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는 지금 '수난시대' 중
재계의 '수난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 성장→고용 창출→경제 발전이라는 본 임무와 달리 각종 의혹, 비리에 연루돼 국민들로부터 눈총을 받으며 환골탈퇴를 요구받고 있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설립을 주도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 문제다. 3일 재계에 따르면 전경련은 지난주 보도자료를 내고 이달 중 미르와 K스포츠를 해산하고 문화·체육사업을 아우르는 문화체육재단을 새로 설립한다고 밝혔다. 두 재단이 문화·체육 분야 사업에서 공통부분이 많고 조직구조, 경상비용 등 여러 측면에서 따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새로운 통합재단을 750억원 규모로 설립해 1년에 두 차례씩 외부 회계법인으로부터 경영감사를 받고, 구매·회계·자금관리 규정 등을 투명하게 정비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아울러 공신력 있는 기관·단체들로부터 이사 후보를 추천받아 선임하는 등 지배구조도 투명하게 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두 재단의 산파 역할을 한 전경련이 청와대 핵심인물의 모금 주도, 청와대 비선 실세 관여설 등의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자 적극 진화에 나선 것이다. 전경련측은 그러면서 "이달 중 재단 설립을 위한 법적 절차가 추진될 것"이라며 "신속한 통합작업으로 조직 안정화를 도모하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을 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미르 재단에는 전경련 회원사인 16개 그룹에서 486억원을 출연했다. 또 K스포츠재단에는 19개 그룹에서 288억원을 댔다. 재단 설립과 운영 과정에서 정권의 개입, 비선 실세의 입김, 정부의 이례적 행정처리, 두 재단 사업의 불명확성 등 여러 의혹과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설립 1년도 안된 기간에 해체를 결정한 것이다. 미르는 지난해 10월, K스포츠는 올해 1월 각각 출범했다. 한류 문화와 스포츠를 통해 창조경제에 기여한다는 게 이들 재단의 설립 목표였다. 하지만 전경련의 '해체 후 통합' 결정이 앞서 제기된 이들 재단에 대한 세간의 의혹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이들 재단의 모금액 800억원과 국민들로부터 모은 세월호 모금액 900억원을 동일시하는 발언을 해 오히려 여론의 공분을 더 사기도 했다. 양파처럼 까면 깔수록 계속나오는 롯데그룹 사태도 재계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을 격앙되게 한 대표적 사건이다. 지난달 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에 대해 법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검찰 수사가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하지만 신격호 총괄회장을 비롯한 롯데그룹 총수 일가가 유령회사를 이용해 최소 1000억대의 세금을 빼돌렸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 '민낯'은 이미 충분히 드러난 상태다. 특히 롯데그룹 오너 일가를 방어하기 위해 그룹의 2인자가 자살하는 사건까지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국민들에겐 롯데 사태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펴낸 '2017년 한국 경제 7대 이슈' 보고서에서 내년의 가장 대표적인 리스크(위험요인) 중 하나로 '성장이냐, 분배냐'를 꼽았다. 연구원측은 이를 선정한 배경으로 "경제성장률이 빠르게 하락하면서 성장잠재력의 고갈 우려가 확산되는 가운데 선진국 대비 취약한 사회복지 수준에 대한 문제도 동시에 제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내년엔 특히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차기 정권의 정책 방향이 성장, 또는 분배로 가느냐에 따라 기업, 즉 재계의 활동 반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전망이다. '성장'을 택할 경우 재계에서 꾸준히 제기하고 있는 규제 완화 등 각종 정책적 지원이 뒤따르겠지만, '분배'로 가닥이 잡히면 당장 부족한 세금을 메우기 위한 법인세 인상 등의 이슈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재계 복수의 관계자는 "이참에 털고 갈 것은 털고 가 기업 본연의 임무에 충실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재계에 대해 그동안 악화된 여론을 반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김영란법' 시행도 재계의 활동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앞으로는 도덕성, 투명성을 더 요구하고 있는 만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