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리뷰-노아]성경 속 이야기 블록버스터로 풀어내다
성경의 창세기는 우리가 아는 한 가장 규모가 큰 블록버스터다. 신은 6일에 걸쳐 하늘과 땅, 낮과 밤, 아담과 이브 등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창조했다. 그러나 타락한 세상에 분노한 신은 대홍수로 인간을 심판하고, 신의 구원을 받은 노아 가족만이 방주를 만들어 동물 암수 한 쌍씩을 태워 살아 남는다. 20일 개봉을 앞둔 영화 '노아'는 이같은 성경 속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기반으로 한 작품이다. 이 때문에 영화는 기획 단계부터 종교영화로 주목 받았지만, 결과물은 비종교인도 무난하게 볼 수 있도록 드라마적이고 오락적인 요소도 포함된 한 편의 블록버스터물로 탄생했다. 영화는 성경 속 풍경을 스펙터클하게 스크린에 펼쳐냈다. 거대한 방주를 단순한 컴퓨터그래픽(CG)으로 작업한 게 아니라 1200평 6층 건물 규모로 실제 건축해 실감나게 구현했다. 방주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수많은 종류의 동물과 곤충 떼들도 실제 제작한 모형에 CG를 덧입힘으로써 현실감을 부여했다. 8만5000ℓ 물탱크 5개로 만들어낸 폭우와 대홍수, 태초의 신비감을 간직한 광활한 대지도 인상적이다. 내용적으로는 성경 속 단 몇 단락에 그친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상상력을 동원해 극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재미를 높였다. 신의 사명을 완수하는 노아(러셀 크로)와 가족간의 갈등을 그려 노아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시켰고, 타락한 세상을 다스리는 두발 가인(레이 윈스턴)이라는 인물을 새롭게 창조해 노아와의 대립 구도를 형성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오락거리에만 그치진 않았다. 타락한 세상에 맞서 방주를 지으면서도 자신과 가족의 탐욕적인 모습을 자각하는 노아의 모습을 통해 선과 악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져주기도 했다. '블랙스완'에서 탁월한 인물 심리 묘사로 감탄을 자아냈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아 새로운 노아를 창조했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인 노아의 심리 표현은 아쉽다.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종교인과 비종교인 모두에게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 인간 노아를 영화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가장 많은 고민을 했다지만 노아가 왜 단호한 의지로 신의 사명을 수행하는지 공감하기 어렵고, 인간적인 고뇌도 와닿지 않는다. 노아를 도와주는 거인족의 모습도 옥에 티다. 땅 속에 바위처럼 파묻혀 있다가 거인으로 변모하는 이 거인족의 모습은 마치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외계 로봇을 연상시켜 황당함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성경의 대서사시가 가진 매력적인 이야기와 이를 기술력으로 스크린에 구현한 스펙터클한 풍경, 그리고 러셀 크로를 비롯해 제니퍼 코넬리·엠마 왓슨·안소니 홉킨스·로건 레먼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호연이 빛나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