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노무현이 보이지 않는 문재인의 군대
문형철 기자 자화상. 예비역 육군 소령으로 비상근복무간부예비군과 군사문화칼럼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자주국방의 기치를 든 문재인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막대한 국방예산을 쓰고 있다. 하지만, 과거 군인들을 독전하면서도 토닥였던 노무현 대통령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은 취임 3년차였던 2005년 9월 '국방개혁 2020'을 통해 각 무기체계의 전력지수 등을 고려해 양보다 질 중심인 군 구조개편을 계획했다. 국방운영체계 선진화, 군 구조.전력체계 및 3군 균형발전, 병영문화 발전 문민화 등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2.0도 비슷해 보이지만, 두 정책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개혁을 추진하는 원동력인 군인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앞서 그해 7월 12일 경북 포항 해병 제1사단을 방문해 "열심히 훈련하고 막강한 해병으로서 단련돼 나가고 있을 때 평화가 유지될 수 있다"며 "전쟁이 없는 나라를 만들고 싶으면 더욱 더 열심히 훈련에 임해서 강한 군인이 되고 강한 군대를 만들어서 그렇게 우리 평화를 지켜주십사 부탁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말은 평화는 강력한 군사력, 즉 무기뿐만이 아니라 이를 운용하는 군인의 정신적·신체적 강인함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언론과의 질의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방어적 훈련이지만 북한과 논의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군 통수권자의 의지는 지난 27일 서욱 국방부 장관이 기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더욱 굳어졌다. 서 장관은 "전반기 한미 연합 지휘소연습을 시행하는 준비를 하고 있고,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서라면 연합훈련을 포함한 어떠한 문제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들어 남북대화 분위기와 코로나19로 인해 한·미 연합훈련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수준에 멈춰있다. 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한·미 연합훈련을 통한 검증단계를 철저히 거쳐야 함에도 말이다. 청년 장교시절, 노무현 대통령이 기자가 소속된 부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당시 상황장교였던 후배는 "따뜻한 온정이 느껴지지만, 강한 분"이라고 말했다. 당시 청년 장교들 다수는 이 말에 공감했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장병들은 방역지원 뿐만 아니라 각종 대민지원에 투입되고 있다. 대신 휴가와 외출·외박은 통제됐고, 영외 훈련도 제한을 받았다. 현정부 들어 더 중요시 되는 과학화 훈련은 기본적인 숙달훈련 없이는 '게임'으로 전락할 수 있다. 더욱이 복무기간은 18개월로 줄었다. 군의 숙련도는 점점 기대하기 힘들다. 여성의 군내 비율을 높이고,여성의 전투병과 지휘관으로 임명도 되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그렇지만, 과거에 비해 유약해진 여성 군인들도 눈에 띈다. 남녀의 신체적 차이를 고려하지 말라는게 아니다.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고려해야 하지만, 전투에서 총알과 파편은 성별을 구별하지 않는다. 군내 여성의 높아진 위상만큼 여성의 전투생존성도 높아져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에는 군인의 훈련뿐만 아니라, 군인의 처우도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은 군인을 사랑하지 않는 군대는 싸워 이길수 없다며, 제대군인들을 지원하는 제대군인지원센터를 세웠다. 반면, 문재인 정부들어 군인의 호봉과 군인연금마저도 근본적 분석보다 단순한 남녀평등과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흔들리고 있다. 국군통수권자 노무현의 애군정신이 그리워지는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