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에 속수무책 美 유통사, 국내 유통업계는 어떨까
사진은 서울 시내 백화점에서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프라다의 가격인상에 '오픈런'에 나선 시민들의 모습. 1분기 유통업계는 백화점이 견인하는 조(兆)단위의 매출액을 발표했다. 전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해외 유통기업들이 부진한 실적을 내놓자 국내 유통기업의 성장 지속가능성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뉴시스 전세계적으로 벌어지는 인플레이션 현상에 해외 '유통 공룡'들이 잇따라 부진한 실적을 내놓으면서 국내 유통사들의 전망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5월 현재 국내 유통기업들은 리오프닝에 폭발하는 소비심리와 외출욕구를 만끽 중이다. 증권가에서도 2분기 유통가 전망에 관해 낙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우리보다 빠른 리오프닝을 겪고 엔데믹 기간 중 인플레이션 현상을 맞닥뜨린 미국 등에서는 유통기업들의 실적부진으로 충격에 빠졌다. 이를 두고 증권가와 업계관계자들 사이에서 '리오프닝 특수'가 끝났을 때 유통가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3일 메트로경제의 취재를 종합해보면,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미국 내 유통기업들이 부진을 겪는 와중에 국내 유통업계를 둘러싼 주요 경기지표도 부정적인 수치가 속속 나오고 있다. 앞서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유통기업들은 리오프닝을 맞이하며 높은 실적을 기록했지만 대부분 기업이 백화점을 중심으로 고매출을 기록한 반면, 대형마트에서는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리오프닝 기간 중 큰 실적을 낸 미국의 주요 유통기업들이 처참한 1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원인으로 인플레이션을 지목했다. 총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성장했지만 순이익은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월마트는 매출이 전년 대비 2.4% 증가하는 동안 순이익은 25% 감소했고, 타깃은 순이익이 40%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년 대비 23% 오른 매출을 발표했던 브라이언 코넬 타깃 CEO는 "낙관적인 소비자들은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누리지 못했던 삶을 되찾는 것에 흥분돼 있다"며 향후 실적을 낙관했다.. 인플레이션 현상은 국내 소비재 전체에 나타나는 중이다. 여전히 소비자심리지수는 건실하지만 대부분의 경기지표는 심각한 상황이다. 물가 상승,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을 포함해 고유가 현상, 부정적인 제조업·농산물 경기 전망 등이 유통가를 둘러싸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26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대로 올릴 가능성이 높단 관측을 내놨다. 미국이 통화긴축속도와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조치다. 한은의 조치는 대출금리 상승을 불러 저소득층, 자영업자, 청년층 가구의 재무건전성을 눈에 띄게 악화시킬 수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집단에서 이자가 늘면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게 올라 DSR(부채상환비율)이 가파르게 오른다는 분석인데, 한계에 몰린 집단은 사치품목은 물론 소비재 부문까지 소비를 포기하게 된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지출 하락 현상도 현실화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1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는 식료품·비주류 음료 평균 지출액은 38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0.9% 올랐다. 그러나 물가 상승률을 고려했을 때 실질 지출 금액은 3.1% 감소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명목 지출은 늘었지만 실질 지출이 줄어든 것은 돈은 더 썼지만 소비하는 양은 줄었다는 의미"라며 "소비의 질이 더 떨어졌다고 보면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1분기 결산이 마무리 되고 사회 전반을 둘러싼 부정적인 경기 지표가 속속 나오자 이번 1분기 유통기업들의 실적을 두고 조심스럽게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표하는 업계 관계자들이 나오고 있다. 매출을 견인했던 명품·사치품 등 백화점 매출과 대형마트 매출 간 폭이 계속 넓어지는 추세 속에서 백화점 매출만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겠냐는 의문이다. 더불어 물류 전쟁을 벌이는 e커머스 업계의 고유가 대응도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다. 이번 1분기 유통업계의 실적에서 백화점과 대형마트는 선명하게 희비가 엇갈렸다. 상대적으로 인플레이션 타격을 덜 받는 부유층에서는 사치품목 소비처인 백화점에서 소비를 계속 이어가면서 매출을 견인했지만 서민들의 소비재 주 구매처인 대형마트는 매출이 적게는 1.9%(이마트)에서 많게는 4.0%(홈플러스) 줄었다. 한 e커머스 관계자는 "정확한 실적을 말할 수는 없지만 생필품을 중심으로 고가 상품 보다 저가 상품이 많이 팔리는 추세"라며 "프리미엄 과일 등 지난해 인기 있던 상품들 또한 유의미한 변화폭을 그리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관계자는 "백화점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최고급·프리미엄화가 계속 될텐데, 객단가 높은 백화점 매출과 순익의 상승은 계속 이어질테고 각 기업 전체 매출을 견인하는 수준일 것"이라면서도 "인플레이션 현상을 정통으로 맞은 대형마트와 유가 상승 등이 비용으로 전가될 수밖에 없는 새벽배송·직매입 e커머스는 큰 부진을 겪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서현기자 seoh@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