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發 '관세 전쟁' 본격화…원·달러 환율 영향은?
조금씩 안정을 찾아가던 원·달러 환율이 다시 급등(원화가치 급락)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 멕시코, 중국에 대한 대규모 관세 조치를 선언한 데 이어 해당 국가들도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맞불을 놓으면서, 시장에서 '관세 전쟁'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영향이다. 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52.7원)보다 14.5원 상승한 1467.2원에 주간 거래(오후 3시 30분 종가)를 마쳤다. 지난달 24일 기록했던 연중 최저치인 1431.3원과 비교해서는 35.9원이나 높은 수준으로, 환율은 이날 한 때 1470원을 넘겼다. 이번 환율 상승은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정책에 기인한 '관세 전쟁'이 미국과의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관측 때문이다. 지난 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서 들어오는 물품에는 10%포인트(p)의 관세를 추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행정명령은 의회 동의 없이도 유효하며, 그 효력은 오는 4일부터 발생한다. 중국 상무부는 같은 날 "미국의 일방적 추가 관세 부과 조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을 심각하게 위반했고, 중국은 미국의 잘못된 처사에 대해 WTO에 제소하고 상응하는 반격(反制) 조치로 대응해 권익을 수호하겠다"라고 발표했다. 이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1550억 캐나다 달러 상당의 미국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라고 밝혔고, 자국민에게는 미국산 대신 자국산 제품을 소비해달라고 당부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 또한 이날 대국민 연설을 통해 "3일(현지시간) 아침 정례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 조처에 대한 대응 전략을 공개하겠다"라고 예고했다. 국제적인 '관세 전쟁'이 가시화하면서, 달러 가치는 빠르게 치솟았다. 타 통화 대비 달러 가치 지표인 달러인덱스(DXY)는 3일 장중 한때 치솟아 110을 목전에 뒀다. 달러인덱스가 110을 넘긴 것은 지난 2022년 10월이 마지막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를 외국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협상 카드'로 활용하면서 국내에서도 관세에 대한 불안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은 한국의 주요 무역국 가운데 무역 규모가 두 번째로 많고, 흑자 규모도 560억달러에 달해 주요 무역국 가운데 가장 크다. 트럼프는 대선 당시부터 각종 산업체와 공장을 미국에 유치하고, 일자리를 발생시키기 위해 높은 관세를 부과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철강, 반도체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반도체는 대(對) 미국 수출 품목 가운데 약 20%를 차지한다. 전문가들은 관세 조치를 비롯한 트럼프의 대대적인 보호무역 정책이 본격화 할 경우,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지난 2일 발표한 '최근 경제 상황과 주요 현안 조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경제학자 가운데 83%는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조치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전반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변했다. 경제성장 전망치는 정부 전망치인 1.8%보다 낮은 1.6%로 내다봤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강행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되면서 달러화 역시 강세 폭이 확대됐다"며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 확대 속에서 변동성도 커질 전망으로, 이번주 원·달러 환율 밴드는 달러당 1430~1480원으로 전망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