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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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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통섭(通涉)은 있으나, 소통(疏通)이 없다

집안에 보면 1년 내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잘 쓰이지 않는 물건이 적지 않게 목격된다. 기자의 집에도 그런 물건들이 제법 있다. 1년에 한 번 입는 '한복'이 그렇고, 김장할 때 쓰는 '대야'는 올해 사용하지 않아 2년째 자리만 차지하고 있다. 이 물건들은 종종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다. 버리자니 꼭 쓸 일이 있고, 그냥 두자니 안 그래도 좁은 집이 더 좁아 장농이나 창고 구석에 처박아 놓는다. 대학의 일부 학과들도 이처럼 잘 쓰이지 않는 물건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 국어국문과가 몇 몇 대학에서 이미 폐과됐고, 그 자리의 모집인원을 취업이 잘되는 학과가 차지하고 있다. 주로 '소프트웨어' 등의 단어가 들어간 학과들이 최근에 인기다. 올해 12월에도 서강대와 국민대, 서울여대 등 일부 대학에서는 기존 학과를 폐과하거나, 다른 학과로 흡수 또는 통폐합해 새로운 학과로 개편하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 따라 미래가 바뀔테니 여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다. 교수와 학생들은 보통 여기에 반발하면서, 진통을 겪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당장 학과가 사라지거나 다른 학과와 통합돼 커리큘럼이 바뀌면 고달퍼지는 이들이 바로 교수와 학생이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가 변경되는 전공을 새로 공부하는 사례도 종종 목격된다. 교수들은 자신의 전공이 바뀔 수 있고, 학생들은 학습권을 침해당한다는 이유를 들고 있지만, 대학이 과거 학문의 상아탑에서 실용 교육과 맞춤 교육을 통해 사회적 수요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취지는 이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제는 학과 개편을 주도하는 대학본부측의 소통하려는 자세다. 이제 갓 스무살이 된 새내기부터 퇴임을 앞둔 60대 교수까지 대학은 거의 모든 연령대와 다양한 직업군이 공존하는 유일한 조직인만큼 충분한 협의화 공론화 과정 등 소통이 중요하다. 정부도 마침 내년부터 개편 시행하는 '대학 기본역량 진단'에서 구성원의 참여와 소통 계획도 진단 지표로 포함해 들여다보기로 했다. 대학이 자율적인 구조개혁을 추구하도록 하는 만큼, 구성원의 참여도 열어두어야 한다는 의미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학문의 융합이나 범학문적 접근인 통섭(通涉) 바람이 불고 있다. 대학들이 고민하는 학과통폐합 역시 통섭의 한 축이다. 통섭의 다른 말이 소통임을 대학들이 되새겨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2017-12-26 16:37:43 한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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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저출산,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할 때

지난 1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6~2026 중장기 인력수급전망'에는 다소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건 바로 2026년까지 만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218만 명이나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었다.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주 원인은 현재 우리 사회에서 해결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는 '저출산' 때문이다. 지난 10년 간 역대 정부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려 80~100조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출산율이 감소하는 낭패를 봤다. 이 기간 동안 결혼한 부부가 약 320만쌍 정도라고 하니 이들에게 나눠줬으면 부부당 2500만원씩 받을 수 있었던 엄청난 예산이 공중으로 사라진 것이다. 결혼한 부부들은 그동안 정부의 저출산 대책들이 너무 일방적이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가의 미래가 달렸다는 당위를 내세워 얼마의 지원금으로 출산을 강요하는 듯 한 정부의 태도에 불쾌한 마음마저 들었다는 부부도 있었다. 바야흐로 저출산 문제를 바라보는 정책적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2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개최한 '저출산 정책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토론회'는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저출산 해소의 목표는 개인의 행복보다 국가 발전, 인구 유지에만 초점을 맞췄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때문에 앞으로는 삶의 질, 성 평등을 향상시켜 출산하기 좋은 여건을 마련하도록 도와야 하며 복지 사각지대 해소, 성 평등 강화, 비혼모 같은 다양한 가족 형태의 인정 등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호응을 얻었다. 문재인 정부는 주요 경제정책 방향으로 일자리, 혁신성장과 함께 저출산을 꼽았다. 어쩌면 지금이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일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저출산 대책을 마련할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토론회에서 나왔던 얘기들을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2017-12-21 18:04:36 최신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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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DGB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이 조직의 운명을 가르는 시대다. 하루가 멀다하고 변하는 세상이다. 빠른 결정과 판단이 승부를 가른다. 위기에 처한 조직의 CEO가 결단을 내리면 경영 정상화도 빨라진다. BNK금융은 창립 후 처음으로 외부 출신 인사를 회장으로 선임하고 회장직과 행장직을 분리했다. 우리은행은 한 달여 만에 새 행장을 내정하고 조직이 안정을 찾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버티기 중인 CEO도 있다.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 겸 DGB대구은행장이 주인공이다. 박 회장은 취임 직후인 2014년 4월부터 올해 8월까지 33억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을 구입한 뒤 현금으로 바꾸는 이른바 '상품권 깡'을 통해 30억여원을 비자금으로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 8월부터 내사에 착수했고, 박 회장은 비자금을 직원·고객 경조사비, 직원 격려금 등 공적업무에 사용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대구지방경찰청은 지난 19일 박 회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 배임, 사문서위조, 사문서행사 등 4가지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최근엔 박 회장이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에게 인사 청탁을 한 정황도 드러나 논란은 가중됐다. 이렇다 보니 DGB는 다른 금융사에 비해 뒤처지는 모습이다. 올 하반기 KB, BNK, JB 등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지주 회장-행장 겸직 체제를 전부 없앴다. 제왕적 지배구조의 부작용과 업무 효율화 등을 위한 조치다. 그러나 DGB금융지주는 유일하게 지주 회장과 행장 겸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면 현 CEO가 자진사퇴를 하거나 DG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들이 박 회장의 거취를 결정하는 등의 방법이 있다. 그러나 박 회장은 지난 8월 "자진사퇴는 없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DGB의 사외이사도 5명 중 4명이 박 회장 취임 후 선임된 만큼 박 회장의 사퇴를 요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에서도 잡음이 나왔다. DGB금융지주는 오는 26일 조직개편 및 임원인사를 앞두고 임원 20명에게 휴대전화 통화내역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은행·지주사는 진영을 꾸리고 2018년 전략을 짜는 시기에 DGB는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를 비롯해 지역 주민들의 마음도 벌써 돌아섰다. 박 회장이 논란의 중심에 선 지 5개월, 지금도 DGB의 아쉬운 시간은 흘러간다.

2017-12-20 16:54:04 채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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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러려고 임시국회 열었나"..장내 충분한 논의 있어야

12월 임시국회가 17일로 반환점을 돌았다. 하지만 지난 주 내내 협상자인 '제1야당' 원내지도부가 구성되지 않으면서 임시국회는 공전했으며, 이에 따라 제대로 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이러한 상황을 알고 있는 의원들은 그동안 밀려있던 해외·지방 일정을 소화하면서 국회는 임시국회 기간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한산한 분위기였다. 상황이 이러하자 "이럴거면 왜 임시국회를 열었나"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여야3당 원내대표가 18일 회동을 갖고 핵심 쟁점들에 대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로 한 것을 두고도 "어차피 막판에 딜(deal)을 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면 기간을 길게 잡을 이유가 있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2주라는 기간 동안 임시국회가 열린다고 하면 여야는 쟁점들에 대한 이견차를 좁히는 데 집중해야하고, 각종 회의와 토론회 등을 통해 상대를 설득시키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국회의 일 처리 방식을 보면 상대 진영을 향한 비판을 쏟아내며 편을 가르고, '막판 회동'이라는 수단을 통해 '짜깁기' 합의문을 만들고, 웃으며 사진을 찍고 나오는 과정을 되풀이 되곤 했다. "국회에는 첨예한 대립 집단의 대표가 모여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갈등 조정과는 다르다. 원래 그런 것이다"라고 하기에는 이러한 합의 과정이 가져오는 사회적 악영향이 크다. 이러한 합의 과정은 사회적 갈등 해소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국회에서의 신경전으로 인해 온·오프라인에서 국민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음이 어렵지 않게 관측되고 있다. 또한 이번의 경우와 같이 쟁점 법안들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한다. 예를 들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법의 경우 여야는 신설 여부 만을 두고 지난한 신경전만을 벌이고 있다.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인이 취해야 할 행위는 '보이콧' 등의 극단적인 행위가 아니라 이 문제를 두고 한 자리에 모여 심도있는 토론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이 입장차를 해소하거나 완벽할 수 없는 법안을 보완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대부분의 법안이 '미봉책'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도 정쟁이 아닌 충분한 논의를 통한 여야의 법안 처리부터 시작된다.

2017-12-18 05:30:31 이창원 기자
[기자수첩]'문재인 케어' 논란…국민 노후는 국가 책임?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 이른바 '문재인 케어' 발표 이후 의료계와 정부 간 갈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해 의료취약계층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이에 대해 '생존권'을 운운하며 정부의 방침에 반기를 들고 있다. 현재도 의료인 수가보전이 충분치 않은데 '문재인 케어' 시행 시에는 상황이 더 열악해져 의료계 부실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주말에는 서울 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경찰 추산 1만명의 의료인이 모여 "'문재인 케어' 전면 반대"를 외쳤다. 우리나라는 올해 65세 이상 국민이 전체 인구의 14%를 돌파하는 등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이에 따라 노인 의료가 심각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4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등이 주최한 한국의료패널 학술대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63.1%이던 65세 이상 노인 빈곤층은 2015년 78.0%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노인의 평균 만성질환 수는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정부가 가만히 앉아 노인 의료비 문제를 두고 볼 순 없다는 주장이 여기서 나온다. 600조원이 넘는 기금 운용을 통해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는 만큼 노인 의료비 문제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는 지적이 잇달아 제기됐다. 의료계는 다만 정부가 단체와 아무런 협의없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내놨다며 최근까지 대규모 궐기대회를 집행하는 등 정부 방침에 날을 세웠다. 취약계층 의료비 부담 완화 방침에는 지극히 공감하지만 의료계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정부는 이에 14일 의료계와 처음 만나 공동 실무협의체를 운용하는 등 '문재인 케어'에 대한 의료계의 반대여론을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정부의 고령층 의료비 부담 노력에 국민들은 환영의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으로 '각개전투'를 준비하고 있다. 이날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에 따르면 국민들은 고령층 의료비 부담의 주체로 '본인 스스로 준비해야 한다'는 응답자가 56%로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36%)'보다 1.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30대에서 50대로 연령층이 높아질수록 스스로 의료비를 준비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국민들의 노후 의료비 부담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일까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이 국민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다는 의미일까.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점 찾기에 앞서 국민과 '문재인 케어'의 실효성을 높이는 정책적 합의를 이끄는 데 힘써야 한다.

2017-12-14 17:13:04 이봉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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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칼바람 속의 미생, 일용직 노동자

삶이 요동치는 새벽 인력시장에서 한국인의 심장은 쪼그라진다. 일당이 저렴한 조선족(중국 교포)과 중국인 불법체류자에 밀려 일용직을 얻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현장의 안전불감증과 대규모 공사에만 적용되는 퇴직금 공제제도 역시 청년들의 발걸음을 주저하게 만든다. 지난 11일 오전에 찾은 남구로역 일대는 서 있는 위치에 따라 국적과 자격이 갈리는 시장판이었다. 하나은행 앞에는 이른바 '증(신분증·안전교육 이수증)'을 가진 조선족 목수들이 모여있었다. 내리막길에는 대체로 자격 없는 중국인 데모도(비기술자·조수)들이 해체·정리 일감을 기다렸다. 은행 앞에서 만난 조선족 최모(46)씨는 "'짱깨(중국인을 낮잡아 부르는 말)'들이 내 일을 가져간다"며 눈을 흘겼다. 한국인 오야지(팀장) 마모(31)씨는 "현장에서 조선족과 중국인 모두 싫어한다"며 "생각이 짧고 책임감도 없다"고 경멸했다. 일용직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이런 차별의식은 분노에 기인한다. 기본 16~18만원을 받는 한국인을 14~16만원에 일하는 조선족이 위협하고, 7~8만원에 허드렛일 하겠다는 중국인이 이들의 임금 상승을 막는다. 기공(기술자)에게 '선택의 폭'으로 작용하는 정리·해체 작업은 반값에 팔리는 중국인 데모도로 넘어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통닭집 주인이 적자를 메워보려 거리에 나와도 찾는 이가 없다. 허리 경제의 암담한 현실이다. 희망을 찾고 싶었다. 마씨는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돈을 벌 수 있다"며 "인력사무소를 거치지 않고 소장과 직접 연결해 팀장이 수수료를 떼가면 하루 80만원은 거뜬하다"고 설명했다. 복사한 신분증을 들고 다니며 값싼 중국인 데모도를 구하는 구조도 귀띔했다. 저임금 구조에 신음하는 일용직 세계에서, 국적과 법의 테두리를 넘나드는 생태계는 어두웠다. 착취는 어디에나 있었다. 일부 팀장과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젊은이들 인식이 문제"라고 했지만, 막말 푸대접에 안전 불감증이 지배하는 공사장은 여전히 '노가다판'일 수밖에 없다. 내국인 우선 고용과 더불어 건설기술노동자를 안전한 전문직으로 양성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2017-12-13 15:16:38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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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드, 드리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삼성, SK 등 국내 기업들도 대규모의 투자의향서를 지참해 따라갔다. 이를 두고 이해찬 의원은 "방중 준비를 많이 했는데 중국과 경제 교류에서 좋은 성과가 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 맞춰 기업들이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6월 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 트럼프 美 대통령을 만날 때도 52개 기업이 수행하며 40조원 규모의 '선물 보따리'를 풀었다. 당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미국에 가전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SK그룹은 GE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플랜트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고 현대자동차는 자율주행·친환경 자동차 등 신기술 개발을 위해 미국에서 5년간 3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 기업에 투자를 압박하는 상황이라 '빈손으로 갈 순 없다'는 공감대가 청와대에 형성됐다지만, 유독 기업들의 투자가 몰렸다. 더군다나 한국 재계의 투자는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 지지도가 높은 남부 지역에 쏠렸다. 지난 정권에서도 비슷한 일은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최가 결정되자 기업들은 후원에 나섰고 창업 활성화를 내세운 창조경제혁신센터, 청년 구직 지원을 내세운 청년희망재단 등에도 기업들의 출연이 이어졌다. 공익을 내세운 정부 압박에 기업들은 지갑을 열 수밖에 없었지만, 출연 기업이 재판을 받는 상황마저 연출됐다. 지난 1월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기업들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다짐했다. 김영배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은 "안 주면 안 준다고 패고, 주면 줬다고 팬다"고 작심발언을 하기도 했다. 당시와 다른 요즘 분위기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실제로 기업이 무슨 힘이 있겠냐"며 "영업이익이 얼마라는 기사가 나가면 ATM(기업)에서 출금할 때가 됐다는 식으로 듣는 게 우리네 현실 아니겠냐"고 푸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TM이 돈을 내놓지 않으면 발로 차고 뒤집어 흔들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었던 한 만화에 이런 장면이 있다. "돈 내놔!" "드, 드리겠습니다." "필요 없어!" 차라리 안 받고 때리는 만화가 우리네 현실보다 합리적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2017-12-13 07:00:00 오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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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현대차 노조 파업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귀족노조의 연례 행사야?' '국내외 시장이 부진하한데 왜 파업을 하는거야?' 최근 현대자동차 노조의 파업소식을 들은 주변 지인들이 이 같은 질문을 던졌다. 답은 간단하다. 올해 임금과 단체교섭 협상에서 노사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노조 측이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파업을 선언한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노조의 파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회사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끝없이 자신들의 혜택을 올려달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점에서다. 현대차는 중국과 미국의 판매 감소로 상반기 영업이익 16.4%, 당기순이익 34.3%가 감소해 임원 연봉 10% 삭감 및 과장급 연봉 동결 등 회사 전체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 노조는 혜택이 부족하다며 파업을 일상화하다시피 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공장 현장 근로자를 포함한 1인당 평균연봉이 9700만~9800만원에 달한다. 국내 300개 대기업의 평균 연봉 7400만원 보다 높은 연봉을 받고 있다. 또 일본 도요타 7961만원, 폴크스바겐 7841만원보다 높다. 현대차 조노는 지난 7일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과 관련해 쟁의대책위원회에서 다음 주 매일 부분파업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사업부와 조립라인별로 시차를 두고 두세 시간씩 부분파업을 벌이는 '신개념 투쟁전술'이다. 노조는 올해 들어 임단협과 관련해 지금까지 모두 12차례 파업을 진행했으며 회사는 이로인해 차량 4만3000여 대, 8900억원 상당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조는 ▲올해 임금 15만4883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우리사주 포함) 성과급 지급 ▲정년 64세 연장, 해고자 원직 복직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고용보장 합의 등 회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 조건을 내걸고 있다. 사측은 ▲호봉승급분(정기 승급분+별도 승급분 1호봉 평균 4만2879원) 인상 ▲성과급 250%+140만원 지급 ▲단체개인연금 5000원 인상 ▲복지포인트 10만점 지급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노조가 주장하는 영업이익 30% 지급은 "회사가 망하는 것과 다름 없다"며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노사간 갈등으로 되풀이되는 파업은 국민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건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까지 하락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생산 거점을 해외로 옮기는 것이 오히려 회사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노조는 지금 눈앞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 회사 전체가 글로벌 시장 리더로 도약할 수 있는 미래에 대해 고민할 때다. 회사가 존재해야 노조도 존재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7-12-11 07:00:00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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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나는 상위 10%의 삶을 살고 있는가

"소득 상위 10%인 사람들이 뭘 아동수당까지 받겠다고 그래. 그런 사람들한테 10만원은 큰 돈도 아닐텐데…." 국회가 내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아동수당 지급대상을 2인 이상 가구의 소득 하위 90%까지로 한정했다. 소득 상위 10% 가구는 제외하겠다는 얘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런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반나절도 되지 않아 분위기는 반전됐고, 기자 역시 절망감에 빠졌다. "내가 소득 상위 10%라니 너무나 놀랐다." 아직 소득 상위 10%의 기준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지난해 통계청 가계동향 조사를 보면 상위 10%의 월 소득 경곗값은 3인 가구 723만원(세전)이다. 맞벌이를 하는 기자 입장에서는 한 명이 회사를 그만두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경계다. 아동수당의 대상인 만 0세에서 만 5세의 자녀를 둔 가정이라면 부부의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할 때다. 인생 주기에서 소득이 가장 높을 때란 얘기다. 요즘은 아이를 낳는 연령이 점점 늦어지다 보니 부모가 마흔살 안팎의 비교적 고연봉자가 되었지만 그만큼 육아로 나가는 돈도 많다. 그간 세금은 세금대로 많이 냈던 터.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맞벌이 부부들의 한탄이 줄을 잇는 이유다. 불만이 커지면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일 국회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아동소득을 못받는 상위 10%는 소득뿐 아니라 재산까지 반영하기 때문에 일부 언론에 나온 3인 가구 723만원은 정확한 기준이 아니다"라고 부랴부랴 말했다. 그러나 재산을 반영한다고 해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듯 하다. 상위 10% 가구의 부동산 등 순자산은 약 6억6000만원인데 지난달 말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6억8000만원이다. 대부분 막대한 대출을 안고 있겠지만 정부가 대상가구의 대출상황까지 전수조사할 것인가. 서울에서 아파트에 사는 맞벌이 부부는 여전히 아동수당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일 뿐이다.

2017-12-07 16:45:33 안상미 기자
[기자수첩] '내 새끼만 귀해' 멍드는 업주 가슴

최근 펫박람회장을 방문한 적이 있다. 친화경 유기농 채소와 고기를 이용해 만든 수제간식부터 아로마 샴푸, 자외선 차단 썬글라스, 심지어 반려견 유모차까지 견주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양한 것들을 판매하고 있었다. '누가 동물을 유모차에 태워서 다니나'라고 생각하겠지만, 박람회장을 찾은 많은 반려견이 유모차에 탑승하고 있는 것을 본다면 그 생각은 싹 사라질 것이다. 반려동물 인구 천만시대다.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아 애지중지 키우는 이들이 늘면서 다양한 반려견 사업이 생겨났다. 사료, 의류 등 용품 시장은 물론, 요즘에는 쉽게 반려견을 위한 미용실, 유치원, 카페를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사업장이 늘어남과 동시에 업주들의 고민도 늘고 있다. 소수의 극성스런 견주들때문이다. 먼저, 애견 미용사의 경우를 예로 들자면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을 상대하는 일이다보니 아무리 조심성 있게 미용을 한다해도 작은 생채기를 낼 때가 있다. 고의로 낸 상처나 학대라면 문제가 되지만, 겁이 많은 강아지나 예민한 강아지를 상대할 때 피치못하게 생기는 상처는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견주의 입장에서 속상하겠지만, 청각과 후각, 촉각 등 사람보다 감각이 뛰어난 개의 경우 미용도구가 낯설다면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무턱대고 화를 내기보다 미용사의 입장을 들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반려견을 케어해야하는 반려견카페의 경우에는 사업자의 스트레스가 더 크다. 제 새끼 귀한 줄만 아는 견주가 본인의 반려견이 심하게 짖고 공격성이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 채 "다른 반려견들과 견주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으니 조금 더 주의해달라"고 양해를 구하는 카페 사장에게 오히려 역정을 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 차례 헤프닝으로 끝나면 다행이다. 개인 SNS에 악의적인 글을 올리면서 사업장에 피해를 주는 이들도 있다. 업주도, 견주도, 그리고 반려견도 행복하게 이용할 수 있는 사업장이 되려면, 서로를 이해하려는 배려심이 우선이지 않을까.

2017-12-06 17:04:10 신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