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탄소배출 16억t 할당…기업들 죽으라는 소린가
과거 많은 국가들이 경제발전에 치중해 환경과 에너지를 도외시했다면 지금은 경제발전에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정책들이 마련되고 시행중이다. 당장 우리 정부는 저탄소정책의 일환으로 내년 1월1일부터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한다. 이는 정부가 525개 기업을 대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총량을 정하고 온실가스를 줄이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기업은 자체적인 감축 대신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입하고, 감축비용이 적게 드는 기업은 남은 배출권을 시장에 팔아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내년부터 2017년까지 1차, 2018년부터 2020년까지 2차, 2021년 이후 5년 단위 3차 로드맵을 제시했다. 할당량은 계획기간 4년 전부터 3년 동안 온실가스 연평균 배출량에 따라 정했다. 환경부는 지난 2일 내년부터 2017년까지 약 15억9800만t(이산화탄소 환산)의 할당량을 각 기업별로 통보했다. 업종별로 석유화학 84개, 철강 40개, 발전·에너지 38개 등이다. 이 중 상위 10개 업체는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았던 포스코, 한국남동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부발전, 한국중부발전, 한국서부발전, 현대제철, 쌍용양회공업, 포스코에너지, 현대그린파워 등이다. 경제계는 즉각 반발했다. 배출권을 너무 과소 할당했기 때문이다. 기업은 20억2100만t을 신청했는데 할당량이 무려 4억2300만t이나 부족하다. 이럴 경우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하지 못해 추가로 시장가격의 3배인 12조7000억원의 과징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 같은 주장에 환경부는 탄소 배출을 줄이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설비투자에 집중하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올해 국내 석유화학, 철강 업종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최악의 영업 실적을 기록했다. 설비 투자 여력이 전무한 상태다. 이런 분위기는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또 국내 기업들은 환경관련 규제로만 2012년 2조5000억원이 넘는 부담금을 지불했다. 하지만 정부는 추가로 화학물질 등록·평가법(화평법)과 유해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각종 환경규제들을 도입할 움직임이다.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기에 몰린 국내 기업들에게 15억9800만t의 탄소할당량을 배정한 것은 죽음으로 내모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