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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눈 앞의 선거 그 너머를 봐주길

23일 안랩 이사회가 성명서를 냈다. 안철수 후보가 딸의 유학 지원을 위해 안랩 미국법인을 세웠다는 의혹을 전면 부인하는 내용이다. 이러한 성명서까지 등장한 데는 문재인 후보 측의 의혹 제기가 있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정치인을 지지하는 이들의 격론이 심화되고 있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이 유력 경쟁자인 안철수 후보와 다른 후보, 그 지지자들에 대한 비방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SNS에서는 '문슬람'이라는 표현마저 등장할 정도로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에 대한 반감과 피로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이슬람 테러집단 ISIS 같이 맹목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타 후보와 지지자에 대한 공격을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 담겼다. 현재 다수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후보는 30% 중반의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기에 지금 상황은 더욱 씁쓸하다. 다음 대통령은 문재인 후보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그가 당선되면 국론분열은 더욱 심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 지지자가 아닌 나머지 국민은 문 후보의 열성 지지자들에게 많은 상처를 입고 있다. 지난 박근혜 정권에 진보층은 억압당했고 보수층은 뒤통수를 맞았다. 중도층이 느꼈을 감정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외적인 상황도 어수선하긴 마찬가지다. 당장 내일 평양에 미사일이 떨어지고 한반도가 전쟁 상황에 들어가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우리는 아직도 서로를 상처 입혀야 할까.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칭하던 표현으로 '반쪽짜리 대통령'이 있다. 국민 절반의 지지를 받았지만 절반의 지지는 받지 못했다는 의미다. 문 후보가 당선되면 과연 65%의 국민들이 그 정권을 좋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을까. 반쪽짜리 대통령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법은 다르더라도 더 나은 사회와 국가를 바라는 마음은 모두가 같다. 때문에 이번 정권은 누가 당선되더라도 상처 입고 갈라진 국민을 감싸고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만 한다. 한국을 자조적으로 표현하는 신조어로 '헬조선'이 있다. 헬조선은 제3의 누군가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대권후보와 그 지지자들이 당장의 선거에 눈이 멀어 다른 국민에게 상처를 입힌다면 그게 바로 헬조선을 만들어 가는 행위임을 기억하기 바란다.

2017-04-24 05:00:00 오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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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소기업을 코너로 모는 PPL

기자는 가끔 TV를 보다가 유통업체와 방송사의 똑똑한 간접광고(PPL) 연출에 소름이 돋는다. 한 홈쇼핑에서 차가버섯를 팔고 있으면 같은 시간 예능프로그램, 또는 토크쇼에서 '차가버섯이 왜 몸에 좋은지'에 대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등 절대 우연일 수 없는 일이 종종 보여지기 때문이다. 최근 지인이 홈쇼핑 업체들에게 식품 판매를 연결해주는 회사(벤더·vendor)를 다니다 그만뒀다고 한다. 자발적인 퇴사가 아닌 반 강제적인 퇴사였다. 경제적으로 회사가 힘들다보니 직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자 결국 회사를 나왔다는 이야기였다. 자세히 이야기를 들어보니 회사가 힘들어진 이유는 PPL이었다. 홈쇼핑에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PPL이 전제였다. 홈쇼핑 MD들이 매출을 끌어올리고자 벤더측에 PPL을 강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PPL이 있고 없고의 매출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때문에 벤더측도 한 건의 6000~7000만원 이상을 투자하며 PPL을 단행하고 홈쇼핑측에 판매를 의뢰한다. 물론 실생활에 도움이 되고 똑똑한 연출에 감탄이 절로 나오는 PPL도 있다. 하지만 식품 하나 판매하기 위해 거액의 PPL 비용을 투자하며 중소기업이 흔들릴 정도라면 과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어린이날을 앞두고 인기있는 장난감의 애니메이션이 재방영 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터닝메카드의 신규 시리즈인 '터닝메카드 W 시즌2'는 지난 3월부터, 공룡을 소재로 한 파워레인저의 신규 시리즈인 '파워레인저 다이노포스 브레이브'는 지난 4월부터 각각 방송되고 있다. 이렇게 방영되는 장난감들 역시 대형마트 완구 순위 'TOP 10'안에 오르며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자녀들의 "나 저거 사줘"에 안넘어갈 부모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소비자가 PPL 영향을 과하게 받기 때문에 PPL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생각을 해본다. 소비자와 대기업 또는 중소기업까지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전략이 필요할 때다.

2017-04-20 17:47:59 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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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제2의 국정농단 방지, 우선 '선거법 준수'부터

6개월간의 '최순실 국정농단' 수사가 끝나고 대통령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법조계에서는 590억대 뇌물죄 등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실형'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박 전 대통령을 포함한 '비선실세' 최순실, 삼성그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 주요 피의자들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지 않는 이상 10년 이상의 징역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기업에게 압력을 행사한 직권남용, 수백억의 뇌물을 받고 특혜를 준 정황, 자신을 비방하는 문화·예술인에게 지원을 끊는 행위 등 영화에서나 봤던 모습들이 현실에 나타났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수용복을 입은 박 전 대통령에게 4년 전 대한민국의 대표로 당선됐던 당당함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 같은 모습이 5명의 주요 후보들에게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권력을 등에 업고 법을 두려워하지 않은 지도자의 최후다. 헌법재판소도 박 전 대통령의 가장 큰 탄핵 사유로 '헌법 수호 의지가 부족하다'는 것을 꼽았다.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는 후보들에게 가장 가까운 법은 '공직선거법'이다. 그들의 한마디부터 포스터, 유세방법까지 작은 것 일수도 있고, 쉽게 놓칠 수 있는 것이기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박 전 대통령의 영향인지 차기 대선후보들은 유독 '고위공직자비리'에 대한 대응책을 강조한다. 앞으로는 제2의 국정농단 사태를 만들지 않겠다는 다짐과 함께다. 이번 사태의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비난도 서슴없이 쏟아 붓는다. 그럼에도 대선운동 첫날인 17일, 수 많은 언론들이 '선거법 위반'을 다뤘다. 유세가 선거법 준수보다 중요하다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처음부터 수백억의 뇌물로 시작하지 않았다. 친한 지인에게 연설문 좀 봐달라고 시작한 것이 국가 비밀문서가 전달되고, 수백억의 뇌물로도 이어지게 된 것이다. 성경에도 '지극히 작은 것에 충성된 자는 큰 것에도 충성되고, 지극히 작은 것에 불의한 자는 큰 것에도 불의하다'라는 말이 있다. 차기 대한민국의 대표는 선거법부터 충실히 지킨 '법을 두려워하고, 존중하는 인물'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2017-04-18 16:39:44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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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통사 '갤S8'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은 '조삼모사'?

'사용하던 휴대폰을 반납하면, 휴대폰 보상금을 현금으로 드립니다.' 삼성전자의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8' 예약판매에 돌입한 통신 3사의 마케팅 경쟁이 뜨겁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이 같은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을 너나없이 출시했다. 일종의 보험 상품으로, 쓰던 스마트폰을 반납해 새로운 기종으로 갈아타는 것이 핵심인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따져야 하는 사항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절차는 이렇다. 24개월 할부를 조건으로 갤럭시S8로 바꾼 뒤 12개월 동안 할부금을 내고 쓴다. 내년에 '갤럭시S9', '갤럭시노트9'으로 단말을 바꾸고 싶으면 쓰던 갤S8을 반납한다. 이동통신 3사는 쓰던 폰을 받고, 남은 12개월 어치 잔여 할부금을 면제해 준다. 언뜻 보면, 이통사가 중고폰을 사준다는 점에서 큰 혜택으로 보이지만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이득보다 되레 손해를 입을 수도 있는 구조다. 우선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SK텔레콤에서는 월 5500원, KT·LG유플러스에서는 월 3300원을 내야 한다. 12개월로 계산하면 SK텔레콤 이용자는 6만6000원, KT·LG유플러스 이용자는 3만9600원을 지불해 실제 보상 금액은 그만큼 차감되는 셈이다. 중고폰 시세도 따져봐야 한다. 12개월 뒤 갤S8의 중고폰 시세가 보상금액보다 높으면, 개인이 직접 중고폰을 팔고 현금으로 받는 것이 오히려 더 이득이다. 반납조건도 까다롭다. 12개월 간 쓴 중고폰도 '새 폰'처럼 깨끗하게 써야 한다. 실제 휴대폰 반납조건을 살펴보면, 검수에서 부적격 판정 시 잔여 분할상환금 면제 등 혜택을 받지 못해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온·오프(ON-OFF), 통화가 가능해야 하고, LCD 액정이 정상이어야 하며 외관상 파손이 없는 등 대여섯 개의 기준을 충족해야 온전히 보상받을 수 있다. 만일 12개월 내 스마트폰을 분실하면, 할부는 고스란히 24개월까지 납부해야 한다.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 '조삼모사'라는 불평이 나오는 이유다. 적용 단말 또한 최신 갤럭시 기종이기 때문에 중간에 애플의 '아이폰'이나 갤럭시 구형 모델, 타 제조사의 단말로 갈아탈 수도 없다. 이동통신사 입장에서는 고객을 묶어두고, 기기변경 가입자를 모으는 '잠금효과(락인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소비자 입장서는 그대로 발이 묶여버린 셈이다. 일선 유통 현장의 직원 설명이 이런 조건을 세세하게 알려줄 지도 미지수다. 결국 프로그램에 가입하려는 소비자 개개인이 꼼꼼하게 따져보는 수밖에 없다. 다양한 방안으로 소비자에 혜택을 주겠다는 아이디어는 좋다. 하지만 모호한 기준과 조건으로 의문만 남기는 서비스는 '호갱(어수룩한 고객)'을 양산하는 '반쪽 서비스'라는 오명만 남길 뿐이다.

2017-04-16 17:24:32 김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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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수협은행, 선장 없는 항해

선장 없는 배. 새 출발을 공언한 Sh수협은행의 현 모습이다. 벌써 한 달이 넘도록 은행장 선임에 실패한 수협은행은 결국 방향타를 고정시키지 못한 채 배를 띄웠다. 직무 대행. 우려했던 대로 배가 출렁이는 모양새다. 이번 수협은행장 선임은 의미가 크다. 54년 만에 수협중앙회로부터 분리 독립한 뒤 첫 행장이기 때문. 공적자금 상환 의무를 가진 수협이 4명의 시어머니(예금보험공사·기획재정부·해양수산부·금융위원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기회다. '최순실 게이트'로 인한 탄핵 정국도 한 몫 했다. 만나는 관계자들마다 "올해는 낙하산 행장이 들어서긴 힘들 것"이라며 반(半) 확신에 차 있었다. 누가 봐도 적기(適期)였다. 수협중앙회의 100% 자회사인 수협은행은 지난 2001년 1조7000여억원의 공적자금을 받아 CEO(최고경영자) 인사에서 정부의 그늘을 벗어날 수 없었다. 이에 기획재정부·예금보험공사를 거친 관료 출신을 CEO로 선임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 행장도 기재부·예보 출신으로, 인사 때마다 낙하산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수협 측이 이번 수협은행장 인선에 사활을 거는 이유다. 그러나 손 놓고 있을 정부가 아니었다. 수협은행장을 선임하는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정부 측이 3명, 수협 측이 2명으로 구성돼 있다. 행장 임명을 위해선 4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역시나 정부와 수협이 추천하는 사령탑은 달랐다. 서로에게 가까운 인물을 뽑으려 한 탓이다. 수협 측은 내부 사정에 밝은 강명석 수협 상임감사를 후보로 적극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부 측은 강 감사의 추천에 번번이 동의하지 않았다. 정부와 수협의 평행선 달리기는 2번의 공모, 7번의 회의까지 이어졌다. 이쯤 되자 경영 공백과 내부 혼란을 비롯해 낙하산 인사 가능성까지 여기저기서 잡음이 터져 나왔다. 이미 '새 출발'과는 거리가 멀어진 지 오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수협은행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채 행장 선임 절차를 밟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계속되는 파행으로 정부와의 '밥그릇 싸움', '주도권 싸움' 등 비판이 거세지며 수협은행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는데다, 경영 혼란 등에 따른 2차 타격이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순조로운 항해를 위한 수협은행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때다.

2017-04-12 18:51:24 채신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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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제 누구를 '뇌물죄'로 만들 것인가

평창올림픽 예산이 속된말로 '펑크'가 났다. 2조 8000억원의 예산을 잡았지만 확보된 것은 2조 5000억원 뿐이다. 3000억원이 부족하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걸린 국제적인 축제가 삐걱대는 소리가 벌써부터 나기 시작한다. 기업의 후원금을 받지 않은 것이 큰 이유다. 일반적으로 국가차원의 큰 행사에는 삼성을 비롯한 국내 재계가 큰돈을 지원해왔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도 판단되는 만큼 대한민국 기업들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문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기소와 함께 기업의 순수한 뜻이 담긴 지원도 이젠 '뇌물'로 판단되는 것이다. 기업으로써는 뇌물죄의 리스크를 껴안으며 국가사업에 지원을 하기 힘들다. 최근 검찰은 롯데, SK그룹으로도 수사를 확대했다. 정황은 이렇다. 이들 기업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내놓은 시기에 각 기업의 이해관계가 있었다는 것이다. SK그룹의 경우는 최태원 SK 회장의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롯데는 면세점 승인을 앞두고 '대가성 뇌물'을 제공했다는 판단이다. 시작은 일부 단체의 의혹제기였다. 한 전관출신 변호사는 "당시 정황으로 의혹이 제기되고, 수사를 진행할 것 같으면 미르·K스포츠재단에 모금한 54개 기업 전부를 조사해야 한다"며 "모든 기업이 반드시 걸리게 된다. 면세점을 롯데만 한 것도 아니고, 경영 효율화를 삼성만 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대로라면 기업의 모든 지원이 뇌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에 '뇌물'을 요구할 수 없는 평창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위기에 봉착했다. 매번 두 팔을 벌리며 지원을 마다하지 않던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골머리를 앓게 됐다. 급하게 세금을 올릴 수도, 빚더미의 공기업에 손을 벌리기도 힘들다. 평창올림픽 유치를 앞두고 이들은 또 다른 '뇌물죄' 잠재 피의자를 찾아다니는 것이 현실이다.

2017-04-09 16:41:56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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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벚꽃 연설'로 즐기는 대선

수천 명의 관중이 야구장에 들어와 공을 던진다. 이들은 대한민국이라는 경기장에서 유일타자가 되겠다는 공당의 후보에게 표를 날렸다. 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을 채운 더불어민주당원들은 마지막 경선을 맞아 열띤 응원전을 폈다. 단상 위에 올라선 네 명의 후보가 맞잡은 양손을 들자 함성이 지붕을 찔렀다. 개표를 알리는 깃발이 일어서자 파랑·노랑·주황·검정 물결이 개표소 앞에 줄을 이었다. 4일 대전에서 열린 국민의당 경선도 뜨거웠다. 흔히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 부른다. 대선을 맞아 몇 차례 경선을 다녀보니, 이 축제를 즐기는 방법은 투표 인증 사진뿐이 아님을 알게 됐다. 바로 후보의 연설 듣기다. 가수의 팬은 그의 노래와 무대에 반해 야광봉을 흔든다. 운동선수의 실력과 태도에 반해 경기장을 찾기도 한다.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무엇을 약속하기 위해 어떤 말을 먼저 하는지, 정점으로 치닫는 외침이 나를 설레게 하는지 알 방법은 출사표 듣기다. 연설에는 노래처럼 맥락이 있다. 그 내용을 신문으로만 읽으면, 언론이 '대세론'에 틀지운 후보의 몇 마디와 기자의 해설로 선거를 접하게 된다. 텔레비전으로 보는 후보의 얼굴은 야구장에서와 비교할 수 없이 가깝고 선명하다. 그러나 저녁 뉴스로 듣는 연설은 고작 10초 안팎에 불과하다. 후보들의 공약집에 수많은 그래프와 문장이 찍혀있지만, 낮은 도에서 높은 도로 치닫는 떨림을 읽을 수 없다.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타자와 대통령은 외롭고 두려운 자리에 선다. 특히 대통령은 구장 안팎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의 공포를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이 무거운 자리의 대표를 뽑는 경기 결과는 야구보다 안타깝고 소중하다. 그러니 봄에 피어날 새 정부의 '벚꽃 엔딩'을 바란다면 결정해보자. 나는 누구에게 반할 것인가.

2017-04-05 15:30:21 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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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LG그룹 적장자(嫡長子)다운 모습 보여준 LG화학

최근 LG화학이 대전 기술연구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회사 현안을 설명하며 연구개발(R&D) 시설을 공개하는 자리였는데 이 간담회는 다른 간담회와 다른 분위기를 조성해 눈길을 끌었다. 통상 기자간담회는 30~60분 내외의 현안·사업 소개와 15~30분 내외의 질의응답으로 구성된다. 경사가 있는 자리라면 질문을 길게 받지만 회사에 곤란한 질문이 나올 것 같은 자리라면 두세 개의 질문만 형식적으로 받고 끝내기도 한다. 이번 LG화학의 간담회는 굳이 따지자면 후자의 상황이었다.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국내 기업들에 불이익을 준 탓에 LG화학의 중국 배터리 공장 가동률이 20%대로 떨어졌었고 동종업계의 다른 국내 기업은 중국 공장 가동을 멈췄기 때문. 이러한 질문이 나온다면 LG화학 입장에서도 곤란할 따름이다. 자칫 중국의 정책에 불평이라도 했다가는 '미운털'이 박혀 추가적인 불이익도 받을 수 있다. 이날 LG화학 간담회의 발표와 질의응답은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직접 나섰다. 박 부회장은 간담회 내내 자리를 지키며 모든 질문에 직접 답했고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에도 “걱정하던 질문이 나왔다. 등에서 식은땀이 난다”고 너스레를 떨면서도 가능한 범위에서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중국에서 사업을 벌이는 경쟁사들에 대해서는 “같이 어려운 입장”이라며 경쟁자보다 동업자 관계임을 강조했다. 다른 기업들이 은연중에 경쟁사를 깔보는 발언도 하는 것과 달리 말 한 마디도 주의하며 존중하는 모습이었다. 어느 그룹이나 중심이 되는 계열사가 있기 마련이다. 이번 간담회로 LG화학(옛 락희화학공업)은 그룹의 맏형답게 실적만이 아니라 그룹 문화인 ‘인화(人和)’도 잘 품고 있는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1947년 창립돼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LG화학이 LG그룹의 미래를 잘 이끌어가길 기대해 본다.

2017-04-04 15:57:34 오세성 기자
<기자수첩>잔인한 4월의 데자뷰

#. 2013년 4월, STX조선해양은 산업은행에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당시 1년 내로 만기가 돌아오는 유동부채가 11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수주잔량만 159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4대 조선소라는 것과 계속가치가 청산가치보다 1조원이 많다는 분석에 지원을 결정했다. 당초 STX조선이 말했던 조기졸업은 커녕 몇 차례의 추가지원으로 4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붓고도 2016년 5월말 결국 법정관리로 들어갔다. #. 2016년 4월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채권자 집회가 열려 만기가 몇 달 연장됐지만 신규 지원은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그 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더니 올해 2월 파산선고가 내려졌다. #. 2017년. 올해 4월엔 대우조선해양 채권단이 자율협약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지난 2015년 추가자금 지원은 없다고 했던 정부가 말을 바꿔 채권단이 같이 고통분담을 해준다면 2조9000억원의 자금을 새로 투입하겠다고 했다. 국민연금을 비롯한 사채권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는 가운데 채무조정안이 부결되면 바로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으로 들어간다. 올해로 잔인한 4월이 세번째 되풀이 됐다. 어김없이 혈세가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논란이 일었고, 혈세를 투입하지 않으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손실이 어마어마하다는 논리도 낯설지 않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올 초 가진 간담회를 통해 STX조선의 법정관리행과 관련해 "2년 전에 조치가 있었다면 2조원을 절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라며 아쉬움을 내비쳤지만 너무도 늦은 시점이었다. 마야 신화에 따르면 세상은 4번 파괴됐다. 마야인은 파괴로부터 값비싼 교훈을 얻고 다음번 대비를 했다. 그러나 늘 지난번에 일어났던 위협에 대해서만 대비했다. 홍수를 대비하면 지진으로, 지진을 대비했을 땐 산불로 파괴됐다. 마지막 4번째는 어떤 이유로 파괴됐는지 모르지만 마야인들은 대비하지 못했을 것이 분명하다. 산불을 대비하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2000년이 지난 뒤 사람들은 여전히 과거를 돌아보며 다가오는 위협을 대비한다. 과거(역사)를 통해 내일을 보는 셈이다. 또다시 잔인한 4월을 경험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봐야 하는 미래는 무엇일까.

2017-03-30 17:18:03 안상미 기자
[기자수첩] 꽃피는 봄, 독립영화도 같이 핀다

[기자수첩] 꽃피는 봄, 독립영화도 같이 핀다 한국독립영화의 발전을 도모하는 움직임이 문화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독립영화는 수익을 목표로 하는 상업 영화와는 달리 영화의 주제의식이 분명하고, 주류보다는 비주류를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신선하고 투쟁성을 띤다. 소외받는 이들과 외면 받고 있는 사회상을 반영해 관객에게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이런 면에서 독립영화는 끊임없이 제작되어야하고 소비돼야 하지만, 아직까지 현실은 씁쓸하기만 하다. 잘나가는 상업 영화가 상영관을 장악하다보니 독립영화가 상영관에 걸리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고, 작품이 나왔는지 조차 알 지 못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최근 '인디피크닉2017'은 올해의 라인업을 발표했다. '인디피크닉'은 시기와 지역에 구애 받지 않는 독립영화 관람 기회를 제공하고자 서울독립영화제에서 기획한 상영 프로그램으로 올해는 장편 4편과 단편 5섹션, 총 22편으로 예년보다 2편 더 편성했다. '서울독립영화제2016'에서 상영된 작품 중 이슈가 됐던 화제작 등으로 구성됐다. 장편 부문에는 약자와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독창적으로 풀어낸 '노후 대책 없다', '분장', '꿈의 제인', '가현이들'이 상영된다. 다양한 주제와 장르로 구성된 단편 섹션도 눈길을 끈다. 4월 7~9일 서울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상영을 시작으로 대구, 강릉, 익산, 대전, 부산 등을 찾아간다. 그리고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 역시 독립영화의 강화와 지원을 중요한 목표로 설정, 전주시네마프로젝트 투자 작품 세 편을 모두 한국영화로 기획했다. 이는 한국 독립영화가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재능을 찾아내고, 주류영화에 미학적 충격을 가할 작품을 발굴하기 위함이다. 'N프로젝트'(가제)와 '시인의 사랑', '초행'이 선정됐다. 또한 지난해 211편을 상영한 것에 비해 올해는 229편의 작품을 상영해 게스트들의 관람 기회를 확대했다. 현재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활약 중인 배우 이제훈, 박정민, 변요한, 김태리, 류혜영 모두 독립영화를 통해 발굴된 스타들이다. 올해는 어떤 훌륭한 배우가 독립영화를 통해 얼굴을 내밀지 기대된다.

2017-03-29 13:51:19 신원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