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전 국방장관, 경항모 예산 해명...'비경제적' 우려는 여전
해군이 창설 76주년을 맞아 지난 8일 최초로 공개한 경항공모함 컴퓨터 그래픽 영상. 사진=해군 막대한 국방 예산이 투입될 '경항공모함' 도입 사업이 문재인 정부 말기에 들어서면서 가시화 되면서, 경항공모함 도입에 해군의 '국방비 독식'과 '경제적 효용성' 등의 우려가 군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文정부 초대 국방장관, 경항공모함 구원투수로나서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방부 장관이었던 송영무 전 장관은 지난 9일 해군 창설 76주년 기념 국방일보 기고문을 통해 경항공모함 도입과 관련된 우려에 대한 진화에 나섰다. 그렇지만 충분한 공감을 받기에는 부족하는 평이다. 송 전 장관은 기고문에 "과도한 예산이 해군에 집중돼 육군이나 공군 예산이 줄어든다고 하는데 이는 기우"라며 "해군 예산만으로도 건조비를 10여년 넘게 나눠 투입하면 충분하기에 육·공군 예산은 절대 축소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항공모함을 호위하는 전투함·잠수함·항공기의 추가 예산이 더 필요하다고 반대하는 의견도 있다"며 "해군은 1990년도부터 항모를 호위할 수 있는 전투함·항공기·잠수함 사업을 지속해 왔기에 추가 전력 소요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정부는 내년 기본설계 착수 예산으로 72억 원을 요청했고, 국회가 동의하면 내년 중 사업자를 선정해 기본설계에 착수에 들어간다. 언론도 경항공모함 도입 찬성쪽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자세히 속을 들여다보면 경항공모함 도입은 장밋빛이 아니다. 해군 예산만으로 한 척당 2조원 이상이 되는 경항공모함 건조비를 10여년간 나누어 투입한다해도, 심각한 병력부족과 소화기를 비롯한 장비 정비에 애를 먹고 있는 해군이 예산을 긴급히 써야 할 부분은 많다. 이미 지난해 7월 해군은 인건비 부족을 이유로 시간외 수당을 월 최대 67시간에서 해상 38시간·육상 20시간까지만 지급한다고 밝혔다. 물론,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한 방역지원 등으로 전군의 인건비 지출이 증가했다. 그렇지만 '긴 함상근무와 빈번한 긴급출동 등 해군의 특성을 고려한다면 시간외수당 삭감돼서는 안된다'는 공분을 샀다. ◆경항공모함이 뭐냐... 판 키워 한국형항모로 돈벌자? 예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일부 언론은 3만톤급의 경항공모함이 아닌 4만톤급 '한국형 항공모함'을 건조해 수출을 통한 경제성 확보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보도를 내놓았다. 그렇지만, 한국형 항공모함 구매예상 국가들로 거론된 국가들을 세심히 들여보면 매우 비현실적인 주장이란 것을 알 수 있다. 군사전문지 월간 플래툰은 지난 7일 '한국형 항모 수출' 얼마나 가능성 있을까 Possibility of K-Carrier export'란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형 항공모함 수출이 쉽지 않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1950~1970년대 인도, 브라질, 캐나다, 네덜란드, 스페인, 호주, 프랑스, 아르헨티나등의 나라들이 잠시 항모를 보유한 바 있지만, 이는 값싼 항모와 저렴한 함재기 매물이 많았던 시절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종전후 필요가 없어진 미국과 영국의 항모가 세계 각국으로 팔려나갔기 때문이다.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 중 9척을 건조한 인디펜던스급 경항공모함은 프랑스(프랑스 해군 명칭 라파예트)와 스페인(스페인 해군 명칭 데달로)에 무상원조 또는 염가 판매로 사실상 퇴출됐다.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영국의 경항공모함 콜로서스급(10척)과 머제스틱급(6척)도 비슷한 시기 중고 매물로 나 왔다. 이중 12척이 외국 해군에 중고 매물로 팔려나갔다, 외국에 팔려나간 경항공모함은 노후화로 인해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아르헨티나 등은 대체 항모를 도입하지 않았다. 막대한 금액이 투입돼야하는 예산이 문제였던 것이다. 아르헨티나는 한국형 항공모함의 구매예상 후보국 중 한 곳으로, 항공모함은 고사하고 호위함 부족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웃 브라질도 중고 항공모함을 돌려막듯 사용하다 영국에서 중고상륙함을 수입해 헬기모함으로 쓰고 있다. 신남방정책 대상국인 동남아 국가들은 어떨까. 인도네시아는 '한국형 전투기 사업(KF-X)'의 분담금도 내지 않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불편한 관계인 말레이시아는 초음속 전투기 보유 대수가 고작 40여대 정도다. 태국의 경우 '국왕의 행사 나룻배'라고 불리는 차크리 나루에벳은 유지비 충당도 힘들다. 동남아의 부국 싱가포르는 서방국가들과 원만한 관계로 항공모함을 도입하려 했다면 이미 도입했을 나라다. 이렇듯, 각국의 정황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싸니까', '많이 얹어줄거니까'식의 '한국형 발상'은 군과 조선업계에 기대심리만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