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지연 대혼란②]여야 유불리 싸움 치열…분구·합구 어디?
[메트로신문 연미란 기자]4·13 총선거가 두 달 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획정에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불법 선거가 계속되고 있다. 통폐합이 예상되는 지역구를 놓고 여야가 치열한 유불리 싸움을 이어가는 데다 쟁점 법안 연계 여부에 따른 신경전이 만만치 않아 퇴로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 배분에 잠정 합의했다. 19대 총선에는 '지역구 246석·비례대표 62석'을 적용해 선거를 치렀다. [b]◆헌재 "2:1로 인구편차 조정"…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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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구획정은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국회의원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3대 1에서 올해 말까지 2대 1로 재정하라고 결정함에 따라 이뤄졌다. 인구 300명과 100명인 선거구가 모두 동일하게 국회의원 1명을 뽑는 방식이 헌법에 불합치하다는 이유에서다. 예컨대 19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구갑의 인구는 30만6000명, 경북 영천은 10만3000명으로 약 3배 차이였다. 그러나 경북영천 후보는 이 선거에서 2만3000표를 받고 당선된 반면 강남구갑에 출마한 후보는 이보다 2배에 가까운 4만1000표를 받고도 낙선했다. 인구가 많을수록 당선에 필요한 특표수가 훨씬 더 많이 요구됐기 때문이다. 인구가 많은 지역구에서 유권자 개인의 표 가치가 떨어진 것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말 기준 전체 인구수 5150만986명을 기준으로 나눈 평균 인구수는 20만3562명이다. 이를 토대로 헌재가 정한 인구편차 2대1을 적용하면 하한 13만5708명, 상한 27만1416명이 된다. 13만보다 적으면 다른 지역구와 통폐합, 27만보다 많으면 지역구가 분리된다는 의미다. 이를 적용하면 강남구갑은 분구가 확실시되며, 경북 영천은 다른 지역구와 통폐합이 된다. 인구 산정일도 주요 변수다. 주민등록상 인구를 적용하는 시점에 따라 분구·합구 적용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지역구 분구는 큰 문제가 없지만 통폐합될 경우 해당 지역구 현역 의원과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이는 중요하다. 선거구획정이 지연되는 이면에 한 석이라도 더 차지하려는 여야의 이해가 상충하는 셈법이 깔렸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큰 틀에서 여당은 과반 확보를, 야당은 여당의 과반 저지를 내세우고, 세부적으로는 의원 개개인이 당의 대의를 이유로 자신의 지역구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고차방정식을 풀고 있는 셈이다. [b]◆선거구 지연…이면엔 여야 밥그릇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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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3석·47석'에 잠정 합의한 여야는 밥그릇을 뺏기지 않으려고 세부 항목에서 치열한 두뇌 싸움을 전개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현재 '농촌 의석 보호'가 추가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표면에 농촌 보호를 내세웠지만 결국 지역구를 놓치지 않겠다는 셈범이 깔려있다. 현재 새누리당이 차지한 강원도 9개 선거구가 8곳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은 '5개 시·군에 걸친 선거구 금지'라는 획정기준을 통해 철원·인제·화천·양구를, '선거구 평균 면적의 5배 초과 금지'라는 획정기준으로 홍천·횡성을 각각 유지하자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더민주는 이 같은 안이 여당 지지세가 강한 강원도에 사실상 2개의 특별선거구를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지역구 증가의 '반대급부'로 요구해 온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포기하더라도 석패율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대여 압박에 나섰다. 석패율제란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에 동시 입후보 하도록 허용하고 가장 근소한 득표율 차이로 낙선한 지역구 후보자를 비례대표로 당선되도록 구제하는 제도다. 새누리당은 이것이 '여당의 과반 의석 저지' 또는 '국민의당과 선거 연대'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결국 권역별 의석수 조정과 석패율제 도입 여부가 합의되더라도 세부적인 선거구 획정 과정에 읍·면·동의 배분을 놓고 여야의 유·불리에 따라 2차 갈등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b]◆분구·합구 지역구 62곳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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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결정에 따라 선거구가 '분할' 또는 '통폐합'되는 지역구는 모두 62곳에 이를 전망이다. 헌재 결정 기준에 따라 지난해 10월 말 기준 지역구 통폐합 및 분할 대상을 적용하면 서울에선 강서구와 강남구가 분할되고, 서울 중구는 통폐합 대상에 올라 전체적으로 지역구가 1곳 늘어난다. 인천은 연수구가 분구 대상에 올랐고, 서구·강화갑과 서구·강화을의 경우는 약 6만명인 강화군을 분리해 계양구와 통합하는 안이 구상되고 있다. 경기도에선 수원·남양주·화성 등 등 7곳은 분구가 예상되고, 양주·동두천, 포천·연천 등 3곳의 지역구는 4곳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가장 복잡한 획정 작업이 예상되는 곳은 강원도다. 지난해 8월말 기준 통폐합 대상이었던 속초·고성·양양 선거구는 10월말 기준으로 선거구가 살아났지만 인구 하한에 해당하는 철원·화천·양구·인제와 홍천·홍성의 영향으로 통폐합에 대한 간접 영향이 불가피하다. 부산은 지난달 불출마 선언을 한 정의화 국회의장의 지역구인 중구·동구와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 장관의 서구, 김무성 대표의 영도구가 인구 하한으로 통폐합 대상에 올랐다. 현재 중구·동구를 쪼개 서구·동구와 중구·영도구로 합치는 안이 거론된다. 상한선을 초과한 해운대구 기장갑과 을의 경우 해운대갑·을과 기장군으로 분리해 3개 선거구로 하는 방안이 검토 중이다. 이밖에 대전 유성구와 경북 경산·청도 등이 인구 초과로 분구 대상에 올랐다. 반면 충북에서 보은·옥천·영동 지역이 하한선에 미달해 통폐합될 예정이다. 호남에선 전북과 전남에서 각각 1곳의 선거구가, 경북도에서는 15곳이 13곳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광주 동구는 통폐합 대상에 올랐다가 여야 간 잠정 합의에 따라 자치구·시·군 반할 금지 원칙의 예외지역으로 정해 북구갑 지역이나 남구와 합치는 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