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승부, 모델 아닌 산업화"…토스증권 리서치센터가 본 中 경쟁력
미국이 AI 모델과 원천기술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면 중국은 AI를 실제 산업에 적용하는 상용화 경쟁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AI 산업의 승부처가 모델 성능에서 산업 적용과 수익화로 이동할 경우 중국의 경쟁력이 예상보다 강력하게 부각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10일 중국 선전 현지 탐방 내용을 담은 리포트 '다녀왔습니다, 선전'을 발간했다. 리서치센터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을 직접 방문해 반도체와 로봇, 전기차, 자율주행 산업을 점검한 결과 중국 AI 산업의 핵심 경쟁력은 기술 자체보다 이를 빠르게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실행력에 있다고 평가했다. ◆ AI 시대 중국의 무기는 데이터·제조업·국가 전략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중국 AI 경쟁력의 근간으로 정부 주도 산업정책과 방대한 데이터, 제조업 기반을 꼽았다. 미국이 오픈AI와 구글, 메타, 엔비디아 등 민간 기업 중심으로 AI 생태계를 구축했다면 중국은 국가 차원의 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반도체와 로봇, 전기차, 클라우드 산업을 장기간 지원하고 있다. '중국제조 2025', 'AI+ 전략', 국가반도체산업투자기금(Big Fund)' 등이 대표적이다. 국가가 방향을 정하고 자본을 공급하면 기업이 경쟁하며 성장하는 구조다. 데이터 측면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다. 14억 인구가 전자상거래와 모바일 결제, 배달, 차량 호출 서비스를 일상적으로 이용하면서 생성하는 데이터 규모가 압도적이다. 텐센트와 알리바바, 메이투안, 디디 등 플랫폼 기업들은 소비와 이동, 결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으며 이를 AI 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환경도 상대적으로 유연하다. 보고서는 AI의 성능을 결정하는 핵심 자원이 반도체와 전력뿐 아니라 데이터라는 점에서 중국이 구조적 우위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라는 점도 중요한 차별점으로 꼽힌다. 중국은 세계 제조업 생산의 약 30%를 담당하고 있으며 스마트팩토리와 산업용 로봇, 공급망 관리 등 AI를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거대한 실험장을 보유하고 있다. AI의 수익화가 챗봇보다 제조업 현장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으로 봤다. ◆ GPU는 약하지만 AI 인프라 공급망은 빠르게 성장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중국의 경쟁력을 과대평가하지도 않았다. GPU와 HBM, 첨단 패키징 등 AI 산업의 최상위 기술 영역에서는 여전히 미국과 한국, 대만 기업들이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TSMC가 대표적이다. 다만 AI 산업이 성장할수록 GPU와 메모리뿐 아니라 이를 연결하는 PCB와 CCL, 서버 부품 등의 중요성이 함께 커지고 있는데 이 영역에서는 중국 기업들이 이미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탐방에서 만난 글로벌 PCB 1위 기업 아바리(Avary Holding)와 글로벌 2위 CCL 업체 셩이테크놀로지(Shengyi Technology)는 북미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의 직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었다. AI 서버가 고성능화될수록 고다층 PCB와 고사양 CCL 수요가 증가하는데 중국 기업들이 이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 역시 중국에는 역설적으로 자립을 촉진하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화웨이와 SMIC, CXMT 등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AI 모델 딥시크(DeepSeek)는 상대적으로 적은 연산 자원으로도 경쟁력 있는 성능을 구현하고 있다. 보고서는 중국이 모든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을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AI 산업을 뒷받침할 수준의 공급망 자립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 로봇과 AI 투자 사이클, 아직 시작 단계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중국 로봇 산업 역시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휴머노이드 로봇의 기술 혁신에 집중하고 있다면 중국 기업들은 양산 능력과 원가 경쟁력 확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탐방한 협동로봇 업체 도봇(Dobot)과 로봇 기업들은 최첨단 기술 시연보다 언제, 얼마나 많은 물량을 생산할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보고 있었다. 스마트폰과 전기차 산업에서 구축한 대규모 생산 능력이 로봇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의미다. 핵심 부품인 감속기와 액추에이터 역시 상당 부분 국산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토스증권은 현재 중국 AI 투자 사이클이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현재 중국 기업 상당수는 북미 빅테크들의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를 받고 있지만 정작 중국 내부의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 투자는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향후 중국 내 AI 투자 확대가 시작될 경우 또 다른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이번 리포트에서는 이러한 투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중국 본토 및 홍콩 상장 ETF와 국내 상장 중국 AI·반도체·로봇 관련 ETF도 함께 소개했다. 국내 상장 ETF 가운데서는 중국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TIGER 차이나반도체 FACTSET ▲KODEX 차이나 AI 반도체 TOP10 ▲RISE 차이나 AI 반도체 TOP4Plus를 비롯해, AI·테크 전반에 투자하는 ▲TIME 차이나 AI 테크액티브 ▲TIGER 차이나테크 TOP10 ▲KODEX 차이나항셍테크 ▲PLUS 차이나 AI 테크 TOP10 등을 소개했다.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는 완성 로봇 기업 비중이 높은 ▲TIGER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과 핵심 부품 밸류체인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KODEX 차이나휴머노이드로봇을 주요 투자 수단으로 제시했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번 탐방에서 확인한 중국 AI 산업의 가장 큰 강점은 기술 자체보다 이를 빠르게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실행력"이라며 "향후 AI 경쟁은 누가 더 뛰어난 모델을 만드는가보다 누가 더 많은 산업에 AI를 연결하는가의 경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제조업과 데이터, 플랫폼 생태계를 기반으로 AI 상용화 경쟁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허정윤기자 zelkova@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