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골판지 파동'…관련 中企 고통 커진다
골판지원지→골판지원단→골판지상자 구조 대기업·중견기업, 수직계열화로 시장 지배력 ↑ 골판지 공급 줄고, 가격 올라 中企는 '전전긍긍' 작년 업계 협약 불구, 올해 시장도 '불안 불안' 포장용 박스에 쓰이는 골판지 수급 불균형이 계속되면서 먹이사슬 가장 아래에 있는 2000여 중소 박스제조사들의 고통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식료품, 생필품 등의 주문 폭주로 농수산물, 음식료 등을 포장하는 골판지 상자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골판지 원료인 폐지의 공급 부족, 지난해 10월 골판지원지 생산업체의 화재, 상자 수요기업들의 선확보 경쟁 등으로 골판지 가격이 꾸준히 오르면서다. 여기에 수직계열화로 골판지원지부터 골판지상자까지 생산하는 대형업체들의 지배구조도 '골판지 파동'으로도 불리는 시기에 오히려 시장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주 제지·골판지·상자 제조업계 관계자들과 사태 해결을 위해 추가로 자리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는 골판지 수급 불안과 가격 인상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12월 말 한국제지연합회, 한국제지공업협동조합, 한국골판지 포장산업협동조합,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 사이에 중재를 나서면서 업계간 '골판지 수급 안정을 위한 상호협력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약 내용에는 ▲신문용지 설비를 골판지 제작용으로 전환해 골판지원지 생산 확대 ▲골판지원지 수출 자제 및 수입 확대 ▲중소 전문 골판지 및 박스업체에 대한 원활한 자재 확보 지원 등이 두루 담겼다. 골판지(원지)는 가운데에 있는 골심지와 이를 둘러싸고 있는 라이너로 이뤄져있다. 주름으로 돼 있는 골심지는 폐지를 주원료로, 라니어는 종류에 따라 화학펄프와 폐지를 각각 혼합해 만든다. 골판지원지 제조는 장치산업이다보니 주로 제지사인 대기업·중견기업이 영위하고, 이 원지를 사다가 전문기업들이 골판지원단으로 만든다. 또 중소기업이나 소기업들이 골판지원단을 이용해 고객이 원하는 크기의 상자를 제조·납품한다. 골판지원지→골판지원단→골판지박스로 이어지며, 기업 규모도 갈수록 작아지는 구조다. 골판지박스 제조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골판지 수급 불균형은 올해에도 여전한데 이런 상황이 계속될 수록 규모가 작은 박스제조사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된다"면서 "특히 골판지원지 생산부터 골판지원단, 박스 제조까지 한꺼번에 하는 수직계열 기업들이 공급 부족을 틈타 규모가 크거나 안정적인 회사들과만 주로 거래하다보니 소형 박스제조사들은 더욱 소외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골판지 원지부터 상자까지 제조하는 수직계열화(일관화) 기업들은 아세아그룹, 대양그룹, 태림그룹, 삼보그룹(대림제지), 한국수출포장공업, 아진피앤피, 월산 등이다. 한국박스산업협동조합이 회원사인 박스생산업체 30곳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을 전후해 발생한 골판지 수급 불균형으로 원단 구매 발주후 실제 납품시까지 걸린 기간은 기존 4.1일에서 24일로 무려 20일 가량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골판지 가격도 지난해 10월부터 현재까지 23.1%나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골판지원지를 구매해 원단을 만드는 회사들도 수급 불균형과 가격 인상으로 경중은 다르지만 피해를 입기는 마찬가지다. 한국골판지포장산업협동조합 김일영 이사장은 조합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폐지, 골판지원지, 골판지 및 골판지 상자업계는 하나의 '원팀'이어야 한다"면서 "각각의 단계에서 경영애로가 발생하거나 상생협력의 필요성이 생기면 주저없이 협력해 시장이 지속가능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전문 골판지포장업계와 박스업계의 원자재 구입난이 일관업계(수직계열회사)와 공유되지 않는 것이 매우 안타까운 만큼 올해엔 동업자 정신이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