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사회 갈등 누그러졌다"는 서울시민 4% 채 안 돼
감염병 사태 이전과 비교해 한국 사회의 갈등이 누그러졌다고 느끼는 서울 시민이 4%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관리 역량 배양을 통해 효과적으로 갈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9월 16일부터 24일까지 서울에 거주하는 만 19세 이상 65세 미만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사회갈등 인식 조사를 벌였더니 이 같은 결과가 도출됐다. '코로나19 이전 대비 우리 사회의 갈등이 다소 완화됐다'는 응답은 2.4%, '더 줄어든 것 같다'는 0.8%로, 전체 응답자의 3.2%만이 감염병 사태 이후 갈등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비슷하다'는 14%였다. '약간 심해졌다'는 40.5%, '훨씬 심각해졌다'는 42.3%로, 코로나 이후 사회 갈등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비율이 그렇지 않은 응답의 약 26배에 달했다. 서울시민의 대다수는 감염에 대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응답자들은 '내 가족이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83.6%), '내 자신이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78.1%), '나와 친한 사람이 감염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꼈다'(76.4%), '주변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나 경계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졌다'(72.3%)고 답했다. 감염병 사태 이후 일상생활 속에서 막연한 불안이나 우울한 감정을 느껴본 적 있냐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10점 만점(우울한 상태: 10점, 전혀 우울하지 않았던 상태: 0점)에 6.44점을 줘 보통 이상의 우울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연구원 연구진은 "코로나19로 개인의 심리적 상태에서 나와 내 가족의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발생하고, 타인에 대한 경계심이 강화됐다"면서 "일상생활에서는 감염 불안, 소득·지출 감소, 사회적 관계 단절 같은 변화를 경험하면서 개인의 불안과 우울감이 증가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동시에 사회적 영역 속에서 코로나19로 가정과 이웃, 직장, 공공장소에서 갈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정부의 방역대응, 정보, 의료체계, 타인에 대한 신뢰도 저하를 겪으면서 거부감, 혐오, 차별 등을 외적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이후 특정인을 향한 혐오나 차별 표현을 경험했다는 응답 비율은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종교인을 향한 혐오·차별 표현은 5점 척도(5점: 매우 그렇다, 1점: 전혀 그렇지 않다) 기준 평균 4.08점으로, 약 80% 이상이 경험해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20대(85.1%), 학생(86.9%), 도심권(81.8%), 진보적 정치성향(84.5%)의 집단에서 응답 비율이 높았다. 해외 유입자에 대한 혐오나 차별 경험은 3.43점으로 그다음으로 많았으며, 20대(60%), 자영업자(58.9%), 서남권(58.6%)에서의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진자를 향한 혐오·차별 경험은 3.38점으로 뒤를 이었다. 이들에 대한 혐오나 차별 경험은 주부(58.5%), 아파트 거주자(54.4%), 보수적 정치성향(57.5%)의 그룹에서 두드러졌다. 연구진은 "현재 서울의 갈등 관리 시스템은 시와 관련이 있는 공공적 영역의 갈등에 집중돼 있다"면서 "그런데 공공 갈등은 표출되기 이전에 사회 갈등에서 배태되므로 현장의 목소리와 사례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사회 갈등에 대한 공공의 개입은 시민들이 스스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영역에서 시작해야 한다"며 "주요 문제와 관련한 정보의 공유에서부터 출발해 당사자들 간의 대화와 타협을 위한 지원, 갈등을 해소하는데 필요한 자원 지원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