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신공항' 사드배치 갈등…흔들리는 민심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이번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다. '핌피현상'(이익시설 유치현상)을 부추긴 정치권의 '영남권 신공항' 사태로 지역민들의 몸살이 여전한 가운데 정부가 사드배치를 급작스럽게 발표하면서 유력 후보지의 민심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는 혐오시설의 유치를 반대하는 '님비'로, 영남권 신공항 사태와는 사실상 반대 현상이다. 특히 군 당국이 '군사작전'을 하듯 사드배치 결정을 발표한 데다 국방부가 후보지 선정을 마치고 발표를 앞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반발은 확산일로다. 지역이 결정되지 않았다는 국방부의 반박이 나온 지 불과 3일만이다. 복수의 후보지를 놓고 고민하던 국방부가 일찍이 지역을 '단수'로 결정해놓고 공식 발표 시기를 '수 주 내'라고 모호한 단서를 달면서 더 큰 혼란을 부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b]◆"배치지역 곧 공개"…국방부 전격 발표[/b]
10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국방부의 사드 배치 지역 선정 결과 발표를 앞두고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갈등과 반목이 걷잡을 수 없는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사드 배치 유력지로는 경기 평택과 강원 원주, 경북 칠곡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지역들에선 사드 배치 반대 대책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반발 여론이 거세다. 지역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움직임은 국방부의 전격 발표 이후 거세지는 분위기다. 국방부는 지난 8일 "북한의 도발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며 "주한미군에 사드 체계를 배치하기로 한미동행 차원에서 결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후보지역 역시 수 주 안에 공식 발표하겠다고 언급했다. 3일 뒤인 이날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한 방송에 출연해 "사드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 결정된 상태이며, 이에 대한 최종보고서 작성과 승인 절차 등만 남겨뒀다"고 한발 더 나갔다. 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에 부지를 발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사드배치에 대한 한미 간 공식 협의가 시작된 지난 3월 이후 철저히 비공개 방침을 내세운 국방부가 갑작스럽게 배치 결정과 후보지 확정을 모두 공개키로 하면서 갈등 폭발을 유발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b]◆신공항 사활 건 TK…"사드는 안돼"[/b]
사드 배치로 TK(대구·경북)민심은 요동치고 있다. 반발이 가장 심한 곳은 경북 칠곡이다. 최근 영남권 신공항 유치 실패로 상실감이 큰 상황에서 칠곡이 유력 후보지로 떠오르면서 갈등이 폭발되는 양상이다.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을 신공항 후보지로 놓고 정치권과 지역이 10년 갈등을 벌였던 '신공항 사태'는 최근 정부가 김해공항 확장을 대안으로 내놓으며 무산된 바 있다. '경북 칠곡배치설'은 군사적 효용성 측면에서 유력하게 거론됐다. 경북에는 대구(캠프 워커)와 칠곡 왜관(캠프 캐럴)에 주한미군 핵심 기지가 있다. 한반도 유사시 증원되는 미군 전력이 부산항으로 들어와 대구 일대의 주한미군 기지를 거쳐 전방으로 이동하는 만큼 이 지역에 대한 방어가 주한미군으로서는 중요하다는 판단이 적용됐다. 하지만 칠곡지역은 지난 9일 지역주민 등 3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드 칠곡배치 반대 범군민 궐기대회'를 열고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윤오 대책위원장은 "60여년간 칠곡군 중심지에 미군부대가 주둔, 지역 발전에 지장을 줬는데 사드까지 배치되면 칠곡군 발전은 완전히 가로막힌다"고 주장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이에 앞서 지난 6일 칠곡군을 긴급방문, "(칠곡이 사드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것처럼 논의되는 자체를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며, 만의 하나 그렇게 일방적으로 결정된다면 550만 대구경북 시도민의 거센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이라며 경상북도와 공동 대응할 뜻을 밝혔다. [b]◆지역 이기주의 부추기는 정치권[/b]
TK지역은 불과 몇 주 전까지 울산·대구 등 경북 지역과 손을 잡고 신공항 유치를 위해 사활을 걸었다. 이익시설 유치에 경북 연합을 결성했던 이들이 이번엔 기피시설 저지로 또 다시 뭉친 셈이다. 국익에 따른 지역 희생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도지사들 역시 가세해 정치권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까지 엿보인다. 한반도 내 최대 미군기지가 조성, 수도권 방어가 용이한 경기 평택과 휴전선에 인접해 북한에 대한 집중 공격이 가능한 강원 원주, 충북 음성 등 역시 유력지로 꼽히면서 대책위를 가동 중이다. 이들 지역은 "국익을 이유로 희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던 시대는 지났다"며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있다. 이익 시설엔 무조건적인 찬성을, 기피 시설엔 절대 반대를 외치면서 지역이기주의가 극에 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역 이기주의 확산 원인으로 정치권의 책임론도 거론된다. 정치권이 지역민심을 이용해 지역 사업의 추진 여부를 재단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은 외면한다는 지적이다. 정치적 후폭풍을 고려해 결과에 대해선 뒷짐을 진 셈이다. 신공항 유치 무산이 해당 지역 시·도지사들의 더 큰 반발로 이어지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 제외를 법으로 규정하고, 이익시설과 기피시설을 패키지로 묶어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