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 생활여건 개선TF', 빨간약으로 부실 식사와 보급품 바꿀까
박재민 국방부 차관(중앙)이 3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본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민·관·군이 함께하는 장병 생활여건 개선 TF 출범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일보 국방부는 3일 박재민 차관 주관으로 '장병 생활여건 개선 TF(테스크포스)' 첫 회의를 열었다. 이번 회의는 최근 거센 비난을 받고 있는 군의 부실급식과 조악한 품질의 보급품 등에 대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됐다. 그렇지만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수십년 간 만성으로 앓아 온 질병이 빨간약으로 나을까'라는 반응이다. ◆급식·피복·병영시설 협의체 구성...전문성은? 이날 박 차관은 모두발언을 통해 "최근 △장병 부실 급식·피복 지원 △낙후된 병영시설 △병영 내 인권침해 등의 문제들로 인해장병 및 국민들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에는 급식·피복, 시설, 복지·의료, 인사·병영 등 4개 분야의 개선반(약 40명)으로 구성된 협의체도 참석한다. 이들은 격리 장병 부실 급식으로 촉발된 군내 부조리를 전 분야에 걸쳐 파악해 근본적인 개선책을 내놓을 계획이다. 협의체에는 군부대 영양사와 급양 관리관, 영양학 교수, 장병 급식·피복 어머니 모니터링 단원 등이 참여한다. 아울러 육군 부대 현역 조리병(상병) 2명과 조리병 출신 예비역 1명도 협의체에 포함됐다. 그렇지만, 군수품관련 전문가들은 협의체 구성원들의 일부는 비전문가들이 포함돼 있는데다, 무기체계와 달리 '비무기체계(전력지원물자)' 품목이 다수인 보급품에 대해서는 국내 학계의 연구도 미진하다고 지적했다. 전투원의 개인 피복 및 전투장비 등에 대한 연구와 세미나를 진행해 온 '특수·지상작전연구회(LANDSOC-K)'의 한 관계자는 "전투복의 경우 아웃도어 의류와 달리 전투환경에 따른 특수한 '전투활동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국내 의류 연구가 대부분이 여성이라 전투활동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이라면서 "군관계자들, 특히 육군의 경우 지휘관 등 필수보직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군수품 도입사업에 대한 전문성을 갖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수십년간 앓아 온 만성질환에 빨간약 바르지마 이 관계자는 "부실급식과 저질 보급품의 폐해를 막겠다면, 단시간 내에 빨간약을 발라 치료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면서 "국군의 급식과 군수품의 발전은 경제성장에 비해 퇴화해 왔다. 이는 90년대 이후 발생한 관련 산업의 경쟁력 약화와, 군 당국이 비싼 첨단무기 예찬론이 원인이다. 수십년간 등한시 해온 만성질병이란 점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이날 조달시스템에 대한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을 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또한 단시일 내에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 이명박 정부이후 더 악화일로를 걸어온 '최저가 입찰제'와 문재인 정부들어 낮아진 '조달장벽'이 '비전문업체'의 난립을 암세포처럼 키워왔기 때문이다. 본지는 지난 수년 간, 가짜 또는 저질 보급품 발생원인을 현실에 맞지않는 '국가를 상대로하는 계약법(국계법)'과 '허술한 조달절차'라고 지적해 왔지만, 국방부를 비롯한 군 당국은 이를 외면해 왔다. 본지가 지난 해 단독 보도한 특수작전용칼은 여성 대표가 운영하는 경남 양산의 에스테틱 업체에서 납품됐다. 해당 제품은 미국SOG 브랜드 제품을 불법 카피한 제품이었지만, 국방부는 감찰은 문제가 없다고 결론 냈다. 장병의 생명과 직결된 방호벽도 '특허'를 이유로 수의계약을 체결했지만, 특허는 다른 업체의 것이었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서도 별다른 조치없이 함구했다. 충북의 지역방위부대에서는 여성 대표가 운용하는 문구점에서 조준경을 구매했다. 이러한 계약들에 대한 군 당국의 답변은 언제나 "법과 절차를 준수해 문제없다"였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보급품과 관련된 다수를 조달청으로 이관했다. 국가조달 체계상으로 '군수품무역업' 자격만 있으면 너도나도 보급품 납품계약이 가능하다. 이번 회의에는 농협에서 수의계약으로 조달되는 군 식자재와 부식 조달 체계를 점검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농림부·해수부·조달청 등 범부처 과장급도 자리한다. 그렇지만, 양질의 식사와 보급품을 장병들에 누리게 하기보다는 각 부처의 입장만 고수한다면, 또 다시 빨간약이 발려질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