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생각하는 '친환경 제품' 생산 中企·벤처 눈에 띈다
SR테크노팩이 개발한 친환경 필름 'GB-8'이 적용된 제품들. '친환경'을 향한 중소 제조업계의 발걸음이 바쁘다. 공산품 수요 및 제품 증가로 라벨, 포장재 등이 다양화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온라인을 통한 주문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박스 등 패키징 시장이 급성장해 이를 재활용 가능한 친환경 소재로 탈바꿈시키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 일부에선 친환경이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에서 한자의 '반드시 필(必)'을 써 '必환경'으로도 부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자원재활용법 등을 통해 친환경 자재 사용을 촉진하거나, 관련 유망 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6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SR테크노팩이 개발한 산소차단 코팅필름 'GB-8'을 RTD(레디투드링크) 컵커피의 인몰드컵에 적용하면 라벨을 제거하지 않아도 재활용이 가능하다. 2018년 기준으로 컵커피 시장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그러나 기존 컵커피 인몰드컵과 내용물을 보존하기 위해 사용하는 플라스틱·알루미늄박은 재활용 마크가 붙어 있어도 'Other(기타)'로 분류돼 폐기물로 처리해야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재활용법에서 요구하는 '재활용 과정에서 라벨을 손쉽게 제거하는 것'보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라벨을 제거하기 않고 배출'해도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SR테크노팩의 친환경 필름(GB-8)은 지난해 10월 푸르밀 컵커피에 처음 적용해 상용화를 시작한 이후 지금은 스타벅스, 동원F&B 등 국내에서 팔리는 6개사의 컵커피 제품에도 적용되고 있다. SR테크노팩 조홍로 대표는 "상용화한 지 1년만에 관련 매출액은 10배 이상 성장했고, 이를 통해 약 1353t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감축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면서 "나날이 급증하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선 정부, 기업, 소비자가 함께 발맞춰 노력해야 원하는 결과를 낼 수 있다"고 전했다. 관련 기술은 컵커피뿐만 아니라 라면 봉지 등 알루미늄 소재로 돼 재활용이 불가능한 포장 소재도 대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린이노베이션이 해조류 부산물을 활용해 만든 친환경 계란판 등 제품. 중소벤처기업부가 최근까지 진행한 '대-스타 해결사 플랫폼 1탄'에 참여한 글로벌기업 로레알코리아도 스타트업들에 제시한 과제가 '온라인 구매 고객용 화장품 친환경 포장소재'였다. 옥수수, 쌀, 밀 등 곡물뿐만 아니라 갑각류, 해조류 등 천연재료를 활용한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을 통해 현재 주류를 이루고 있는 폴리에틸렌(PE) 계열의 포장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SK이노베이션이 후원하고 있는 소셜벤처 마린이노베이션도 친환경 신소재를 개발해 이를 제품화시키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마린이노베이션은 해조류 부산물을 활용해 계란판, 종이컵, 과일 포장용기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해조류의 경우 원료를 확보하는데 환경을 덜 훼손하고, 관련 제품은 90일 안에 생분해돼 쓰레기가 남지 않는 것이 장점이다. 마린이노베이션은 지난 7월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한데 이어 지난달엔 '두바이 엑스포' 혁신·파트너십 프로그램 '엑스포 라이브' 중 하나인 이노베이션 임팩트 그랜트 프로그램에서 국내 업체론 유일하게 최종 수상 기업에 이름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생수회사 산수음료는 친환경 용기 개발에 앞장서 100% 사탕수수로 만든 PLA(Poly Lactic Acid) 소재를 활용한 친환경 용기에 담긴 '아임에코 고마운샘'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물병은 180일 내에 완전 분해되는 것이 장점으로 물과 이산화탄소, 퇴비로 생분해돼 환경에 해가 없다. 100% 사탕수수로 만든 산수음료의 '아임에코 고마운샘'. 소셜펀딩 와디즈에서 이달 22일까지 투자금을 모으고 있는 보타쉬는 사탕수수 원료의 바이오매스 필름을 라미네이팅해 만든 친환경 보냉 기능박스 '보타쉬 박스'를 제작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보타쉬 박스는 방수성, 발수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열차단성까지 갖추고 있어 보냉·보온 효과가 좋다"면서 "특히 바이오매스 필름은 사탕수수를 원료로 해 생분해되고, 유해물질 및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정부도 기업 현장의 이같은 친환경 노력에 부응하고 나섰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열린 혁신성장전략회의에서 "화이트바이오 산업은 친환경·탄소 저감을 위한 산업적 대안으로 향후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투자가 필요한 분야로 3대 방향의 추진 전략을 마련했다"면서 ▲친환경 소재 유망 중소·벤처기업 사업화 위해 3년간 최대 30억원 지원 ▲단기 상용화 가능한 포장재 등 15종의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 개발 ▲음식물 용기와 종량제 봉투 등 대상으로 실증사업 시행 등의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포장폐기물을 발생 단계부터 차단할 수 있도록 포장 재질 및 포장 방법에 대한 사전검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긴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