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벤처 474개사…최근 4년새 증가세 주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저성장 등의 영향으로 매출 1000억원 이상의 벤처기업 증가추세가 주춤하고 있다. 2011년까지만해도 매년 20~30% 가량씩 숫자가 빠르게 늘어나던 '1000억 벤처'는 2012년 이후 증가율이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21일 중소기업청과 벤처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매출 기준으로 1000억 벤처는 474개사로 2014년의 416개사보다 14곳 늘었다. 이 가운데 매출이 1조원을 넘어선 벤처기업도 6곳에 달했다. 네이버, 성우하이텍, STX중공업, 유라코퍼레이션, 코웨이, 휴맥스가 그들이다. 선도 벤처기업들의 이같은 선방에도 불구하고 1000억 벤처 숫자 증가세는 최근 4년새 브레이크가 걸린 모양새다. 숫자는 일단 315개(2010년)→ 381개(2011년)→416개(2012년)→453개(2013년)→460개(2014년) 등으로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년대비 숫자 증가율은 30.2%→21%→9.2%→8.9%→1.5%로 점점 축소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3% 늘어나는데 그쳤다. 매출이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선 곳이 55개사에 달했지만 당초 1000억 벤처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매출이 떨어지며 빠진 기업도 41개사로 순수하게는 14개사만 늘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저성장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이 자리를 고수하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벤처기업협회 정준 회장은 "증가율이 정체되고 있는 것이 아쉽다"면서도 "그래도 면면을 살펴보면 이들 기업은 매출의 25% 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고, 고용과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도 고무적이어서 후배 기업인들에게도 모범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1000억 벤처들의 총 고용인력은 2014년 당시 17만3420명에서 지난해 17만9172명으로 3.3% 늘었다. 평균 영업이익도 이 기간 145억원에서 160억원으로 10.3% 증가했다. 다만 매출액은 평균 2129억원으로 전년도 평균 2151억원보다 다소 줄었다.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비중도 2014년 각각 34.8%, 65.2%에서 지난해 38.4%, 61.6%로 중견기업 비중이 감소했다. 업종별로 다소 다르지만 최근 3년간 매출이 1500억원을 넘으면 중견기업으로 분류된다. 평균 업력은 23.4년으로 창업 후 '꿈의 숫자'인 1000억원 매출을 올리기까진 평균 17.4년이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이글, 엘앤피코스메틱, 클레어스코리아, 에스티유니타스, 카버코리아, 더블유게임즈, 솔루엠 등 7곳은 7년 만에 매출이 1000억원을 넘어서며 고성장했다. 주영섭 중기청장은 "매출이 1조원에서 2조원으로 가는 것보다 100억원에서 1000억원을 달성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면서 "창업초기 등 적기에 이뤄진 벤처투자와 기업들의 끊임없는 연구개발(R&D) 노력,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 등이 이같은 성과를 거둔 원동력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00억 벤처 474곳 가운데 벤처투자를 통해 자금을 받은 곳은 200개사였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57.4%는 창업 후 7년 이내에 투자를 받아 소위 죽음의 계곡으로 불리는 '데스밸리'를 무사히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게다가 평균 R&D 건수도 43.5건으로 일반벤처기업의 4.2건에 비해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액 가운데 평균적으로 24.9%는 해외에서 돈을 벌고 있는 모습이다. 기업당 평균 수출금액도 529억원으로 중견기업 평균 수출액 450억원보다 월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