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2016]노사문화 이젠 선진화할 때
[메트로신문 양성운 기자] 기업의 경쟁력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노사관계 불안이다. 세계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기업들의 위기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 같은 시기에 노사의 협력관계 구축은 더 없이 절실하다. 그러나 정부는 노동개혁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고, 노동조합은 사활을 걸고 강력 반발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사회적 양극화나 비정규직 근로자 보호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황에서 노사의 협력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신뢰가 쌓여야 한다. ◆노동법, 속도전보다 내실을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노동 개혁5개 법안(근로기준법, 기간제법, 파견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중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은 초미의 관심사다. 특히 정부와 여당, 야당은 이들 두 개정안에 대한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개정안 통과 시기도 늦춰지고 있다. 지금 도마 위에 오른 기간제법은 2년에서 4년으로 연장된다. 현행법상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파견법은 뿌리산업 등에 파견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때문에 정부는 기간제법과 파견법 개정안을 통해 고령자·고소득 전문직·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고, 35세 이상 기간제 근로자의 사용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고용 유연성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여당 측은 고용유연화는 전 세계적인 추세라며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노동유연성을 증진하는 것이 한국경제의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 추천 인사들은 이 같은 유연화가 질 낮은 비정규직을 폭증시킬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노동개혁 5개 법안 가운데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재보험법에 대해선 여야가 어느 정도 의견 접근을 이뤘지만 기간제법, 파견법을 놓고는 양보 없는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노사문화 이젠 선진화할 때 선진국에서는 노사가 대립보다 상생을 위한 협력관계에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파트너로 서로를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으로 일본 완성차업체를 꼽을 수 있다. 도요타는 지난 2008년 미국 GM이 경영난을 겪는 동안 세계 최대 자동차회사로 부상했다. 그 배경에는 64년 무파업이라는 노사 간의 협력관계가 뒷받침 됐다는 평가다. 또 일본의 혼다 노조는 1957년 이후 파업을 하지 않고 있다. 반세기 넘는 무파업의 역사를 유지할 수 있는 바탕은 주인의식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는 '파업은 자해 행위'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미국의 최대 자동차회사 GM이 파산 위기에 놓였던 2009년, 당시 파산에 대한 책임은 노사 갈등에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힘겹게 기사회생한 GM은 일부 공장에서 올해까지 6년간 무파업을 선언하기도 했다. 노사협력으로 어렵게 재기에 성공한 케이스다. 국내에서는 한국타이어가 지난 1962년 설립된 이후 53년간 무파업을 유지하고 있다. 노사상생 문화는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중요한 원동력이 됐다. 회사가 어려울 때 직원들이 헌신해 외환위기 등의 위기를 극복해왔다. 한국타이어는 세계 7위 업체로 성장했다. 이 때문에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노사상생 문화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노조와 회사가 대립이 아닌 상생하는 관계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노사 간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파업하며 기업의 위기를 키워가는 곳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한 국내 대기업 생산자들이 이틀간 파업에 돌입하면서 수천억원 규모의 매출 차질을 불러오기도 했다. ◆노사 공동 사회적책임 강화 한국소비자원은 노사가 힘을 모아 새로운 노사문화 창출과 노사관계 구축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10월 제14대 원장으로 취임한 한견표 원장이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완료하고 상생·협력의 노사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함께 '노사관계 신(新)선진화 추진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통해 사회형평적 채용으로 열린 일자리를 창출하고 비정규직과 무기계약직 등의 차별이 없는 훌륭한 일터(GWP, Great Work Place)를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또 공공기관으로서의 공익적 역할과 책임 활동도 강화한다. 과거 기관이 주도했던 사회공헌 활동과 취약계층 소비자보호 사업을 노사가 합심해 '노사공동 나눔활동'으로 추진해 사회적 책임을 실질적으로 수행하고 새로운노사관계의 롤 모델을 실현할 방침이다. '정부 3.0 협업 우수기관'이기도 한 소비자원은 사회공헌에 있어서도 독자적인 추진보다는 유관기관과의 협업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 간 노사공동 나눔협의체(UCC)'에 가입한 바 있다. UCC는 기업간 노사공동 나눔협의체로서 지난 2011년 창립해 현재 17개 회원사가 활동하고 있다. 한 원장은 "UCC 가입으로 취약 계층 소비자 보호 등을 폭넓게 실현할 수 있게 됐다"며 "노사 간 합리적 관계 구축은 물론, 유관기관 간 협업·소통을 통한 사회적 책임 수행이 견고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