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한국 위해 삼성 반도체가 돌아왔다…현대차·LG도 대규모 투자 나서
삼성전자가 선택한 미래 반도체 거점은 미국도, 중국도, 동남아도 아닌 한국이었다. 막대한 투자를 통해 메모리와 파운드리 뿐 아니라 소부장과 팹리스 등 반도체 생태계 전체를 육성해 반도체 강국으로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오랜 동안 사회적 난제였던 지역 균형 발전까지 해결하는 묘안을 내놨다. 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들도 함께한다. 경영 위기 속에서도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핵심 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국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힘을 모으겠다는 방침이다. ◆ 삼성, 반도체 '게임 체인저'로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날 정부가 발표한 첨단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20년간 30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중국을 향한 무역 제재에 더해 미국이 까다로운 반도체 투자 지원 조건을 내걸면서 한국 반도체 산업 지속 가능성에 위기감이 감도는 상황, 삼성전자가 결국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해답을 찾은 것. 삼성전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통해 파운드리에서도 '초격차'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평택과 미국 오스틴 및 테일러 신공장까지 합쳐도 경쟁사인 TSMC에는 생산 능력이 부족하다는 평가 속, 용인 클러스터를 활용해 추격에 나선다는 포부다. 최근 들어 3나노와 게이트올어라운드(GAA)를 선제적으로 양산하면서 기술적으로는 우위를 점한데 이어, '물리적인 한계'로 지적됐던 생산량 문제를 해결하면서 '진정한 경쟁'을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용인 클러스터는 기흥과 화성, 평택과 이천 등 반도체 생산단지를 중심으로 소부장 기업과 팹리스 업체들이 모인 판교와도 연계해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완성하게 된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등 양산 팹에서 디자인하우스와 팹리스, 소부장에 이르는 반도체 생태계와 국내외 우수 인재를 집적한 '글로벌 반도체 클러스터'를 선도하는 모델로 성장하는 것. 양산에만 쏠려있던 국내 반도체 생태계도 비약적으로 도약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이번 투자 결정은 한국 경제 성장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직간접 생산 유발이 700조원, 고용 유발 효과도 160만명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향후 한국이 글로벌 최첨단 반도체 허브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며 "자동차와 IT 등 기존 산업은 물론 AI·메타버스·챗GPT 등 다양한 미래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 전국 순회한 이재용, 균형 발전에 60조 삼성은 반도체 뿐 아니라 지역 사업장에도 10년간 60조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반도체 패키지뿐 아니라 최첨단 디스플레이, 차세대 배터리와 첨단 MLCC 등 중점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지역 균형 발전까지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이재용 회장이 취임 후 지역 사업장을 순회한 이유가 밝혀진 셈. 삼성은 "이번 투자 계획은 지역 풀뿌리 기업과 산업 생태계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 산업을 진흥함으로써 지역 균형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충청권에는 반도체 패키지 특화단지와 첨단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차세대 배터리 마더 팩토리를 조성한다. 천안과 온양에 삼성전자 패키징 사업장과 아산에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천안 삼성SDI '차세대 배터리' 연구/생산 시설 구축과 세종에 삼성전기 고부가가치 패키지 기판 생산 거점 확대 등이다. 이를 통해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연구와 생산 시설 투자 및 OLED와 퀀텀닷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와 기판 등 고부가가치 생산 제고, 전고체 배터리를 만드는 '마더 팩토리'를 구축하게 된다. 특히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술은 반도체 생태계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경상권에서는 차세대 MLCC 생산 거점과 글로벌 스마트폰 마더 팩토리, 고부가가치 선박 생산 거점을 육성한다. 구체적으로 부산은 삼성전기 MLCC용 핵심 소재 내재화 연구에 집중 투자해 '첨단 MLCC 특화지역'으로, 구미 스마트폰 공장은 프리미엄 플래그십 스마트폰 글로벌 마더 팩토리와 삼성SDI의 반도체/디스플레이용 첨단 소재 특화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 울산도 삼성SDI를 통해 '양극활 물질' 등 핵심 소재 연구와 생산 시설을 확대, 거제시는 삼성중공업이 LNG 운반선 등 고부가 제품 중심 수주를 늘리고 일자리 창출을 통해 경제 활성화에 힘을 보탠다. 호남권은 스마트 가전 제품 중심 생산량을 확대하며 미래 가전 사업에서 더 큰 역할을 맡기기로 했다. 생산하는 가전 제품을 프리미엄 중심으로 확대 재편하며 '글로벌 스마트 가전 생산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삼성은 지역 기업을 위해 ▲반도체 생태계 육성 프로그램 ▲기술 및 자금 지원 ▲지역 인재 양성 지원 등을 입체적으로 전개하며 지역 산업 부흥에 기여할 계획이다. 10년간 3조6000억원을 배정했다. 반도체 협력사와 팹리스에 대한 지원과 투자, 지방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스마트 팩토리 3.0'을 구현, 1조원 규모 ESG 펀드를 운영하며 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등이다. 지방 산업단지 입주 기업에 오폐수 재이용 기술을 공유하고 컨설팅을 실시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지역 인재 육성에도 팔을 걷어 붙인다. 지방 대학에도 반도체 계약학과를 개설하고, 지방 청년을 대상으로 삼성청년S/W 아카데미(SSAFY)와 연계해 소프트웨어 교육 기회를 확대하고, C랩 신규 거점을 구축하며 지역 스타트업 육성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 현대차·LG도 60조 삼성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들도 정부 발표에 발맞춰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놨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30년 전기차 '톱 플레이어' 도약을 목표로 2025년까지 63조1000억원을 국내에 투자하기로 했다. 국내를 전기차 주요 생산 거점으로 연간 144만대를 생산하도록 육성한다는 계획. 이를 통해 2030년 글로벌에서 연간 323만대 전기차 생산과 글로벌 점유율 12%를 달성한다는 포부다. 전동화와 친환경을 위한 투자금액은 16조2000억원을 편성했다.전동화 경쟁력 확보와 전동화 부품 선행 기술 개발 등 R&D, 전용 공장과 라인 증설, 차세대 배터리 개발과 충전 등 전략 투자 등을 포괄한다. 로보틱스와 항공 모빌리티 등 미래 탈것과 함께 커넥티비티와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와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 추진에도 8조9000억원을 쏟는다. 완성차를 넘어 '인류를 위한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신차 개발 등 제품 차별화와 공장 스마트화 등 시설 투자에도 38조 투자를 예고했다. 내연기관 부품사가 전동화 체제로 전환하는 투자 재원을 조달하고, 한국 자동차 산업 역시 친환경 미래차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상생 협력에도 5조2000억원 규모 투자를 추진한다. 3차협력사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내용으로, 정부와 유관기관과 함께 유기적 협업 체계를 구축해 자동차 산업을 성공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상생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전동화와 자율주행, 로보틱스 분야 인재 육성을 위한 H-모빌리티 교육 프로그램과 소프트웨어 인재 육성을 목표로 하는 소프티어 부트캠프 등 인재 양성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LG그룹 역시 2027년까지 54조원 규모 국내 투자를 확정했다. 배터리를 비롯해 전기차 부품 및 소재 사업과 미래차 분야,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주력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한다는 포부다. AI와 소프트웨어, 바이오와 헬스케어, 그리고 클린테크 등 미래 시장 창출을 위한 분야에도 투자를 집중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미래차 관련 산업과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분야에 44조원, AI 및 소프트웨어 분야와 바이오, 헬스케어 등에 10조원을 투자한다. 미래 주력 사업에 힘을 더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미래 기술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