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유연탄은 순환자원으로, 버려지는 열은 전기로…쌍용C&E 동해공장의 '친환경 실험'
정부 탄소중립 정책 맞춰 5000억원 투자, '친환경 실험 메카'로 도약중 이현준 대표 "에너지 변혁기…2030년에 '유연탄 사용 제로' 달성 목표" 버려지던 소성로 열→증기→전기…연간 전력비 33%· 270억 어치 절감 【동해(강원도)=김승호 기자】시멘트업계가 정부의 '2050년 탄소중립' 정책 의지에 따라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쓰는 유연탄 등 화석연료를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 '순환자원'으로 바꾸고, 소성과정에서 생기는 최고 2000℃의 열을 모아 전기를 생산해 기존 전력을 대체해나가면서다. 1962년에 설립해 내년이면 60주년을 맞는 쌍용C&E(옛 쌍용양회)의 동해공장은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업계내 대표적인 사업장 중 한 곳이다. 기자가 공장을 찾는 지난 15일 동해지역은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쌍용C&E 동해공장은 1966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한 이후 단일 규모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시멘트공장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공장부지만 50만평이고 290만평의 석회석 광산까지 포함하면 총 340만평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4배에 이르는 크기다. 비와 안개가 겹쳐 시야가 좋지는 않았지만 입구에서 바라보는 두타산 아래 공장의 끝은 어디까지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현장에서 만난 이현준 쌍용C&E 대표집행임원(CEO·사진)은 "70년대 당시 오일쇼크로 시멘트 생산에 사용하던 벙커C유가 유연탄으로 바뀐 것이 업계의 첫 번째 에너지 변혁기였다면, 탄소중립을 실현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해야하는 과제에 직면한 지금은 두 번째이자 혁명적인 에너지 변혁기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시멘트협회장도 겸임하고 있는 이현준 대표는 1985년 당시 쌍용양회에 입사해 36년간 외길을 달려오며 대표까지 오른 인물이다. 이 대표는 "2019년 당시 한 해 150만톤(t) 사용했던 유연탄을 올해엔 90만t까지 줄이고, 2030년엔 '유연탄 사용 제로'를 달성할 것"이라며 "폐열발전설비 구축·증설을 통해 전기를 추가 생산하는 등 지금까지 2000억원 정도를 투자한데 이어 3년내에 3000억원을 추가하는 등 총 5000억원을 탄소저감, 친환경 전환을 위해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시멘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국내 시멘트회사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총 3600만t이다. 이 가운데 88%가 소성공정에서 발생하고 있다. 시멘트 제조에는 석회석, 규석, 점토, 철원료 등이 필요하다. 이를 배합비율에 맞게 섞고, 건조하고 분쇄한 후엔 킬른(Kiln)으로 불리는 소성로에서 1450~2000℃의 높은 열로 원료들을 가열한다. 이게 소성공정이다. 이 과정에서 예전엔 벙커C유를, 최근까진 유연탄을 주로 사용해왔다. 그런데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한 '탄소 중립'이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쌍용C&E를 비롯한 시멘트회사들이 대규모 투자 등을 통해 유연탄 사용량을 줄이고, 고온의 열과 증기를 활용해 전기를 생산, 전력비용을 줄이는 등의 노력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문이다. 유연탄의 대체재로 떠오른 것이 폐타이어, 폐플라스틱 등 도시 쓰레기, 폐유 등 가연성 폐기물들이다. 동해공장에도 폐타이어를 쌓아놓거나, 폐플라스틱 등을 분쇄해 소성로에 투입하기 위해 준비하는 모습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쌍용C&E 원용교 공장장(전무)은 "동해공장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2019년부터 생산혁신 투자와 공사를 본격 시작했다"면서 "2년간 1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통해 폐플라스틱 사용량 확대를 위한 설비 신·증설과 개조를 진행해 지난해 11월부터 가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동해공장은 한 해에 70만t 수준까지 폐합성수지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놨다. 일부에선 '쓰레기'를 태워 시멘트를 만드는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현장에서 만난 친환경 콘크리트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공주대 건축학과 김진만 교수는 "일부에선 '폐기물 시멘트', '쓰레기 시멘트'라고 부르는데 그러면 앞으로 폐기물을 쓰지 않고 시멘트를 어떻게 만들것이냐. 종이와 합성수지의 70%는 리사이클링(재활용)한다. 폐기물은 그대로 원료이자 자원이다. 순환되는 자원을 시멘트 공정에 사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부의 선입견에 일침을 가했다. 쌍용C&E는 수 년전 이슈가 됐던 경북 의성의 '쓰레기산'에 쌓여있던 폐플라스틱 가운데 시멘트업계가 처리한 9만5000t의 90%를 동해공장의 시멘트 제조공정에 사용하며 사회적 갈등 해결에도 동참했다. 이처럼 그냥 버려지는 가연성 폐기물을 '순환자원'으로 활용하면 민간 등이 운영하는 전국의 폐기물사업장의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도 있다는게 시멘트업계의 설명이다. 기자가 폐합성수지를 분쇄해 쌓아놓은 공간에 들어가도 큰 냄새가 나지 않을 정도로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쌍용C&E 동해공장은 '세계 최대 규모의 폐열발전설비'를 갖춘 곳으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고열의 소성과정을 거치면 시멘트 반제품인 클링커가 나온다. 이 클링커를 급랭하면 약 350℃ 수준까지 떨어지며 완제품인 시멘트가 생산된다. 그런데 그동안은 소성로에서 발생하는 1450℃ 이상 고온의 열을 그대로 버렸었다. 회사는 소성로 전후 공정인 예열실과 냉각기에 별도의 보일러를 설치하고, 밖으로 나가는 열원을 회수·가열해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춰놨다. 전력비가 비싼 시간에 활용하기 위한 전기는 공장에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충전해 놓는다. 원용교 전무는 "동해공장에 있는 폐열발전설비는 43.5MWh 규모로 연간 발전량만 28만1000MWh에 달한다"면서 "이를 통해 동해공장에서 1년간 쓰는 전력비용의 33%에 해당하는 약 270억원을 절감하고 있다. 또 매년 13만t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줄이고 있다"고 전했다. 쌍용C&E는 올해 초 종합환경기업로 도약하기위해 사명에서 '양회'를 떼고 '시멘트(Cement)'와 '환경(Environment)'의 앞글자를 따 쌍용C&E로 바꿨다. 아울러 ESG 경영비전인 'Green 2030'을 선포하며 ▲기후환경변화 대응 ▲지속가능발전기업 기반 구축 ▲초격차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한편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지난 18일 의결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에서 시멘트는 유연탄에서 폐합성수지 등으로 연료를 전환하고, 일부 원료는 석회석에서 슬래그 등으로 바꿔 탄소 배출량을 2050년까지 53% 줄인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