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제약·바이오, 약가 개편안 '전면 재검토' 촉구..."연간 3.6조원 손실 우려"
국가 핵심 경쟁력 기반인 K제약·바이오 산업이 '약가 규제'라는 암초를 만났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정부의 약가 개편안은 국내 제약 산업 미래에 대한 포기 선언이라며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22일 서울 서초에 위치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4층 강당에서는 '제약바이오산업 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한국신약개발조합, 한국제약협동조합 등 범제약바이오산업계가 모였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이번 개편안이 국민건강에 미칠 영향을 산업계와 함께 면밀하게 분석해 합리적인 개선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개편안 시행을 일정 기간 유예, 충분한 시간을 갖고 개선안을 도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윤웅섭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사장은 "제약 산업을 뒷받침하는 약가가 무너질 경우 산업 특성상 장기간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정부는 약가제도 개편을 공식화했다. 혁신 신약에 대한 보상 강화, 제네릭 의약품 등의 약가 합리화 등이 개편 핵심이다. 특히 오는 2026년 하반기부터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 비율을 현행 53.55%에서 40%대로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와 비대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기업 생존과 직결된 수익성 악화다. 현재 국내 상위 100대 제약사의 영업이익률은 4.8%, 순이익률은 3% 수준에 그치고 있어 추가적인 약가 인하는 기업 경영 전반에서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제네릭 약가 산정률 40%를 국산 전문의약품 전체에 적용해 보면, 2024년 기준 연간 최대 3조6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한다. 정부와 제약 업계 간 매출 절감 추산에는 차이가 있다. 정부는 기등재 의약품의 약가를 계단식으로 인하해 3년간 재정 절감 규모가 약 1조원에 이를 것으로 발표한 바 있다. 반면 제약 업계는 정부 발표는 특정 고가 의약품만 반영한 수치인 데 비해, 향후 모든 관련 품목에 40% 적용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부담은 훨씬 크다고 짚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정부가 2012년 일괄 약가 인하부터 지금까지 약 13년 간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는 품목의 약가를 우선적으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논리적으로 2013년 이후 등재된 약에 대해서도 조정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시간차가 있을 뿐, 궁극적으로는 의약품 전반에서 40%로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러한 매출 감소는 연구개발, 설비 등에 대한 투자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비대위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23년까지 누적 약가 인하 규모는 약 63조원이다. 또 국내 제약 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2011년 1.7%에서 2024년 1.3%로 하락했다. 비대위 측은 "기업 수익이 1% 감소할 경우 연구개발 활동은 약 1.5% 감소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라고 밝혔다. 약가제도 개편을 통해 시장의 혁신 경쟁과 성과 중심 보상을 강화한다는 정부 기조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했다. 비대위 측은 "상위 제약사부터 중견, 중소까지 한 데 묶는 정책보다는 각각 맞춤형 정책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약개발의 최종 목표는 '제품화'다. 즉 전 주기적으로 초기 단계 약물을 탐색하고 기술수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상1상부터 3상까지 완료해 내야 하는 것이 전통 제약사의 핵심 역할이다. 다만, 1상과 2상을 거치며 비용은 급격히 증가하고 이후 3상에서는 보다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된다. 비대위 측은 "신약개발은 국내 영업 활동으로 확보한 이익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정부 지원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비대위는 2012년 일괄 약가 인하 당시 소비자 부담은 오히려 13.8% 증가했던 과거의 부작용 사례도 공유했다. 이를 근거로 제약 산업 현장의 실질적 영향을 고려한 정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끝으로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현재 개편안은 연구개발, 혁신, 공급 등에 대한 이해도가 결여된 정책으로 기업의 투자 추진과 연구개발 전략 수립에 있어 불확실성을 가중하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약기에 있는 지금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한 협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