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군, 사계절 체류형 관광지로 도약…겨울철 관광객 유입 본격화
언젠가부터 '겨울여행'이란 말에는 '멀리 떠난다'는 감각이 따라붙었다. 눈 내리는 산길, 김이 서리는 바닷가, 그리고 그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계절의 음식까지. 하지만 '멀다'는 건 항상 발목을 잡는 핑계가 되곤 했다. 그런데 지금, 울진이 달라졌다. 한때 머나먼 동해안의 끝자락으로 여겨졌던 이곳이 이제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겨울 힐링 여행지로 바뀌고 있다. 철도와 고속도로, 자연과 미식, 그리고 사람을 잇는 변화의 물결이 그 이유다. ■ 125년 만의 첫 울진역, 교통의 개벽이 시작됐다 2025년 1월, 울진역이 첫 열차를 맞이했다. 전국 철도망에서 한참 소외되어 있던 이곳이, 동해선 철도 개통을 계기로 강릉·대구·부산과 직접 연결되는 광역 교통 허브로 떠올랐다. 포항~영덕 고속도로 개통도 변화를 이끌었다. 울진 진입 시간이 크게 단축되며, 이제는 '갈까 말까' 고민하던 여행지가 아닌 '한번쯤은 꼭 가야 할'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국도 88호선 선형개량, 농어촌버스 전면 무료화, 관광택시 요금 지원까지 더해지며 울진의 교통은 완성형 패키지로 진화하고 있다. ■ 겨울의 풍경은 걷는 데서 완성된다 울진의 겨울은 조용히 걷는 여행을 부른다.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리는 불영계곡, 깊은 침묵 속에서 향을 내뿜는 금강소나무 숲길, 작은 마을의 숨결이 살아 있는 봇도랑길은 각각의 풍경으로 힐링을 건넨다. 여행이 걷기로 끝나지 않는 것도 울진의 매력이다. 눈 덮인 산속에서 즐기는 백암온천과 덕구온천의 노천탕은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기에 충분하다. 단순한 '온천욕'이 아니라, '풍경을 품은 쉼'이 있다. ■ 맛이 이끄는 길, 울진 미식의 계절 울진을 찾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겨울의 미식이다. 12월부터 3월까지는 울진대게와 곰치국이 제철을 맞는다. 눈처럼 하얗고 단단한 대게의 살, 얼큰하고 속을 풀어주는 곰치국, 깊은 맛의 게국지까지. 후포항 대게 거리와 죽변항 수산시장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겨울의 맛지도다. '기차 타고 대게 먹으러 간다'는 말이 유행처럼 퍼지는 건 우연이 아니다. 교통이 편해졌기에 가능한 미식여행이다. ■ 울진군, '체류형 관광'이라는 목표를 현실로 울진군은 변화된 교통 인프라를 기반으로 사계절 체류형 관광지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일 8시간 이용 시 60% 요금 지원을 제공하는 관광택시, 전 노선 무료 농어촌버스, 왕피천 케이블카 이용료 지역화폐 환급, 철도 연계 테마상품 출시, 요트 일출 체험 프로그램까지. 단순 방문이 아닌 '머무르는 여행'을 위한 전략이 다방면으로 실행 중이다. 철도역 개통을 계기로 계절 축제·생태 체험 프로그램도 속속 추가되고 있다. 온천, 해양레포츠, 힐링 워크, 미식 콘텐츠까지. 울진은 지금 '콘텐츠가 있는 교통도시'로 변모 중이다. ■ 겨울의 울진, 가장 가까워진 시간 속으로 지금의 울진은 단지 동해안의 끝이 아니다. 철도와 도로가 닿고, 여행자가 머물고, 계절이 녹아든 공간이다. 누구나 쉽게 다녀올 수 있고, 누구나 잠시 머물고 싶어지는 곳. 울진은 지금, 겨울의 중심이자 여행의 완성형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곰치국 한 그릇. 온천물에 발을 담그고 바라보는 눈 내린 숲.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가까워진 거리. 올겨울, 울진이 가장 가까운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