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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보복 소비 열풍, 아이들 명품 사랑으로 이어질까 우려

최근 들어 유통가에 자주 보이는 키워드는 바로 '보복'이다. 코로나19가 엔데믹화되어 풍토병으로 자리 잡음에 따라 '보복 소비' 열풍이 불고 있다. 문제는 '보복소비'와 각종 '플렉스(Flex)' 문화 등이 과한 소비로 이어질 수 있고 자칫 아동들에게는 적절한 경제관념이 형성되지 못하게 하는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스마트학생복이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명품 등 소비 실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에 이르는 약 50%의 학생들이 '명품을 구매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청소년 2명 중 1명 꼴로 명품을 구입해본 경험이 있는 셈이다. 학생들이 교복 위에 명품 브랜드의 카디건을 걸치고, 하이엔드 브랜드의 신발이나 가방을 착용한 모습은 학교 앞에서도, 거리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되었다.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세대라 할 수 있는 2030 MZ세대의 명품을 즐기는 횟수와 규모도 점점 많아지고 커져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는 분위기는 만연해있다.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들이 자신의 유튜브 등 SNS 채널에 '명품 하울(구매한 물검을 품평하는 영상)', '명품 언박싱(구매한 상품을 개봉하는 영상)' 등의 영상을 올리는 것은 어느새 보편적인 콘텐츠가 되었다. 스마트학생복이 조사한 설문조사에서도 10대 청소년들이 명품을 구매하는 이유로 유명인이 사용하는 것을 보고(28.9%), 친구들이 가지고 있으니까 소외되기 싫어서(28.6%) 등이 1, 2위를 차지하며 큰 비중을 갖고 있다. 명품 소비 열풍은 업계에서 부추기는 측면도 있다. 이로 인해 유아와 어린이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번 어린이날을 맞아 한 백화점에서는 명품관 매장에서 선물용 장난감 제품군을 파는가 하면, 지하 대행사장 같은 곳에서 가정의 달 선물 기획전을 펼치기도 했다. 명품업계는 남성 라인, 생활용품 라인 외에도 키즈 라인을 따로 론칭하거나 확대, 아동들도 명품 사랑에 빠지게끔 기획하고 있다. 키즈 명품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추가 입점시켜 명품 아동복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다. 600만원이 넘는 디올 유아차부터 100만원대 에르메스 인형까지 액세서리 등도 없어서 못 파는 상황이라는 후문도 들린다. 그러나 분수에 맞지 않는 과소비는 결국 개인의 소비습관 형성과 학업 활동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친구들 간의 따돌림과 폭행, 위화감도 조성할 수 있다. 업계는 소비욕구를 폭발시키는 키즈 마케팅을 자제하고, 부모들도 내 자녀에게 아낌없이 투자하는 성향을 줄여 명품 소비 패턴이 무분별하게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2022-05-09 14:49:23 원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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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인간관계에 있어서 약속과 신뢰는 암묵적인 룰이다. 아홉번 잘했어도 한 번 잘 못하면 그동안의 잘 했던 것이 한 번에 무너지기 마련이다. 이후 사람들은 후회를 하지만 이미 소는 잃어버린 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약속과 신뢰가 중요한데 금융사와 고객 사이는 절대적인 신뢰를 쌓아야 한다. 금융사들은 매년 고객의 돈을 기반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어 항상 금융소비자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금융사 횡령사건이 또 다시 발생했다. 바로 우리은행 직원의 614억원 '횡령 사건'이다. 우리은행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했던 A씨는 회삿돈 614억원을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빼돌렸다. 이 돈은 과거 우리은행이 주관했던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 관련 계약금 원금과 이자다. 이란의 가전기업에 돌려줘야 했던 이 자금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로 송금이 이뤄지지 못해 우리은행이 관리해 왔다. 우리은행은 최근 예치금 반환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횡령 사실을 발견해 경찰에 고소한 것이다. 이 사건은 고객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은 아니지만 언제든 금융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내부통제 부실이다. 우리금융그룹은 4대 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이사회 내에 감사위원회와 별도로 내부통제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자회사의 내부통제 운영실태 등을 검토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번 사건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과거 1조원대 규모의 '라임펀드 사태' 때도 엉터리 관리 시스템이 드러나면서 내부통제 개선을 약속한 적이 있어 아쉬움이 커지고 있다. 우리은행이 정말 내부통제 강화에 공을 들였다면 사각지대에 있는 이번 횡령 사건을 더 일찍 파악했어야 한다. 라임펀드 사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사태, 이번 횡령사건까지 벌써 세번째다. 고객이 이탈해도 붙잡을 명분이 없다는 소리다. 소중한 고객을 위해 미리 보수작업을 해놓고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고객은 바보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2022-05-08 15:07:03 이승용 기자
[기자수첩] 커피는 머그잔에?…현장에서는 여전히 일회용컵 사용

코로나19 확산으로 일시적으로 허용했던 카페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규제가 다시 시작됐다. 하지만 바뀐 제도가 정착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부 카페에서는 버젓이 일회용 플라스틱 잔에 음료를 담아줬고, 이용자도 의구심없이 일회용잔을 사용하고 있다. 정부는 2018년 8월부터 카페와 패스트푸드점 등의 매장에서 일회용품 사용을 전면 금지했으나 2020년 코로나19 확산세가 심해지자 일회용품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환경부는 지난 1일부터 식품접객업소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재개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늘어나 플라스틱 등 폐기물이 급증한 탓이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폐기물 발생량은 코로나19 발생 직전인 2019년과 대비해 종이류 25%, 플라스틱류 19%, 발포수지류 14%, 비닐류 9%로 각각 증가했다. 원래대로면 카페 내에서 일회용품을 사용할 경우 업주는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있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단속 대신 지도와 안내 중심의 계도만 이뤄질 예정이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은 바뀐 제도를 비교적 잘 지키고 있지만, 개인 카페는 상황이 다르다. 인천에서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A 씨는 "환경보호 취지에서 지난 1일부터 일회용품 사용을 제한하기로 한 것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일회용 플라스틱잔을 고집하는 고객들이 많고 바쁜 시간에 고객과 실랑이 하고 싶지 않아 일회용잔에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코로나19 감염을 이유로 플라스틱잔을 고집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대응해야할 지 고민이다"라고 덧붙였다. 거리두기 해제로 매장 내 고객이 다시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소비자의 요구를 거부하려니 매출 걱정이 앞설 것이고, 또 머그잔 이용량이 늘면 설거지거리도 증가해 일손이 부족하게 될 터. 이에 계도기간 동안 일회용품을 사용하는 매장도 많다. 환경부는 오는 6월부터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시행하며, 11월에는 매장 내 일회용컵과 플라스틱 빨대가 전면 사용 금지 할 계획이다. 소비자들은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구매할 때 재활용 라벨이 붙은 컵을 이용해야 한다. 이때 300원을 보증금으로 내게 되는데 추후에 컵을 반납하면서 돌려받게 된다. 현장의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계도기간이 정해져있지 않을 뿐더러, 지금처럼 단속을 하지 이상 설거지 인력을 추가 고용할 점주는 몇이나 될까. '환경'을 우선시하고, 일회용품 사용 금지를 법으로 정했다면, 빠르게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단속도 필요하지 않을까.

2022-05-03 13:54:41 신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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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1기 신도시 공약과 현실사이

차기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재건축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아파트값이 크게 오른 데다 규제 완화가 자칫 집값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규제 완화냐 유지냐를 놓고 딜레마에 빠졌다. 특히 인수위는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 재건축 규제 완화 방침을 놓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1기 신도시 재건축 문제를 '중장기 국정 과제로 다루겠다'고 했다가 '속도감 있게 진행하겠다'고 다시 말을 바꾸는 등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집값 상승 부담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1기 신도시 주민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수시로 말 바꾸기 하는 새 정부를 믿지 못하겠다는 것. 실제 1기 신도시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거짓 공약이었다." "지금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또 입발린 말만 하고 뒤통수 때릴 게 뻔하다." "주거 환경이 열악해 재건축을 하겠다는 건데 왜 규제를 풀어주지 않는 거냐." 등의 게시글이 잇따랐다. 여론이 악화되자 새 정부는 진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2일 경기 고양 GTX-A 공사 현장을 방문한 뒤 주민들과 만나 "1기 신도시의 종합적인 도시 재정비 문제를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같은날 인사청문회에서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과 관련해) 특별법을 만들어 즉시 특별법과 함께 마스터플랜 작성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언제 또다시 말을 바꿀지 모른다는 점이다. 공약은 공약일 뿐이라면서 말이다. 이는 신뢰를 저버리는 것은 물론 주민들의 열악한 주거 여건을 무시하는 행동이다. 1기 신도시 아파트 단지들은 준공된 지 30년 가까이 됐다. 노후화가 진행된 상태다. 층간소음, 녹물, 주차난 등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새 정부는 1기 신도시 주민들의 주거권을 보장해야 한다. 주거권 보장은 국가의 책무다. 헌법엔 "국가는 주택개발정책 등을 통해 모든 국민이 쾌적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집값 상승을 막을 수 있는 건 공급확대가 유일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즉, 단기적 집값 자극 우려로 인해 규제를 가하는 건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정책이다. 윤석열정부가 이런 점을 숙지하고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길 바란다.

2022-05-03 13:36:32 양희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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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대재해처벌법 100일 모호한 규정 혼란 확산

정부가 안전한 산업 현장을 만들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대재해법)을 시행한지 벌써 100여 일이 지났다. 하지만 모호한 법규정으로 인해 혼란은 확산되는 분위기다. 중대재해법 제정 이후 기업의 안전에 대한 관심도와 예산, 인력 모두 증가했지만 법 시행 이후 산업 현장에서 사망 사고 숫자는 법 시행 전과 비교해 차이점을 느끼기 어려운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중대재해법에 맞춰 안전관리자 등 인력을 확충하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높였지만 사망 사고 자체를 줄이는데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또한 대기업의 경우 교묘히 법을 피해가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최근 인천국제공합의 정비소에서 30대 노동자가 항공기 견인차량을 점검하다 숨지는 사고를 둘러싸고 논란이 되고 있다. 중부노동청은 해당 사업장에 작업 중지 명령을 내리고 소속 노동자가 50명 이산인 점을 고려해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키로 했다. 그러나 이번 사고는 2명의 직원이 견인 차량 뒷바퀴를 돌려 기업이 새는지 등을 점검하던 중 동료 노동자가 차량 시동을 끄면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직원의 실수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사업자 과실로 연결짓는다는 부분을 놓고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지난 3월 동국제강에서 발생한 노동자 사망사고는 현장에서의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동국제강 포항공장 현장에서 노동자가 안전벨트에 감겨 사망했지만 당시 현장에는 안전 관리자나 안전 담당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는 하청 직원들만 작업 중이었다. 현재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경영책임자의 안전조치의무 위반 여부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은 중대재해법상 처벌 대상이 경영 책임자라는 점에서 CEO 외에도 CSO(최고안전책임자)를 선임하는 등 꼼수를 부리는 모습도 발견할 수 있다. 형사 처벌을 면하기 위해 사고 위험이 높은 사업장의 대표이사 자리를 회피하거나 책임을 전가하는 움직임이 성행하면서 위험 사업의 책임이 중소기업 등으로 부담을 전가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있다. 중대재해법이 산업 현장의 사망 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일으킨 건 맞지만 사고를 줄이진 못하고 있다. 현재 법은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근로자들이 생명을 담보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가운데 사망사고를 줄일 수 있는 시스템 개선과 기업의 경영자가 억울하게 처벌받지 않도록 새 정부가 법률 및 시행령 개정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022-05-02 15:51:45 양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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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국의 인플레와 우리 경제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무시하지 마라." 한 유튜버가 최근 콘텐츠 촬영차 미국에 방문한 뒤 영상에서 이 같이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아무 생각 없이 집어 든 슬리브리스(소매가 없는 옷·sleeveless)가 무려 68달러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가 계산한 당시 환율로는 8만5000원 정도다. 3월 기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로는 1.2%, 전년 동기와 비교해서는 8.5% 올랐다. 이 같은 인플레이션 수치는 약 40년 4개월 만이다. 특히 실생활에 필요한 생활용품 가격이 대폭 오른 것을 직접 듣게 되니 인플레이션의 무서움이 피부로 느껴졌다. 높은 인플레이션 수치는 자연히 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로 이어지게 된다. 이미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p) 올리는 '빅스텝'을 예고했는데, 긴축을 더 이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는 곧 우리 경제의 발목도 붙잡게 된다. 실제 지난 25일 진행된 한국은행 신임 총재 기자단 상견례에서 향후 기준금리 연속 인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보는지를 묻는 질문에 이창용 신임 총재는 "금리인상에 대해서는 한 방향으로 이야기하기에는 어렵고, 지금 상황에서 데이터를 더 보고 결정해야 될 것"이라면서도 "5월 결정의 큰 변수가 될 것은 아마 미국이 FOMC 미팅에서 0.5%p 얘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될 때 또는 그 이상이 될 경우에 자본유출이라든지 환율의 움직임이라든지 봐야 할 것 같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은이 선제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 한·미 금리가 역전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럴 경우 외국인 자금이 시장을 떠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경제 상황도 녹록지 않다. 성장은 물론 미국과 마찬가지로 물가 폭탄까지 예고된 상황이다. 3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6.46(2015년 100기준)으로 전월 대비 1.3% 올라 3개월 연속 오름세다. 상승 폭도 전월(0.5%)보다 확대된 것으로 2017년 1월(1.5%) 이후 5년 2개월 만에 최고치다. 현재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수출에 기대지 말고 서둘러 물가 잡기에 나서야 할 때다.

2022-04-28 09:09:24 백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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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인사청문회의 계절

인사청문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윤석열 정부의 시작을 함께할 국무총리·장관 후보자들이 청문위원에게 고위공직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받을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당선인이 지명한 문제적 국무총리·장관 후보자들을 낙마시키겠다는 각오로 칼날을 겨누고 있다. 먼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파행 끝에 법정시한을 넘겼다. 지난 25~26일에 인사청문회가 예정됐으나 고액 자문료를 받은 로펌 활동 내역, 배우자 전시회 관련 거래 내역 등의 자료 제출을 놓고 여야가 맞서다 끝내 오는 5월 2~3일로 연기됐다.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여성비하적 시각이 담긴 과거 칼럼과 자녀의 경북대병원 편입학 특혜 의혹이 연일 포화를 맞았다. 본인이 직접 나서서 해명 기자회견까지 열었으나 분위기가 반전되진 않은 모양새다. 특히, 민주당 소속 인사청문위원들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엔 '조국 전 법무부장관' 급 검증을 예고하고 나섰다. 더군다나 4월 임시국회의 핵심 쟁점인 검찰개혁 법안 처리에 한동훈 후보자가 강력하게 반대의 뜻을 피력하면서 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인사청문회는 김대정 정부 시절인 2000년에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하면서 도입됐다. 이후 청문회 대상이 되는 고위공직자의 범위를 넓혀왔다.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에 지명된 후보자의 삶의 궤적에서 의혹과 논란을 검증해 전문성·도덕성 등을 국민에게 소상히 밝히는 필수적인 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제도의 도입 이후 정권마다 각종 의혹으로 사퇴하거나 지명이 철회되는 후보자들을 보면서 공직자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계기도 됐을 것이다. 반면, 지나친 사생활 검증과 인사청문회를 위시한 여야의 대립은 오히려 능력 있는 인사가 공직에 나서기를 꺼려하는 분위기를 제공했다. 청문회가 몰아칠 계절에 여야가 인사청문회 개회를 놓고 정쟁을 벌이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야당이 될 청문위원들은 고위공직자의 핵심 역량을 확인하고 최대 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자료를 추려 후보자에게 요청해야 한다. 차기 여당 의원들은 협치의 자세로 인사청문회가 충실히 진행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이번 계절이 치열한 후보자와 청문위원 간 검증의 장이 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2022-04-27 15:54:52 박태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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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치와 팬덤

정치 팬덤은 마치 양날의 검과 같다. 팬덤은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문화현상을 일컫는 말로 흔히 연예계에서 아이돌의 팬 혹은 팬 문화 전반을 설명하는데 쓰였다. 정치와 팬덤의 결합은 대표적으로 2000년대 초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를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명박사랑',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박사모', 문재인 대통령의 '문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윤사모'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치 팬덤은 정치와 시민의 관계가 일방적으로 연결되는 시대에서 정치·사회적 변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1인 미디어 등 매스미디어가 발달하며 시민이 직접 정치에 참여하고 지지하는 정치인의 성과를 함께 공유하는 시대로 변화시킨 것은 긍정적이다. 아울러 정치인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의정활동이나 선거 때 자신을 알리기 위한 영향력 행사 등 마케팅의 하나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 팬덤이 상대 진영이나 경쟁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판을 비롯해 지지하는 정치인의 무비판적·맹목적인 추종은 정치를 퇴행시킬 수 있다는 부정적인 측면도 존재한다. 이른바 좌표 찍기라 불리는 '문자 폭탄'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민주주의를 훼손시키고, 진영을 넘어 같은 진영에서도 정치 팬덤의 눈치를 보면서 어려움을 토로하는 상황이다. 20대 대선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서 윤 후보 지지자들의 문자 폭탄을 현장 인터뷰를 통해 직접 핸드폰을 보이며 힘들다고 밝힌 바 있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선출 과정과 최근 검찰의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민주당 일부 강성 지지층들의 문자 폭탄은 특정 의원에게 3만 건이 넘는 문자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JTBC에서 방송된 <대담-문재인의 5년> 1화에서 정치 팬덤과 관련된 질문에 "진정한 지지는 확장되게 하는 지지여야 되는 것"이라며 "오히려 좁히고, 배타적이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거리두게 만드는 지지는 지지하는 사람을 위한 지지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미 여야를 넘어 정치권에서도 자리 잡은 팬덤 문화를 배제하기는 불가능해졌다. 정치 팬덤의 긍정적인 영향과 문제점들의 균형을 맞추고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자정활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2022-04-26 14:23:26 박정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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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오너 잇속'만 챙기는 합병

기업 합병을 두고 오너 일가와 주주간의 갈등이 고조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러한 합병안들은 대부분 승계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뤄진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SK C&C와 SK 간 합병이 대표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원그룹의 지주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중간 지주가 역할을 해온 동원산업과 합병한다. 지난 2001년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21년 만에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이번 합병으로 동원엔터프라이즈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동원산업에 흡수돼 동원산업이 지주회사가 된다. 문제는 대주주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동원엔터프라이즈의 가치는 높게, 동원산업의 가치는 의도적으로 낮게 평가했다는 점이다.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기반으로 합병가액을 산정했지만, 동원산업은 자산가치에 못 미치는 최근 주가로 합병가액을 정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오너 일가만 이득을 얻고, 일반 소액주주는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다. 블래쉬자산운용, 이언투자자문, 타이거자산운용 등 기관투자자도 동원산업의 순자산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 동원그룹이 이번 합병을 오래전부터 계획하고 동원산업의 주가는 낮게 유지, 동원시스템즈 주가는 올리려고 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했다. 이례적으로 애널리스트의 비판 리포트까지 나왔다. 지난 20일 유안타증권은 '동원엔터프라이즈와 동원산업 합병비율에 대한 적정성 점검'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했다. 이번 합병을 원치 않는 주주는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동원그룹이 제시한 가격(23만8186원)이 합병 공시 직전 주가(26만5000원)보다 낮다. 일반 주주를 가치 대비 헐값에 쫓아내는 격이다. 일반 주주들은 사측에 합병 비율에 대한 불만을 계속해서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동원그룹의 자발적인 시정이 없다면 오는 5월 초 소송을 감행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참치통조림 불매 운동까지 나서겠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오너 일가에 유리한 방식으로 합병하기 위해 합병 비율을 왜곡하는 것은 주주 가치 제고에 역행한다. 나아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자 국내 증시 상승 제약 요소가 된다. 소액 주주 보호를 위한 장치와 이사 선관주의 의무 등 관련 절차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2022-04-25 09:22:39 박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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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달갑지 않은 오세훈 시장의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

오세훈 시장이 지난 21일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하며, 서울시내에 축구장 20개 크기의 공원·녹지를 만들겠다고 했다.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그린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서울에 녹지가 생기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공원 조성 우선순위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이날 서울시가 공원·녹지 구축 장소로 지목한 종묘~퇴계로는 타 지역보다 그린 인프라가 풍부한 곳이기 때문이다. 시는 이 일대가 서울도심에서 가장 낙후돼 변화가 시급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댔다. 시가 도심 재정비를 통해 연트럴파크(3만4200㎡)의 4배가 넘는 14만㎡ 규모 녹지를 만들겠다고 밝힌 종묘~퇴계로 일대의 경우 동-서로는 청계천과 함께 만들어진 선형 공원이, 남-북으로는 종묘와 남산이라는 서울에서 보기 힘든 거대 녹지가 자리해 있다.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이 작년 발간한 '서울시 지역사회 건강 프로파일'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해당 지역이 속한 종로구는 녹지 지역이 전체의 46.7%(11.204km²)에 달한다. 2019년 기준 1인당 생활권공원면적은 18.9㎡로, 서울시 평균 5.7㎡를 한참 웃돈다. 반면, 금천구는 녹지 지역이 전체 면적의 1.2%(0.151km²)에 그친다. 1인당 생활권공원면적은 1.6㎡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꼴찌다. 녹지뿐 아니라 문화불모지이기도 한 금천구의 지역박탈지수는 6.34로 서울 전 자치구 중 가장 높다. 지역박탈지수는 자동차 소유 가구 비율, 고등학교 졸업 미만 교육 수준을 가진 인구 비율, 낮은 사회계층에 해당하는 인구 비율 등을 종합해 나타낸 지수로 정의된다. 지역의 빈곤 수준과 더불어 다양한 종류의 자원 결핍 수준을 가늠케 하는 지표로 이용된다. 지역박탈지수가 양의 값이면 숫자가 커질수록 박탈 정도가 심하다는 뜻이다. 참고로 종로구의 지역박탈지수는 1.30으로, 금천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시내 자치구 녹지 비율, 1인당 생활권공원면적, 지역박탈지수 등의 데이터가 가리키는 낙후 지역은 따로 있는데 오 시장은 종묘~퇴계로 일대가 서울에서 변화가 가장 시급한 곳이라고 한다. 왜일까. 시장의 나와바리(세력 공간)가 서울 전역이 아닌 사대문 안 도심과 강남으로 좁혀져 있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오 시장은 지난 21일 "여러분은 서울 도심, 그리고 강남의 현재 모습에 만족하시나요? 저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강남 같은 곳을 거닐다 보면 '야, 정말 이 도시계획이 잘못돼 있구나' 이런 생각을 할 기회가 저는 여러 번 있었습니다"는 말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 기자설명회의 포문을 열었다.

2022-04-24 15:40:02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