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출범] 금리전망, 美 상반기 동결...韓 1회 인하 예상
"우리는 (금리인하) 과정에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 동안 기준금리를 100bp(1bp=0.01%포인트) 내렸고, 중립금리 수준에 현저하게 접근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인하를 결정한 이후 이같이 말했다. 연준은 지난해 9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p) 인하한 뒤 11월과 12월 각각 0.25%p 내렸다. 기준금리는 5.25~5.50%에서 4.25~4.50%가 됐다. 중립금리는 경제가 균형 상태에 있을 때의 실질 기준금리를 말한다. 물가수준이 안정적인 상태에서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고, 생산 인구가 완전 고용돼 잠재성장률을 달성할 수준이란 설명이다. ◆ 美, 상반기 금리인하 0회 당시 파월 의장의 발언은 '미국의 경제가 생각보다 좋다'는 의미였지만, 한편으로는 물가가 더 이상 떨어지지 않고, 고용지표가 더 이상 나빠지지 않는 한 금리를 인하하는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실제로 FOMC 위원들은 12월 발표한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 금리가 3.9%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통상적으로 0.25%p씩 금리를 내린다면 올해 2차례 금리를 내린다는 것이다. 지난 9월 발표된 전망치(3.4%)와 비교해 금리인하 폭과 횟수가 줄었다. 파월 의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번째 임기가 시작됐을 경우를 반영한 결과"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는 미국의 전체 수입품에 대해 최대 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상품에 대해서는 60%를 부과하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불법이민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최대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다. 통상 기업들은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가 오르면 오른 비용만큼 상품의 가격에 반영했다. 결국 수입품 가격이 올라 물가가 상승한다. 아울러 이민제한정책으로 불법이민자와 서류 미비 이민자를 포함해 약 1500만명을 추방하면, 일자리가 공석이 돼 기업들은 임금을 높여 직원을 구해야 한다. 임금상승이 상품·서비스 가격에 포함돼 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국의 소비자물가(CPI)상승률은 12월 기준 2.9%로 목표치(2%)를 상회한다. 고율의 관세가 시행되고 임금이 오르면 물가가 상승해 연준의 추가 금리인하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에서는 올해 5월까지 연준이 현 수준의 금리(4.25~4.50%)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1월 99.5%, 2월 71.6%, 3월 55.9%로 내다봤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최근의 미국경제 상황과 평가' 보고서에서 글로벌 투자은행(IB) 10곳 중 2곳이 미 연준의 올해 금리인하 횟수를 '0회'로 전망했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지난해 12월 연내 2회 인하를 예상했다가 올해 1월 들어 0회로 변경했다. 도이치뱅크는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연내 동결 전망을 유지했다. ◆ 韓, 2월 금리인하 후 속도 조절 트럼프의 귀환은 우리나라의 금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연준이 상반기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우리나라도 금리를 인하하기 어렵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3.00%로 미국의 금리와 비교해 1.5%p 격차가 벌어졌다. 이 상황에서 금리를 인하할 경우 원화 가치가 더 하락할 수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50~1470원을 오가고 있다. 현재 환율은 비상계엄 사태와 트럼프 2기출범에 따른 강(强)달러 전망 등과 맞물려 상당폭 오른 상태다. 지난달 초 1395.10원이던 원·달러 환율은 1460원으로 64.9원 올랐다. 금리까지 인하할 경우 원화가치가 더 떨어져 1500원을 웃돌 가능성이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동결을 결정한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환율이 1470원대로 올라간다면 예측했던 물가상승률 1.9%에서 0.15%p 올라 2.05%가 될 수 있다"며 "높아진 환율에 유가까지 오르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 있다"고 말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서라도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내수(소비·투자)경기 회복을 위해선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 한은이 발표한 경기평가를 보면 일별 정치 불확실성 지수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급격히 올랐다. 이로 인해 소비심리는 급격히 낮아졌다. 카드승인액은 12월부터 3% 이상 감소했고, 소비심리지수는 100을 밑돌았다. 소비심리지수는 소비자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과 소비지출 전망을 지수화한 자료로 100 이하는 경기상황에 대한 기대심리가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2월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고 이후부터 속도조절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영증권 조용구 연구원은 "(금리를 인하하기엔) 환율 1500원과 한미금리차 2%p 또한 부담스러운 수준으로 보인다"며 "이를 감안하면 2월 금통위에서 중립금리 상단(2.75%)까지 빠른 인하를 지속하되 그 이후 속도는 조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LS증권 우혜영 연구원은 "금통위원들이 향후 3개월 내 인하 가능성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 2월 또는 4월 인하 가능성은 높다"면서도 "2월 중 금리를 인하하기 위해선 성장전망치를 대폭 하향하고 현저히 낮아진 물가의 상방리스크가 발생해야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유리기자 yul115@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