난 전승절 기념식에 시진핑 주석 왼쪽에 김정은을, 오른쪽에 푸틴을 세웠다. 북한을 극진히 예우하면서 그만큼 영향력은 확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2025-09-10 14:51:04 차상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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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한의 시시일각] 키아프·프리즈 서울, 공존의 빛과 그림자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아트바젤홍콩(Art Basel Hong Kong)'은 오랫동안 아시아 미술시장의 중심축 역할을 해왔다. 문화예술 향유부터 관광, 작품 구매까지 다양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아트 블랙홀'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정치적 불안정과 경기 침체의 여파로 예전의 영향력만큼은 아니라는 평가가 많다. 홍콩이 주춤하는 사이 아시아 미술시장의 새로운 거점으로 급부상한 곳은 서울이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사회·경제적 기반을 바탕으로 세계 유수의 갤러리와 컬렉터들이 주목하는 대안 도시로 자리매김했으며,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SEOUL, 이하 키아프)와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이하 프리즈)의 공동 개최 또한 국제적 미술 교류의 핵심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데 적지 않게 기여했다. 2022년부터 시작된 키아프와 프리즈의 동행은 올해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지난 9월 3일부터 서울 코엑스에서 나흘간 진행된 프리즈에는 약 7만 명이 관람객이 방문했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프리즈보다 하루 더 열린 키아프는 작년 대비 소폭 증가한 8만여 명을 끌어 모았다. 구체적인 액수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매출 또한 양호한 성적을 거뒀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숫자들이 감추고 있는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몇 점의 고가 작품 판매를 제외하면 전체적인 평균 판매가격은 예년 대비 현저히 낮아졌고,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되었다. 더구나 판매 성과의 대부분이 프리즈에 집중되었다. 키아프에서는 중저가 작품이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거래되었으나 프리즈의 매출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수밖에 없다. 키아프가 프리즈의 2부 행사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문제도 남겼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이미 프리즈가 서울에 입성할 당시부터 예견되어 있었다. 사실 5년 간 프리즈와의 동행을 결정한 2022년 당시만 해도 키아프 측은 아시아 최고 미술시장으로 거듭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프리즈 또한 '공동의 노력', '협력', '존중' 운운하며 키아프의 바람에 부응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적어도 겉으론 그랬다. 그러나 한 지붕 두 가족으로 치러진 네 번의 공동 개최 결과, 키아프가 프리즈의 들러리에 그칠 수 있다는 초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 유력 화랑들마저 키아프를 떠나 프리즈로 이동했고, 관람객들 역시 프리즈를 우선 관람한 후 키아프를 둘러보는 패턴을 보였다. 결국 안방까지 내어준 상황에서 주도권마저 프리즈에 넘어간 형국인 셈이다. 키아프와 프리즈와의 동행은 이제 한 번 남았다. 프리즈는 2026년 이후에도 계속해서 서울 전시를 희망하는 모양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돈이 되기 때문이다. 아트페어는 철저히 자본논리에 움직이는 곳이고, 고급 콘텐츠인 미술품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게 목적이다. 더욱이 전 세계 미술시장의 30%를 차지하는 아시아 중에서도 한국은 침체된 홍콩이나 중국에 비해 매력적인 시장이다. 프리즈가 그걸 모를 리 없다. '서울의 높은 문화수준' 운운하지만 실은 돈을 벌 수 있는 새로운 지역으로 바라보고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키아프는 수익 극대화를 위한 발판일 뿐이며, 이러한 관계가 지속된다면 한국은 문화의 주체가 아닌 글로벌 프랜차이즈 페어가 주도하는 소비시장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정책적 뒷받침과 명확한 비전 및 큐레이션, 엄격한 심사를 통한 예술성 중심의 작품과 갤러리 선별, 재원 마련을 위한 남다른 노력 등이 필요하다. 일각에선 키아프와 프리즈를 통합해 운영하는 방안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유한적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키아프만의 고유한 정체성 확립을 통한 브랜드 파워 구축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프리즈와의 격차는 해소될 수 없다. ■홍경한 미술평론가

2025-09-09 09:34:23 한용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