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기업 3곳중 2곳, '너무 높은 무역장벽' 수출길 험난하다.
국내 수출기업들이 미국과 중국 등 주요 나라의 높은 무역 장벽 때문에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철강, 자동차, 전자,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등의 업종들이 상대적으로 보호주의 체감 정도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10일 펴낸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보고서에서 주요 수출업종별 협회 15곳을 대상으로 문의한 결과 이들 업종 외에도 정밀화학, 화학섬유, 화장품, 타이어, 식품 등 총 10개 업종에서 직간접적으로 보호주의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하지 않고 있다는 업종은 반도체, 기계, 건설, 조선, 석유 등 5개에 그쳤다. 3개 업종 가운데 2개 업종이 보호무역주의의 높은 장벽을 실감하고 있는 모습이다. 전경련은 우리나라 기업들이 직면한 보호주의를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는 중국의 저가수출에 대응해 반덤핑 등 수입규제 조치 시행 ▲중국에서는 까다로운 각종 비관세장벽 설정으로 외국 기업의 시장접근을 실질적으로 제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의도적 수입규제와 시스템 미비로 인한 통상애로 등으로 각각 구분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난 8일 기준으로 전 세계 시장에서 181건의 수입규제와 48건의 비관세 장벽을 적용받고 있다. 반덤핑, 상계관세 및 세이프가드 등 직접적으로 상대국의 수입을 규제하는 수입규제조치는 인도(32건), 미국(23건), 중국, 브라질(각 11건), 인도네시아, 터키(각 10건) 순으로 다수의 국가에서 광범위하게 수입규제조치가 진행되고 있다. 철강의 경우 미국과 EU가 자국 기업 요구로 중국 기업에 대한 반덤핑 판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까지 끼워 넣으면서 피해를 보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 상무부는 중국산 냉연 강판에 사상 최고 수준의 세율인 522%의 관세를 부과하고 이후 포스코와 현대제철에도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철강은 전 세계 18개국에서 82건의 수입규제나 조사를 받고 있어 보호주의가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비관세장벽은 중국(26건), 인도네시아(5건), 일본(4건) 등으로 이들 나라 가운데 중국의 비관세장벽이 전체의 54%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은 자동차를 비롯한 158종의 공산품에 대해 국제 인증을 받은 품목이라도 중국만의 '강제성 제품인증(China Compulsory Certification)'을 받도록 하는데 이 절차가 복잡해 평균 7억~9억원의 비용과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이는 평균 2억원의 비용과 4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유럽보다 복잡하다. 개발도상국에 대한 수출도 쉽지 않은 모습이다. 이들 나라의 경우 관련 법규나 절차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도는 불투명하고 비합리적인 통관 절차로 통관이 항구에서 1~2개월 이상 지연되는 경우가 잦다. 또 주(州) 경계를 통과할 때마다 판매세를 추가로 걷어 수출업체가 인도 전역 판매를 추진하는데 장애가 되고 있다. 기업들은 앞으로 보호주의가 더 심해질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미국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무역수지 적자를 이유로 보호주의로 급선회하고 있다. 또 올해 말 중국에 시장경제지위를 부여하는 문제를 놓고 미국과 EU가 반대하거나 조건을 걸고 있어 중국과 미국, EU의 통상 마찰이 심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EU의 반덤핑 제재가 증가하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의 피해가 발생하게 된다. 전경련은 보호주의를 돌파할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지속적인 자유무역협정(FTA) 확대와 정부 간 대화 채널 활성화를 통한 경제협력 관계 강화 등을 주문했다. 전경련 염치성 국제본부장은 "통상 마찰은 일단 발생하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최선이며, 그런 측면에서 많은 나라와 FTA를 체결해 두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