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보일러 인증 늘린다는데…보일러 업계 자존심 싸움 왜?
정부, 내년 4월부터 '환경인증' 대상 콘덴싱 외 저녹스 일반보일러등으로 확대
콘덴싱보일러는 모든 회사가 수혜, 하지만 저녹스 제품 없는 회사는 '볼멘 소리'
보일러 업계 1·2위 경동나비엔-귀뚜라미, 저녹스 적용 여부 놓고 '희비' 엇갈려
환경인증 보일러 교체 소비자에 정부·지자체 20만원 지원…저소득층엔 50만원
보일러업계가 내년 4월부터 확대될 친환경 보일러 인증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미세먼지 저감 등 대기환경을 위해 신규 건축물이나 기존 제품 교체시 환경인증을 받은 가정용 보일러만 허용키로 한 가운데 인증 범위를 기존 콘덴싱보일러 외에도 일정 기준을 통과한 저(低)녹스 일반보일러, 친환경 기름보일러까지 확대하기로 하면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업계내에서 선두를 다투고 있는 콘덴싱 원조 경동나비엔과 콘덴싱과 저녹스 제품을 두루 갖추고 있는 귀뚜라미간 줄다리기가 더욱 팽팽한 모습이다.
질소산화물로 풀이할 수 있는 녹스(NOx)는 보일러 연소시 나오는 것으로 산성비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식물을 고사시키는 등 주요 대기오염물질로 꼽힌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이달 초 '대기관리권역의 대기환경개선에 관한 특별법'(대기관리권역법) 하위법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내년 4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바뀌는 대기관리권역법 하위법령에는 서울 등 수도권에 한정했던 대기관리권역을 전국으로 넓히고, 이들 지역에 친환경 가정용 보일러 설치(신규 및 교체시)를 의무화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그러면서 한국환경산업기술원으로부터 환경인증을 받을 수 있는 친환경 보일러를 기존 콘덴싱보일러(열효율 92% 이상, NOx 20ppm 이하, 일산화탄소 100ppm 이하)뿐만 아니라 저녹스 일반보일러(열효율 81% 이상, NOx 40ppm 이하, 일산화탄소 120ppm 이하)와 친환경 기름보일러(열효율 84% 이상, NOx 60ppm 이하, 일산화탄소 120ppm 이하)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지금까지 환경인증은 콘덴싱보일러만 대상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매칭해 2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하는 '가정용 친환경 보일러 설치지원 사업'도 이들 콘덴싱보일러만 해당됐다.
환경산업기술원에 따르면 보일러 회사별 환경인증 콘덴싱 제품은 린나이코리아가 101종으로 가장 많고 ▲경동나비엔(30종) ▲귀뚜라미(20종) ▲롯데알미늄 기공사업본부(8종) ▲알토엔대우(7종) 순이다. 가정용 보일러를 생산하는 모든 회사가 콘덴싱 제품을 내놓고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정부가 환경인증 제품 범위를 일정 기준을 충족한 저녹스 보일러, 친환경 기름보일러까지 확대키로 하면서 회사들간 자존심 싸움이 시작됐다.
가스보일러의 경우 모든 회사들이 환경인증 대상인 콘덴싱보일러를 생산하고 있지만 저녹스 보일러는 귀뚜라미와 린나이코리아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경동나비엔을 중심으로 한 나머지 보일러회사들은 대책 방안 모색을 위해 얼마전 별도의 회동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저녹스보일러는 콘덴싱보일러보다 통상 20만원 정도 싸다. 기존엔 2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콘덴싱보일러로 교체해도 일반보일러 대비 크게 손해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저녹스보일러까지 환경인증 대상에 포함될 경우 소비자들은 20만원 지원금을 받더라도 더욱 저렴한 친환경 보일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자칫 콘덴싱 제품만 내놓고 있는 회사 입장에선 시장을 빼앗길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경동나비엔 관계자는 "저녹스 제품에 대한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고 인증도 시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는 콘덴싱 제품에 우선 집중한다는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전했다.
한편 업계에 따르면 콘덴싱보일러는 에너지효율을 높이기 위해 배기가스를 재활용하는 과정에서 응축수(물)가 많이 나오기 때문에 반드시 별도의 배수구가 있어야 보일러를 설치할 수 있다. 배수구가 없는 노후 주택 등엔 지원금을 받아 콘덴싱보일러를 교체, 설치하고 싶어도 불가능하다.
실제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환경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배수구가 없어 (콘덴싱보일러)설치가 불가능한 가구가 전국에 250만 곳"이라면서 "콘덴싱보일러를 설치할 수 없는 노후 주택에 살고 있는 국민에게도 지원혜택이 돌아가야 하는 만큼 저녹스 일반보일러에도 보조금 지급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당시 강 의원의 질문에 대해 "콘덴싱보일러 뿐만 아니라 일반 저녹스 보일러 지원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환경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인증 보일러 범위를 확대하고, 내년엔 30만대의 친환경보일러에 대해 20만원씩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저소득층 5만 가구에 대한 지원금은 50만원으로 올리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