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 올라탄 은행들…"소통하고 홍보하고"
시중은행들이 메타버스(Metaverse)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MZ(밀레니엄+Z세대, 1980년~2000년대 초반 출생)세대와 소통을 통해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아직까지 메타버스 내에서 이뤄지는 홍보, 금융거래 등에 대한 규제가 없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직원 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메타버스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12일 메타버스 전용 플랫폼 '제페토'를 활용해 가상세계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구현하고, 메타버스 연수원 오프닝 행사와 신입행원을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벗바리 활동' 수료식을 진행했다. 우리은행도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을 통해 권광석 우리은행장과 MZ세대 직원이 디지털 마인드 확산과 미래 고객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시간을 가졌다. 권 행장은 자신을 '전광석화'라는 닉네임으로 부르게 해 MZ세대 직원들과 수평적인 소통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은행들이 메타버스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는 이유는 비대면 생활로 소통하기 어려운 MZ세대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재 메타버스는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제페토와 같은 게임, 공연, 소셜 등 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로블록스의 월간 이용자수는 1억9000만명으로 67%가 16세 이하다. 포크나이트와 제페토의 이용자수는 각각 3억5000만명, 2억명으로 이 가운데 약 80%가 10대다. 특히 은행들은 MZ세대와의 소통을 통해 MZ세대를 대상으로 한 금융상담과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금융산업 내에서 비대면 자산관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메타버스 시장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라며 "메타버스라는 새로운 유형의 투자섹터가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은 로블록스(ROBLOX) 플랫폼이나 가상 현실기기(HMD)를 활용한 가상금융 체험관을 실험할 예정이며, 아바타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메타버스 영업점을 구축해 금융 서비스 제공 가능성을 살필 계획이다. SC제일은행은 'SC웰스케어존'이란 가상 공간에서 한국, 싱가포르, 숲속 등 플랫폼 내 공간을 옮겨가며 투자 세미나를 확대하고 있다. 다만 업계 안팎에선 메타버스를 활용한 상담 서비스 등이 확대되기까지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출상담이나 이체 거래시 발생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선 메타버스에 특화된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은행들이 어디까지 메타버스를 적용하고 구체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규제는 없다"며 "기본적으로 금융소비자보호법을 지켜야 하나 은행들이 홍보 이상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하면 은행법을 도입할 지 여부를 검토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메타버스를 지금 모바일 앱과 같은 비대면의 영역으로 볼 건지 새로운 사업으로 볼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